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기자단] 세월호 참사, 기다리는 것밖엔 할 수 없어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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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현 대학생 기자. 제주대 사회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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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4월 29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침몰사고' 정부 합동분향소를 방문해 영정과 위패 앞에서 고개숙여 조문하고 있다. <사진 출처=청와대>

세월호 참사가 일어 난지 14일째 되던 지난달 29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로 대국민 사과를 했다. 그동안 정부조직의 허술한 사고예방관리와 사고수습능력 때문에 엄청난 인명피해가 초래됐다는 것이 밝혀졌음에도 모든 책임을 공직사회에 떠밀었던 박근혜 대통령이 태도를 바꾼 것이다. 더 이상 고집을 부릴 수 없을 만큼 정부의 무능함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거세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번 세월호 사태에서 안정행정부와 해경은 국민의 안전을 책임진다는 그럴듯한 명분 뒤에 가려진 무능함을 여과 없이 보여줬다. 지난 1일 중부일보는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청해진해운측이 무리한 선박 증축과 과적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집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명목아래 수억 원의 예산을 들여 개편된 안전행정부는 무리한 개조와 증축, 화물의 과잉적재 등 사고발생의 여지가 다분한 선박이 아무 제재 없이 물에 띄어지는 동안 무엇을 했는가?

또한 해경은 해양사고 발생 시 신속하고 효과적인 구조 활동을 전개해야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지난 3일 NEWS1에 따르면 사고 당일 해경 특공대는 타고 갈 헬기가 없어 ‘지각출동’ 했다. 그것도 모자라 해경은 선실 안에서 미처 빠져 나오지 못한 승객들과 함께 빠른 속도로 침몰하는 배를 보면서도 감히 선실 안에 들어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4월 29일 중앙일보 보도 인용). 결국 배가 완전히 침몰할 때까지 그들이 선실 안에서 구출해낸 승객은 선실 안에 남아있던 280명 이상의 승객 중 단 7명이었다. 이러한 사실에서 정부조직의 무능함이 여실히 드러났고 그 무능함이 충분히 구해낼 수 있었던 수많은 생명을 사지로 몰아넣었음은 명백해진 셈이다.

이 모든 정부조직의 총 책임자가 누구인가? 바로 대통령 자신이다. 자신이 직접 선박의 안전성여부를 검사한 것이 아니라고 해서, 사건 현장에서 절망스러운 사고수습과정에 직접 가담한 것이 아니라고 해서 자신이 책임질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대통령이라는 직책의 책임을 알고는 있는 것인지 참으로 궁금하다. 이번 참사는 분명 안일한 사고예방행태와 무능하고 허술하기 그지없었던 구조과정이 주요 원인이다. 자신이 통솔하는 조직의 무능함이 초래한 대형 사태에 대해 사과하는 것은 수장의 당연한 임무 아닌가.

하지만 박 대통령은 사고 후 열나흘동안이나 묵묵부답이었고 오랜 침묵 끝에 한 사과조차, 국민 앞에 서지 않고 국무회의 발언을 빌린 간접적인 형태였다. 희생자 유가족들은 이에 대해 “사과가 아니다”라고 밝혔고 여론에 떠밀려 마지못해 하는 사과라는 느낌만 더 짙어졌다.

지난달 30일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이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에 대해 “사과가 아니다”라고 밝힌 유족들에 대해 “유감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국민들의 소리에 귀 기울이기보다 자기 고집이 우선인 대통령과, 사과를 받아주지 않았다고 절망 속에서 간신히 버티고 있는 유족들에게 툴툴대는 대변인이라니….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서 그 측근들은 국민과 소통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무능한데다 무책임하고 국민들의 아픔에 무감각하기까지 한 정부라니. 이런 정부를 질책하고, 그 질책이 작은 변화라도 일으키길 기다리는 것 밖에는 할 수 없는 대한민국 국민이어서 희생자와 실종자, 그리고 유족 분들께 그저 죄송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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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지현 [제주의소리] 대학생 기자.
‘기자’라는 꿈을 갖게 되고 그 꿈을 향해 더디지만 한걸음씩 내딛고 있는것 같아서 기쁘다. 지금은 ‘대학생 기자단’ 이지만 지금부터, 훗날 ‘정식 기자’가 된 이후로도 기자라는 직업의 열정과 본분을 잊지 않도록 끊임없이 나를 뒤돌아 보려고 한다. 임지현 대학생 기자. 제주대 사회학과 12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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