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윤영배의 노래 ‘위험한 세계’...울림이 더 큰 낮은 목소리

[눈사람 레코드] (1) 위험한 세계 / 윤영배 (2013)
 

2449342.jpg

가수 윤영배의 노래 ‘위험한 세계’...울림이 더 큰 낮은 목소리

가수 윤영배의 노래 ‘위험한 세계’를 듣다가 든 생각이다. 저음이 고음보다 울림이 더 클 수 있다는 것. 윤영배는 낮은 목소리로 노래한다. 굳이 크게 부를 필요 없다는 표정으로 심드렁하게 부른다. 대충 부르는 것 같지만 울림이 있다는 것은 진정성이 있기 때문이다. 빅 애스크 기후 변화법 제정 콘서트에서 사회자가 윤영배에게 어디에 사느냐고 물으니 윤영배가 “고산마씨”라고 대답한 게 좋다. 그렇게 말을 하기까지의 생각과 행동이 그런 말로 나오는 게 아닐까. 가식적이지 않다. 첫 곡을 부를 때 머리를 긁적이며 “노래 잘 못 부르는데…….”라며 혼잣말을 한 윤영배. 그는 정말 노래를 못한다. 객관적인 기준으로 보면 가창력이 있는 가수가 아니다. 그렇지만 낮은 곳에 시선을 두고서 함께 호흡하며 살다보면 감동의 노래를 부를 수 있다. ‘저기 갯것 가자 부르는 구럼비가 보이나’라며 읊조리듯 노래 부르는 윤영배의 목소리에는 귀기울이게 만드는 힘이 있다. ‘키 큰 나무’를 들어보면 영락없는 음유시인이다. ‘그래도 난 아주 먼 곳까지도 잘 보이게 될 거야 …… 어쩌면 난 좋아하는 사람과 헤어져야 할지도 모를 일이야’라고 부르는 ‘키 큰 나무’는 연가이다. 헤어져야 하는 사람을 멀리서도 계속 바라보고 싶기 때문에 키 큰 나무인 것. 그런 경우는 ‘바다가 그리운 돌고래’를 부르는 <신짜꽃밴>의 조약골도 그렇다. 노래 정말 못한다. 하지만 울림이 있다. 급여를 받지 못한 채 거리로 쫓겨나는 노동자들, 권력에 의해 희생 당하는 사람들을 누가 위로해 줘야 할 텐데……. 이제 바다를 바라보면 <산울림>의 노래 ‘안녕’이 떠오른다. ‘안녕 귀여운 내 친구야 멀리 뱃고동이 울리면 네가 울어주렴 아무도 모르게 모두가 잠든 밤에 혼자서 안녕 내 작은 사랑아 멀리 별들이 빛나면 네가 얘기하렴 아무도 모르게 울면서 멀리멀리 갔다고’. / 현택훈 시인


hyuntaekhoon.jpg
▲ 현택훈 시인.

[편집자 주] 현택훈 시인이 [제주의소리]에 '눈사람 레코드' 연재를 시작합니다. 현 시인은 1974년 제주에서 태어났고 2007년 <시와정신>으로 등단했습니다. 시집 <지구레코드>와 <남방큰돌고래>를 펴냈습니다. 2005년 '대작'으로 지용신인문학상을 수상했고, 2013년 '곤을동'으로 제1회 4.3평화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연재 제목이 '눈사람 레코드'인 이유는 눈사람과 음악의 화학적 연관성도 있지만 현 시인의 체형이 눈사람과 비슷하다는 점에서 가장 밀접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