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경제성장 속도가 둔화되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가 크지만 막상 중국 정부는 경제성장의 속도보다는 경제성장 모델의 변화에 더 신경을 쓰고 있는 것 같다. 나중에 어떻게 되더라도 중국이 흥청망청 돈을 써가며 세계경기의 견인차가 계속 되어주기를 바라고 있던 서방의 여러 나라들은 속을 많이 태우고 있다.

시진핑 정부의 개혁 키워드는 간정방권(簡政放權)이다.(내일신문 3월17일자 ‘중국의 시진핑식 민주특구’ 참조) 행정을 간소화 하고 중앙 권력을 지방으로 이양한다는 사자성어다. 정치에서의 간정방권을 경제에 적용한 것이 바로 정부에서 시장으로 권한을 이양하는 경제 모델의 변화다.

상하이 차이나 태양광전지 회사가 3월7일 14.6백만 달러(약 160억 원) 상당의 회사채 이자지급을 못해 부도를 냈다. 이 사건은 두 가지 측면에서 기록적이다. 첫째 1990년 중국 증권거래소가 탄생한 이후 첫 디폴트다. 아무나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닌데 그런 회사가 부도를 내는 것은 금융 질서를 문란케 하는 것이므로 지방정부가 그것을 막아야 하는 것으로 간주되어 왔다. 실제로 이 회사의 작년 이자 지급은 상하이 정부가 떠 안았었다.

‘간정방권’을 경제에도 적용

둘째 그 타이밍도 의외였다. 수도 베이징에서는 전국인민대회가 진행 중이었다. 예전 같으면 이 기간 중에는 어떠한 사건도 일어나면 안 되었다.

정부가 시장에게 권한을 이양하는 또 하나의 예는 저장 성(浙江省)의 부동산개발회사 ‘저장 씽륀’의 경우다. 이 회사는 약 6억 달러 상당 부채의 상환 불능으로 폐업의 위기에 있다. 연18%에서 36%의 높은 금리를 제시하고 일반인으로부터 유사 수신행위를 한 죄로 사주는 이미 구속된 상태다. 상하이와 베이징의 주택가격이 일년에 20% 전후로 상승하는 것을 본 부동산 불패신화가 이런 불법을 낳았다. 그런데 이 회사가 사업을 벌인 펑후아 시는 인구 50만 명의 소도시로서 2012년의 아파트 가격이 전년 대비 30% 가까이 하락했던 것이다.

부동산은 중국경제를 견인해 온 주요 산업의 하나로서 그 비중은 GDP의 16%에 달한다. 부동산불패 신화가 무너지면 그만큼 산업 전체가 타격을 입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중앙은행이 2016년까지 달성하려는 이자율 자유화를 위해서는 이 과정을 거치지 않을 수 없다. 이자율 자율화는 곧 신용도에 따른 차입비용의 차별화인즉 부실기업을 정부가 나서서 살리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

조지 소로스와 퀀텀 펀드를 공동으로 설립하여 활동하다가 37세에 은퇴한 월 스트리트의 전설적 인물, 짐 로저스는 자식들에게 중국어 학습을 시키기 위해 싱가포르로 이사를 갈 정도로 다음의 세계패권국은 중국이 될 것이라고 굳게 믿는 사람이다.

그는 오토바이로 세계일주 여행을 하면서 일본을 처음 들렸을 때 골프장 회원권 값이 아파트 가격보다 높았던 것을 보고 놀랐으며 십년 후 다시 방문했을 때는 모든 것이 다 무너졌는데도 일본정부는 아무도 파산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은 것을 보고 또 한번 놀랐던 경험을 이야기한다. 또한 같은 시기에 비슷한 부동산 거품 붕괴를 겪었지만 정부가 구제를 거부함으로써 이제 세계에서 경제가 가장 건전한 나라가 된 스웨덴과 비교한다.

미국은 금융위기 초기에 리먼 브로더스를 파산시켰다가 그 후폭풍에 놀란 나머지 양적완화의 힘을 빌어 더 이상의 파산을 막았는데 이것이 미국을 쇠퇴의 길로 들어서게 했다고 그는 말한다

외환시장 예측도 더 어려워져

최근에는 “TRF”라는 선물환 파생상품의 피해가 언론을 장식하고 있다. 작년 말 중국의 수출 기업들은 새해 위안화 환율이 달러 당 6.0 위안 이하로 강해질 경우에 대비, 환차손을 막겠다고 1500억 달러나 되는 계약을 은행들과 체결했다. 그 내용은 위안화 강세에 따른 손실은 은행이 보상해 주는 대신 위안화가 6.2 이상으로 가치가 하락할 때는 두 배로 은행에게 보상하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2010년의 6.8에서 작년 말 6.0까지 꾸준히 절상되었던 위안화 환율이 해가 바뀌면서 돌연 방향을 틀기 시작하더니 이미 6.2 위안 선을 넘나들고 있다. 그 때마다 물어내야 할 손실액의 크기가 변하니 당사자들은 안절부절이다.

 ▲김국주 전 제주은행장.

환율의 가변성이 높아진 것도 중국정부의 규제완화의 결과다. 지난 3월17일 일일 환율 변동폭을 1%에서 2%로 크게 확대시킴으로써 정부가 위안화 절상을 제도적으로 억제하고 있다는 인식을 불식시킨 것이 주효했다.

중국은 일본을 반면교사로 삼고 미국보다 더 확실하게 자본주의의 길을 가고 있다. / 김국주 전 제주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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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내일신문> 4월 9일자 '김국주의 글로벌경제' 에 실린 내용입니다. 필자의 동의를 얻어 <제주의소리>에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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