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훈의 제주담론] (27) “배에 탄 친구들은 왜 살아오지 못했나요?”④

예의 없는 군상들의 ‘망언 퍼레이드’

망언은 보통 일본의 극우보수들이나 군국주의의 망령에 아직도 몽매한 이들의 전매특허인 줄 알았으나, 이번 사고를 통해 생산된 망언의 수준과 반인격적이고 도착적인 행태를 보자니, 이제 우리나라도 법과 제도차원에서 망언관리를 제대로 해야 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일본정치인들의 망언이야 주로 한국이나 중국 등과 관련된 역사적 사실왜곡에 관한 망언이라지만, 이 나라의 보수들과 정치인 및 관료들의 망언은 자국민을 상대로, 그것도 자식 잃은 절망에 빠진 부모들을 향한 망언이란 측면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이며, 병적인 수준에 이르렀다. 이들의 망언은 거의 반사회적인 흉기이기도 하다.

최근 박근혜 정부는 선거를 앞두고 어떻게든 이 사고가 정부의 실책을 평가하는 쪽으로 불이 붙지 않도록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는데, 이 망언제조기들은 마치 두더지 놀이를 하는 것처럼 여기저기서 튀어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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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가족들의 가슴에 말뚝을 박은 막말의 주인공들. 왼쪽부터 권은희 새누리당 의원, 막말논객 변희재, 한기호 새누리당 최고의원, 서승만 피플뉴스 기자, 보수논객 지만원.

4월 18일, 국회의원 정몽준 의원의 아들 정예선 군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슷한 사건 일어나도 이성적으로 대응하는 다른 국가 사례랑 달리 우리나라 국민들은 대통령이 가서 최대한 수색 노력하겠다는데도 소리 지르고 욕하고 국무총리한테 물 세례 하잖아.”라는 글을 남겼다. 이어 “국민 정서 자체가 굉장히 미개한데 대통령만 신적인 존재가 되서 국민의 모든 니즈를 충족시키길 기대하는 게 말도 안 되는 거지. 국민이 모여서 국가가 되는 건데 국민이 미개하니까 국가도 미개한 것 아니겠냐.”라고 세월호 유가족들을 비하하는 글을 올렸다. 이는 온라인으로 확산되면서 국민들의 공분을 불렀다.

21일 정몽준 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 막내아들의 철없는 행동에 아버지로서 죄송하기 그지없다.”라며 “저희 아이도 반성하고 근신하고 있지만, 이 모든 것이 아이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저의 불찰이다.”라고 사과의 뜻을 표할 수밖에 없었다.

서승만 피플뉴스 편집장의 망언은 더 심하다. 이게 어디 제정신인가 싶다. 그는 4월 19일 페이스북에서, 실종자 학생 어머니의 인터뷰로 소개된 기사에 대해 가짜 학부모의 인터뷰라면서 “민주주의? 인권? 웃기는 소리다. 대통령은 곧 국가다. 수천만 명을 죽여서라도 이런 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라고 폭언을 퍼부었다.

국가에 대해 의혹을 품으면 좌파로 취급하고 ‘하늘이 내려주신 박근혜 대통령님’을 모욕하는 것으로 “그 자리에서 총으로 쏴 죽여야 한다.”라며, 실종자 가족의 인터뷰동영상을 빗대어 “빨갱이가 선동한다, 잘 죽었다.”라며 다수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는 만행을 저질렀다. 이 정도면 거의 반사회 사범이나 마찬가지다.

4월 20일, 이번엔 집권 여당의 최고위원인 한기호 의원이 망언을 늘어놓았다. 한 최고위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드디어 북한에서 선동의 입을 열었다”, “이제부터는 북괴의 지령에 놀아나는 좌파 단체와 좌파 사이비 테러리스트들이 정부 전복 작전을 전개할 것이다.”라고 썼다. 세월호 참사에 대처하는 이 정부의 무능에 분노하는 여론을 “북괴의 지령에 놀아나는” 것이라 본 셈이다.

북한은 18일자 보도인 남한의 방송내용을 인용해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는 실종자 가족들이 품었을 슬픔과 분노가 얼마나 깊은지 정부 당국은 깊이 새겨야 할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그는 이 보도를 보고 북한의 지령에 의해 종북 사이버 단체들이 테러를 할 것이라면서 실종자 가족들과 정부의 세월호 침몰 대처에 대해 의혹과 불만을 갖는 모든 사람들을 종북 좌파로 몰아 네티즌들의 비난과 국민들의 분노를 샀다.

같은 날, 권은희 새누리당 의원(대구 북갑)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실종자 학부모가 마이크를 잡고 울부짖는 동영상과 밀양 송전탑 반대 기자회견 사진을 싣고, “세월호 실종자 가족 행세를 하며 정부를 욕하며 공무원들 뺨 때리고 악을 쓰고 욕을 하며 선동하던 이들”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어 “학부모 요청으로 실종자 명찰 이름표를 착용하기로 하자 잠적해버린 이들. 누구일까요? 뭘 노리고 이딴 짓을 하는 걸까요? 현장에 혼란과 불신, 극한 대립을 일으키는 전문선동꾼은 누굴 위해 존재하는 사람들인지?”라고 썼다. 

또, 이 동영상과 사진에 대해 “유가족인 척하면서 선동하는 여자의 동영상입니다. 그런데 위의 동영상의 여자가 밀양송전탑 반대 시위에도 똑같이 있네요.”라며 두 사진의 여성이 동일인물인 것처럼 적었다. 권 의원은 이어 “온 나라가 슬픔에 빠져있는 이 와중에도 이를 이용하는 저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온라인에 도는 터무니없는 비방과 악의적인 루머도 잘 판단해야겠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권 의원의 글과 사진이 SNS를 통해 퍼지면서 그 사진의 당사자는 심한 충격을 받고, 권 의원을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21일 대구 성서경찰서에 냈다. 권 의원은 22일 새벽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라는 취지의 글을 올리고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 자체를 삭제했다.(프레시안) 하지만 온 나라가 슬픔에 빠져 있는 와중에도 터무니없는 비방과 악의적인 루머를 생산하고 퍼뜨린 자는 결국 권 의원 자신이었다.

채널A에서도 영구출연정지 당한 막말 변희재는 21일 실종자 가족 인터뷰 영상 생방송 중 JTBC 손석희, 정관용 씨가 눈물을 보인 것에 대해서 자신의 트위터에 ‘낡은 수법’이라 비하하고, “나잇살 먹은 표절 석희, 표절 관용 등등이 방송에서 울고불고 하는 건 역겨운 작태죠.”라 했다. 측은지심은 가장 인간적인 면모의 하나다. 남의 슬픔에 공감하는 것을 역겨운 작태라고 몰아붙이는 이 양반은 인간성 자체가 상당히 망가졌다.

4월 22일, 정규재 한국경제 논설위원실장은 <슬픔과 분노를 누그러뜨릴 때>라는 제하의 칼럼에서 “비록 위로를 받아야 하는 처지라고 해서 아무렇게나 행동할 권한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이해는 가지만 청와대로 행진한다고 무슨 문제가 풀릴 것인가.”라며 실종자 가족을 가리켜 “분노 조절이 불가능하거나 슬픔을 내면화하여 누그러뜨리지 못하는 감정 조절 장애에 함몰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진정 우리 사회가 이런 수준인지…. 격앙된 감정을 조절하는 것, 위기에 처할수록 냉정하게 대처하는 그런 치밀하고 성숙한 태도는 불가능한 것인지….”라고 해 공분을 샀다.

죽음과 직면한 유가족들에게 성숙한 태도 운운하는 제 딴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친위대라도 되는 듯, 자못 성숙하고 품위 있는 듯 발언하는 이 자는 정부의 사고대처가 한심스러움을 넘어 범죄에 가까울 정도의 무능함을 보이는 것에 분노한 유족들의 최소한의 행보를 감정 조절 장애 운운 하고 있으니, 정작 문제는 이들과 공감하지 못하는 공감불감증 환자에 가까운 추태를 보이는 것이다.

4월 23일, 이번에는 자칭 보수논객이라는 지만원(72)이 세월호 참사를 ‘시체장사’에 비유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지씨는 “무능한 박근혜 퇴진과 아울러 국가를 전복하기 위한 봉기가 바로 북한의 코앞에서 벌어질 모양”이라며 “시체장사에 한두 번 당해봤는가? 세월호 참사는 이를 위한 거대한 불쏘시개”라고도 썼다. 그는 “이판사판의 팽팽한 긴장 상태에서 도박으로 살길을 뚫어야 하는 것이 김정은의 토정비결이다. 세월호 참사는 이런 도박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며 “제2의 5·18 폭동, 이것이 반드시 일어날 것이라는 확신 하에 대통령은 단단히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과는 관련 없는 여객선 침몰사고마저 폭동, 국가전복, 북한의 책동으로 연결시켜야만 세상사가 이해되는, 참 구제불능에 가까운 사고방식이다. 별똥별이 떨어져도 북한 때문이며, 암이라도 걸리면 북한의 책동이라고 몰아붙일 듯하다. 아이들이 생사를 넘나드는 상황에서 ‘시체장사’ 운운하는 종북 망언은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자격 자체가 의심스럽다.

그동안 보수정치인, 보수논객 어쩌고 하는 인사들의 이 엄중한 시기에 반사회적이고 비인간적인 막말들을 해대는 것은, 이미 우리사회가 그만큼 병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들은 보수를 넘어 극우보수의 파시즘적 경향을 대표한다. 문제는 집권당의 최고위원이나 의원까지 이런 표현을 거리낌 없이 해댄다는 것이다. 그들의 망언 후 사과란 것도, 마음에서 우러난 것이라고 믿을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저 자신의 입지가 불리해지니까 급한 불 끈다는 정도일 뿐 이들의 일말의 진정성을 가지고 있다고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가족들의 가슴에 대못질한 관료들의 뻘짓

그런데 이번에는 망언시리즈와는 달리 관료들과 정치인들이 소위 ‘뻘짓’을 해서 유가족들과 국민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일이 생긴다. 분노를 넘어서 인간적인 비애마저 느끼게 하는 불감증의 그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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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뻘짓의 명수들. 정홍원 국무총리, 김문수 경기도지사, 서남수 교육부 장관,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

4월 17일, 목포해경 홍보실에서 해양경찰청 안모 과장은 “80명 구했으면 대단한 것, 해경이 못한 게 뭐가 있느냐.”라고 취재진들에게 큰소리로 쏘아붙였다. 이번 사고로 해경의 내부가 다 탄로 난 듯, 그동안 불철주야 중국불법조업 막느라 어린 병사들이 고생한 것을 한꺼번에 날려버린 후안무치한 과장님이다. 그는 이 발언으로 직위해제 당했다.

지난 20일, 이주영 해양수산부장관과 진도 팽목항을 방문한 송영철 안행부 국장은 전남 진도 팽목항 상황본부에서 회의를 마치고, 이주영 장관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동석했던 공무원들과 사망자 명단 앞에 섰다. 그는 실종자 가족에게 “기념촬영을 해야 하니 잠시 비켜달라.”라고 요구했으며, 이에 화난 실종자 가족들은 강력하게 사과를 요구했다.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심각해진 상황을 파악한 송 국장은 그 자리에서 사죄했다. 안행부는 송 국장에 대해 즉시 직위를 박탈하고 대기발령 조치를 취했다. 그리고 지난 23일, 송 국장의 사표는 즉각 수리되었다. 사표를 즉각 수리할 것이 아니라 징계위원회에 회부해야 맞는 일이지만, 그 와중에도 제 식구 챙겨준 것이다.

정부서열 넘버2인 정홍원 국무총리도 이번 사고를 통해 무능과 무치의 극치를 보여줬다. 정 총리는 세월호 침몰사고의 지휘를 위해 진도로 내려갔으나, 정작 한 일은 “죄송합니다.”의 연발이었고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으며, 실종자 가족들의 슬픔은 안중에도 없는 듯했다. 또한 최고급 한옥펜션에서 숙박하면서 빈축을 샀다. 체육관 바닥에서 밤잠을 설치는 실종자 가족들을 생각했다면 좀 더 신중하게 행동했어야 하지 않을까.

한편 사고 닷새째인 20일, 실종자 가족들은 정부의 대처를 믿지 못해 청와대로 항의 방문을 시도했다. 실종자 가족 100여 명은 이날 오전 진도실내체육관 앞에서 행렬을 지어 출발, 전남 진도대교 앞까지 진출했다. 하지만 경찰은 6개 중대 규모의 병력으로 실종자 가족의 진도대교 진입을 저지했다. 정 총리가 이 현장에 나타나 가족을 만류하려 했지만 가족들의 거센 항의로 인해 결국 3시간 동안 차 속에 눈을 감고 앉아 있다. 빠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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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경향신문>

또한 정총리는 침몰사고 발생 8일째였던 4월 23일 오전에 “세월호 침몰사고 유가족들에게 장례비를 무제한 지원할 수 없다”는 지시를 관계부처에 내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사실은 5월 2일 도종환 의원실에서 교육부의 문건을 공개하면서 드러났는데, 23일 오전은 밤사이 수습된 시신 21구가 팽목항에 도착한 상황이었다. 또 사망자가 실종자보다 많아진 날로 실종자 가족들의 분노가 극에 달해 있던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총리라는 양반이 어떻게든 조속하게 실종자를 찾고 국가가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고 해도 시원찮을 상황에서 장례비를 놓고 주판알을 튕긴 것이다. 참 할 말 없게 만드는 총리다.

다른 곳에서도 코미디가 벌어졌으니, 그 주인공은 바로 김문수 경기도지사였다. 사고 발생 이틀 후인 18일, 비탄에 빠진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체육관을 찾았는데, 세월호 침몰 사고 실종자 가족은 “경기도지사님께서 지금 하시는 말씀을 현장에 전달하거나 뭐 책임질 수 있는 발언을 하시는 겁니까?”라고 항의했다. 그러자 김 지사는 “저는 경기도지사지만 경기도 안에서는 좀 영향력이 있는데 여기는 지금 경기도가 아닙니다.”라는 발언을 해, “그렇다면 경기도지사가 여기는 왜 왔는가.”라고 현장의 가족들과 이를 숨죽여 지켜보는 국민들을 갸우뚱하게 만들고야 말았다.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행보를 벌인 탓이다.

또한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16일부터 3편의 자작시를 올렸는데, 이 글을 본 네티즌들로부터 또 한번 사고 당사자나 가족들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부적절한 처사라는 지적을 받았다. 정말 눈치코치 없는 양반이다. 우주가 자기중심으로 돌아가는 전형적이고 철저한 에고이스트다.

퍼레이드는 쭈욱 이어진다. 이번 사고수습의 가장 중요한 부처 중의 하나인 안전행정부 강병규 장관은 세월호 침몰 중앙대책본부가 가동된 지 30분이 더 넘은 시간인 오전 10시 30분에 진행된 경찰 간부 후보 졸업식에 ‘파이팅’을 외치며 사진을 찍었다. 또한 강 장관은 행사 참석을 위해 아산으로 내려가던 KTX 열차에 탑승하고 있었던 시간인 오전 9시 25분에 첫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 보고를 받은 이후에도 예정된 행사에 참석해 논란하면서 여론의 질타를 당했다. 본인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인 안행부장관임을 망각한 것이다.

적어도 국가의 안전을 맡은 부처의 장이라면 보고를 받는 즉시 현장으로 달려가야 당연한데, 이 양반은 뻘짓 다하다 내려 간 것이다. 그러나 이 양반의 뻘짓은 계속된다. 헬기를 타고 도착한 진도 현장 상황실에서 야식으로 치킨을 시켜먹은 것이 화근이었다. 이 사실은 중앙일보 정종문기자가 4월 23일 <중앙일보> ‘취재수첩’기사에서 “(16일 밤) 상황실 문을 연 순간, 치킨 냄새가 풍겨 왔다. 강병규 안전행정부 장관 등 중대본 고위 관계자들이 야식을 먹고 있었다. 실종자 숫자조차 제대로 파악 못한 마당에 치킨이 넘어갈까. 나는 치킨을 권하는 손길을 뿌리친 채 그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는 글이 나가면서 뒤늦게 알려져 공분을 샀다.

실종자 파악도 못한 마당에 치킨이 넘어가는 염치없는 장관이 된 것이다. 네티즌들은 “세월호 침몰하자 경찰졸업식 기념사진 찍고 저녁에는 치킨에 야식 먹는 싸가지 없는 장관”, “소시오패스(반사회적 인격 장애자)가 아니고서야 그날 치킨이 넘어갈까. 왜? 맥주도 시켜먹지. 회도 무쳐 먹고”, “놀러갔나 보다. 축제의 밤 아니고 치킨을 시켜먹다니, 이런 작자가 장관이라는 현실이 슬프다”는 등 여론의 돌팔매를 맞았다. 맞아도 싼 짓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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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부한 예비역 대위가 범정부대책본부 브리핑장에서 단상에 올라 발언하고 있다. <출처=YTN 화면 캡처>

더욱 경악스러운 일은 지난 16일 그 급박했던 시각. 구조작업에 나서려는 민간 잠수부를 안행부장관이 “민간잠수부를 만나 격려하겠다”는 이유로 출항을 지연시켰다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이 내용은 민간 잠수부인 윤부한씨(58·예비역 대위, 목포 특전예비군 중대장)로 28일 오전 생중계 중인 범정부 사고대책본부의 브리핑 도중, 단상 위로 윤 씨가 뛰어 올라 발언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윤씨는 고명석 범대본대변인이 “민간잠수사들은 전혀 도움이 안됐다. 10분도 안돼서 물속에서 나왔다. 사진만 찍고 갔다”라는 발표에 발끈해 “민간 잠수부들이 사진만 찍고 돌아갔다고 하셨는데 (그 발언을) 책임지실 수 있느냐”며 “사고 당일 오후 12시30분 민간 잠수부 중 제가 최초로 팽목항에서 출항을 했는데, 당시 해수부장관(발언 이후 ‘미디어 오늘’ 과의 확인과정에서 시간은 2시로 해수부장관을 안행부장관으로 정정함)이 ‘격려하겠다’며 출항을 막았다”고 말했다. 이어 “침몰선에서는 학생들이 살기위해 발버둥 치는데 장관이 구조 작업을 늦추는 게 말이 되느냐”며 성토했다.

30일 안행부 관계자는 이 발언에 대해 “16일 강 장관은 팽목항에 14시2분쯤 도착해, 현장에 있던 사람들에게 ‘빨리 출동해라 현장이 중요하다’고 말하며 격려했지만 멈춰 세우고 악수를 건넨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1분 1초가 급한 상황에서 그 30초 내외의 악수를 하기 위해 구조작업에 나서려는 배를 멈춰 세운 것에 대해서는 별다른 해명을 하지 않았다.(매일일보)

또한 ‘미디어오늘’은 “당시 현장에 있었던 복수의 관계자를 통해 강병규 장관이 윤 씨를 비롯한 민간 구조대원들을 만났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차후에 진실공방으로 가려지겠지만, 정말 주무장관이 그 다급한 시각에 잠수부들의 출항을 막았다면, 이것은 작은 문제가 아닌 것이다. 위난에 당하여 일분일초가 아쉬운 상황에서 장관이 기껏 악수하기 위해, 출동을 지연시킨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공분을 자아낸 장관들의 행태 중 최고의 압권은 소위 ‘황제라면 사건’이었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세월호 침몰 당일인 지난 16일, 구조학생과 실종자 가족을 위로하기 위해 진도실내체육관을 찾았다. 그런데 이날 서남수 장관이 의전용 의자에 앉아 탁자 위의 라면을 먹고 있는 모습이 공개되고 말았다.

특히 이 모습은 피해 학생과 가족이 바닥에 앉아있는 상황과 비교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유명호텔의 뷔페음식이나 궁중요리특식을 먹은 것도 아니고 인스턴트라면 하나 먹은 걸로 너무하는 것 아니냐고 본인은 억울해할지도 모르겠지만, 세상사는 그렇지 않다. 교육부장관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고의 최대 희생자들은 앳된 학생들이다. 그리고 그런 중등학교의 관리직 수장이 교육부 장관이다.

그 시각, 침몰된 배 속에 남았을 아이들을 생각한다면, 교육부장관으로서 굶어도 시원찮을 일이거늘, 의전용 의자에 앉아 라면을 드셨으니, 어느 누군들 화가 치밀지 않겠는가? 그것도 하필 침몰 현장에서 구조된 승객들이 의료진의 진료와 치료를 받을 때 사용하는 의약품과 청진기 등이 놓여 있었던 테이블을 치우고 먹은 것이다. 오마이뉴스에 공개된 사진에는 의사와 군 의료진이 서 장관이 테이블에 앉기 전 해당 테이블에서 진료 대기 중인 모습도 있었다.

또한 18일에는 희생자 학생 장례식장을 찾은 자리에서, 장관님만 잘 챙기는 수행원 덕에 봉변을 당한다. 한 수행원이 유족에게 “교육부 장관님 오십니다.”라고 귓속말을 했는데, 이 말을 들은 유족들은 “어쩌란 거냐. 장관 왔다고 유족들에게 뭘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라며 항의를 받기도 했다. 이래저래 못 보일 모습만 보인 것이다. 서 장관은 2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서 “보여드리지 말았어야 할 모습을 보여 민망하고 부끄럽다.”라며 “더욱 처신에 신중을 기하도록 하겠다.”라고 사과했다. 이미 뻘짓은 다한 후였고 비난은 비난대로 받고 난 후의 일이다.

그런데 이 일은 또 다른 빈축의 빌미가 된다. 청와대가 비호하고 나선 것이다. 그런데 그 비호의 모양새도 코미디다. 한겨레 기사를 통해 보면,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21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들에게 “(서 장관이) 라면에 계란을 넣어서 먹은 것도 아니고 끓여서 먹은 것도 아니다. 쭈그려 앉아서 먹은 건데 팔걸이의자 때문에, 또 그게 사진 찍히고 국민 정서상 문제가 돼서 그런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발언이 알려지면서 SNS에서는 “청와대가 사태의 본질을 모르고 있다.”라는 비판이 봇물을 이뤘다. 고종석 작가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라면에 계란 안 풀었다는 말이 오프 더 레코드! 이건 언론학개론에 사례로 소개돼야 할 희대의 병크짓이다. 그 엠바고 지켜주는 기자님들도 병크고!”라고 꼬집었다. 라면에 계란을 넣고 안 넣고의 차이로 황제라면이냐 아니냐를 가리는 수준의 대변인의 답변이었으니, 이건 도대체가 입심과 글발 센 고종석 작가가 삐딱한 멘션을 안 날릴 수가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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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촛불추모제의 사진.

이상은 방송과 언론 등 뉴스서비스를 통해 접할 수 있는, 소위 온 국민이 슬픔에 빠진 와중에 보여준 대한민국의 소위 보수논객, 보수정치인, 관료들의 뻘짓 퍼레이드다. 국가적 재난사태에 처하여 이들이 보여주는 후안무치의 극치는 나라 안 사람들에겐 가슴에 대못을, 나라 밖 사람들에는 국가적 망신살을 보여주었다.

대한민국의 보수를 자처하는 이들과 보수정권의 수장급들이 보여주는 행태가 어쩌면 이리도 부박한지 참담한 일이다. 적어도 자국민의 황망한 죽음과 슬픔 앞에 인간의 예의조차 망각한 이 비정상들을 어찌할 것인가? 박근혜 대통령은 비정상의 정상화를 외치고 있는데, 이들을 어찌할지 두고 볼 일이다.

이글에서 ‘일베’까지는 다루고 싶지 않다. 그들을 이 사회의 정상적인 구성원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 소개한 이 양반들도 인간으로서 가장 예의를 차려야 할, 즉 인간의 존엄이란 최소한의 개념을 알고 있는 정상적인 어른들이라면, 하지 말아야 할 뻘짓퍼레이드를 벌인 이들도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이리 장황하게 누구나 인터넷만 열면 접할 수 있는 내용을 수고롭게 정리한 것은 한국사회 지배세력의 후안무치함을, 그들의 비인간성과 반사회성을 재삼 곱씹자는 의미에서다. 우리는 그들이 무슨 일을 했는지 너무 쉽게 잊기 때문이다. 

‘소시오패스(Sociopath)’라는 말이 있다. 반(反)사회적 인격 장애자를 말하는 의학용어다. 사회를 뜻하는 ‘소시오(socio)’와 병리 상태를 의미하는 ‘패시(pathy)’의 합성어로, 반(反)사회적 인격장애의 일종이다. 반사회적인 흉악범죄를 저지르고도 자신의 행동에 대한 죄책감이 없고 타인에 대한 동정심이 없으며, 잘못된 행동이란 것을 알면서도 반사회적인 행위를 한다는 점에서 잘못된 행동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는 ‘사이코패스’와 구분된다.(시사상식사전, 박문각)

이번 사고와 관련하여, 서슴없이 망언을 뱉은 작자들, 유가족과 국민들의 시선은 아랑곳없이 뻘짓을 반복한 고위관료들은, 어쩌면 이 부류가 아닌가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아니라면 어떻게 유가족과 온 국민이 슬픔에 빠진 상황에서 공개적으로 그런 망언과 행동을 서슴없이 할 수가 있었을까?

이 뻘짓 퍼레이드에서 빠지면 억울한 그룹이 있어서 언급하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그 막강한 매체의 영향력으로 인해, 조금만 오보를 내도 치명적인 과오가 되는 언론과 방송사들의 뻘짓에 대한 이야기다.

오보와 딴짓으로 일관한 한국의 주류 언론과 방송들

이번 침몰사고를 통해 널리 알려진 신조어가 여럿 있지만, ‘기레기’라는 말은 그중에서도 이번 사고를 보도하는 언로과 방송에 낙인찍힌 주홍글씨와도 같다. ‘기레기’는 ‘기자+쓰레기’의 조합어로 정부가 불러준 보도자료를 그대로 받아쓰는 보도행태를 비꼬는 말로, 이번 사고보도의 행태와 오보의 생산에 신물이 난 국민들이 붙인 닉네임이다.

한국기자협회보의 R5월 1일자 <팽목항에서 시민 “KBS 언론 소명 다하라” 손편지>라는 기사에서 KBS의 방송행태를 보다 못한 한 아이의 엄마가 KBS기자들에게 보낸 편지의 내용이 눈에 밟힌다. 이 편지는 이날 KBS 사내통신망에 올라왔다.

“저는 중3된 딸이 있습니다. 세월호 침몰 후 딸아이가 제게 물었습니다. / ‘엄마, 기레기가 무슨 뜻인 줄 알아?’ / ‘몰라’ / ‘기자+쓰레기야. 난 이다음에 기자는 절대 안 될 거야’”<2014년 4월 29일 팽목항에서 ‘엄마의 노란손수건’ >

최초의 오보는 경기도교육청에서 메시지로 발송한 ‘전원구조’에 대한 오보로 ‘거대한 언론 재난의 시작(홍성일)’이었다. 사실 확인은 하지 않은 채 속보경쟁에 빠진 언론의 보도행태가 시작되었던 것이다. 두 번째 오보는 ‘세월호 선체에 진입해 구조작업을 벌인다’는 내용의 18일 오전 정부 발표보도였는데, 이 역시 오보로 드러났다.

앞서 이날 오전 11시 20분쯤 안행부에 설치된 중대본은 “이날 오전 10시 5분쯤 특수구조인력 4명이 선체에 진입해 식당칸까지 이동했다”며 “구조인력들이 선체에 공기 주입하고 생존자가 있는지 확인 중”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중대본은 이날 오후 5시 10분쯤 이 같은 발표가 오보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주류 언론과 방송사들은 이 같은 내용을 이미 퍼 나른 후였다.

오보 중 오보는 연합뉴스가 터뜨렸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오보가 아니었다. ‘물살 거세지기 전에…’, ‘사상 최대 규모 수색 총력’이라는 제목으로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9일째인 24일 민·관·군 합동구조팀은 바다 위와 수중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수색 작업을 벌였다. 물살이 평소보다 크게 약한 소조기가 이날로 끝남에 해군과 해군구조대, 소방 잠수요원, 민간 잠수사, 문화재청 해저발굴단 등 구조대원 726명이 동원됐고 함정 261척, 항공기 35대 등의 장비가 집중 투입됐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당일 현장을 지휘했던 해경청장이 그날 현장에 투입한 잠수사는 고작 13명이었다는 것을 확인함으로써 오보를 넘어선 터무니없는 과대포장으로 이루어진 허위보도였음이 드러났다. 이는 또한 전 국민이 보는 방송을 통해 생중계되었다. 발 빠른 구조를 애타게 기다리던 실종자 가족들과 온 국민의 가슴에 망치질을 해댄 셈이다. 이 기사로 인해 연합뉴스는 고발뉴스의 이상호 기자로부터 “연합뉴스 기자 개XX야. 너 내 후배였으면 죽었어”라는 욕설을 공개적으로 듣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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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관방송사인 KBS의 세월호 침몰사고 특집뉴스 화면. 연합뉴스 화면과 마찬가지로 사상 최대의 구조작전을 방불케 한다. <출처=KBS 화면 캡처>

가장 한심했던 건 재난주관방송사인 KBS와 공영방송인 MBC의 보도행태였다. 사고 첫날인 4월 16일, 구조당국이 실제 수중 수색 작업에 투입한 잠수사는 실제 16명에 불과했고, 잠수사의 선내 진입은 시도조차 하지 못한 상황이다. 그러나 사고 당일 TV는 육해공이 총동원된 입체적인 구조작전이 이루어지는 양 해경의 제공한 화면을 반복해서 내보냈다.

일반 시청자들은 이런 현실을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희생자 가족들은 사고 초기 구조 활동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현장 기자들에게 알렸지만, 당일 주요 방송사들은 정부의 발표만 그대로 전달하며, 마치 정부당국이 구조에 최선을 다하는 것처럼 보도했다. 이건 오보가 아니라 숫제 영화를 찍은 것이다. 가장 정확한 보도를 해야 하는 공영방송들이 ‘기레기방송’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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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KBS 화면 캡처>

KBS는 4월 18일 오후 4시 경 <뉴스 특보> 도중에 ‘뉴스특보’ 자막을 내보냈다. ‘구조당국 (세월호) 선내에 엉켜 있는 시신 다수 확인“이라는 내용이었다. 1분 20초의 이 속보는 앵커가 세 번씩이나 반복하면서 보도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이 보도는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특히 유가족들에게는 엄청난 뉴스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 보도는 얼마 지나지 않아 근거없는 오보로 드러났다. 파장은 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위 재난주관방송사라는 공영방송인 KBS는 오보 5일 뒤에야 논란을 빚은 방송 부분에 대해 당일 방송과 <미디어 인사이드>에서 바로잡고, 4월 23일 오후 5시 특보에서 앵커 멘트로 ‘유감’을 표명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라고 해명했다.

4월 28일 열린 방통위가 개최한 방송소위에서도 KBS <뉴스특보>(4월 18일 방송) 제작진은 표현상의 잘못만 인정할 뿐 오보는 아니라고 버텼다. 결국 방송소위는 법정제재인 ’경고‘(벌점 2점)를 의결했다. 이날 방심소위에 출석한 KBS 보도국 정인철 부장은 “우리(KBS) 입장에서 볼 땐 오보보다 표현상의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큰 사고를 당한 실종자들의 가족과 국민감정을 감안할 때 ‘시신이 엉켜있다’는 정제되지 않은 표현은 부적절했다”고 말했다.

정 부장은 그러나 “오보라고 보긴 어렵다”고 주장하며 되려 “해당 멘트가 있고 다음날부터 그간 수습되지 않았던 시신들이 하루에도 30~50여구씩 수습됐다”고 황당한 이유를 밝혔다. KBS는 끝내 ‘오보’라고 인정하지도 않고, 이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지도 않았다. 굳이 KBS시청료를 단 한 푼도 인상할 이유가 없음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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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MBC 화면 캡처>

공영방송인 MBC 역시 아이들의 목숨이 촌각을 다투던 세월호 침몰 당일, MBC <특집 이브닝뉴스>는 침몰한 세월호에 타고 있던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사망 보험금 등을 계산하는 보도를 배치해 방송을 내보냈는데, 방송에서 리포터는 수학여행길에 올랐던 학생들이 단체 여행자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확인된다며, 여행 중에 발생한 사고에 대해 상해사망보험금 1억 원, 상해치료비 500만 원, 통원치료비와 휴대폰분실비 등을 보상한다는 뉴스를 보도해 유가족들의 거친 분노를 샀다.

방송이 나가던 그 시각은 아직 세월호의 선수도 다 가라 앉지 않았고, 승객들의 생존가능성도 점쳐지던 때였는데, 공영방송이 실종자의 사망을 전제로 보험금 등을 언급한다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것이었으며, 실종자 가족들에게는 심작한 충격을 주는 일이었다. 언론의 윤리규정이랄 수 있는 방송심의규정 제24조의 4(피해자 등의 안정 및 인권 보호) 4항 가목(피해자 및 그 가족의 수치심이나 정신적 고통을 유발할 우려가 있는 내용)과 제27조(품위유지) 1항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보도를 한 것이다. 유족들의 정신적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언론의 윤리의식을 망각한 MBC는 공영방송이라 부르기조차 부끄러운 방송테러를 가한 것이다.  

한 희생자 가족은 “세월호 선장이나 언론사의 보도국장들이나 똑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며 배가 침몰하는 데 가만히 있으라고 한 안내방송이나 구조작업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도 이를 반대로 보도한 방송은 모두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현장의 희생자가족들이 직접 경험하는 현실과 TV이나 신문을 통해 나오는 뉴스는 현실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들이 판을 쳤기 때문이다. 그들은 일단 ‘쓰고 보자’주의였다. 아니면 말고 식의 말이다.

이러한 오보와 비윤리적 보도행태에 신물이 난 현장의 유가족들은 급기야 언론을 불신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 후로 기자들은 유가족들에게 “보도도 제대로 안 하는데 찍어서 뭐 하냐”며 “카메라 치워, 저리 비켜”, “기자들은 다 나가라”는 유가족과 실종자 부모들의 절규에 직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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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뉴스타파 화면 캡처>

이번 방송사들 중에서 유일하게 유가족과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다고 평가 받는 종편 JTBC 역시 4월 16일 현장에서 인간에 대한 배려와 예의 없는 보도행각으로 국민의 공분을 샀다. 사고 당일 현장의 JTBC 앵커는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다 겨우 목숨을 부지해 구조된 여학생에게 “친구의 죽음을 알고 있느냐”라고 질문했다. 그 말을 전해들은 여학생은  떨리는 목소리로 “못 들었다”고 답한 뒤, 이어진 친구의 사망 소식에 충격을 받아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무개념의 앵커였다. 이 화면은 고스란히 전국에 생중계 됐다.

결국 이 일로 손석희 아나운서는 공개적으로 사과해야 했다. 이러한 방송의 무례함에 대한 즉각적인 손석희의 사과는 그나마 예외적이며 신선한 것이었다. 공영방송인 KBS와 MBC는 오보가 나간 이후에도 사과는 커녕 모르쇠로 일관하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들 방송사는 여전히 ‘오보였음을 시인’하지 않고 있으며, 이에 대한 제대로 된 사과 한마디 하지 않고 있다. 당연히 정확하고 공정한 보도 역시 이루어질리 만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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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석희 아나운서는 후배앵커의 잘못을 공개적으로 사과해야만 했다. <출처=JTBC 화면 캡처>

이번 사고현장에서 상식선의 보도라는 측면에서 돋보이는 대형방송사는 종편인 JTBC였다. 처음에 보도행태로 물의를 빗기는 했지만, JTBC는 이번 사고 전 과정을 통해 가장 공정한 보도를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그에 따라 종편인 JTBC의 시청률이 한때 MBC와 동률일 때도 있었다. 재난주관방송사는 실종되고 정작 종편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셈이다.

유가족들은 아이들이 남긴 카톡 문자나 문자메시지 동영상 등의 보도자료도 공중파와 보수언론은 제키고, JTBC에 넘겼다. 그나마 유가족들의 신뢰를 얻은 방송매체가 된 것이다. 상식선에 충실했을 따름인데도 그 상식이 워낙 어려운 시절이라서 그러한 것이다.

유언비어의 원죄는 주류언론과 정부에 있다

이번 세월호 침몰 참사와 관련해 많은 음모설, 연출설 등 유언비어들이 난무했다. 이는 이번 사고에서만 나타난 문제는 아니다. 지난 2010년의 천안함 때에도 ‘유언비어’ 문제는 사회적으로 파장 있었고, 경찰에서 엄중 단속에 나서기도 했으니 말이다. SBS에 따르면 국방부는 지난 20일 보도자료를 내고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해 근거 없는 유언비어들이 인터넷과 SNS에 광범위하게 유포되고 있으므로, 근거 없는 유언비어 유포행위에 대해서는 경찰에 수사를 요청해 강력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또한 청와대와 정부도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출처불명의 미확인된 유언비어 확산이 사태 수습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아래 각종 루머 차단 확산에 나섰다고 한다. 또한 이를 법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친박계로 알려진 새누리당 한선교 의원은 슬그머니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재난 허위사실 유포에 최대 징역 5년형에 처하는 법안”을 제출한 것이다. 한마디로 정부와 집권당 국방부가 유언비어와의 전쟁에 나선 것이다.

우선 ‘세월호가 근처에서 훈련 중이던 미국 잠수함과 충돌해 침몰했다’는 의혹, ‘사고 당일 국회를 통과한 한미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 비준안에 대한 비판 여론을 돌리기 위해 정부가 세월호 침몰을 조작했다’는 의혹, ‘한미 연합 군사훈련으로 원래의 세월호 항로가 변경됐다’는 의혹, ‘2012년에 새로 건조한 수상구조함인 통영함을 일부러 구조작전에 투입하지 않았다’는 의혹 등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군 관련 의혹들이 우후죽순으로 제기되자 국방부가 강력히 대처하겠다고 먼저 나선다.

청와대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박대통령의 ‘조문연출설’이 청와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특히 이 경우는 동영상으로 전국적으로 중계되면서 의혹제기가 끊이지 않은 것이다. 경찰 역시 ‘16일 07:20분 세월호가 침몰했다’, 또는 이런 요지의 글, ‘세월호 최초 조난 신고시간’ 의혹, ‘세월호 함미(선미) 부분이 찢겨져 나갔다’는 주장 등도 모두 허위사실로 규정했다. 경찰은 지난달 30일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온·오프라인상에 유포된 유언비어 112건을 적발해 76건을 내사해 18명을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물론 위에 열거한 의혹들과 SNS상의 루머들은 대부분 사실이 아닌 유언비어가 많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의 의혹이나 정당한 비판마저 모두 유언비어로 규정하고 이를 경찰 수사선상에 올려놓겠다는 발상은 자칫 ‘빈대 잡겠다고 초가삼간 태우는 일’이 될 위험성이 크다.

경찰이 국민들의 합리적 의혹제기와 상식적 비판까지 모두 허위사실로 재단하고, 자칫 국민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국민의 헌법적 권리마저 봉쇄하는 독재적 발상으로 흐르지 않을까하는 우려 때문이다. 이 경우 유언비어 방지보다는 정부에 대한 비판을 차단하려는 정치적 꼼수이면서 최고 권력자만을 바라본 ‘빗장 방어’라는 국민적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돌이켜 보면 이런 상황까지 빚어지게 된 건 누구보다 정부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수백 명의 명줄이 걸린 엄정하고 긴박한 순간에, 소위 허둥대고 난맥상만 보이다가 단 한명의 생명도 구하지 못한 무능한 정부임이 드러났고, 또한 초동대처에서 전국에 생중계되는데도 유가족이나 국민들이 전혀 납득할 수 없는 비상식적인 상황들이 전개되면서 안타까움은 답답함으로, 이해불가는 의혹으로 진화한 것이다. 또한 난무한 것은 유언비어만이 아니다. 정부의 발표만 믿고 그대로 써대고 입으로 옮긴 주류언론과 방송사들의 보도내용들은 오보와 딴 짓으로 얼룩졌다. 급기야 언론에 대한 유가족과 국민들의 신뢰는 증발되었고, 그 자리에는 불신과 분노가 대신했다.

특히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답을 내놓지 못하는 범정부대책본부의 행태는 이런 의혹을 증폭시키는데 큰 역할을 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이종인 알파잠수의 다이빙벨 투입과 관련한 논란이 그러하다. 해경은 처음에 민간 잠수사들의 다이빙벨 투입을 허가하지 않았다. 유족들 입장에서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상황이다. 그것은 마치 “신약이 개발되었으나, 아직 임상실험이 다 안 끝난 상태이지만 말기 암환자인 아버지에게 투여해 달라”는 가족들의 마음과 같은 심정인 것이다.

하지만 범대본은 이에 대한 해명을 미루며 논란이 발생한 지 3일이 지난 23일에야 기존 잠수방식과 다이빙벨 방식의 차이점을 설명하고, 기존 잠수방식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하는 장문의 해명자료를 내논다. 하지만 뒤이어 한 대학에서 다이빙벨을 빌린 것이 확인되면서 신뢰에 금이 가기 시작했고, 이런 사실에 대해 범대본은 24일 “다이빙벨은 해경이 아니라 민간 업체가 1대를 적재해 들여온 것으로 수색구조 작업에는 사용한 적 없고 투입 계획도 없다”고 반박했으나, 단 며칠 만에 이런 해명도 거짓으로 드러나고 만다. 동시에 잠수사의 안전 때문에 투입을 반려했다는 정부 해명도 무색해졌다. 이러니 누가 범대본의 해명을 믿고 의혹을 품지 않겠는가? 결국 의혹은 유비통신을 타고 흐르기 마련이다. 유언비어는 정부 자신이 재생산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언론의 행태는 ‘기레기’가 되어 가면서 유족과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사람들은 소위 ‘유비통신’을 찾을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유비통신이 가장 활개를 치던 때는 바로 박정희 전두환 군부독재정권 때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유언비어는 바로 사회의 언로(言路)가 막히면서 생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 하나 제대로 해명도 하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사이 국민들의 궁금증은 결국 유언비어라는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럼에도 처벌만 하겠다고 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유언비어를 퇴치하는 길은 오로지 진실에 대해 솔직하고, 모든 것을 투명하게 하는 길 뿐이다. 유언비어는 속성상 단속할수록 더욱 멀리 퍼지며, 더욱 힘을 발휘한다는 점을 정부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국제적인 언론감시단체인 ‘프리덤하우스’는 1일(현지시간) ‘2014 언론자유 보고서’에서 한국의 언론자유 지수를 32점(낮을수록 자유가 보장됨을 뜻함)으로 산정하며, 세계 순위 197개국 중 68위 국가로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보다는 4계단 하락한 것이다.

한국은 2011년 언론자유국 지위를 상실한 후 더 퇴행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는 한국 언론의 현주소를 말해주는 것으로. 국제사회의 평가다. 지난 2010년 천안함 침몰사고 때도 그렇지만 이번 세월호 사고와 관련해서 유언비어가 난무하는 배경은 사실 점차 나락으로 떨어져 가는 한국의 언론상황에서 기인하는 바 크다. 누구 책임일까? / 박경훈 제주민예총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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