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훈의 제주담론] (28)
2014 지방선거, ‘지속 가능한 섬’으로의 미래비전의 전환을 위해③

제주관광, 다시 생각하고 미래를 위해 혁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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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출처 =http://www.enerjigazetesi.com>

2009년 세계는 의미심장한 경고의 목소리를 듣는다. “우리는 언젠가 석유고갈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날이 오늘이나 내일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석유가 우리를 버리기 전에 우리가 먼저 석유를 떠날 준비를 해야 한다. 시작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이 말이 의미심장한 이유는 이 음울하고 다급한 경고가 그린피스의 환경운동가나 NGO의 대표가 한 말이 아니고 다름 아닌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대표적인 자원경제학자인 ‘패이쓰 바이럴(Fatih Birol)’ 박사가 한 말이기 때문이다. OECD 국가의 미래 에너지 수급전망 분석을 주도해왔던 인물인 그의 이러한 경고는 IEA가 800개가 넘는 전 세계의 유전을 조사한 결과, 석유생산량이 연간 6.7%씩 줄고 있다는 데이터에 근거한 것으로, 매우 현실적인 예견이라는 점에서 경청할 만한 것이었다.

그동안 석유매장량에 관해 침묵과 비밀주의로 일관하던 IEA는 공식적으로 “석유의 고갈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지고 있으며, 석유 생산량은 향후 10년 이내에 최고치를 기록한 후 점차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값싼 석유시대가 저물어가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설사 그 시기가 늦추어진다 해도 온실효과에 의한 지구온난화의 위기 역시 코앞에 다가와 있다. 제주관광과 제주의 지속 가능한 삶의 미래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은 제주섬의 미래를 위해 새로운 패러다임의 새로운 판을 짜야 한다는 것이다.

제주도의 비극은 앞의 성장의 한계에 대한 시대적 사유가 전혀 고려되지 않은 장기비전과 전략을 마치 제주미래의 청사진인 양 흔들어대고 있다는 데 있다. 이제 궁극적인 목표 설정이 필요하다. 말로만 평화의 섬, 성장의 한계에 직면한 사람․상품․자본이 자유로운 도시라는 환상, 특별하지도 않은 자치의 섬 등은 실제적인 미래변화의 동력이 되지 못한다.

그러므로 이제 정색해서 진지하게 미래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국제자유도시 조성이라는 지난 14년간의 지속 불가능한 목표는 수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극적인 전환의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그것은 제주섬을 ‘지속 가능한 문명의 섬’으로 수정해야 하는 당위인 것이다.

현재 1,000만 명을 돌파한 제주관광은 엄밀하게 말하면 값싼 석유시대의 마지막 기록이 될 것이다. 《성장의 한계》에서 밝힌, 이미 진입한 한계초과의 시대에 얻어낸 수치이기 때문이다. 1000만 명 돌파에 잔뜩 고무된 도정과 관광업계에서는 벌써 2018년까지 2000만 명의 관광객 유치를 목표치로 내걸고 있다. 과연 이것이 가능한 목표 설정일까?

물론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고자 하는 업계와 도정의 입장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여기에는 고려해야 할 너무 많은 변수들이 존재한다. 그중에서 다른 것은 차치하고 ‘값싼 석유시대의 종말’을 앞둔(이미 시작된) 시기이며, 제주섬의 환경수용능력에 대해서만 따져 보아도 이는 가능하지 않은 것임을 알 수 있다.

지난 30년 동안 자유무역이라는 개념을 줄기차게 밀어붙인(대개 경제학자들로 구성된) 집단들과 우리의 현재 모습을 비교해 보는 것도 좋은 일이다. 그들은 우리와 달리 자신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개념을 일반인들도 알아듣기 쉽게 만들 줄 알았다. 그들은 자유무역을 위해 싸우는 수많은 정치인들에게 확신을 주었다.

하지만, 그들도 또한 자유무역정책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는 것처럼 개인이나 지역에 따라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를 때마다 자유무역에 대한 사람들의 믿음과 충성도가 매우 광범위하게 떨어져 나가는 근본적인 문제에 직면하는 것을 어쩔 수 없다. 또 자유무역이라는 목표를 채택함으로 해서 발생하는 전체 손익에 대해서 잘못 생각하는 것들도 많다. 우리가 보기에 21세기에는 생태계의 한계 초과라는 개념이 자유무역보다 훨씬 중요한 개념이 될 듯하다. (요르겐 랜더스)

섬의 성장보다 섬의 환경수용력을 생각할 때

《성장의 한계》에 근거할 때, 값싼 석유시대는 이제 거의 목전에 다다랐다. 석유가가 오르기 시작하면, 우선적으로 항공료와 선박료 등 관광객이 이동하는 데 드는 비용이 증가한다. 또한 그와 더불어 그들이 제주도 내에서 누리는 다양한 서비스(도내 체류 시 이동에 소요되는 비용, 도내 체류 기간 발생하는 에너지, 물, 환경오염에 대한 비용 등) 비용이 증가한다.

결국, 이 섬에서 나지 않는 모든 자원이 섬 내로 반입되는 데 드는 비용 역시 증가한다. 이런 이유로 제주관광은 고비용 관광으로 전환될 것이다. 이는 결국, 현재 형성되어 있는 또는 향후 감당 가능한 비용부담의 한계를 초과하게 되고, 그 결과는 결국 관광객 수의 감소로 이어질 것이며, 그에 따라 도내 관광업계 전반의 침체를 가져올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또한 최근 포화된 봉개동 쓰레기처리장 문제에서 보듯 인구 증가와 관광객 수의 증가는 결국 쓰레기 처리의 수용량을 증대시킬 것이며, 이에 대한 처리비용 및 수용능력은 기하급수적 증가세로 돌아설 수 있다.(이미 12%의 증가율을 보인다고 나온다.) 따라서, 2,000만 명을 목표치를 잡는다는 것은 지극히 비현실적이며, 제주환경의 흡수량을 감안하지 않은 무책임한 발언일 수밖에 없다.

다음의 그래프는 《성장의 한계》에 나오는 자료인데, 여기에서 보면 2000년에서 2025년 사이 석유는 정점을 지나 감소세로 돌아선다. 값싼 석유시대의 총아인 관광산업이 이제 그리 미래가 밝지만은 않은 시대에 진입할 수도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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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석유생산량 예측 시나리오. 2000년까지의 석유생산량은 실선으로 표시되어 있다. 그 이후의 석유생산량은 킹 허버트의 방법을 사용해 예측, 점선은 향후 새로 석유가 발견될 수 있는 총량을 1조 8000억 배럴이라고 예상할 때 예상되는 연간 생산량이다.(《성장의 한계》)

관광객은 석유가 에너지원인 교통수단을 이용해 이동하는 회귀형 노마드들이다. 그러므로 그들의 여행에 따른 궤적에는 반드시 탄소발자국이 생겨난다. 그러므로 관광은 또한 대표적인 탄소발자국산업이기도 하다. 관광객은 모두 탄소발자국 제조기다. 그러므로 숙명적으로 관광산업으로 먹고살려는 제주의 산업구조는 반환경적이며, 반생태적 속성을 지닌다.

청정제주를 팔아먹는 제주가 그에 가장 반하는 반생태환경적 산업을 중추로 경제를 운용한다는 것은 아이러니이기도 하며, 문제는 전 지구적 차원에서, 지속 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그에 반하는 본질적 속성을 지닌다는 사실이다. 관광은 지속 불가능한 산업이다. 그렇다고 제주가 관광을 버리면 당장에 먹고살 길이 막막해진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과정은 어렵고 더디지만 답은 간단하다. 관광을 지구의 수용력 내의 범위로, 지역적으로는 제주섬의 한계용량 이내로 묶는 것이다.

또한 그에 따라 비게 되는 공간을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탈바꿈시키는 일이다. 하지만, 현실은 관광올인정책이다. 그리고 그 관광을 부흥시키는 자본은 외자유치를 통해 조달한다는 방식인데, 이 방식은 기본적으로 약탈적일 수밖에 없으며, 외생적 개발을 촉진해 섬의 환경총량을 스스로 챙기지 않는다. 즉, 외생적 개발은 제주섬의 자원을 이용해 최대한 이윤을 뽑아가려는 약탈적 속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최근 무분별하게 유치되는 중국자본 중 상당수는 자본건전성을 확인할 수 없는 것이 많다는 데 문제가 더욱 크다.

화석연료 사용 등에 따른 온실가스효과가 거대한 지구생태계를 얼마나 변화시키고 있는지에 대한 논란은 과학계의 각종 데이터 및 모델 분석 결과, 이제 95% 이상의 확률로 입증됨으로써 지구온난화의 재앙에 대한 경고로 명백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유엔기후변화정부간위원회(IPCC)는 2013년에 세계 195개국의 다양한 분야의 과학자를 총동원하여 보고서(1990, 1995, 2001, 2007년에 이은 5번째 보고서)를 발표, 그동안 일부에서 제기되었던 온난화효과에 대한 회의론을 명백하게 부정, 기온 상승이 인간의 활동에 기인했을 가능성은 95% 이상의 확률로 입증되었음을 선언, 세계 각국에서 발생하는 기상이변들 - 한발, 이상고온, 집중호우, 토네이도 등의 재해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것으로 정의했다. 이제 지구촌 구성원들은 최근 빈발하는 기상이변들이 지구온난화에 따른 현상임을 공식적으로 확인한 것이다. 이 보고서의 요점은 다음과 같다.

● 기온 상승이 인간 활동에 기인했을 가능성은 95% 이상. ● 온실 가스의 농도는 적어도 과거 80만 년 동안에 유례를 찾을 없는 수준임. ● 이산화탄소 농도는 산업혁명 이전과 비교해서 40% 이상 증가했음. ● 금세기 말까지 지구 기온이 최대 4.8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 이러한 신뢰할 만한 국제사회의 공인된 지식정보들은 이제 제주도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전환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임을 역설한다.

제주발전연구원에서 펴낸 연구자료를 보면, 2012년 기상청이 예측한 보고(IPCC 4차 보고서, 2007년)에 따르면, 제주시 및 서귀포시 연평균 기온은 2010년대에 비해 2030년대(2031년~2040년)에는 약 1.4℃, 2060년대(2061년~2070년)에는 약 3.2℃, 2090년대(2091년~2100년)에는 약 5.2℃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보고하고 있다. 제주도 역시 세계적 차원의 온난화효과가 진행될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는 2013 IPCC 보고서의 세계평균보다도 0.4℃ 높은 기온이다. 제주도의 온난화후폭풍이 세계적 차원보다 강하면 강했지 덜하지 않다는 말이 된다.

“인구 100만 명, 관광객 2000만 명의 시대를 열자?” 아니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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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화상태의 제주공항.

세계 7대 자연경관으로 뽑힌 제주도에 유네스코 자연과학 업무를 총괄하는 ‘그레첸 칼론지(Gretchen Kalonji)’ 사무차장보(ADG)는 찬사를 아끼지 않으면서도 “제주도는 앞으로 밀려들 관광 인파에 대비해 관광객 수를 제한해야 할 것”이라고 관광객 유치에 들뜬 제주도에 조언했다. 그는 “미국 요세미티 국립공원 등 천혜의 자연에 수백만 명의 관광객이 몰리면서 자연환경이 압박을 받는 것을 많이 봐왔다. 제주도가 관광객 수를 제한하지 않으면 천혜의 자연이 훼손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제주도의 ‘지속 가능한 관광산업’을 위해 참고할 대목이다.(동아일보 2011. 12. 5.)

‘현재가 과거보다 좋아진 상태이고 미래는 현재보다 더 좋아진 상태가 될 것’이라는 서구근대에서 비롯된 ‘진보’의 믿음은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지배담론이면서 특히 제주에서는 최근 신앙처럼 굳어져 유령처럼 배회하고 있다. 여전히 눈을 뜨면 어제보다 나은 오늘이, 다시 잠을 자고 나면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 있을 것이라는 진화론적 미신은 이미 유용하지 않음이 드러났다.

어제까지 없었던 지구온난화의 결과로 인한 기상이변들과 생물계의 적응을 압도하는 가속도가 붙은 기후변화, 이전에 없었던 세계적 차원의 방사능 오염의 시작과 끝 모를 상황의 도래, 여전히 안전하지 않은 글로벌자본주의 경제 위기 등 내일은 오늘보다 더 이상 좋아진 상태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일이 오늘보다 나을 것이라는 이 미신은 사실 해방과 6․25한국전쟁 이후 절대적 빈곤을 체험했던 한국인들의 근대의 기억에서 기인한다. 그리고 군사독재정부의 개발과 성장주의 경제정책은 다른 무엇보다도 물적 삶을 풍요롭게 하는 데 기여했고, 그 결과 우리는 행복에 좀 더 다가갔다는 믿음, 아니 물적 풍요가 곧 삶의 질을 높인다는 신념으로 귀착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눈으로 목도한 변화였기에 이론이 아닌 실제 체험에 근거한 신념이 된 것이다.

또한 이러한 신념의 세대전승은 입시교육과 암기교육의 해악을 온몸으로 체득한 공교육의 산물이기도 하다. 즉, 1998년 IMF외환위기 이전까지는 말 그대로 바닥치고 승승장구였던 것이 한국의 경제성장에 대한 최초의 경험이었다. 이렇게 체득된 근대적 신앙은 현재까지도 공무원사회나 지역의 자본가들이나 기업가들, 심지어 촌동네마다 버티고 있는 소위 지역유지라는 분들의 뇌리에까지 똬리를 틀어 맹목적 성장미신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또한 나라에서, 위에서 하는 일인 경우, 이들 토착유지들의 지적 수준에 매우 부합하는 ‘사회적 동의’가 이끌어내어진다.

세계 지역개발의 추세는 친환경적․친주민적 지역개발로 전환된 지 오래다. UN도 모든 국가와 지역이 지속 가능한 개발로 전환할 것을 선언한 지 30년 가까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6, 70년대의 대형개발의 마약에 취해 있다. 아직도 도정에 대한 평가는 외자유치규모, 대형개발사업투자 규모로 이루어지고 있다. 제주개발의 가장 큰 자본은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알을 낳기를 기다리지 않고 배를 가르는 우를 범하고 있음은 우리만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양영철 제주대 교수)

지하수 담론으로 보는 투자유치의 미래

성장의 한계에 관한 제주지역의 이야기 중 지하수 하나만을 논해 보자. 지하수 취수량 증산이 몇 년 새 지속적으로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할 때가 많았다. 사기업인 한진(주)의 판매량 증산을 위해 취수량을 늘려줄 것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제주도의 공공재인 지하수 취수량을 늘려줄 수 없다는 자원의 소유권에 대한 논점이 논쟁의 핵심이다.

하지만, 2013년 이러한 와중에도 제주특별자치도 산하 공기업인 제주개발공사는 삼다수의 취수량과 생산량을 증산했다. 물론 이들의 취수량 증산은 바로 공공재의 활용 확대라는 명분에 따른 것이며, 이를 통해 창출된 이익이 도민사회 공공의 것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주민들의 믿음에 기원을 두고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문제는 존재한다. 바로 《성장의 한계》에서 저자들은 아래와 같이 지적했다.

지하수가 대수층에 다시 채워지는 속도보다 빠르게 물을 길어 올리면 더 이상 지속적으로 물을 공급할 수가 없다. 따라서 물에 의존하는 인간의 활동은 다시 지하수가 채워지는 속도에 맞게 조절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나친 취수 행위가 지속되어 바닷물이 지하로 침투하거나 토지 침식으로 대수층이 파괴된다면 인간의 모든 활동은 중지되고 말 것이다. (《성장의 한계》 중에서)

최근 지하수 사용에 가장 큰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이, 지하수의 먹는 물 취수량 증산과 대규모 개발사업에 따른 물사용량의 급속한 수요증가다. 《성장의 한계》의 저자들은 물 사용료에 대한 보조금 지급 정책을 중지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이러한 보조금제도는 사실 제주개발특별법과 투자유치에 관련한 특례 등에 녹아 있다.)

물 사용료에 물을 공급하는 데 들어가는 모든 금융, 사회, 환경비용을 포함시킨다면 사람들은 저절로 물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머리를 짜낼 것이다. 덴버와 뉴욕은 계량기로 물 사용량을 측정해서 사용량이 많을수록 요금을 많이 부과하는 정책을 실시하는 것만으로 가구당 30~40%의 물 사용량을 줄였다. 이렇게 한다 해도 기후변화의 문제는 물과 관련해 가장 근본적인 전제가 될 것이다. 인류가 현재 진행 중인 기후변화가 계속 진전되도록 놔둔다면 물의 순환, 해류, 강우량과 지상에 흐르는 물의 패턴, 댐과 관개 시설의 효율성, 기타 물 저장 방식, 물 운송비용과 같은 문제들이 모두 바뀔 것이다. 물의 지속 가능성은 기후의 지속 가능성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다. 이것은 곧 에너지의 지속 가능성과 곧바로 연결된다. 인류는 지금 거대한 상호 연결시스템을 마주하고 있다. (《성장의 한계》 중에서)

2013년 5월 31일 ‘윌리엄 탐(William Tom)’ 하와이주 수자원관리위원회 부위원장은 제주에서 열린 ‘제5회 제주물세계포럼’에서 ‘태평양 지역 도서들의 기후변화와 물관리 전략’이라는 주제발표를 하면서 “제주와 마찬가지로 하와이도 대기온도가 상승하고 산간지역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린다. 그러나 최근에는 비가 자주 내리는 산간 지점이 수시로 바뀌고 있다. 기습적인 폭우가 있지만 전체적으로 내리는 비는 오히려 줄었다.

최근 3년간 강수량이 12% 감소했다. 그 결과 하와이 모든 지역에서 하천 기조유량이 줄어들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와이의 경우, 지하수 관정이 개발되면서 호놀룰루 지역의 생활용수는 모두 지하수로 공급해 왔다. 이후 관정 개발은 남용으로 이어졌고 지하수위 하강과 염수 침입 등 위험에 직면했다. 실제로 1889년 해수면 위 12.8m이던 지하수위가 1926년 7.2m로 하강했다. 지하수 고갈에 대한 불안감은 커졌고 결국 지하수 보호법을 제정했다. 현재는 지하수 기금까지 조성했다.

기후변화의 초기예상은 강수량이 향후 100년 동안에 걸쳐 감소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섬들의 경우에 이것은 심각한 문제다. 섬들 대부분은 물길의 흐름을 바꿀 강(江)도 없다. 강수량 감소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분산 유형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만 하고 이로써 섬 공동체는 더 많은 양의 빗물을 효과적으로 집수할 수가 있게 된다. 예를 들면, 수계의 상류 산림지역을 보호하고 보전하는 것은 불균형적인 혜택을 가져올 수도 있다.

서로 다른 식물 종들이 어떻게 물을 빨아들이고 사용하는지(또는 증산작용으로 물이 어떻게 손실되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산림 관리 업무가 수자원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수종들을 보호하는 데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산림을 보호하고 관리하는 데 투자하는 것이 경제학적으로 새로운 관정을 개발하는 것보다 훨씬 더 유리하다. 적극적 산림 관리는 또한 신규 고용을 창출하고 지역 경제의 체질을 강화할 수도 있다. 해수면 상승 문제도 거론했다. 윌리엄 박사는 “하와이는 해수면 상승으로 바닷물이 지하수로 유입되고 있다. 최근에는 습지까지 해수가 유입되는 상황에 직면했다.”라고 설명했다. (제8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 자료)

그는 “제주 역시 용천수가 연안에 위치한 것으로 안다. 해수가 밀려올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우물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앞으로 바닷물 유입 효과가 가속화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구체적 대안으로 하와이는 수계 상류지역의 산림을 보호하는 한편 하수와 폭우의 적극적인 재사용을 언급했다. 특히 농업의 경우 잠재적 대규모 잡용수인 하수의 활용을 주문했다. 윌리엄 박사는 “하와이는 최근 2~3년에 걸쳐 기금을 확보해 산림지대의 수자원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라며 “산악지대 산림지대에 집수능력을 끌어 올리는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강수량 감소에 대비해 적극적 산림관리를 통한 지하수 보호대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삼다수 집수장을 꼭꼭 잠가 맨 골프장 벨트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아래 그림은 현재 제주도에서 운용 중인 골프장 분포도이다. 그런데 이 골프장들이 위치한 지역이 대부분 과거 조선시대 때 국영목장 구역이면서 일제시대 이후 70년대까지 마을공동목장이 위치한 지역들이며, 제주의 허파라 불리는 제주의 대표적인 곶자왈지대가 분포한 지역까지 포괄하고 있다.

도내 지하수자원 보전지구 2등급 지역 중 약 54%인 110㎢이 곶자왈 지역이며 특히, 이 지역은 여러 크기의 암편으로 구성되어 있고, 숲이 우거져 지하수 함양이 우수한 지역이다. 즉, 제주도 지하수의 가장 중요한 집수지대인 셈이다. 그런데 이곳에 골프장 벨트가 들어서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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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 내 골프장 분포도. 대부분의 골프장이 지하수 집수기반지역에 분포하고 있다. 곶자왈공유재단의 분포도 위에 골프장 분포도를 겹친 이미지인데, 곶자왈 구역에도 예외 없이 골프장이 들어섰다. 여기에 최근 투자유치로 들어오는 개발구역까지 포함하면 지하수 집수지대는 대부분 점령당했다고 보아도 좋을 듯 싶다. <그래픽=박경훈>

골프장은 여러 문제를 유발하지만, 특히 농약의 토양침출을 막기 위해 필드의 최저층 바닥면에서부터 토양과 자갈로 여러 겹 반복되는 인위적 토양층을 만들고 최종적으로 그린을 덮는다. 이 그린은 제초제와 살충제로 관리한다. 제주 골프장에 식재돼 있는 잔디는 대부분 ‘한지형(寒地形) 잔디(양잔디)’로 겨울철에도 푸른 녹색그린이 되어 골퍼들에게는 매력도가 높은 것이다.

하지만, 여름철에는 제주 특유의 고온다습한 기후로 잔디의 생육이 불리하고 또한 잔디병 발생 가능성이 높아 농약 살포횟수와 농약사용량이 증가하는 요인이 된다. 제주도는 지난 97년부터 농약 성분 토양 침투 방지를 위한 비닐시트·활성탄 등의 흡착층 설치 등 환경오염 저감시설 설치를 환경영향평가 협의 조건으로 부여해 이후에 조성된 골프장들은 이 규정을 따르고 있다.

친환경골프장이라면서 타 지역에 비해 나은 상태라고 하나, 골프장 조성으로 인해 원래의 생태계 파괴는 물론이고, 끊임없는 농약 사용으로 인근의 토양과 지하수를 오염시키게 된다. 또한 일본에는 3, 4홀짜리 퍼블릭 코스가 많은데, 제주도 내의 골프장들은 대부분 18홀이 기본이고 혹은 18홀 이상이며, 27홀도 3/1을 차지하는 매머드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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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 최대의 곶자왈구역의 하나인 신평-월림 곶자왈. 골프장 투자유치 등으로 대부분이 훼손된 현재의 모습. 선보전 후개발의 현실이다. <그래픽=박경훈>

이런 골프장들은 잔디식생을 위해서 늘 그린에 물을 뿌려대야 한다. 그러므로 골프장은 물 먹는 하마다. 그동안 빗물이용을 제도적으로 유도·권장하여 지하수 이용이 많이 줄었다고 하나 여전히 골프장은 물 먹는 하마다. 지하수 이용 비중이 전체 관개용수 사용량의 50%대로 떨어졌다고 하지만, 그 물 사용량이 엄청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지하수 고갈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특히 제주의 경우 생활용수든 관개용수든 대부분 지하수를 사용하고 있는 형편이므로 골프장의 지하수 사용은 그만큼 환경수용에 부담이 생기는 것이다. 또한 엄청난 면적에 이르는 골프장은 사실상 생태계가 단절되고 집수기능이 차폐된 죽은 토양이다. 흔히 골프장을 ‘녹색사막’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대부분 한라산 중산간에 위치한 골프장들은 제주의 광활한 목초수림지대를 죽음의 땅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골프장은 지하수를 죽이면서도 지하수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역설적인 관광시설이다. 지속 불가능한 시설인 셈이다.

제주도광역수자원본부의 자료에 따르면 2013년 지하수 이용현황을 분석한 결과, 특급관광호텔 등 54개 관광숙박시설은 5,039톤인데 비하여 30개 골프장의 1일 평균 물 사용량은 11,568톤으로 무려 두 배에 달한다. 또한 1일 300톤 이상 지하수 사용업체 중 골프장이 17개소이며, 지하수 다량사용업체 30위 권 안에 드는 것이 23개소에 이른다. 이쯤 되면 골프장은 지하수 사용과 관련해 가장 많은 물을 사용하는 업종이다.

섬은 작은데 들어서는 시설들은 대부분 대규모·대량 환경자원 과부하시설들만

특히 문제는 호텔과 골프장이 동시에 운영 중인 리조트시설들이(호텔롯데 933톤, 해비치 838톤 등) 단일사업체들 중에서 물 사용량이 매우 대량이라는 점이다. 요즘 한창 중국인 투자붐이 이루어지는 사업체들 역시 대부분 리조트형인데, 이들의 물 사용량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향후 40개소에 이르는 골프장 건설이 완료되어 모두 운영된다면 이들 골프장의 지하수 이용량이 지하수 전체 이용량의 50% 이상을 차지할 것이다.

리조트는 말 그대로 위락종합선물세트로서 대규모 숙박시설과 골프장 카지노시설들이 주류를 이루는 관광시설이다. 그것도 보통 규모가 300실, 많게는 934실의 대규모 콘도형 리조트들이다. 이러한 대형리조트들에는 그만큼 많은 양의 환경자원이 사용된다. 물 자원 급증, 에너지 소모 증가, 쓰레기 양산, 연륙 및 도내교통망의 과부하 등이 뒤따른다는 말이다.

이 과부하들은 다 누가 책임질 수 있을까? 외자유치 한다고 온갖 특혜를 주는 것도 모자라 영주권까지 끼워 파는 마당에 그들에게 부담 지울 리는 만무하다. 현재 제주투자진흥지구제도는 미화 5백만 불 이상 투자하는 국내외 자본에 대해 조세 특례(국세·지방세, 각종 부담금 감면 및 국공유재산 무상사용 등)가 적용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중 환경관련 세제혜택을 보면 개발부담금, 공유수면점 사용료는 100% 면제이며 대체산림조성비·농지보전부담금·대체초지조성비·하수도원인자부담금은 50% 감면이 이루어지고 있다. 결국, 환경부하와 섬의 어메니티 침해 등 모든 것은 지역주민이 떠안아야 되는 것이다.

투자유치에 혈안이 된 정책담당자들은 《성장의 한계》의 저자들이 가졌던 ‘시스템으로 보는 눈’을 가지지 못한 것이다. 이는 제주지역의 전문가그룹들 역시 마찬가지다. 제주섬의 환경총용량, 즉 자원의 총량과 자원사용에 따른 흡수량의 총량 속에서 투자유치로 인해 개발되는 환경부담에 대한 고려가 빠져 있는 것이다. 하나의 리조트가 들어서면 그 리조트에서 발생하는 물 사용량, 쓰레기 배출량, 이산화탄소 발생량 등도 고려해야 하지만, 마치 원자력공학자들이 값싼 원전을 선전하면서 의도적으로 사후비용은 배제해버리는 문제에서와 마찬가지로 기만성을 지닌다.

그러므로 외자유치를 통해 투자유치를 위한 양해각서가 오갈 때쯤이면, 이에 대한 제주섬이 지속 가능한 흡수율은 얼마나 소진되는지에 대한 면밀한 평가지표가 있어야 하며, 그에 적정한 개발부담과 비용이 계상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이루어지는 투자유치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전면에 내세워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대며, 유치실적 쌓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듯 보인다. 또한 앞에서 살폈듯 투자진흥지구제도는 투자유치를 위한 개발부담 등은 아예 면제하거나 대폭 감면해주기 때문에, 결국 원인자부담분은 고스란히 제주도민들이 떠안아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값싼 일자리 운운하면서 명분 찾기에 급급하다.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를 잘 모르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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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등 외자유치의 대부분은 대규모 콘도미니엄 또는 복합리조트 등이 주종을 이루는데, 이들은 골프장만큼 물 먹는 하마다. 탄소발자국의 종합선물세트이기도 하다.

‘어진 백성들의 정성 어린 경관’이 ‘번잡함의 굴레로 떨어져
- 벽안의 노학자의 눈에 비친 번잡함의 굴레로 떨어진 제주관광

학자들이 도처에서 ‘한국의 기적’을 환호하는 책들을 쓰고 있을 때, 나는 본서 행간마다 다음과 같은 통렬한 격언을 반쯤 내비추고 있었다. 즉, “모든 성공담 뒤에는 엄청난 범죄가 도사리고 있다.(공자)” 바로 이것이 내가 본서를 쓸 때 처했던 상황이며, 마음의 상태였다.(《제주땅에 새겨진 신유가 사상의 자취》 서문 중에서)

《제주땅에 새겨진 신유가 사상의 자취》(원제: The Architecture of Ideology)의 저자 ‘데이비드 네메스(David J. Nemeth)’ 미국 오하이오주 톨레도대학 지리학과 교수는 1972년에 평화봉사단의 일원으로 제주에 와 2년간 체류했다. 그때 제주에 이끌려 그 후 1980년 4월~1981년 8월, 1984년 9월~1985년 8월까지 제주대학교 객원교수로 부임, 재직하면서 박사학위논문을 쓰기 위해 제주에 있었다.

그리고 그는 1987년 제주에서의 경험과 조사 자료를 토대로 박사학위논문을 쓴다. 그의 학위논문이 2012년에야 한국어로 번역되어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벽안의 학자가 이국의 섬, 제주에 대해 써내려간 논문 속의 글들은 그의 말처럼 행간마다 제주에 대한 지극한 애정과 염려를 담고 있는 것들이었다. 이 책이 이제야 번역된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물론 그 전에 번역되었다고 해서 고동성장에 목말라 있던 개발드라이브시대의 정책담당자들이 이를 참고하여 발전방향을 수정하거나, 그 속의 학문적 진리를 얻으려 하지 않았을 것은 그간의 풍토 속에서 어렵지 않게 예상 가능한 일이다.

‘각성한 저개발(Enlightened underdevelopment)’이라는 사상은 지리학자로서의 네메스가 제주의 자연과 경관 그리고 섬의 사람들을 사유하면서 창안해낸 개념이며 제주를 바라보는 틀이다. 그 틀을 통해 그는 서구적 역사에서는 직조할 수 없는 제주섬만의 문화경관을 이해하고자 했다.

조선시대 목사․판관 등 중앙의 선비이면서 학자․정치가였던 관리들, 그리고 정치범으로 중범죄자가 되어 위리안치되었던 유배객 등 신유가 사상가들이 이념으로 구축한 풍경을 남기고 떠난, 그리고 그 시대마저 막을 내린 후 제주 농촌의 경관 속에서, 오직 그만이 1970년대까지 살아 있던 각성한 저개발의 원풍경을 ‘각성한 눈’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그 당시 제주는 새마을운동이 시작되면서 이 벽안의 지리학자가 보기에는 가지 않아도 될 길을 막 떠나던 참이었다.

네메스의 관심은 문화경관에 있다. 즉, 인간이 대지 위에 직조한 풍경인 것이다. 그는 모든 문화경관은 이념의 구축물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또한 전근대시대 제주섬의 문화경관, 즉 열 지어 있는 돌담의 군락지, 무덤을 둘러싼 산담, 듬돌이 놓여 있는 마을의 초입, 돌하르방이 서 있는 풍경, 세 개의 읍성과 이를 중심으로 연결된 마을들의 배치와 관계망 등은 사실 정신적 사유의 그물인 조선시대 신유가사상(유교, 주자학)에, 또한 지리적 관념은 전통적인 풍수사상에 기반한 문화경관으로 파악하고 있다.

즉, 신유가사상은 제주의 농민들에게 자연-인간-세계에 대한 조화로운 관계맺음의 이치를 배우게 했고, 여러 세대에 걸쳐 비록 낮은 생산성의 기술이지만, 높은 효율성을 바탕으로 고된 일상을 지혜로 극복해 왔음을 강조한다. 그 결과 제주의 농촌경관은 본질적으로 예의를 갖추려는 ‘어진(仁) 백성들’에 의해 만들어진 ‘정성 어린(誠) 경관’이었다. 신유가적 경관은 특히 제주의 양촌(陽村, Plain)에 확립되었다. 역사적으로 국가이데올로기는 대부분의 경우 수많은 삶의 양태들을 파괴하는데, 조선시대 제주의 경우 인간에 적합한 양질의 삶을 창조하면서 복합적이고 생산적이며 인간적인 사회의 좋은 범례로 작동했다고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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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톨레도대학신문에 실린 네메스의 사진. 1973년 제주에서의 네메스(왼쪽), 번역본을 들고 기뻐하는 네메스 교수.

2013년 10월 4일 ‘제주 문화경관·생태자원의 지속 가능한 보전과 발전방안’을 주제로 열린 제2회 제주학 국제학술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그는 다시 제주를 찾았다. 이날 발표에서 그는 “제주 관광이 어리석은 경제성장 이데올로기와 근시안적인 추진 전략으로 인해 번잡함(Complicatedness)의 굴레로 떨어졌다.”라고 안타까워하면서 “공자가 성공담 뒤엔 커다란 범죄가 있다고 말했다. 탐욕은 좋지 않다.

그러나 인간의 욕심은 환경을 파괴하고 있고 제주에선 말도 안 되게 생태환경을 파괴해 거대한 해군기지를 건설하고 있다. 자연으로부터 급속히 멀어진 결과”라고 꼬집었다. 그가 말하는 ‘범죄’란 분쟁, 거리폭력, 가족 가치의 하락, 전통과 노인에 대한 방치와 무시, 환경의 질적 저하 등이다. 그의 눈에는 해군기지도 제주의 깨끗한 생태 환경에서는 부조리한 범죄에 속한다. “제주는 어떤 것이 지속 가능하고 우주적 계획에 부합한 자연스러움인지 판단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제주관광의 미래이자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 노학자의 눈에 보인 제주는 어떤 모습일까? 궁극적으로 그는 1972년 제주의 원풍경을 기억한다. 그로부터 42년 만에 방문한 제주의 변화한 모습을 보면서, 그의 반응은 예의 오랜만에 제주를 찾는 사람들이 ‘놀라울 정도의 발전’ 운운하는 것과는 사뭇 달랐다. 적어도 그가 원하는 방향의 모습은 아니었던 것이다. 우리는 돗통시가 있는 전근대의 풍경을 간직했던 40여 년 전에서 분명 다른 길을 갈수도 있었지만, 결국은 한계초과 상황에 이르는 데 일조한, 가지 말아야 할 길을 밟아온 것은 아닌지 반문해야 한다.

‘각성한 저개발’에서 ‘각성한’이 삭제된 자본주의 욕망의 증식로를 가동해 온 것은 아닌지 말이다. 그가 책에서 “근대의 비평가들은 그 계획(각성한 신유가의 환경공학)을 서툴고 극도의 태만의 증거로서의 물리적이고 사회적인 영향으로 진단한다 할지라도”라고 지적했던 그 방향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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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경훈 제주민예총 이사장.

발전에도 여러 길이 있으며, 관광에도 여러 형태가 있다. 우리는 그 선택지 중 세월이 지난 후에 정말 갈 만한 길을 갈 수도 있었다. 그러나 네메스의 눈에는 40여 년간 제주는 다른 선택지를 찾지 않고, 가지 않아도 될 길을 열심히 페달 밟아 온 셈이다.  / 박경훈 제주민예총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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