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문 2년만에 길버트 소령 가족과 연락 닿아...이미 1998년 작고

 

▲ 1953년 미국의 음악잡지 'The School Musician'에 실린 사진. 맨 오른쪽이 길버트 소령.

6.25당시 제주지역에 관악의 씨앗을 뿌린 당시 유엔민간지원단체 제주지역 부단장이었던 찰스 길버트(Charles E. Gilbert) 소령의 흔적을 드디어 찾았다.

수소문한 지 2년만이다. 하지만 이미 그는 숨을 거둔 뒤였다.

제주국제관악제조직위원회는 6.25당시 제주에 관악의 씨앗을 뿌린 길버트 소령의 가족을 찾았다고 10일 밝혔다. 그가 미국 콜로라도에서 1998년에 86세로 작고했다는 소식과 함께 그의 딸과 연락이 닿은 것.

길버트 소령은 한국전쟁 때 유엔민간기구협력단체(UN Civli Assistance Command)의 제주도 책임자였다. 약 2년여 동안 제주에서 전쟁고아들로 구성된 한국보육원과 오현고, 제주중, 제주농업중학교 등 학교관악대의 활동을 적극 도와 제주관악의 기초를 세우는데 기여한 제주관악의 은인이다.

그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한국보육원악대는 당시에는 보기 드문 40여 인조 정규편성으로 제주는 물론 대구, 부산, 서울 등지에서 공연을 가지며 전쟁으로 피폐해진 민심 속에 평화와 희망을 연주했다.

▲ 맨 오른쪽이 길버트 소령.

앞서 조직위는 2011년, 6.25당시 열한 살 나이의 한국보육원악대원이던 클라리넷 소녀와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으로 유명해진 주인공 유인자 여사(73)를 찾아 제주국제관악제에 초청한 바 있다.

그 후 길버트소령 찾기도 구체화됐다. 주한미대사에게 우근민 지사의 친서가 전달되는 등 본격적인 노력을 시작했다. 그러다 이번에 서울교육대학교 음악교육과 장기범 교수, 미국 현지와 주한 미대사관 공보실의 도움으로 그의 딸을 찾게 됐다.

이에 따라 조직위는 올 8월의 제주국제관악제와 아시아태평양관악제를 ‘전쟁 속에서 피어난 평화’란 주제로 이야기가 있는 관악제를 준비해나갈 예정이다. 길버트 소령은 숨을 거뒀지만 그의 딸인 다이안 아놀드(Diane Arnold)여사를 초청해 관악으로 맺어진 아버지와 제주의 인연을 기리는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다.

또 당시 미 공군 딘 헤스 대령에 의해 1천여 명의 전쟁고아들이 제주도로 수송되는 과정을 그린 영화 ‘전송가(Battle Hymn)’를 상영하는 등 제주관악의 큰바위 얼굴인 길버트 소령의 헌신을 기릴 예정이다. <제주의소리>

<문준영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