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의 새로운 비상을 기대한다.

▲ 지난해 <모슬포방어축제> 행사장에서 민주노동당 당원들이 '의료보험의 적용 범위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서명을 받고 있는 모습.
민주노동당이 1월 31일로 창당 6주년을 맞았다. 민주노동당은 그간 열악한 환경 하에서도 의회 진출에 성공했고, 10만 진성당원의 시대를 눈앞에 바라보고 있다. 2000년 총선 직전 창당될 당시 1만여 명이었던 당원 숫자와 오랜 원외정당의 서러움을 감안한다면 그야말로 대단한 쾌거가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창당 6주년을 맞이하는 민주노동당은 그런 기쁨과 감격을 나누지 못하고 있다. 현재 당대표가 공석에 있는 상황이 말해주듯이 의회진출 이후 민주노동당은 원외정당 시절보다 더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 민주노동당이 겪은 시련들

여성당원에 대한 폭행사건이 불거지기도 했고, 대의원 대회가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무산되는 지란을 겪었다. 이들은 물론 해묵은 정파싸움이 불러온 결과들이었다.

지난해 9월 사법부의 비상식적 판결에 따라 조승수 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하면서 원외 제4정당으로 위상이 추락했다. 울산북구의 보궐선거에서는 조승수 의원이 ‘제2의 조승수’ 출현을 기대하며 석고대죄로 민주노동당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지만 유권자들의 차가운 시선을 되돌려 받고 의석탈환에 실패하는 쓰라림을 맛보아야 했다.

지난 11월에는 민주노동당 소속 두 명의 구청장들이 모두 구청장 직을 직무정지 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공무원 노조의 불법파업에 가담한 공무원들을 징계하지 않은 혐의에 대해 울산지법이 이상범 울산 북구청장에 대해서는 징역 4월에 집행유예 2년을, 이갑용 동구청장에 대해서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기 때문이다.

이런 악재들이 이어져서 나온 결과인지 2004년 총선 직후 항시 두 자리 수를 기록하던 민주노동당의 지지율이 한 자리 수로 떨어졌다고 한다.

# 민주노동당이 이룬 업적들

민주노동당에 아쉬운 일들만 있었던 것은 물론 아니다. 삼성 X파일 사건이 있은 직후 노회찬 의원은 삼성으로부터 떡값을 검사들의 명단을 공개함으로써 국민들의 폭발적인 지지를 받았다.

민주노동당 의원들의 지속적인 ‘무상의료’ 에 대한 끊임없는 요구가 한 가지 원인이 되어 지난해에는 보건복지부에서 암을 포함한 중증질환 진료비를 경감하는 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국가보안법을 포함한 4대 개혁입법이 한나라당의 반대와 열린우리당의 어정쩡한 태도로 표류하고 있는 동안에도 민주노동당은 시종일관 개혁적인 입장을 견지한 결과 ‘사학법’이 수구진영의 전면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회를 통과하는 쾌거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진성당원제를 도입하여 당의 모든 책임과 권한을 당비를 납부하는 당원들에게 귀속시키고 정경유착의 가능성을 배제한 새로운 정당 시스템을 보여준 것도 민주노동당의 훌륭한 업적이라 할 만하다.

그리고 그간 보수정당이 지역구도 정치에 기대어 생명을 유지하는 동안에 민주노동당은 끊임없이 정책으로 대중들에게 호소하려 했다. 이 역시 우리 여의도 정치사에서 찾아보기 힘든 새로운 시도였다.

# 민주노동당의 비상(飛翔)을 기대하며

민주노동당이 겪고 있는 여러 가지 어려움들은 정파대립처럼 내부문제에 기인하는 것도 있고, 사법부의 부당한 판결처럼 외부에 원인이 있는 것도 있다. 물론 이런 내부대립과 외부의 부당한 간섭과 압력이 빠른 시일 내에 해소될 문제들로 보이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내부의 문제와 외부의 부당한 압력을 동시에 헤쳐 나갈 수 있는 추동력이 민주노동당 안에 있음을 다가오는 선거 기간에 보여줄 수 있는지 여부이다.

한 가지 제안 한다면 난 다가오는 5.31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은 가급적 많은 단체장 후보를 낼 수 있어야 하며 기초 단체장이 사라진 제주도의 경우는 반드시 도지사 후보를 낼 수 있게되길 바란다.

민주노동당은 그간 자당만이 유일한 정책정당이라 주장해 왔지만 공식적인 절차에 의해 입안되지 않은 종이에 씌여있는 구상은 '프로파간다'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그들이 그간 줄기차게 주장했던 일련의 ‘프로파간다’를 생명을 지닌 정책으로 승화시키기 위해서는 당연히 권력을 일부나마 장악해야하는데 이를 위해서 공직선거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가 있어야 한다.

민주노동당이 스스로 창당 기념일을 자축하지 못하는 상황을 무척이나 안타깝게 생각한다. 하지만 현재 민주노동당이 겪고 있는 어려움들이 해방이후 이 땅위에서 ‘주홍글씨’를 가슴에 세기고 ‘왼손잡이’로 살아가는 이들이 겪었던 숱한 외한에 비하면 사소한 것일 수도 있다는 주장에 쉽게 동의하시리라 믿는다.

민주노동당이 내외에 닥친 많은 어려움 가운데서도 진보에 대한 확신과 서민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힘차게 비상(飛翔)하는 모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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