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시에 내걸린 사전투표 안내 현수막. 제주시는 불법현수막으로 판단해 4일부터 철거작업을 벌이고 있다.ⓒ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선거법 vs 옥외광고법 충돌-선관위 해석도 애매...서귀포시도 7일자로 철거

제주시가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예비후보들이 도내 곳곳에 게시한 ‘사전투표 독려’ 현수막을 강제철거하면서 예비후보들과 충돌을 빚고 있다.

7일 <제주의소리> 취재 결과 제주시는 지난 4일자로 사전투표 현수막 철거 지침을 각 읍면 동주민센터에 하달했다. 실제 이도2동과 일도2동은 주말사이 사전투표 독려 현수막 30여개를 강제로 철거했다.

느닷없는 철거에 예비후보들이 항의하며 한바탕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일부 후보측은 시청이 철거한 직후 다시 제작한 현수막을 내걸거나 철거한 현수막을 돌려달라며 곳곳에서 진통이 이어졌다.

예비후보들은 공직선거법상 투표를 독려하는 현수막 게재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반면, 제주시는 옥외광고물 관리법상 불법 현수막에 해당한다는 판단이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58조에는 ‘정당의 후보자 추천에 관한 단순한 지지와 반대의 의견개진이나 의사표시는 사전선거운동으로 보지 않는다’고 명시됐다.

각 선거캠프는 이 조항을 내세워 올해 처음 도입되는 사전투표를 안내한다는 명목으로 현수막에 자신들의 이름을 적어 도내 곳곳에 내걸었다. 제주시내에 게시된 현수막만 수백여개로 추정되고 있다.

▲ 제주시에 내걸린 사전투표 안내 현수막. 제주시는 불법현수막으로 판단해 4일부터 철거작업을 벌이고 있다.ⓒ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반면 제주시는 현수막을 옥외광고물 관리법상 불법 게시물로 보고 있다. 실제 옥외광고물은 반드시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받거나 신고한 뒤 지정 게시대에만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각급 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나 국민투표, 주민투표 등 계도나 홍보를 위해 설치한 경우에 한해서는 신고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문제는 해당 게시물 주체가 선관위가 아닌 후보 개인이라는 점이다.

제주시도 해석을 명확히 하기 위해 최근 제주시선거관리위원회에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질의내용은 해당 현수막이 공직선거법에 위배되는지 여부와 현행법상 게시가 가능한지 등이다.
 
회신 결과 ‘선거를 독려하는 현수막은 공직선거법에 위배되지 않지만 게시 여부는 해당 행정기관이 관련 법에 따라서 판단해야 할 사안’이라는 다소 애매한 답변을 내놓았다.

결국 제주시는 관련법인 옥외광고물 관리법에 따라 선거 독려 현수막을 게시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을 찾지 못해 철거 방침을 정했다.

옥외광고물 관리법 제10조의2 ‘행정대집행의 특례’에 따라 제주시는 절차를 거치지 않고 불법 현수막 등 광고물 등을 곧바로 제거할 수 있다.

▲ 제주시에 내걸린 사전투표 안내 현수막. 제주시는 불법현수막으로 판단해 4일부터 철거작업을 벌이고 있다.ⓒ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제주시 관계자는 “투표 안내문 옆에는 해당 후보의 정당과 이름까지 적혀 있다. 사실상 선거운동 현수막”이라며 “도시미관 저해와 운전자, 보행자 시야 확보 등 민원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판단을 명확히 하기 위해 선관위에 질의도 했으나 명확한 해답을 내놓지 못했다”며 “결국 행정에서는 현수막을 법적근거를 찾지 못해 옥외광고물 관리법에 따라 철거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제주시 이도2동과 일도2동 등 일부 지역은 현수막을 철거했지만 연동과 읍면지역의 대다수는 철거에 나서지 않으면서 특정 선거캠프는 물론 주민들까지 혼란을 빚고 있다는 점이다.

서귀포시의 경우 철거방침을 정하지 못하다 제주시보다 나흘 늦은 7일자로 각 읍면사무소와 동주민센터에 현수막 철거 지침을 내렸다.

제주시 관계자는 “관내 모든 읍면동에 철거방침을 고지할 것”이라며 “우선 선거캠프의 자진철거를 유도하고 이후 실행하지 않으면 행정대집행 특례에 따라 강제철거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모 선거캠프 관계자는 “선거법과 옥외광고법이 충돌하면서 벌어지는 일”이라며 “교통에 방해가 되지 않게 지정된 지역에 동일수의 현수막을 설치하는 등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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