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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람 레코드] (4) 무표정한 발걸음 / Ach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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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unch / Achime (2010).

밴드 <아침>. 이름만 들으면 <라이너스의 담요>처럼 달콤하고 산뜻한 음악을 할 것 같지만 반전이 있다. 처음엔 이름이 걸렸다. ‘아침’이라는 이름은 이미 ‘숙녀예찬’이라는 노래를 히트 시킨 듀오의 이름이다. 이미 있는데 같은 이름으로 하는 건 예의가 아니다. 게다가 ‘아침’이라는 이름도 밝고 단순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데 앨범 표지가 범상치 않았다. 공업단지 위의 하얀 구름, 거꾸로 뒤집힌 자동차, 교복 입은 여학생의 드러난 팬티 등이 예사 음악을 하지 않을 거라는 선입견을 줬다. 그들은 아마도 선배 음악인 듀오 <아침>을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 ‘그게 뭐 중요하나요? 그래서 뭐요?’라고 반문할 것 같다. 그들의 인터뷰를 보면, 1960년대의 히피 소년소녀를 닮았다. 멀리는 [Clash] 가까이는 [My Bloody Valentine] 같다. [Smashing Pumpkins]의 빌리 코건처럼 특이한 목소리의 프론트맨 권선욱. 조금 반항아 같으면서도 자신의 길을 꿋꿋하게 걷는 소년가장 같다. 보컬도 하나의 악기라면 다른 소리와 함께 의외로 잘 어울린다. 브릿팝 느낌으로 시작하더니 일렉트로닉과 펑키를 넘나드는 이 밴드는 나이도 어린 게 정말 기특하다. 자신들의 삶이 너무 어두워서 이름이라도 밝게 하고 싶었다는 5인조 밴드. <전자양>처럼 슈게이징 사운드를 들려준다. 슈게이징 사운드는 악기나 발만 쳐다보며 음악을 해서 붙여진 말이다. 관객을 바라보지 않고, 자신의 색깔을 고집하겠다는 것. 사람들은 그들을 보고 어서 너희의 그 축축한 방에서 나오라고 권고한다. 그들의 음악이 미성숙이고 미정인 건 분명하다. 하지만 ‘그게 뭐 중요하나요? 그래서 뭐요?’라며 신나게 음악을 한다. 나는 그런 슈게이징 정신이 좋다. 불특정소수를 위한 밤은 또 이렇게 깊어간다. 이 글을 읽고, <아침>의 음악도 들었는데도 뭔가 부족하다면 내 두 번째 시집 <남방큰돌고래>에서 졸시 ‘사과 좋아합니까’를 읽어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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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택훈 시인.
[편집자 주] 현 시인은 1974년 제주에서 태어났고 2007년 <시와정신>으로 등단했습니다. 시집 <지구레코드>와 <남방큰돌고래>를 펴냈습니다. 2005년 '대작'으로 지용신인문학상을 수상했고, 2013년 '곤을동'으로 제1회 4.3평화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연재 제목이 '눈사람 레코드'인 이유는 눈사람과 음악의 화학적 연관성도 있지만 현 시인의 체형이 눈사람과 비슷하다는 점에서 가장 밀접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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