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훈의 제주담론] (28)
2014 지방선거, ‘지속 가능한 섬’으로의 미래비전의 전환을 위해②

아니다, 남은 시간은 단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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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장의 한계(The Limits to Growth)》. 맨 왼쪽이 1972년 발간 당시의 초판본 표지, 가운데는 초판 출간 30주년을 기념한 개정판이다. 30년 전 저자들이 처음 분석한 내용들 가운데 핵심 부분을 다시 한 번 조명하고 지난 30년 동안 축적된 관련 데이터와 지식들을 두루 훑었다. 이로써 가장 최근의 자료들까지 업데이트했다. 맨 오른쪽은 2012년 국내에 번역 출간된 개정판의 번역판 표지(2012.1.10./갈라파고스 출판사)

이러한 저무는 시대의 한복판에, 발간연도인 1972년 이래 가장 논쟁적인 저작이면서, 컴퓨터 시뮬레이션의 모형에 기반한 미래 예측보고서로, 발간 40년 만에 그 예측의 대부분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비관적 지구미래의 ‘실제적 예견서’로 재평가되고 있는 문제적 저작 《성장의 한계(The Limits to Growth)》가 놓여 있다.

이 책의 ‘제2장 한계초과의 원인: 기하급수적 성장’에는 기하급수적 증가에 대한 사례로 든 프랑스 수수께끼가 나온다. 

“하루에 2배씩 면적을 넓혀 가는 수련이 있다. 만일 수련이 자라는 것을 그대로 놔두면 30일 안에 수련이 연못을 꽉 채워 그 안에 서식하는 다른 생명체들을 모두 사라지게 만들 것이다. 그러나 처음에 보기에는 수련이 너무 작아서 별로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수련이 연못을 반쯤 채웠을 때 그것을 치울 생각이다. 29일째 되는 날 수련이 연못의 절반을 덮었다. 연못을 모두 덮기까지는 며칠이 남았을까? 29일? 아니다. 남은 시간은 단 하루뿐이다.”

이 사례는 1972년 ‘로마클럽’이 발표한 《성장의 한계》라는 보고서에도 실렸던 일화다. 저자들은 지구촌의 위기를 연못의 수련에 비유한 것이다. 지구촌의 종말이 하루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인류는 아직 29일이나 남은 것처럼 위기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다는 말이다. 이 보고서는 이후에 책으로 출간되었는데, 출간 이후 37개 언어로 번역돼 총 1200만 부가 판매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이미 이 분야에서는 고전이 되어버렸다. 저자들은 이후에도 이 책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면서 출간했는데, 1992년의 개정판 《성장의 한계 그 이후》와 이 책의 발간 30주년을 맞아 나온 《성장의 한계: 30주년 개정판》이 그것이다.

로마클럽과 《성장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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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클럽(The Club of Rome)’은 저명 학자와 기업가, 전현직 유력 정치인 등 52개국 100여 명의 세계지도자들이 참여해 인류와 지구의 미래에 대해 연구하는 세계적인 비영리 비정부 연구기관이다. 1968년 이탈리아의 기업인 ‘아우렐리오 페체이(Aurelio Peccei)’가 주도해 처음 문을 열었다.

그는 급속한 공업화의 이면에 가려져 있는 환경오염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고 뜻을 같이하는 30명의 저명한 학자와 사회 지도층을 모아 로마클럽을 결성했다. ‘로마클럽’이라는 명칭은 1968년 4월 로마에서 첫 회의를 가졌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이 클럽은 1970년 6월부터 출범 직후 시작한 최초의 사업으로 ‘인류의 위기적 상황에 대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과제는 ‘인류가 특정 정책들을 따르면 향후 130년 동안 어떤 일이 벌어질까?’라는 것이었다. 클럽은 이 프로젝트를 미국 ‘MIT공대’의 ‘제이 포레스터(Jay Forrester)’에게 맡겼고, 그는 ‘데니스 L 메도우즈(Dennis L. Meadows)’를 리더로, ‘도넬라 L 메도우즈(Donella L. Meadows)’를 주 저자로, ‘요르겐 랜더스(Jorgen Randers)’와 ‘윌리엄 베른 3세(William W. Behrens Ⅲ)’를 공동연구자로 삼아 구성된 연구팀인 ‘시스팀즈 다이내믹스 그룹(‘Sys­tems Dynamics Group)’에 맡긴다. 이들의 연구는 2년 동안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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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장의 한계》 연구 당시의 참여진. 왼쪽에서부터 요르겐 랜더스, 제이 포레스터, 도넬라 메도우즈, 데니스 메도우즈, 윌리엄 베른 3세.

이들의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구실을 한 것은 모든 데이터와 이론들을 통합하기 위해 구축한 ‘월드 3’라는 컴퓨터 모형이었다.(이 모델의 기반을 만들어낸 사람은 MIT의 ‘제이 포레스터(Jay Forrester) 교수’로 그는 이 모델들이 적용하고 있는 ‘시스템역학모델링 방법’을 고안한 창시자다.)

이 연구그룹은 12개의 세계모형을 바탕으로 100년의 미래를 예측했는데, “지금과 같은 추세로 세계인구와 산업화, 오염, 식량생산, 자원 약탈이 변함없이 지속된다면 지구는 앞으로 100년 안에 성장의 한계에 도달할 것이다. 아마도 그때가 되면 인구와 산업의 생산력이 가장 먼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급락할 것이다.”라고 결론을 내린다.

이들은 이러한 연구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1972년 ‘로마 클럽’에 제출하게 되는데, 이 보고서가 《인류 위기에 관한 프로젝트 보고서》이며, 연구자들은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다시 책을 펴냈는데, 이 책이 바로 《성장의 한계(The Limits to Growth)》인 것이다.

발간되자마자 이 책의 결론은 충격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며, 세계에서 가장 논쟁적인 책이 된다. ‘로마클럽’은 그 덕에 일거에 국제적인 명성을 얻게 된다. 특히 발표 이듬해인 1973년 발생한 제4차 중동전으로 인한 오일쇼크는 성장주의 담론에 제동을 걸면서 고도성장과 환경파괴에 대한 비관적 조류를 형성하게 만들었다. 이후 이러한 분위기는 유엔의 ‘지속 가능한 개발’이라는 개념을 국제사회에 제시하는 계기가 된다.

하지만, 《성장의 한계》의 미래는 평탄하지만은 않았다. 왜냐하면 이 보고서는 발표 이후 자본가들과 그들과 공생관계의 전문가들에게 숱한 비난이 대상이 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우선 《성장의 한계》는 당시 자본주의 고도성장의 시대에 찬물을 끼얹는 불쾌한 것이라는 점에서 대다수 성장우선주의의 정책을 추종하던 국가들의 정책담당그룹이나 그들과 연결된 이론가들에게는 믿고 싶지 않은, 달갑지 않은 이론이었다.

고도성장의 시대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이들의 결론은 다양한 각도에서 공격의 화살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우파 성장주의 이론가들에서뿐만 아니라 좌파로부터도 공격을 받았는데, 서구 산업자본가와 다국적기업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로마클럽이 위기의 원인을 인구성장 탓으로 돌려 자원약탈, 식량독점과 같은 자본주의의 폐해를 은폐하려 한다는 것이었다.

공격은 이 보고서의 비관적인 결론이 연구과정에서 부정확한 가정과 불완전한 자료가 입력되어 분석결과에 대한 신뢰성이 의심된다는 점에 집중되었다. 특히 ‘오일쇼크’가 잦아들고 다시 석유생산량이 더욱 증대하면서 《성장의 한계》의 예측은 틀린 것으로 평가절하되었다. 또한 가장 먼저 고갈될 자원으로 동선의 재료인 구리를 꼽았으나, 광섬유가 등장하면서 구리는 고갈되지 않았다. 결국 틀린 예측이 되고 만 셈이다.

당시 세계적인 미래학자였던 ‘허먼 칸(Herman Kahn)’과 그가 이끌던 ‘허드슨 연구소’는 ‘폴 에를리히(Paul Ehrlich)’의 《인구폭탄》(1968), ‘개럿 하딘(Garrett Hardin)’의 《공유지의 비극》(1968) 등 환경생태주의 초기의 문제적 저작들을 ‘종말론적 에세이’라고 몰아붙이면서 반박하는 데 앞장섰다.

그는 우파 성장주의 미래학의 전도사로서 “우리는 현재 그리고 가까운 미래의 기술만으로 100년 동안 전 세계 150억 명을 1인당 2만 달러 수준으로 생활할 수 있게 만들 수 있다. 아주 보수적으로 잡아도 그렇다는 말이다.”라면서, 이들의 비관적 예측을 극단적 낙관주의 전망으로 공격했으며, 경제학자이면서 자유시장 환경결정론자였던 ‘줄리안 사이먼(Julian Lincon Simon)’은 “일이백 년 안에 대다수 인류는 오늘날 서구인들이 누리는 생활수준과 같은 혹은 그 이상의 삶을 누릴 것이다.”라며 이들의 이론을 공략했다.

이러한 전반적인 분위기는 《성장의 한계》의 유효성을 상실하게 하였다. 특히 성장주의자들이 득세하던 시대에 《성장의 한계》는 잘못된 행성에 떨어진 운석 조각 같은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들도 틀리길 바랐던 미래예측은 서서히 부활했다.

다시 부활하는 《성장의 한계》

2000년 미국 텍사스의 에너지산업전문투자은행인 ‘사이먼스 앤 컴퍼니 인터내셔널’의 CEO인 ‘매튜 사이먼스((Matthew R. Simmons)’가 《성장의 한계》를 ‘존중할 만한 분석’으로 인정하면서 《성장의 한계》는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1972년 이후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자 그는 그것을 석유와 가스 생산에서 미래에 발생할 병목현상을 경고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의 판단은 4년 후 미국에서 가스가격이 폭등하면서 옳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2005년에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의 비밀(원제: Twilight in the Desert)》이라는 ‘오일피크’에 관련된 중요한 저서를 출간한다.

2008년에는 ‘호주 연방과학기술연구원(CSIRO)’의 ‘그레이엄 터너(Graham Turner)’가 실제 현실세계가 《성장의 한계》에서 사용한 월드 3 컴퓨터의 ‘표준 구동 결과(1972년부터의 현상유지 시나리오)’를 따른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성장의 한계》의 시나리오 예견이 틀리지 않았음을 전 세계에 확인시켰다.

이는 《성장의 한계》의 복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2012년에는 영국의 권위 있는 과학잡지 《뉴 사이언티스트(New Scientist)》가 폭넓은 과학계 인사들에게 《성장의 한계》가 겪은 추락과 부활의 이야기를 전달함으로써 문제적 저작 부활의 대미를 장식하게 된다. 그러나 책의 예측이 옳았다는 것은 사실 인류 전체에게는 매우 불행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성장의 한계》에서 ‘월드 3’이 제시한 12가지 가상시나리오는 인구증가와 천연자원의 사용이 다양한 한계들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고갈 가능한 천연자원이나 산업과 농업에서 방출되는 배기가스를 흡수할 수 있는 지구의 한정된 수용력과 같은 지구의 물질적 한계에 맞추어 분석했다. 그 결과 ‘월드 3’은 21세기의 어느 시점에 이르면 지구의 물질적 성장이 종말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가르쳐준다.
         
산업혁명이 가져온 현대사회의 문명은 인구가 증가하고 물질 자본이 확대되면서 여러 가지 제약요소들이 상호 작용으로 일어나는 문제들에 봉착한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 인류는 점점 더 많은 자본을 쓸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전용되는 자본은 점점 늘어나게 되고, 마침내 세계는 더 이상 산업 성장을 지속시킬 수 없게 된다.

그리고 산업이 쇠퇴하기 시작하면 식량이나 서비스, 여러 소비 분야와 같은 경제영역에서도 더 이상 성장을 유지할 수 없다. 이러한 영역들이 성장을 멈추게 되면 인구성장 역시 멈추고 만다는 것이다. 즉, ‘성장이 종말’을 맞는 것이다. 이러한 종말은 인구가 감소하고 행복이 쇠퇴하며 전 세계 시스템의 통제 불가능한 와해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성장의 한계》의 요점이다.

‘호주 연방과학기술연구원(CSIRO)’의 ‘그레이엄 터너(Graham Turner)’가 2008년 발표했던 <성장의 한계 30년 뒤의 평가(A Comparison of the Limits to Growth with Thirty Years of Reality)>에서 제시한 그래프가 주목을 받는다.

1972년 판 《성장의 한계》는 1900년부터 1970년까지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1970년부터 2100년까지의 인구, 식량, 산업생산, 오염 그리고 재생할 수 없는 에너지의 추이를 예측한 것이었다. ‘그레이엄 터너’는 1970년부터 2000년까지의 데이터를 로마클럽의 예측 데이터와 비교했고, 30년 동안의 예측이 맞았는지 검증했다.

그 결과 놀랍게도 40년 전 저자들의 예측치와 거의 일치한 결과가 나왔다고 발표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다음의 그래프는 1972년 출간 당시의 예측 그래프다. 세계인구, 비재생가용자원, 1인당 산업생산물, 1인당 서비스, 환경오염 등 다섯 항목에 대하여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한 예측조사를 거쳐 그것들이 향후 2100년경까지 어떻게 증감 추세를 드러낼지 그려 보여준 게 이 그래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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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포지움에서 발표된 그래프.

이 그래프에서 보면,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성장주의에 기반해 지금의 시스템을 유지해 갈 때, 적어도 그래프에 표시된 2050년의 어느 지점, 빠르면 2030년 어간에 성장은 한계에 이른다. 아니, 이미 성장은 한계에 이르렀으며, 지금은 붕괴에 의해 스스로 중단되어야 하는 초과 한계 영역에서의 성장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 놀랍고도 끔찍한 데이터를 보면서도 많은 이들은 남의 이야기 같을 것이며, 또한 비현실적인 것으로 보일 것이나, 불행하게도 우리는 현재 각자 처한 상황이 얼마나 차별적이라 하더라도 저 그래프가 그리는 곡선의 현재에 포함되어 있다. 지금 우리가 가장 현실적이라 느끼는 일상의 모든 것이 실은 저 비현실적인 그래프의 곡선 안에 있다.

《성장의 한계》는 이 붕괴의 시나리오로 가지 않고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만들어진 책이다. 저자들은 지속 가능성의 발견보다, 지속 불가능성을 피하기 위해 이 책을 냈다고 했다. 하지만, 책이 출간되고 40년 동안 지구의 중요한 국가정책 담당자들과 영향력 있는 지성인들은 결코 그들의 경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결과 우리는 수련이 연못의 반을 채운 모습을 목도하고 있는 셈이다.

40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이들 연구진의 연구가 올바른 것이었음이 증명되었다. 그의 연구결과 《성장의 한계》가 예측한 추세가 단순히 예측이 아니라 결국 실제로 현실화되었다. 저자들이 원하지 않았던 미래예측은 결국 실증적으로 입증된 셈이다.

이에 근거할 때, 그래프의 나머지 시간대들 역시 현재대로의 추세라면 앞으로 현실이 될 것이라고 보는 게 논리적으로 타당하다. 이제 《성장의 한계》에서 제시한 예측치들은 저자들의 주관적 수치가 아니라 장차 인류사회가 실제로 직면할 상황을 미리 예견해주는 유효한 자료가 된 것이다. ‘그레이엄 터너’는 이 발표에서 “이러한 결과는 매우 분명한 경종을 울리고 있다. 우리는 지속 가능한 길을 가고 있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의 발언과 《성장의 한계》의 증명된 예측결과는 불행히도 인류가 파멸의 길을 가고 있음을 확고히 말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자유도시의 비전은 바로 여기에 위치한다. 아무리 우리가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라고 우겨 본들 세계는 지금, 적어도 다시 부활한 이 성장 한계의 예측에 기반할 때, 한계초과영역의 시간대에 위치해 있고, 이 시간대는 지속 불가능한 미래라는 것을 알 수 있으며, 국제자유도시 비전 역시 지속 불가능한 것임을 알 수 있는 것이다.

40년 동안 가지 말아야 할 길을 꾸준히 밟아 온 자본주의

《성장의 한계》는 단순히 하나의 미래만을 예견한 보고서가 아니다. 현상의 유지, 개선, 개혁이라는 세 가지 가정을 두고, 2100년까지 사회를 변화시킬 5가지 핵심 요소(위에서 언급한 인구 등의 요소)의 궤적을 따라가면서 미래를 예측한다. 첫 번째 시나리오를 보면 인류의 무자비한 소비는 자원고갈과 오염증가로 이어져 21세기의 세계는 과열되고 붕괴된다고 했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생산물 중 75%를 재생하고, 오염의 25%를 줄이며, 농촌을 보호하고, 산아제한 정책을 실시할 경우, 붕괴는 지연된다고 했다. 세 번째 시나리오는 인류의 소비 성향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정책을 개발하고 오염을 막는 혁신적인 기술이 등장할 경우, 붕괴 시기는 더욱 지연된다고 했다. 인류의 양심과 이성을 믿는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인 셈이다.

하지만, ‘그레이엄 터너’가 확인한 바처럼, 이 책에 대한 비난에 몰두하거나, 이 책에서 경고한 결정적인 정책 전환의 기회를 놓치고 있는 현실들은 여전히 인류가 첫 번째 시나리오를 따라가는 묵시록적 미래비전을 예견하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탐욕과 자본의 무한증식의 욕망은 여전히 성장을 외칠 것이다. 이 책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가 곧 한계 초과 상황임을 말하고 있다.

이러한 한계 초과는 매우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그것은 우리가 전에 한 번도 겪어 본 적이 없는 상황이 될 것이다. 이제 인류는 지구상에 있는 모든 종들이 지구 전체의 규모로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 다양한 문제들과 대면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현재 그런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 필요한 정신 자세, 문화 규범, 습성, 제도들을 갖추지 못했다. 따라서 피해를 입을 경우 그것을 복구하는 데 대개 수백 년, 아니 수천 년이 걸릴 수도 있다.

2012년 3월 1일 ‘로마클럽’과 미국의 ‘스미소니언협회’는 공동으로 《성장의 한계》 출간 40주년을 기념하여 ‘생물종다양성 세계에 대한 이해와 지속(Understanding and Sustaining a Biodiverse Planet)’이라는 국제심포지움을 개최한다. 세계의 저명한 학자, 전문가, 언론인들 그리고 이 책의 생존 저자들(주 저자인 ‘도넬라 L 메도우즈’는 2002년에 타계했다.)이 참석했는데, ‘데니스 메도우즈’는 ‘지속 가능한 개발은 너무 늦었다’를, ‘요르겐 랜더스’는 ‘성장의 한계를 촉진한 지난 40년간의 교훈들’이라는 제하의 발표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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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년 전 청년들이 이제 노신사가 되어 강연장에 섰다. 하지만 그들이 바랐던 변화는 아직 오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들은 변화에 대처하기엔 너무 늦어버린 상황에 대해 분노할 뿐이었다.

이 두 발표는 모두, 성장의 한계 발표 후 40년에 대한 인간의 근시안적 안목과 눈앞의 욕망의 그물에 가려 여전히 성장 추구에 빠져 때를 놓쳐버린 안타까움들에 대한 저자들의 목소리를 담은 것들이었다. 여전히 성장주의를 지속하면서 인류의 산업 및 소비생활의 규모는 150% 이상 한계를 초과한 상태이고, 인류가 지속 가능한 시대를 만들 수 있던 시기는 이미 1980년대에 지나갔으며, 지금은 “너무 늦어버렸다.”라는 매우 비관적인 견해를 표명했다. 한마디로 인간은 여전히 어리석다.

인간의 어리석음에 대한 좀 장황한 이야기를 해볼까? 요즘, 석유고갈 이야기가 나오면 좀 안다하는 지식장사꾼이나 소위 에너지쪽의 전문가들 중 혹자는 “무슨 소리 타르샌드가 있어요. 뭘 잘 모르는 모양인데, 오일 피크 그런 거 이제 의미 없어요.“라고 젊잖게 타이르거나, ”이러니 비전문가들이 아는 체하는 게 문제란 말이야!“ 하면서 비웃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작 비웃음을 당해야 할 자들이 누구인지는 다음 논의를 보고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인류의 더 나쁜 대안의 선택, 타르샌드

비관적인 미래에 대한 《성장의 한계》 생존저자들의 앞에서 다룬 이런 진정성 어린 과학적인 견해마저 코미디로 만들어버리는 인류의 선택지가 있다. 최근 더러운 석유(Dirty Oil)라는 별칭의 ‘타르샌드(Tar sand)’가 그것이다. 캐나다는 이 타르샌드의 장사를 위해, 2011년 교토의정서 협약마저 탈퇴했다. 캐나다 서부 광활한 지역의 앨버타주는 세계적인 청정환경지역이면서 광활한 침엽수림대가 자리 잡고 있는 지역이다. 앨버타주 관광청의 홈페이지에 소개된 앨버타에 대한 홍보설명문을 보자.

앨버타는 두말할 나위 없이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역으로 꼽힙니다. 다채로운 풍경만큼이나 다양한 경험이 가능한 곳이기도 하지요. 특별한 액티비티, 세련된 도시와 문화유산을 고루 갖춘 앨버타를 여행한다면 그 휴가는 오랫동안 기억될 겁니다. 서부 캐나다에 위치한 앨버타 주는 서쪽으로는 로키산맥, 동쪽으로는 배드랜드, 북쪽으로는 노스웨스트 테리토리를 경계로 합니다. 남쪽의 이웃인 미국의 몬태나주와는 국경 부근의 국제평화공원을 공동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앨버타에는 다섯 개의 국립공원이 있습니다. 구석구석 돌아보면서 유네스코가 이곳을 세계유산으로 지정한 이유를 느껴보세요. 앨버타 사람들은 살아가고 있는 땅에 대한 자부심이 크고 자연을 보호하는 데도 적극적입니다. 300개가 넘는 주립공원과 휴양지는 수많은 야생동물의 터전이 되고 있습니다. 대도시에서도 어느 방향으로든 한 시간만 운전해 가면 완벽한 대자연을 마주하게 됩니다.

아래 사진들은 이런 앨버타가 최근 지상 최악의 땅으로 변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것은 마치 ‘반지의 제왕’의 ‘모르도르’처럼 죽음의 땅으로 변해버린 모습이다.

세계의 많은 환경론자들은 석유고갈이 현실화되면서 각국 정부가 더 나쁜 대안을 선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최근 ‘더러운 석유’라는 이름이 붙여진 타르/오일샌드(tar/oil sand)를 개발해 엄청난 돈을 벌고 있는 캐나다가 대표적인 사례다. 오일샌드 개발사업은 자연환경 파괴는 물론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소비하기 때문에 탄소집약도가 높아 석유보다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한다.(기후변화행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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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르샌드 채굴을 위해 광활한 수림지대를 벌목해버린 모습.(맨 위) (위 왼쪽에서 시계방향으로) 광활한 수림지대였던 앨버타의 ‘애서배스카 강’ 주변의 전경. 오른쪽 타르샌드 채취로 변해버린 현재의 모습. 타르샌드 세척과정에서 오염된 호수와 강의 모습. 타르샌드 채굴을 위해 베어낸 수목의 일부.

유가가 고공행진을 계속하면서 90년대부터 타르샌드(Tar Sand)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세계 곳곳에서 타르샌드(오일샌드)가 발견되고 있지만, 타르샌드의 양대 산맥은 캐나다(앨버타)와 베네수엘라(Orinoco oil belt 지역)로 알려져 있다. 그중에서도 캐나다 앨버타의 ‘애서배스카(Athabasca River)강(江)’ 인근이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오일샌드 매장지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타르샌드는 채산성 문제로 캐나다에서도 일부만 개발되고 있던 상태였는데, 이제 본격적인 채굴에 들어갔으며, 미국도 역시 매장량이 많아 이 사업을 본격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오일샌드가 발견된 지는 꽤 오래전이다. 이미 1875년 캐나다의 지질학자에 의해 그 존재가 발견됐다. 하지만 셰일가스와 마찬가지로 기술 부족에 따른 높은 개발비용으로 인해 적극적으로 개발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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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성을 통해 본 앨버타의 타르샌드 채취현장. Oil Sand는 애서배스카 산 주변과 애서배스카 강가에 주로 매장되어 있다. 왼쪽 사진은 1984년 사진, 오른쪽은 2011년에 찍은 사진. 수십 배 채굴면적이 확대되었다. 현재 타르샌드 채굴을 위해 사라진 숲의 면적이 미국 플로리다주 크기라고 한다.

지구온난화의 헬게이트, 타르샌드의 개발과 사용

타르샌드(Tar Sand)란 원유를 가공하고 나오는 찌꺼기인 타르, 즉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아스팔트인데, 이것이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것으로 역청(bitumen)이 돌이나 모래 등에 들러붙어 있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오일샌드’라고 하는데, ‘타르샌드’라고 칭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타르샌드에 대한 인터넷신문 ‘참세상’에 실린 박명선(콜로라도대 환경화학과 석사과정)의 기고문을 인용해보자

타르샌드는 정제과정에서 생산되는 석유코크가 기존 석탄보다 50%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해내므로 석유보다 더 심각한 온실가스배출의 문제점을 갖고 있다. 실제로 2007년 캐나다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90년대에 비해 26%나 증가하였고, 교토의정서의 목표를 34% 넘어섰다. 그리하여 캐나다는 교토의정서를 탈퇴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또한 타르를 분리하기 위해서는 돌을 물로 씻어내야 하는데, 정제과정에서 1배럴의 타르를 얻기 위해 4~5배럴의 물을 사용해야 한다. 이 정제용수는 타르 찌꺼기가 섞인 흙탕물, 즉 폐수가 되는 것이다. 또한 타르샌드를 채취하기 위해서는 지반 수백 미터를 뚫어서 채굴해야 하는데, 이러한 채굴과정은 지반을 약하게 만들어 지진이나 다른 자연재해를 일으킬 가능성이 농후하다.

또한 파이프라인 건설을 위해 숲의 수많은 나무들을 잘라내므로 2차 환경파괴가 진행된다. 타르샌드는 일반 원유보다 무겁기 때문에 강이나 바다에 유출되면 물 위에 뜨는 일반 원유와 달리 바다나 강 밑에 가라앉는다. 그러므로 흡수지로 물 위에 뜬 오일을 건져내는 기존의 방식과 달리, 바닥에 가라앉아 바닥의 돌이나 해양생물에 들러붙어 이를 복구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게다가 타르샌드가 매장되어 있는 캐나다의 지역은 전 세계 습지의 35%를 차지하는 지역이다. 하지만 타르샌드 채취를 위해서는 대형 건설장비들이 들어가야 하므로 나무들을 잘라내야 한다. 타르샌드 채취과정에서 파괴되는 땅의 면적이 천연가스를 채취할 때 파괴되는 땅 면적의 4배라고 한다.

이런 타르샌드가 유가상승에 따라 가격경쟁력이 생겨 이제 채산성이 맞는다는 이유로 세계 각국이 채굴에 들어가면서 정제기술들도 새롭게 선보이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GS건설, KIC 등의 기업들 역시 타르샌드 설비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세계 원유업계의 판도를 바꾸는 지구생태계에 대한 마지막 죽음의 삽질이 시작되었다. 결국 《성장의 한계》에서 그토록 경고했던 미래로 방향을 잡고 만 것이다.

이러한 타르샌드나 미국의 셰일가스 등은 요즘 전통적인 석유시대를 대체하는 새로운 비석유자원으로 각광받고 있으며, 그 매장량이 200년을 넘는다는 등 핑크빛에 젖은 자본주의 판글로스(Pangloss)들의 환호를 받고 있지만, 이 모두는 환경파괴를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순환에너지원이 아니라는 점에서, 특히 지구온난화를 더욱 재촉한다는 점에서 대안적이지 못하다. 오히려 이러한 자원의 약탈은 결국 지구인의 운명을 더욱 빠르게 환경재앙의 나락으로 떨어뜨릴 것이다.

환경 악의 축, 미국과 그의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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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잡혀가는 환경운동가 여배우와 선거 유세 중 파이프라인 토론에 지친 오바마의 모습. 시위에 앞서 ‘대릴 한나’는 그린피스와의 공동 기고를 통해 “근시안적인 결정을 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를 포함해 감옥행을 감수하고 파이프라인 공사에 반대하는 수백 명의 사람들을 보게 될 것”이라며 “이 방대한 석유 사업은 석유업계 로비스트와의 조용한 거래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2011년 우리나라에도 꽤 알려진 미국의 여배우 ‘대릴 한나(Daryl Hannah)’가 백악관 앞 타르샌드 반대시위를 하는 모습이 외신으로 소개되면서 눈길을 끈 적이 있는데, 바로 그 시위가 캐나다 앨버타와 미국 걸프 해안을 연결하는 ‘키스톤 XL 원유 파이프라인(Keystone XL pipeline project)’ 건설 계획에 대한 반대시위였다. 이 사업은 총연장 1천700마일(2천736㎞)의 70억 달러짜리 건설 프로젝트다.

6개 주를 가로질러 앨버타의 오일샌드 원유를 미국 걸프만의 정유소로 보낼 수 있게 된다. 이 프로젝트는 오바마의 재선가도에서 가장 민감한 사회현안이기도 했다. 이 프로젝트는 공화당이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사업이기도 하다. 특히, 이들은 일자리 창출을 명분으로 오바마를 몰아붙였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일자리 창출보다 석유재벌들의 로비와 그들의 이익에 충실하기 위한 우파들의 당연한 발로였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오바마는 대선이 끝난 후 2013년 파이프라인 건설안에 대한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힌다. 파이프라인 건설이 캐나다 타르 모래로부터 원유의 탄소가스를 채취하는 데 심각한 환경오염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어쨌든 이의 결정은 대선 뒤로 미루어졌고, 2012년 11월 6일 오바마는 재선에 성공했다.

그리고 두 달 후인 2013년 1월 18일 ‘키스톤 XL 원유 파이프라인’ 건설 계획안에 대한 승인을 거부했다. “계획을 검토하기에 시간이 부족하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공화당과 석유재벌들의 강력한 항의에 직면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오바마는 다시 2013년 6월 기후변화 대응전략을 발표하면서 온실 가스 추가 배출이 없어야 이 사업을 승인하겠다는 뜻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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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랜스캐나다가 코스를 변경한 노선과 평원을 가로지르는 파이프라인의 모습.

미 국무부는 송유관이 건설되지 않더라도 같은 양의 원유가 시추돼 철로로 운송될 것이므로, 온실가스 배출량에 변화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오히려 철도나 트럭, 바지선을 이용한 수송이 온실가스 배출에 더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환경영향평가보고서를 제출한다. 하지만, 이 같은 보고서의 결론은 오바마가 사업을 승인하기 위한 명분축적과 수순 밟기로 여겨지고 있다. 지난달 3일 미국 49개 주, 280곳에서 송유관 건설 반대 촛불시위를 펼친 환경단체들은 3월 3일에도 백악관 앞에서 대대적인 농성을 벌였고, 이러한 흐름은 오바마의 승인을 앞두고 더욱 확대되고 격렬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가오는 8, 9월이면 상무부, 에너지부 등 관련부처 의견수렴을 통한 국익평가 등 승인을 위한 관련 절차가 마무리될 전망인데, 이후 오바마 대통령의 최종 결정만 남는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하원의원 전원과 상원의원 3분의 1을 뽑는, 11월 미국의 중간 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이라 송유관 승인문제는 정치적 논쟁으로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즉, 중간평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미국 내 여론은 찬성하는 측이 반대 측보다 50% 이상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집계된다. (퓨리서치센터, 워싱턴포스트)

기후변화는 전 지구적 문제이지만, 그 원인인 CO2 배출은 사실상 몇 나라만의 문제이다. 미국 혼자 전 세계 배출량의 5분의 1을 차지한다. 최상위 5개국인 미국, 중국, 러시아, 인도, 일본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배출하고, 8위 한국을 포함한 상위 10개국을 합치면 전체의 60%를 훌쩍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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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따른 세계지도.

미국은 전 세계 CO2 배출의 25%를 차지해 최대 배출국이면서 세계 초강대국임에도 교토의정서를 비준하지 않은 것은 물론 온실가스 감축에 관한 국제적인 협력에 참여하지 않아 환경문제에 있어서만은 국제사회의 책임을 망각한 야만적인 국가로 비난받았다. 하지만 오바마는 2009년 코펜하겐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온실가스를 2005년 대비 17% 줄이겠다고 발표하는 등 기후변화 대응에 주도적으로 나섰다.

특히 지난 1월 29일 국정연설에서도 “논쟁은 이미 끝났다. 기후변화는 사실이다.”라며 “우리 에너지 정책은 일자리를 창출하면서도 깨끗하고 안전한 지구를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수십 년간 과학적으로 검토한 결과,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지구가 심각한 변화를 겪는 것으로 결론났다.”라며 “진짜 문제는 우리가 행동할 필요가 있느냐가 아니라 더 늦지 않게 행동할 용기가 있느냐다. 경제 발전과 환경 개선은 서로 상충하지 않는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또한 오바마 대통령은 2013년 6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양국 정상은 ‘슈퍼 온실가스’로 불리는 수소화불화탄소(HFC) 생산 및 소비 감축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했으며, 2013년 6월 19일 독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 앞에서 행한 연설을 통해 “미국은 기후변화 위협에 제동을 걸기 위해 ‘더 많은 것’을 할 것”이라면서 “세계도 너무 늦지 않게 행동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즉, 오바마는 기후변화에 응전하는 대통령으로서의 비전과 철학을 공공연하게 밝혀왔다.

그런 오바마에게 ‘키스톤 XL 송유관 건설사업’은 그동안 오바마 행정부가 1,2기를 통틀어 꾸준하게 추진해온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과 온실가스 감축정책에 대한 시금석이 될 것이다. 송유관 건설을 승인할 경우, 그동안의 오바마의 환경정책이 물거품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 중간평가를 받아야 할 오바마에게 송유관이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줄 것이라는 원유업계와 공화당, 그리고 당장에 먹거리가 필요한 찬성자들의 공격은 견디기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그런 점 때문에 미국의 환경단체나 운동가들은 국무부의 환경영향평가보고서가 오바마의 사업승인을 위한 명분 찾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배경이다.

올 연말에 있을 오바마의 키스톤 XL 파이프라인 사업에 대한 승인 여부는 지구촌 에너지정책의 방향을 가늠할 것이다. 특히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수많은 카산드라들의 아우성이 묻혀 버리고 종말을 재촉하는 판글로스들의 달콤하고 비장한 귓속말에 끌린다면 끝내 성장의 중단은 ‘붕괴’에 의해 이루어질 것이다. 아마도 풍부한 매장량을 자랑하는 ‘타르샌드’와 ‘셰일가스’를 미처 다 파내지도 못하고 인류는 멸절위기에 닿을 확률이 높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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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경훈 제주민예총 이사장.
1988년 당시 미 항공우주국(NASA) 소속 기후학자로서 미 의회 보고를 통해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전 세계에 알렸던 세계적인 기후학자인 제임스 한센(James Hansen)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2013년 5월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석유회사들이 캐나다 정부를 매수해 오일샌드(타르샌드)를 사들이고 있다.”라며 “오일샌드에까지 손을 뻗는다면 기후 변화는 더 이상 손쓸 수 없이 ‘게임오버’가 될 것이다. 대기의 온실가스가 위험 수준에 다가가 있는데 오일샌드를 통한 석유 생산까지 더한다면 기후변화에는 도저히 손을 쓸 수 없게 된다.”라고 말했다. / 박경훈 제주민예총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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