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잡으면 ‘제주의 꽃에 대해 이렇게 많은 글들을 풀어낼 수 있구나’ 또 ‘꽃 하나하나 마다 이렇게 깊고 풍성한 사연들을 품고 있다니’하고 놀랄 수도 있다. 드넓은 제주에 대한 사랑도 샘솟게 될 참이다.

최근 김순남 시인이 펴낸 산문집 ‘섬, 바다의 꽃잎’에 대한 얘기다.

꽃의 모습에서 얻은 화자의 기쁨이 나타나기도 하고, 꽃말에서 이어지는 신화 이야기, 꽃과 자연에서 배우는 인생의 지혜, 들꽃 속에 숨어 있는 삶의 이야기까지 스승이자 친구인 제주 자연의 소중한 면모들이 드러난다.

꽃 종류별로 지은이가 풀어내는 잔잔한 이야기 더미에 파묻히는 것도 흥미롭고, 중간중간 세상에 대해 그가 던지는 메시지의 날카로움도 느낄 수 있다.

손셀리아 시인은 “이 책은 섬 사방을 촘촘 수놓아 꽃등 밝힌 꽃들과 나눈 밀담이며 연애편지이며 그것들을 빌려 기술하는 제주섬의 서사”라고 평한다.

김 시인은 본문 중 문화운동에 동참하던 과거를 회상하며 쓴 ‘파도 위의 꽃바람’에서 그는 작은 소망을 전한다.

“제주에 살고 제주의 문학인으로 사는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왜냐하면, 제주에는 어느 지역에서도 따를 수 없는 격동의 오랜 역사가 있고, 수많은 신화가 현존하고 있으며 넉넉한 인심과 더불어 풍류를 향유할 자연자원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정말이지 전통은 물론 인간과 자연, 역사와 문화, 그리고 공동체 의식까지도 대한민국 최후의 보루로 남아 있어야 한다.”

제주바다의 풍랑 속에서 파도를 가라앉히며 살아온 언어의 보석을 캐어 스스로 섬이 되고 꽃이 된 그 다운 말들이다.

김 시인은 한국작가회의와 제주작가회의에서 활동중이며 시집 ‘돌아오지 않는 외출’, ‘남몰래 피는 꽃’, ‘누가 저 시리게 푸른 바다를 깨트릴까’, ‘그대가 부르지 않아도 나는 그대에게로 간다’를 펴냈다. 현재 제주여성인권연대와 문화학교 한라산학교에서 활동하고 있다.

도서출판 답게. 1만8000원. <제주의소리>

<문준영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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