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일홍의 세상사는 이야기 ④> 장일홍 극작가

인문학은 정치·경제·사회·역사·철학·문학 등 인류 문화에 관한 정신과학의 총칭이며, 인문주의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인문주의(휴머니즘)는 인간의 존엄성 회복과 인간성 옹호를 기치로 내건다. 간단히 말해서 인간학은 인간본질을 규명하는 ‘인간탐구의 학(學)’이다. 칸트는 철학을 인간학이라 했고, 막심 고리키도 문학을 인간학이라고 했다.

헤로도토스의 [역사]나 사마천의 [사기]는 인간의 흥망성쇠와 인간 본성의 파노라마를 여실히 보여준다. 인문학의 핵심인 문·사·철이 모두 이러할진대 인문학은 인간학이라고 정의해야 마땅할 것이다.

대한민국에 인문학 열풍이 불고 있는 건 반가운 현상이다. 박근혜 정부는 인문정신문화특별위원회를 만들었고, 부산의 어느 구청은 인문과를 두기까지 했다. 우리의 삶에서 인문학적 소양은 글쓰기와 말하기로 나타난다. 글쓰기와 말하기의 원동력은 책읽기이다. 예외가 있지만, 독서를 많이 하면 좋을 글을 쓰고 유창하게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소리 내어 읽는 입(口)독서는 눈(目)독서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프랑스에서는 매년 ‘시인(詩人)의 날’을 정해 축제를 여는데, 남녀노소 불문코 전 국민이 시를 줄줄 암송한다. ‘문학의 생활화’는 프랑스 국민의 전유가 아니다. 독일에서는 여름 유가철을 빼고 연중무휴로 낭독회가 열린다. 평범한 소시민이 시를 암송하고, 다중이 모여서 소리 내어 책을 읽는 입(口)문학이 일상화 될 때, 인문학은 저절로 융성해질 것이다.

▲ 장일홍 극작가. ⓒ제주의소리

다행히 제주에도 낭독문화가 있다. 제주시사랑회(회장 김장선)에서는 2001년부터 매월 1회 산지천 해상호(중국 피난선)에서 14년째 시 낭송회를 개최해왔다. 오는 4월 20일에는 조천읍 선흘리 목시물 굴에서 4.3유적지 순례 낭독공연을 펼친다.

피곤한 일상을 훌훌 털어버린 민초들의 책 읽는 낭랑한 소리가 모든 공공장소에서 아름다운 음악처럼 울려 퍼지는 그 날을 즐겁게 그려본다. 이와 더불어서 인문학은 올바른 인생의 방향을 가리켜 주는 이정표요, 참된 인간의 길을 밝혀주는 등불이란 걸 깨닫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 장일홍 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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