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일홍의 세상 사는 이야기⑤] 장일홍 극작가

진도 해상 세월호 침몰로 온 나라가 들끓다가 이제는 패닉 상태에 빠진 것 같다. 숱한 언론사(신문, 방송)의 취재·보도 경쟁과 인터넷, SNS를 달군 유언비어들이 사태 해결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지금은 집단 이성을 회복하고 차분히 실종자 수색작업을 진행하면서 사고 원인 분석과 재발 방지를 위한 향후 대책 마련에 골몰할 때다. 이번 사고의 원인(遠因)은 압축 성장에 이면에 있는 물질지상주의, 목표-성공 제일주의가 자리하고 있다. 또한 근인(近因)은 대충대충하는 적당주의, 빨리빨리하는 속도주의,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이기주의와 직업윤리의식의 부재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인의 냄비근성은 대형사고가 나면 벌집 쑤신 듯 난리법석을 떨다가 사고 후엔 흐지부지, 유야무야 잊어버리고 또 다시 사고가 반복된다. 이와 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우리의 건망증과 안전불감증에 일대 경종을 울리는 과감하고도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

해법은 있다. 쓰리웨어(3ware) 사고(思考)로 사고(事故)를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

첫째, 하드웨어 사고(思考)다. 매년 1회 ‘안전진단의 날’을 정해서 다중이 이용하는 모든 공공 시설물과 교통수단(차량, 철도, 선박, 항공기)에 대한 안전진단을 의무화한다. 군대의 지휘검열처럼 철저히 점검하고 위반시 가중처벌한다.

둘째, 소프트웨어 사고다. 분기 1회 이상 모든 학교와 직장에서 ‘안전 매뉴얼’ 실행 훈련을 실시한다. 민방위훈련을 재난방지훈련으로 대체하고 재난 관련 법령과 제도를 현실에 맞게 재정비한다.

셋째, 휴먼웨어 사고다. 대부분의 사고가 인재(人災)라는 점에 주목하자. 모든 직장인, 특히 학생들에게 직업·안전·사명·책임의식을 고취하고 진작하는 국민정신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142923_162247_3836.jpg
▲ 장일홍 극작가.
세월호의 사고 원인으로 선박 구조의 무리한 개조, 화물 과다 적재와 엉터리 선적, 매뉴얼 미실행, 선원들의 업무수행 능력 부족과 사명의식 결여 등이 지적되었다. 한 마디로 쓰리 웨어 사고의 부재가 낳은 사고였던 것이다. 게다가 사고 후의 구조·수색작업 과정에서 보여준 정부 당국의 위기관리 능력은 빵점이었다. 위기대응 시스템의 전반적인 수술이 불가피하다.

한 시민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꽃다운 어린 학생들을 차가운 바다 속으로 내몬 어른의 한 사람으로 부끄럽고 미안하다”고 했다.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와 가족들에게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 장일홍 극작가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