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기자단] 버스 요금 200원의 가치/문준영 대학생기자·제주대 언론홍보학과

나는 일주일에 적어도 다섯 번 이상은 버스를 탄다. 이른 아침, 버스에 타자마자 하는 일은 빈자리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 아마도 대부분의 승객들이 나와 비슷할 것이다.

제주시 용문로터리에서 제주대학교까지는 꽤 멀기 때문에 조금이나마 편하려면 이 같은 노력을 매일 반복해야 한다. 전쟁터와 흡사한 버스 안, 자리가 비좁더라도 앉아서 갈 수 있다는 건 어마어마한 일이다.

하지만 앉아서 간다는 만족감도, 네 정거장 정도 지나면 시들해진다. 중앙로를 지나면서 버스는 승객들로 가득 차고 시청을 지나면서 부터는 만원이 된다. 대학 생활 4년차, 아침이면 매일같이 겪는 현상이지만 여전히 적응이 되지 않는다. 

▲ 많은 버스 기사들이 당연하다는 듯 운행중에 통화를 한다. ⓒ제주의소리 문준영 대학생기자
가장 적응이 되지 않는 건 버스기사의 서비스다. 같은 천 원을 내면서도 버스에서 느끼는 만족도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급하게 출발하는 버스 때문에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이 넘어지기도 하고, 벨을 잘못 눌렀다는 이유로 기사가 비속어를 남발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운행 중 휴대전화 통화를 하는 기사도 볼 수 있다. 만족감은 온데간데없고, 안전 불감증만 깊어진다.

반면에 친절한 기사들도 많다. 어떤 버스 기사는 운행 중 마이크를 이용해 다음 정거장이 어디인지 일일이 설명해주고 ‘짐을 빼먹지 말라’는 당부까지 해준다. 승객들을 태울 때면 그의 눈은 신호 앞 초록 불이 아닌 자리에 착석하는 승객들을 향해있다. 귀가 잘 안 들리거나 도착지의 위치를 정확히 모르는 승객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위한 그의 세심한 배려에서 투철한 직업 정신이 드러난다.

같은 버스, 같은 요금이지만 달라도 너무 다르다.

지난달 28일 제주도 물가대책위원회에서 시내버스요금을 오는 8월부터 11.8~20% 인상한다고 밝혔다. 결국 성인은 1000원에서 1200원, 청소년은 850원에서 950원, 어린이는 400원에서 450원으로 요금이 오른다. 제주도는 ‘유류비, 인건비 등 운송원가 상승과 버스업계의 경영 개선을 위해 요금을 인상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요금인상을 가장 많이 체감하는 사람들은 버스의 주 승객인 노인과 학생일 것이다. 하지만 증가한 200원 안에는 승객들의 안전과 만족을 충족시킬 수 있는 어떠한 내용도 들어 있지 않아 아쉽기 만하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종 버스 관련 공약이 나오고 있다. 효율적인 교통시스템 구축도 중요하지만 이용자 중심의 서비스에 대한 깊은 고민이 아쉬운 때이다. 친절한 서비스만 받을 수 있다면, 나는 버스 요금이 1500원이 넘더라도 기꺼이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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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준영 [제주의소리] 대학생 기자
건강한 아이를 하나 낳든, 한 뙈기의 밭을 가꾸든, 사회 환경을 개선하든,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이 땅에 잠시 머물다 감으로써 단 한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미국의 철학자이자 시인인 랄프 왈도 에머슨(Emerson, Ralph Waldo)의 시 ‘무엇이 성공인가’의 한 부분이다. 눈앞에 성공이 주가 되어버린 요즘, 나의 작은 소리가 보이지 않는 곳 누군가에게 도움과 희망이 되길 바란다. /제주대 언론홍보학과 09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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