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소리 정책대담] (2) 신구범 후보 “특별자치도 된게 없다...1국2체제 필요” 

세월호 침몰 사고로 온 국민이 비탄에 잠겨있습니다.  하지만 정치시계는 지금 이 순간에도 쉼없이 돌아가고 있습니다. 6.4지방선거가 코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제주의소리]는 ‘세월호 정국’으로 자칫 정책선거가 실종될지 모른다는 우려를 불식하고 유권자들에게 각 후보의 정책과 비전, 그리고 출마이유를 소상히 알려드리고자 각 당의 도지사후보를 차례로 초청해 대담을 진행합니다. [편집자 주]

‘토종자본에 의한 개발’을 주창해온 새정치민주연합 신구범 후보가 제주투자진흥지구 폐지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른바 ‘먹튀’에 가까운 중국 투기자본이 횡행한다면 차라리 없는 것 보다 못하다는 판단에서다.

제주도는 그러잖아도 국제자유도시라는 선점 효과가 떨어지고 있는 만큼 제주만의 특례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공론화될 경우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신 후보는 세월호 침몰 사고에서 봤듯이 어설픈 사람에게 키를 맡겼다가 참사로 이어졌다며, 말기암 환자에겐 숙련된 의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 후보는 지난 2일 [제주의소리]가 마련한 6.4지방선거 후보 초청 대담(‘2014 제주, 미래 제주를 말한다’)에서 “작년말 기준으로 외자의 98%가 중국자본이다. 중국 자본의 특성은 제주도의 부가가치, 고용 창출에 기여하는게 아니라 시세차익을 노리고 콘도 같은 것을 만들어서 분양하고 가버리는, 먹튀 비슷한 투기자본”이라며 투자진흥지구 폐지 필요성을 제기했다. 

제주특별법 제217조에 규정된 제주투자진흥지구는 총 투자액이 미화 500만불 이상인 내.외국인에게 각종 세금, 부담금을 감면해주고 국.공유재산 임대 등에 편의를 제공하는 인센티브 제도다.

지정대상은 24개 업종이며, 3월말 현재 33곳이 지정됐으나 처분하기 쉬운 호텔.콘도 등 숙박시설 위주여서 지역경제에 큰 보탬이 안된다는 비판이 적지않았다.  

신 후보는 “투자진흥지구라면 중국도, 일본도, 미국도 들어와야 하는데 중국 밖에 없다”면서 “이는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이러한 투기자본이 결국은 중산간 난개발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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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구범 새정치민주연합 제주도지사 후보.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중국 투기자본, 중산간 난개발 초래...2년동안 대규모 개발행위 중단해야”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필요하다면 정부에서 하고 있는 외국인투자제도를 활용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는 “제 얘기는 (제주투자진흥지구가)득 보다 실이 너무 커서 도민들이 중국자본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다, 이것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신 후보는 2년동안 대규모 개발행위를 중단하는 개발안식년제를 제안했다. 잠시 숨을 고르자는 얘기다.

신 후보는 “5.16도로가 만들어지면서 개발의 역사가 시작된지 50년이 흘렀다”면서 “적어도 이 시점에선 한 2년동안 숨고르기를 하면서 과거 50년의 개발 역사를 성찰하고, 제주사회가 어떻게 갔으면 좋은지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무조건 개발하지 말자는 얘기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정상적인 건설이나 건축은 다 할 수 있게 하되, 제주특별법에 의해 개발사업승인을 얻어야 하는 큰 사업들은 유보하자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유보 대상 중에는 이미 시행중인, 인.허가 절차를 기다리는 사업까지 포함된다고 했다. 현실적으로 가능하냐고 묻자 신 후보는 “(개발사업승인 대상의)인.허가는 기본적으로 도지사의 전속 재량”이라고 답변했다.

관련해서 신 후보는 최근 논란이 뜨거운 제주시 노형동 초고층빌딩 드림타워로 화제를 돌린 뒤 “재해위험 등 여러 가지를 얘기하지만 제가 보기엔 카지노 허가만 해주지 않으면 (중국자본이)들어오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면서 “카지노는 더 이상 어떠한 이유로도 (허용)해서는 안된다”고 못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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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구범 새정치민주연합 제주도지사 후보.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카지노 추가 허용 절대 안돼...재정.입법.행정권 없는 특별도는 거짓말”

핵심 공약에 대한 질문에 신 후보는 ‘1국2체제’ 도입을 앞세웠다. 어려운게 아니라, 특별자치도를 좀 더 진화시키면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이같은 공약은 특별자치도가 출범한지 8년이 흘렀지만, 이뤄진게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신 후보는 “3000여가지 정부권한을 이양은 했다고 하나, 들여다보면 자치재정권, 자치입법권, 자치행정권 등 제대로 온게 하나도 없다”며 “이 세 가지 없이 특별자치도가 된다는 건 거짓말”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이밖에 △토종자본, 도민이 주도하는 개발 △선 보전 후 개발에 대한 도민적 합의 △한중FTA에 대비한 1차산업의 신성장동력 육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강정 문제 해결을 위해 얼마전 자신이 제안한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에 대해 언급할 때는 신 후보의 톤이 다소 올라갔다. 그가 말하는 진상조사위에는 해군도, 국무총리실도 참여하나 주체는 도지사가 돼야 한다는 내용이다. 민선 지사가 그걸 못하면 민선 지사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상조사위는 강정 주민들의 자존심을 회복해주고 파괴된 공동체를 복원하려면 진실이 바탕이 돼야 하는데, 그럴러면 진상부터 조사해야 한다는 점이 배경으로 깔렸다. 

신 후보는 그러면서도 “해군기지 공사가 60% 이상 진전됐는데, 이것을 되돌리라는 것은 강정 주민들도 사실은 요구하고 있지 않다”며 “공사 진행은 불가피하다”고 현실을 인정했다.

세월호 참사 정국에 드러내놓고 다니지 못한다고 근황을 소개한 신 후보는 ‘합의추대 논란’에 대해 “이게 무슨 한미 쇠고기 협상이냐”며 “상당한 진통이 있었지만, 밀실야합이라고 할 만한 일은 절대 없었다”고 떳떳함을 강조했다.

그는 “한중FTA나, 중국자본 문제, 하다못해 해군기지도 우리의 자력(自力)으로 치유하지 못하고 있다”며 한마디로 제주사회를 ‘위기’라고 진단했다.

잦은 당적변경, 경선 불복 전력, 갈등 유발의 당사자로서 ‘새정치’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 신 후보는 “당적은 정치적인 목적, 이념에 따라서 옮길 수 있고, 또 (저는)힘 있는 여당이 아니라 매번 야당이나 군소정당을 택했다”며 “새정치를 위해서 싸우고 밟히고 찢기고 패배의 길을 갔던 경험이 소중한 자산이 될 때 정말 새정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1998년 제2회 동시지방선거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당내 경선 불복에 대해선 “후회한다”고 솔직한 심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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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구범 새정치민주연합 제주도지사 후보.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세대교체 여건 미성숙...당락 떠나 원 후보와 선거문화 바꿔봤으면”

또 세대교체는 도민이 원하고, 자신도 받아들이는 자연스런 현상이지만, 아직 조건은 성숙하지 않았다며 본인이 수용할 수 있는 단서를 내걸었다. 정말 제주도를 알고, 제주도에서 역할을 한 분들이 있으면 물러날 용의가 있음을 시사했다. 

한때 새누리당 원희룡 후보를 돕겠다고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신 후보는 작년 8월의 일을 떠올리고는 당시 원 후보가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며 “적어도 제주도지사를 하겠다고 하면 본인이 어디 있든 제주도를 위해서 어떤 일을 할 것인지 생각하고, 또 의사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의지 문제를 중시했다. 그러면서 “(당시)우리가 생각했던 원희룡 전 의원 하고 지금의 원 후보는 다른 인물”이라고 이색 논리를 폈다.

신 후보는 세월호 참사 당시 선장의 역할에 빗대 “선장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것이냐. 이번에 20대 3등 기관사가 키를 잡다 큰 사고가 벌어졌다”며 우회적으로 경륜있는 자신을 부각했다.

그는 아킬레스건인 뇌물공여죄 실형, 선거법 위반 전력에 대해 “잘못된 판결”이라고 주장했고, 과거 농업회사법인 ㈜삼무 대표시절 해상풍력발전 사업권을 민간기업에 넘긴 것에 대해선 “직접 넘긴게 아니라 투옥 중 옮기고 옮기다 보니 다른 사람 손에 넘어가 버렸다”고 해명했다.

고교 무상교육 실현 방안과 관련해선 “(이미)면제받는 학생을 빼면 145억원이면 가능하다”며 1년에 400억원 수익을 내는 삼다수를 재원으로 꼽았다. 

폭로.비방 금지, 정책대결 약속에 대해 신 후보는 “지킬 자신이 없었으면 약속을 하지 않았다”며 “원희룡 전 의원도 선거개혁을 선언했듯이 우리 두 사람이 당락을 떠나서 선거문화를 바꿔봤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얼마전 우근민 지사와의 회동 배경에 대해 그는 지난해 11월 [제주의소리]와 인터뷰에서 ‘선거 전에 손을 내밀겠다’고 한 약속을 지켰다며, 격의없이 덕담을 나눴다고 전했다.     

신 후보는 현재 지지율에서 원희룡 후보 보다 열세임을 솔직하게 인정했다. 그러나 앞으로 승산이 있다고 했다.

그는 “상당한 묘책은 아니지만 정치 소비자인 유권자들에게 정말 (적임자를)고르고 선택할 수 있는 기회만 올바로 제공해 드린다면 충분히 가능한 선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프로필] (자막) 신구범 새정치민주연합 제주도지사 후보
-제주시 조천읍 신촌리 출생(1942년)
-오현고, 육군사관학교 중퇴, 노스캐롤라이나大 경제학과 수료
- 주 이태리대사관 농무관, FAO 한국대표 
- 농림수산부 기획관리실장
- 제29대 제주도지사(관선)
- 제31대 제주도지사(민선)
- 1998년(무소속), 2002년(한나라당) 제주도지사 후보
- 축협 중앙회장
- ㈜삼무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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