[왜 또 강정인가] <중> 8년 갈등 해결 '호기'...평화적 해결이 가장 큰 보상

또 강정이다. 지금도 강정마을에는 노란색 ‘해군기지 결사반대’ 깃발들이 대나무에 높이 매달려 7년째 나부끼고 있다. 그 사이 마을공동체는 완전히 붕괴됐고, 전과자가 된 주민도 백명이 넘는다. 일부는 이들에게 ‘종북’딱지까지 붙이기도 했다. 그러나 공정률 60%를 넘기면서 사실상 원상회복은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출구전략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번 지방선거는 그런 의미에서 매우 중요하다. 세 차례에 걸쳐 ‘강정의 눈물’을 닦아줄 해법을 모색해본다. [편집자 주]

조용하던 제주의 한 마을이 한순간에 전국에서 가장 시끄러운 마을로 변했다. 주민보다 많은 수의 경찰이 배치됐고 수도 없이 사이렌이 울렸다. 수많은 정치인들도 오고갔다.

벌써 8년째다. 갈등해소를 위한 다양한 의견이 나왔지만 번번이 공론화에 이르지 못했다. 당사자인 주민들조차 갈등을 끝내고 대화하자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거기까지였다.

가장 큰 걸림돌은 정부의 대응이다. 주민들은 사과를 조건으로 내걸었고 그때마다 정부는 무응답과 소극적 태도로 일관했다. 대화를 기대했지만 매번 실행에 이르지 못한 이유다.

주민과 활동가들이 줄줄이 재판에 넘겨졌고 500여명이 형사처벌을 받았다. 해군은 그사이 해군기지 공정률을 60%로 끌어 올리며 강정 앞바다의 생태계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수많은 중장비가 강정 앞바다를 들쑤시면서 강정해안은 이미 본모습을 잃었다. 국가 예산도 전체 해상 사업비 1조945억원 중 절반 가까운 막대한 비용이 들어갔다.

강정의 주인은 주민이고 최대 피해자 역시 주민이다. 강정 주민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통합과 치유를 위한 대책이 마련된다면 8년을 이끌어 온 강정문제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을 수 있다.

정치권이 선거를 앞두고 다시 움직이고 있다. 이른바 ‘출구전략’이다. 국책사업을 추진하는 정부, 직접적 피해자인 강정주민 모두 수용하고 갈등을 종식시키기 위한 해법 찾기다.

   
4년 전 지방선거에서 우근민 당선자는 민선5기 도정의 해결책으로 ‘윈-윈’ 전략을 제시했다. 당시 기대에 찬 강정마을은 도청 앞 천막을 철수하고 도청 항의 방문도 중단했다.

해군기지 내 대형크루즈선 접안 등 설계 오류를 발견하는 등 일종의 성과를 올렸지만 갈등해소를 위한 구체적 해법을 여전히 찾지 못했다. 4년이 지나 또 선거 정국이다.

도지사 후보마다 다시 저마다의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신구범 제주도지사 예비후보의 경우 기자회견까지 열어 가칭 ‘강정해군기지 관련 진상조사위원회’ 설치와 운영을 제안했다.

갈등해결의 주체로 차기 민선 도지사를 지목하고 총리실과 해군, 법조계, 강정주민 대표, 지역 여야 정치권 인사들이 참여하자는 내용이다. 핵심은 협의체 구성을 통한 대화다.

신 후보는 “위원회 진상조사 결과에 따라 책임을 져야할 일방이 상대방에 공식 사과와 함께 손해를 충분히 배상한다면 실타래처럼 꼬인 강정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정치권이 강정주민에 대한 편견을 불식시키고 대화에 나선다면 협의체를 통해 정부와 주민 모두 수용할 수 있는 통 큰 합의가 나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고희범 예비후보도 도민의 화합과 상생을 위해서라도 해군기지 갈등해소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신 후보의 해군기지 관련 토론회 제안도 수용하며 다른 후보 참여도 주문했다.

김우남 의원은 신 예비후보에 앞서 협의체를 통한 문제 해결법을 제시했다. 시점은 지난달 11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다. 김 의원은 당시 국무총리를 향해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김 의원은 “정부와 제주도, 강정, 종교계가 참여하는 갈등해결 협의체를 결성하고 그 속에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며 “정부가 갈등해소를 위해 먼저 물꼬를 터야 한다”고 주문했다.

설날 특사에서 제외된 사면복권 문제도 정부가 먼저 나설 경우 갈등해결의 단초가 될 수 있다며 정부의 전향적인 자세를 강조했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이에 “그동안 노력이 충분하지 못한 것 같다. 정부뿐만 아니라 각계 주민들이 지혜를 모아서 원만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원희룡 예비후보도 협의체 구성에 공감하고 있다. 원 후보는 “강정은 특별한 아픔이다. 주민의 목소리를 듣고 머리를 맞대야 한다. 강정의 자존을 지킬 수 있는 해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이어 “강정주민과 시민단체, 정부, 제주도가 상생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갈 것”이라며 “해법을 마련하기 위한 협의체 구성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여야를 떠나 지방 정치권은 해군기지 갈등 해소에 여느때보다 적극적이다. 도지사 예비후보들도 협의체 구성에 한목소리를 내면서 차기 도정에 대한 기대도 크다.

정치권 움직임에 강정마을은 ‘기대반 우려반’이다. 협의체 구성에 앞서 정부의 사과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얘기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도 힘들다는 분위기다.

조경철 강정마을회장은 “정부는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한다. 사과에도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며 “더욱이 공사를 전제로 한 협의체 구성이라면 더욱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해군기지 건설 반대운동을 하면서 정부는 주민들을 범법자로 몰았다”며 “공사의 절차적 잘못을 외쳤던 우리는 무죄다. 정부도 이 주장에 동의하는지 묻고 싶다”고 밝혔다. 

마을회는 또 “지금까지 보상을 바라며 해군기지를 반대한 것은 아니”라며 “이 점 만큼은 변함이 없다. 해군기지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가장 큰 보상”이라고 말했다.

국민들이 정치인과 행정가들의 판단으로 8년째 아파하고 있다. 박힌 가시를 빼낼 주체는 국가다. 그들이 말하는 ‘보상’의 뜻을 국가가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 출구가 보인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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