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훈의 제주담론] (29)
정녕 후세들에게 싸질러 놓은 똥을 대대손손 치우게 할 것인가?

218m ‘초고층 빌딩(supertall skyscraper)’인 드림타워의 바람 피해를 줄이기 위해 “나무를 더 심어라.”라는 ‘사전재난영향성검토위원회’의 조건부 요구사항은 건설강행 면죄부에 대한 면피용 카드도 되지 못하는, 지나가던 소가 웃을 코미디다. 그들의 ‘전문성’에 혀를 찰 수밖에 없다. 이들이 과연 전문가인가? 이런 수준의 위원들이 그동안 그 자리에 앉아서 제주도의 건축 관련 재난심의를 계속해왔다는 것인가?

임기 종료를 날 수로 세는 시기에도 여전히 레임덕 없는 뒷심을 발휘하는, 위대한 제주특별자치도의 우근민 지사님은 가시는 길에도, 그가 사랑해 마지않는 도민들에게 스트레스용 선물을 꼭 안기고야 말리라는 심보인지, 알쏭달쏭한 답변으로 일관하면서 마치 무엇에 쫓기는 듯 일사천리로 이 사업을 몰아붙이고 있다.

참으로 기가 찰 노릇이다. 전임 김태환 지사는 강정해군기지를 끌어와 도민사회를 극단적인 갈등으로 몰아넣고 도민사회를 절단 내고 떠나더니, 후임 우근민 지사는 후보 시절엔 반드시 해군기지 문제를 풀겠다고 약속해놓고 정작 지난 4년 동안 문제 해결은 둘째 치고 변명으로 일관하다가, 임기가 만료되어 떠나기 몇 주 전에 교통지옥, 주차전쟁, 일조권 주민피해, 카지노 문제 등 골고루 문제투성이인 218m 초고층 도민 스트레스 유발용 빌딩을 선물로 주고 가려고 안달이 났다.

어찌하여 우리들의 지사님들은 재임기간에도 별로 도민들에게 이로운 일을 하지 않더니만, 떠나는 마당에도 이렇게 도민들에게 부담되는 선물만 준비하는지, 참 할 말 없게 만든다. 문제는 할 말 없는 일로 끝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유사 이래 제주섬 초유의 218m 초고층 빌딩인 드림타워는 가뜩이나 교통 혼잡으로 지금도 문제가 많은 노형지구를 두고두고 근심거리로 남긴다는 것이다. 즉, 우 도정이 싸질러 놓은 똥을 후세들이 두고두고 치워야 하며, 악취를 견뎌야 한다. 이는 후세들의 삶의 질에 대한 테러이며 폭거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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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림타워 조감도.

‘드림타워’는 꿈같은 이름과는 달리, 자칫하면 제주에 들어설 수도 있는, 결코 아름답지 못한 국내 최대 도박타워의 이름이다. 20여 년 굴곡 많은 우근민 지사의 오랜 정치역정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이 괴물은, 6․4선거가 끝나면 뒤이어 들어설, 새 도정이 집권 초기부터 도시개발과 관련한 지역사회와의 갈등을 초래할 선물이기도 하다. 선물 치고는 고약한 선물인 셈이다.

특히 뒤이어 들어설 도정의 주인공 중 한 사람일 수 있는, 원희룡 새누리당 후보, 신구범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모두 하나같이 후임 도정으로 넘겨 달라고 기자회견을 통해 강력히 요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 지사는 귀를 닫고 있다. 심지어 소신껏 일하라고 공무원들을 격려하며, 이러한 후보들의 의견에는 제왕적 도지사답게 아주 불쾌하다는 반응으로 대응하고 있다. 받을 사람들은 절대 그대로는 안 받겠다는데, 우 지사는 무조건 받으라고 강권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 사업이 제주발전을 위한 무슨 대단한 사업도 아니며, 우 지사의 답변처럼 단지 20년간 타워크레인만 떠있는 것이 보기 싫어서인지는 몰라도, 임기 막바지에 마치 무엇에 쫓기듯 이를 밀어붙이고 있다는 데 있다. 많은 도민들은 이러한 그의 행보에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왜 우 지사는 그렇게 모든 도민들이 나서서 말리는데, 마치 위대한 역사적 사명을 띤 사람처럼 이렇게 서두르며 화급하게 일을 끌어가고 있는가? 이 글을 시작하며 던지지 않을 수 없는 질문이다.

우 지사는 ‘유종의 미’라는 말도 모르는 것일까? 아니면 반드시 드림타워를 허가해야 할 남모를 고뇌가 있는 것일까? 마치 다 먹지 못한 과일을 마저 씹으려는 듯한 우 지사의 드림타워 행보는 그의 마지막 도정에 ‘유종의 추’를 안겨주는 독배가 될 것이다.

드림타워를 둘러싼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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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법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차기 도정에서 해결할 문제라는 점과 함부로 속전속결로 결정하면 안 된다는 입장을 공유하고 있는 차기 도지사 후보들.

지난 5월 14일, ‘언론 6사 정책토론회’에서 신구범 후보는 ‘(드림타워에 포함된) 카지노 허가 금지’를, 원희룡 후보는 ‘재협상’을 천명했다. 둘 다 현재 우 도정이 추진 중인 드림타워 건립에 반대하고 나섰다.

원 후보는 “도지사의 인허가 행정행위는 단순히 법적 문제가 없으면 자동적으로 허용하는 것이 아니다. 드림타워는 중국자본의 개발 방향성이 제주에서 나타나는 핵심적 사례라고 볼 수 있는데, 초고층 안전문제, 경관, 교통유발, 카지노 문제 등 매우 신중하고, 원점에서 검토해야 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라고 답변했다. 그리고 “행정권한을 제가 행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차기 도정으로 넘기라고 한 것”이라며 “일방적으로 결정할 게 아니라 투자자와 충분히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나가겠다.”라고 덧붙였다.

신 후보는 “드림타워의 본질은 건축허가 인허가 문제가 아니라 카지노가 핵심”이라며 “중국 자본이 카지노가 아니면 드림타워 사업을 하겠느냐.”라고 반문했다. 또한 “제주에 8개의 카지노가 있는데 저는 신규허가를 내주면 안 된다는 것을 명확히 천명한다.”라며 “그렇다면 녹지그룹에 대한 협상에서 보다 유리하게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결국 여야 도지사 후보 둘 다 공히 우근민 도정에서 드림타워를 처리하지 말아 달라고 간곡히 부탁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사전재난영향성검토위원회’가 조건부수용을 의결한 다음날인 20일, 새누리당 원 후보는 제주드림타워 건축허가와 관련해 캠프 대변인 논평을 내고 “드림타워 건축허가 속전속결이 우려된다.”라고 밝혔다.

원 후보는 “제주도가 속전속결로 드림타워 건축허가 승인절차를 매듭지으려는 모양새”라며, “하지만 세월호 참사로 재난 안전 문제가 우리 삶의 일차적 과제로 떠오른 시점에서, 드림타워와 같은 초고층 빌딩의 건축허가를 단시일 내에 마무리 짓는 것은 백번 양보해도 옳은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전재난영향성검토위원회가 조건부수용을 의결한 ‘조건’ 역시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라며 “56층 초고층 빌딩의 바람 피해를 어떻게 나무를 더 심어 해결한다는 것인지, 단독주택에나 어울릴 조건부 허가 내용을 그대로 초고층 빌딩에 적용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라고 심의결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또한 “30년 만의 투자가 아니라 300년 만의 투자라도 따질 것은 따지고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라며 “따라서 대안은 차기 도정에서 전문적인 검토를 거치고 다시 한번 도민 공감대를 모으는 것”이라고 밝혔다.

드림타워 문제는 도지사들의 문제만이 아니었다. 지난 5월 7일, 이번 6․4지방선거에 출마하는 도의원 예비후보들은 <노형동 드림타워 조성사업 중지를 요구하는 6․4지방선거 노형․연동 예비후보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드림타워 건립에 반대하고 나섰다.

지난 4월 14일 열린, 노형동 드림타워 신축공사에 대한 사전재난영향성검토위원회(이하 검토위원회)결과 부분수용으로 의결됐습니다. 검토위원회에서는 초고층 건축물로 인한 일조권 및 풍(바람)환경이 주변지역에 미치는, 사업시행자가 제출한 사전재난영향성검토 조치계획서 중 일부에 대하여 보완 조치 후 재심의하기로 의결했습니다. 이에 대해 동화투자개발(주)은 빠른 시일 내에 보완계획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고, 제주도는 행정절차에 따라 곧바로 재심의를 진행한다는 방침입니다. 특히 지난 4월 28일, 기한도 정하지 않은 채, 드림타워의 공사 착수 기간 연장을 승인해준 제주시의 행위는 사업자에게 특혜를 주는 것은 물론, 법률적으로도 논란의 소지가 있는 행위로서 즉시 시정을 촉구합니다.

노형동 드림타워 조성사업에 대해 차기 도정에서 신중히 다룰 수 있도록 제주도가 드림타워 조성사업에 대한 모든 행정절차를 중지해 주기를 재차 요청한다는 요지의 기자회견이었다.

물론 시민단체들은 이미 이전부터 드림타워 조성을 강력하게 반대해왔다. 하지만 우리들의 지사님께서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30년 만에 투자자를 찾아서 진행하는 사업인데, 이번에 하지 않고 차기 도정으로 넘기라고 하면 투자할 사람은 그때까지 그대로 남아 있겠느냐.”라며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한술 더 떠서 우근민 지사는 ‘사전재난영향성검토위원회’ 회의가 열리기 하루 전날 도청기자실을 찾아 "30년 만에 투자자를 찾아서 하는 사업(드림타워)인데 이번에 안하고 차기 도정으로 넘기라고 하면 투자할 사람은 그때까지 그대로 남아 있겠느냐"며 "아마도 투자할 사람이 떠나면서 심의를 할 필요도 없게 될 것"이라고 위원회 통과를 압박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공정하고 객관적이어야 할 재난검토위 결정에 상당한 압박을 준 상식 이하의 행동”이라고 규정했다.

결국 지난 19일, 제주도 ‘사전재난영향성검토위원회’는 드림타워 건설로 인한 민원이 발생하지 않도록 일조권을 침해받는 주민과 협의를 거쳐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주변 16개 지점에 나무를 추가로 심어 바람 영향을 줄이라는 조건을 달아, 드림타워 건설계획을 수용했다.

드림타워 사업, 무엇이 문제인가?

드림타워는 노형동 925번지에 들어설 관광숙박빌딩으로, 지하 5층, 지상 56층, 높이 218m의 초고층 빌딩(호텔 908실, 콘도 1260실 및 각종 부대시설)이다. 1983년에 터파기 공사가 이루어진 후, 30여 년째 방치된 이곳에, 2009년 동화투자개발(주)이 초고층 빌딩을 짓는 건축허가를 받은 것이다. 애초 동화투자개발(주)은 관광호텔과 아파트 건립으로 제1종 지구단위계획을 승인받았다.

이후, 세 번의 사업변경을 통해 사업영역을 변경․확장해 왔으며, 최근 중국인 제주투자 붐을 맞아 중국 녹지그룹과 손을 잡고, 도내 초유의 초고층 호텔과 콘도미니엄 및 국내 최대 규모의 카지노를 지으려 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유례가 없는 제주 초유의 사업임에도 우근민 도지사는 시치미 뚝 떼고 임기 말에 이 사업의 건축허가를 앞장서서 독려하고 나서서 논란의 중심에 서고 있는 것이다.

드림타워 건립의 역사를 잠시 살펴보자. 드림타워 건설 예정 부지인 제주시 노형동 925번지는 1980년 9월, 신제주 제2지구 토지구획정리사업지구 체비지로 매각된 곳이다. 사업자는 롯데관광개발(주) 계열사인 동화투자개발(주)인데, 계열사인 롯데관광개발, 롯데관광, 동화면세점 등과 광화문 사거리에 위치한 서울파이낸스센터, 광화문빌딩 등을 개발한 회사다. 사업자는 1983년 310실 규모의 호텔건축허가를 받아 착공한 후, 터파기만 일부 진행하다 9년 동안 공사를 중단한다.

1992년 11월, 도시관리계획 재정비에 따라 용도지역이 일반주거지역에서 일반상업지역으로 변경되자, 사업자는 객실 수를 655실로 설계변경하고 다시 착공신고를 하여 공사를 진행한다. 하지만 공사는 질질 끌기만 했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1994년 제주도종합개발계획이 수립되자, 이 계획에 따라 ‘경관고도규제계획’이 수립되면서 사업 대상지의 최고고도가 35미터에서 55미터로 완화된다. 이에 따라 사업자는 1997년 12월, 관광호텔 객실 수를 655실에서 620실로 다시 설계변경을 한다. 착공신고까지 마쳤지만 이번에도 공사는 이루어지지 않고, 대상부지는 그대로 방치된다.

10년 후인 2007년에 수립된 ‘2025 제주광역도시계획의 경관・미관계획’에 제시된 건축물 등의 고도제한 정비방향에 “주요 도심부의 랜드마크적 건축물의 입지 및 재개발사업, 관광지 개발사업 등에 의한 건축물 등의 높이제한 완화 요청 시 도시관리계획 결정 또는 가로구역 지정 등을 통한 고도완화 검토”가 포함되었다. 사업자는 이를 놓치지 않고, 2008년도에 고도완화를 위해 제주도에 도시관리계획 변경을 제안하였고, 2009년 1월에 도시관리계획 변경(최고고도지구 폐지) 및 제1종 지구단위계획 결정(고도 218m 등)이 이루어진다. 사업자는 푸르덴셜과의 합작회사 설립이 무산되고, 모회사인 롯데관광개발(주)의 용산 프로젝트가 취소되면서, 2011년 5월부터 지금까지 계속 착공을 연기하고 있다. 2014년 1월, 동화개발은 푸르덴셜을 대신하여 중국의 녹지그룹과 공동으로 호텔과 콘도미니엄, 판매시설 및 카지노 개발사업으로 용도를 변경하고,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것이다.(이정민, <노형동 드림타워 도시계획변경, 과연 정의로웠는가?>)

이 흐름을 자세히 살펴보면, 30년이라는 근 한 세대에 걸쳐, 대자본이 어떻게 알자배기 토지 하나를 가지고 고부가 가치의 대형 사업으로 키워나가는지를 알 수 있다. 이들은 노른자위 땅의 이윤을 철저하게 극대화시키기 위해, 마치 늑대가 사슴사냥을 위해 오랜 시간 먹이를 노리는 것처럼 웅크리고 있다가, 비로소 최대 이윤을 남길 수 있는 여건이 되자 기지개를 켜면서 먹이를 낚아채는 것이다. 30년을 기다려 이제 최대 투자환경을 만났으니 당연히 달려들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흐름에 동참한 것은 다름 아닌 행정이다. 행정이 맞장구를 친 것이다. 그간의 진행과정을 보면, 행정은 사업자가 투자환경이 변할 때마다 그들의 요구조건을 최대한 수용해 준 흔적이 역력하기 때문이다.

드림타워 문제는 이번 6․4지방선거를 관통하는, 선거기간 중 가장 핫한 이슈다. 이 문제가 뜨거울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 사안 하나에 중국자본, 교통환경, 교육환경, 외국인 카지노, 초고층빌딩 재난위험 등 현재 제주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 즉 거대외국자본에 의해 초고층 빌딩이 들어섬으로써 주민들의 삶의 질을 해칠 수 있는 모든 문제점이 망라된 종합선물세트이기 때문이다.

제주 초유의 초고층빌딩의 건설에 따른 문제들

‘초고층빌딩’이란 세계초고층학회(CTBUH)의 기준으로는 ‘50층 이상, 높이 220m 이상의 건축물’을 지칭하며, 우리나라의 경우 건축법 시행령에서 ‘50층 이상 또는 높이 200m 이상의 건물’을 초고층빌딩으로 정의하고 있다.(선종필, 《부동산 대해부》)

드림타워는 현재 제주 초유의 초고층빌딩이다. 그런데 초고층빌딩의 경우, 그 건물이 들어선 후에 나타나는 영향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즉, 초고층빌딩은 그 자체로 이전에는 전혀 없던 각종 도심환경 및 안전 문제 등을 안겨주는 것이다.

초고층빌딩의 문제는 다면적이고 다층적이다. 그것은 환경(교통, 교육, 일조권, 빌딩풍)의 문제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재난(화재, 자연재해, 테러)뿐만 아니라 초고층고밀도에 따른 제반 문제들을 낳는다. 과다 객실 수에 따른 인구이동의 집중, 에너지와 물 사용량의 급증 문제 등은 초고층빌딩 자체에서 기인하는 문제들이며, 드림타워라는 카지노빌딩이란 측면에서 또 다른 문제들을 발생시킨다.

대형도박사업장이 입지하면서 발생하는 문화적 문제, 특히 카지노를 찾는 주 고객이 대부분 중국인 도박관광객들일 경우 발생하는 문화적 충돌, 도박산업의 번창에 따른 범죄와 병리적 문제 등이 겹쳐 있다. 그러므로 이는 외자유치라느니, “30년 동안 타워크레인만 서있던 것을 이제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라는 식의 무식한 가치 판단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초고층빌딩인 드림타워의 문제는 꼼꼼히 챙겨보아야 하며, 공론화되어야 한다. 공론화를 거치는 동안 이 건축물의 건설로 인한 각종 문제점들을 진단하고 그에 대한 다양한 대안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주특별자치도는 무엇이 구렸는지 별의별 핑계를 다 대면서 비공개로 모든 것을 추진하고 있다. 마치 사업자의 대행기관처럼 말이다.

이 사업을 추진하는 사업자인 동화투자개발(주)(대표이사 박시환)은 지난 17일 제주도에 ‘사전재난영향성 검토협의 요청서’를 제출하며, “사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자료의 비공개를 요청했다고 한다. 웃기는 이야기다. 재난영향성 검토협의서의 내용은 그야말로 지역주민들의 생활과 직결된, 재난과 안전에 관한 영향이 큰 것들이다. 그런데 그렇게 사업에 지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면, 이는 숫제 도적질을 하겠다는 것 아닌가. 자기들의 사업내용이 밖으로 알려지면 사업에 중대한 차질을 줄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은, 밖으로 나가서는 안 될 ‘중대한 결함 또는 문제’가 있다는 것을 역으로 반증하는 것이다.

그런데 더욱 웃기는 이야기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특별자치도 소관부서가 사업자의 눈치를 보면서 관련 자료의 공개를 꺼리고 있으며, 제주도 관계자는 “중요한 결정을 하는데, 회의를 공개할 경우 심의 의원들이 자유롭게 소신 발언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라는 이유 아닌 이유를 들어 회의도 비공개로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도민의 알 권리를 철저히 배제한 채 사업자의 입장에서 일을 추진하고 있는 이들 소관공무원들에 대한 책임은 향후에 반드시 물어야 할 것이다. 도민은 배제하고 인사권자인 도지사와 사업자만 바라보는, 요즘 세월호 참사에 등장하는 공무원들의 행태와 무엇이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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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형로터리 인접구역에 입지한 드림타워 부지.

교통환경 문제

우선, 교통환경의 문제를 톺아보자. 드림타워가 들어서면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 중 가장 가시적이고 일상적인 문제는 바로 노형로터리로 연계된 교통망의 중심지역에 발생할 교통환경 문제다. 이는 위의 지도에서 보는 것처럼, 굳이 도시계획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현재 대상부지와 인접한 도로는 제주도에서 교통량이 가장 많은 제주공항∼7호광장∼노형로터리∼평화로 구간 노선이 이어진 곳이다.

특히 현재에도 출퇴근 시간이면 노형로터리의 교통량과 이에 따른 교통정체는 심각한 수준이다. 드림타워 조성사업에 따르면, 호텔과 콘도미니엄을 합쳐 총 2,168실이나 들어선다. 이는 2009년 당시 계획에서 2배가 넘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교통영향평가 결과, 드림타워 신축에 따라 하루 8000대 안팎의 추가 교통량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 지역의 교통지옥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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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악의 교통지옥.

제주시 연동․노형지역은 제주도의 대표적인 관광도심으로, 2011년부터 관광숙박시설 신축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이는 2012년 7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관광숙박시설 확충을 위한 특별법>이 한시적으로 시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별법에 따르면, 부설주차장 설치 기준이 크게 완화되고, 용적률도 일반 상업지역은 종전 1000%에서 1300%로, 유통상업지역은 종전 700%에서 1100%로 완화됐다. 그 덕에 제주도의 전체 관광숙박시설 승인 건수는 지난 3년 사이 1만5879실로 9배나 가파르게 늘어났다. 현재 사업계획이 승인된 관광숙박시설이 모두 완공되면, 제주도 내 관광숙박시설 객실 수는 4만실에 육박해, 연간 관광객 1100만 명을 가정한 관광숙박시설 수요 2만3000실을 훨씬 초과한다.

공급 과잉에 따른 운영난 등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작년 한 해만도 7520실이 승인됐고, 이 중 4325실이 연동․노형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드림타워가 들어설 예정인 연동․노형지역, 특히 노형로터리 지역은 출퇴근 시간의 교통체증과 중국인 관광객 급증 이후 신라면세점 인근 교통혼잡 사태처럼, 도심교통의 문제가 중요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지역이다. 앞서 계획된 관광숙박시설들이 모두 완공되면, 연동․노형지역은 드림타워가 들어서지 않더라도 이미 교통지옥이 될 것은 눈 감고도 예측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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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림타워 주변 관광숙박시설 입지 현황 및 객실 수 현황 <자료출처=제주참여환경연대>.

현재 드림타워가 들어설 예정인 노형로터리를 중심으로 한 주변의 관광숙박시설 입지분포와 수용객실 수를 보면, 위의 그림에서처럼 총 4,325실의 객실이 분포하고 있다. 이는 곧 그만큼 그들을 실어 나르는 대형차량의 이동이 집중됨을 의미한다. 도로는 한정되어 있고, 차량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봉착하게 되는 것이다. 즉, 차량의 이동과 사람의 이동이 집중되고, 그에 따른 도시 교통혼잡에 따른 공간 스트레스가 누적됨을 의미한다.

최근 신라면세점 교통문제에서 보듯, 관광객의 집중은 그 지역의 상권 활성화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나, 도시의 어메니티를 크게 저하시키는 요인이 된다. 특히 이곳 노형로터리는 동서교통로의 중심지로, 매일 출퇴근 시간에는 전쟁 같은 교통정체가 지속될 수밖에 없는 곳이다. 그런데 이곳에 연동노형지구 전체 객실 수의 50%가 넘는 객실 수를 보유한 매머드 초고층빌딩인 드림타워를 짓겠다는 것이다. 제주도 도시계획위원회의 위원들은 생각이나 하는 자들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2014년 2월 28일, 심의회의의 내용을 보자. 

이날 회의에서 건축·교통심의 의견으로 제주공항에서 서귀포 방향으로 우회시키는 도시계획도로 개설비용의 일부를 사업시행자에게 부담해 주간선도로 통과 교통량을 우회시켜 노형로터리 등 신제주권 교통량을 분산시키는 것을 주문했다. 또한 지하층 장애인주차구획 위치조정, 대형버스의 진출입 동선 및 주차면 추가설치와 건축예정지 주변으로 보행 공간 확보, 최상층에 스카이라운지 공간을 만들어 도민들에게 개방 등이 제시됐다. 아울러 노형로터리에 부분 좌회전이 금지되고 도시계획도로가 개설되면 현재 기준 차량지체도 44.74%까지 개선될 것으로 분석했다.(제주도정뉴스)

제주도는 드림타워 입지에 따른 교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회도로를 개설하면 된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데, 우회도로는 제주공항∼오일장∼정든마을∼도로교통관리공단에 이르는 구간으로, 길이 2.77㎞, 너비 35m의 도로다. 그런데 이 같은 교통 대책은 사실상 제주공항을 통해 노형로터리로 이동하는 교통량 분산에만 치중되어 있어, 해당 사업부지 인근에서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교통대란 해결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노형로터리의 도심교통 분산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데도 제주도와 심의위원들은 이를 대안이라 내놓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공공시설도 아닌 민간호텔의 건축을 위해 도시기반시설까지 해줘야 하는가 하는 대목이다. 이는 외자유치니 뭐니 명분을 들이대도 도무지 용납할 수 없는 특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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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에서 발표한 신규노선거점을 중심으로 가상의 노선도를 상정한 예상도이다. 현재 동서를 횡단하는 기축노선은 평화로-노형로터리-신광 사거리-연삼로 및 신제주입구교차로에서 광양로터리까지 이어지는 코스와 일주도로에서 신광사거리를 거쳐 연삼로로 이어지거나, 신제주입구교차로에서 광양로터리까지 이어지는 코스가 주된 코스다.

또한 도두동입구삼거리와 신제주입구교차로, 한라대입구사거리 역시 출퇴근 시간대에는 극심한 교통체증에 시달리는 교차점들이다. 현재 이런 상황에서 제주공항과 도로교통관리공단 간의 두 노선을 새로 깔았다고 해서 기존의 교통량이 분산되기는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결국 가상 2노선인 경우는 신광사거리의 교통대란을 더욱 가중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며, 실제 제주공항에서 평화로 간의 이동을 원하는 사람들 이외에는 활용률이 미미할 것이라는 측면에서, 노형로터리의 교통지옥을 해결할 방안은 되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픽=박경훈>

더욱 경악할 일은, 드림타워 건축으로 발생하는 교통체증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인 우회도로 건설 공사비용 360억 원 중 90%는 도비로 계획하고, 10%를 사업자에게 요청한 사항을 마치 성과인 것처럼 얘기한다는 점이다. 역으로 사업자가 90%를 감당한다 해도 도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일을 성과라고 자평한다니, 도무지 그들의 뇌구조를 이해할 수 없는 지경이다.

도심교통환경에 암적 존재가 될 드림타워 건설로 인한 교통체증을, 그 체증의 희생자가 될 도민들이 내는 혈세로 해결하겠다는 우 도정의 인식은 납득하지 못하는 단계를 넘어서서 도적놈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도민에게 교통지옥을 제공하면서 그로 인한 공사비를 다시 도민들에게서 뜯어내는 것이 도적질이 아니고 무엇인가? 누가 이것을 외자유치니 외국인 투자유치니 할 것인가? 우 지사만 그렇게 생각하는 모양인데, 이건 도적질 중에서도 악질이다. 그야말로 외자유치에 완전히 눈이 뒤집힌 착란적인 증세이기 때문이다. 어느 날 “내가 무슨 짓을 했지?”라고 물을지도 모를 일이다.

교육환경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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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림타워 주변 교육시설 분포현황. <자료=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우근민 도지사는 드림타워와 관련해 공무원들에게 법규에 맞게 일할 것을 요구했다. 얼핏 들으면 도지사가 명명백백히 절차를 제대로 지키고 일을 제대로 하는 것 같지만,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왜냐하면 그 “법규에 맞게”라는 것이 법에 명문화된 숫자를 지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아래 그림은 드림타워 인근의 교육시설 분포도이다.

각 시설들의 푸른색 타원형들은 각각 반경 200m의 제한구역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카지노호텔인 드림타워는 200m라는 제한에 저촉되지 않기 때문에 교육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시설이란 말이 된다. 즉, 12개 학교에 둘러싸인 곳이면서도 공교롭게도 200m에 저촉되지는 않는다. 그럼 200m에 저촉될 때만 교육적으로 악영향을 미치는 시설이 되고, 350m나 300m에 입지한 학교들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말인가? 그림의 검정 화살표 구역들은 사실 바로 옆에 입지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경계구역에서 불과 100m 내외의 접근구역이기 때문이다.

결국, 꼼수인 셈이다. 명문화된 보호구역에 단 1m라도 저촉되지 않는다면 교육적으로도 문제가 없다는 기계적 발상인 것이다. 우 지사의 “공직자 여러분은 법규에 맞게 일을 하면 된다.”, “절차도 투명하게 하라는 것을 제가 여러분들에게 말씀드린다.”라는 표현은, 그러니까 이 경우를 두고 말한 것이다.

현재에도 교통체증에 가뜩이나 시달리는 상황인데, 드림타워 건설로 인해 1일 8000대의 신규수요차량이 오가게 되고, 그것도 대형차량에서 쏟아져 나오는 카지노관광객들이 가장 주목성이 높은 빌딩을 들락거리는 모습. 이제 이 동네 아이들에겐 흔한 풍경이 될 것이다.

학교를 오가며, 학원을 오가며, 아이들은 일확천금을 노리는 도박꾼들의 별천지를 지척에 두고 다녀야 할 판이다. 호텔만 해도 위해시설이라 학교 인근에 짓지 못하도록 되어 있건만, 거기에 도박산업의 전당인 국내 최대의 카지노장이 세워진다. 그것을 자라는 아이들이 지척에서 보아야 한다는 것은 제주섬의 어른으로서 못할 짓이다. 아무리 외자유치가 좋고, 30년 타워크레인이 흉물스러웠다고 해도, 아이들, 손주들을 생각하면 못할 일인데, 우리들의 도지사님은 그래도 돈이 좋은 모양이다.

주지하다시피 도박은 건전한 인성을 파괴하고, 양성적인 경제활동을 저해하는 반사회적 행태의 대표적인 유해산업이다. 특히 제주도는 세계자연유산의 섬으로, 청정 자연환경과 독특한 문화유산의 섬으로, 갈수록 가치를 더해가는 물 자원의 보고로, 국내 최고 풍력발전의 적지로, 향후 무한한 청정에너지원의 원천으로, 미래자원의 섬으로 각광받고 있다.

카지노가 없어도 1천만 관광객이 찾는 국내 최대의 관광의 섬이다. 그들이 도박을 하고 싶어 제주를 찾는가? 올레꾼들이 카지노 없다고 불만을 터트린 적이 있는가? 성산 일출봉은 카지노가 있어서 모든 관광객이 찾는 명소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지노사업을 허가하겠다는 것은 공공성을 우선해야 할 도정이 할 일이 아니다. 특히 학교 주변에 국내 최대의 카지노가 들어선다는 것은 제주의 미래를 포기하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더욱 안타까운 것은, 시민사회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주변 12개교의 관리감독을 맡은 주무청인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과 양성언 교육감은 아이들의 교육환경에 악영향을 끼칠 이 문제에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환경의 악화에 가장 먼저 관심을 기울여야 할 책임기관이 전혀 관심이 없는 것이다.

언제는 도교육청이 아이들의 처한 상태와 인성교육에 큰 관심을 가진 적이 있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그저 입시교육에 혈안이 될 뿐 아이들의 인성형성에 악영향을 끼치는 이 사안에 대해서도 울타리 밖의 문제로 치부하기 때문이다. 경쟁몰입교육에만 눈이 어두운 교육관료들의 행태를 다시한번 이 사안을 통해서 확인하면서 그저 씁쓸할 뿐이다.

경관 파괴와 악화되는 주거환경 문제

제주도는 세계자연유산의 섬이다. 제주의 가치 중 최고의 가치는 뭐니 뭐니 해도 자연경관의 가치다. 제주를 아끼고 제주를 찾는 대다수의 관광객들이나 이주민들이 제주에 대해 느끼는 매력은, 위태롭지만 아직은 남아 있는 제주의 원초적인 자연경관이다. 즉, 제주는 한라산을 중심으로 태초부터 만들어진 섬의 자연환경을 팔아먹고 사는 셈이다. 그러므로 자연경관을 파괴하는 일은 황금알을 낳은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이미 섬의 많은 원초적 자연환경이 파괴된 것이 현실이지만, 그래도 아직 깨지지 않은 것은, 삿갓 모양의 완만한 능선을 가진 한라산을 중심으로 한 스카이라인이다. 그래서 제주개발과 관련해서 항상 논란의 중심에 있던 것이 건축고도완화 문제였다. 그런데 드림타워는 그동안 왈가왈부했던 이런 고도완화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노력들을 일거에 수포로 만들어버린다. 아니, 도민사회의 공론의 장과 구성원들의 그간의 노력들을 단박에 비웃음거리로 만들어버리는 폭거이다.

우근민 지사는 취임 이듬해인 2011년 5월 23일, 서귀포시 송산동 주민과의 대화에서 서귀포시 예래휴양단지 초고층빌딩과 롯데관광단지 건설 등에 비판적인 입장을 제시하며, 서귀포시의 특성을 살린 도시디자인 개발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우 지사는 “예래동에 250m 높이의 초고층빌딩을 지으면서 제주도의 랜드마크라고 떠들어대는데, 제주도의 경관을 살리는 것이 랜드마크지, 이게 무슨 랜드마크냐?”라고 꼬집고 “이제는 제주도는 도민만의 것이 아닌, 세계인의 것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세계 7대 경관 투표해 달라고 해도 이런 행정을 하는 제주에 표를 찍어주겠느냐. 제주도 공무원들도 외부로부터 ‘웃기는 놈’이란 말을 듣지 않도록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 지사는 “현재 고도제한 규정에는 상업지역은 50m, 중산간은 20m로 돼 있으나, 지구단위 계획에는 예외규정을 두고 있어 연동지역 고층빌딩 문제처럼 갈등 요인이 되고 있다.”라면서 지구단위에 의한 예외규정 없이 제주도에 공통되는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도네시아 발리섬의 경우 야자나무 이상 높이로는 건물을 짓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서귀포시와 목포시의 도시 모습이 다른 게 무엇이냐. 모로코의 세계적 명소 카사블랑카 하얀 집처럼 서귀포시에 적합한 도시디자인을 꾸미도록 함께 노력해 나가자.”라고 당부했다. 우 지사는 “제주도 경관은 세계인들이 인정하는 만큼 도민들은 자존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시대적 사명의식을 갖고 최소한 100년, 200년을 내다보는 도시계획이 세워져야 한다.”라고 말했다.(서귀포신문)

이랬던 그가, 이제 지사직을 내려놓고 나가는 마당에, 자신이 임기 동안 그토록 강조했던 ‘선 보전 후 개발’의 정책기조도, 위의 인용문에 보도된 ‘랜드마크에 대한 견해’나 ‘지구단위계획의 제도적 허점에 대한 문제의식’, ‘100년 이상을 내다보는 도시계획의 안목’들도 다 내팽개친 채, 결국 자기부정까지 하면서 드림타워에만 목을 매고 있다. 왜 이래야 하는 것일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이번 드림타워 문제는 바로 우 지사가 지적한 그 ‘지구단위 계획’의 빈틈을 타고 저질러지는 사안이다. 그가 지적했던, 예외규정 없는 공통규정이 제대로 적용되지 못했기 때문에 가능한 사업이기 때문이다. 아이러니다. 4년 전 임기 초엔 그 제도의 허점을 정확히 인식하고 있던 지사가 임기 말엔 바로 그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행정은 허가를 내어 줄 수밖에 없다.”라는 이율배반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그 4년 동안 무엇이 달라졌을까? 그를 달라지게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이는 필자를 포함해 이러한 지사의 이전 행보를 알고 있는 사람들 모두에게 궁금한 일이다.

어쨌든 드림타워의 건축허가는 사실, 제주에서의 ‘초고층빌딩 난립 시대’로의 진입을 의미한다. 이제 곧 ‘스카이라인 운운’은 웃기는 일이 되어 버릴 것이다. 그리고 나중에는 ‘형평성 운운’하면서 섬의 이곳저곳에 나 홀로 초고층빌딩들이 ‘기둥빨’을 자랑해댈 것이다.

어쩌면 우 지사는 훗날 ‘황금알을 낳는 제주자연에 돔배칼로 배를 가른 최초의 도지사’로 영원히 기억될지도 모르겠다. 제주섬의 본격적인 경관 파괴와 적정한 도심건축고도의 붕괴는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건축물 고도완화 시비에도 불구하고, 초고층건물이 들어선 노형과 연동지역의 도심경관과 스카이라인은 ‘작살’나는 것이다. 심각한 수준의 경관 파괴에 직면하는 것이다.

제주도는 이번 드림타워가 제주도 최고의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고 강변하지만, 이러한 도의 입장은 바로 우 지사 자신이 취임 초에 얘기했던 말로 부정될 수 있다. “제주도의 경관을 살리는 것이 랜드마크지, 이게 무슨 랜드마크냐?”라고 말이다. 제주도 최고의 랜드마크는 1950m의 남한 최고봉인 한라산이다.

그런 한라산을 정작 드림타워 조성지역 주변에서는 조망할 수 없게 된다. 인위적인 랜드마크가 천혜의 랜드마크를 죽이는 것이다. 이는 도심경관과 또한 그 도심에서 조망할 수 있는 천혜의 자연경관 모두를 파괴하는 일이 될 것이다. 7대자연경관이니 뭐니 하면서 제주도 천혜의 자연경관을 최고의 관광자원이라 입버릇처럼 말하며, 제주관광만이 살 길이라고 외쳐대던 우 도정 스스로 자기를 파괴하는 자기모순에 빠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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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림타워 건축 시뮬레이션 <제주대 김태일 교수 제공>.

제주대학교 김태일 교수(건축학 전공)는 드림타워가 들어설 경우 발생하는 조망권과 경관 훼손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바 있다. 바다에서 봤을 때 드림타워가 산간 지대 오름을 가릴 뿐만 아니라 한라산 능선 높이만큼 빌딩이 솟아오른다. 위의 사진은 드림타워가 건축되었을 때를 시뮬레이션한 도면으로, ‘나 홀로 초고층’이 얼마나 경관적으로 부조화한지 보여준다. 김 교수는 “초고층 건물로 새로운 랜드마크를 만들려는 것은 조화롭지 못한 경관을 만들 위험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라며 “먹고사는 문제를 넘어 고유한 제주의 문화풍경 전반을 변모시키는 게 문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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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변경관과의 아무런 조화 없이 나홀로 우뚝 선 대만의 ‘101빌딩’. 한 때 세계 최고층빌딩으로서의 명성과 도심의 랜드마크라는 목적은 달성 했을지 모르지만, 저 홀로 우뚝 선 시각적 폭력적인 위압감, 주변과의 부조화를 자랑한다.

다음 사진은 제주공항에서 바라본 한라산이다. 그리고 아래 사진은 초고층 건축물이 한라산의 스카이라인을 깨트리고 위의 사진에서 보던 한라산의 경관이 무너졌을 때의 상황을 가상적으로 그려 본 것이다. 지척에 이리 아름다운 한라산을 두고도, 제주섬의 스카이라인을 죽이면서 제주에 꼭 초고층빌딩을 지으려는 시도는, 그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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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천루의 도시 <그래픽=박경훈>.

아래 사진에 등장하는 도시들은 뉴욕, 휴스턴, 시카고, 두바이, 베이징, 상하이 등, 소위 마천루의 도시들이다. 이 중 미국의 도시들은 이미 20세기 초부터 초고층빌딩들을 경쟁적으로 건축해오면서 현재는 그야말로 마천루가 숲을 이루고 있다. 이런 도시들의 초고층빌딩들은 그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만들어가는 주요한 경관요소가 되었다. 초고층빌딩들은 도시의 경제적 부흥과 자본주의의 번성을 상징하기도 한다. 아래의 두바이나 중국의 베이징, 상하이 등은 20세기 말부터 마천루의 숲을 이루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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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로부터 뉴욕 허드슨 강변의 마천루 숲, 사막도시 휴스턴의 마천루들, 시카고의 마천루들, 사막의 도시 두바이, 북경의 건축물들, 상하이 푸동의 마천루들. 이들 도시들은 대부분 평원이나 사막지대의 광활한 공간에 조성되어 있다.

그런데 이들 도시의 공통점은 주변에 높은 산이 없다는 점이다. 그저 광활한 대륙국가의 대평원 위에 조성된 도시들이 대부분이다. 평원의 도시이거나 사막의 도시, 또는 바다를 낀 해안의 평야도시들이 주를 이룬다. 즉, 이 도시들에는 어디를 가나 밋밋한 풍경과 눈에 띄는 이정표의 역할을 할 만한 문명의 조성물이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들 도시들의 랜드마크에 대한 욕망과 초고층건축물들의 건설은 단순히 부의 과시를 넘어 오랜 역사를 지닌 환경지리적 욕망에서 기인한다. 

결국 이런 도시들에게 있어 어떤 장소를 특정할 수 있는 소위 랜드마크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최근 개혁개방 이후 중국의 도시들은 서로 랜드마크 경쟁으로 바쁘다. 여기에 그들 특유의 중화주의의 허세까지 덧붙여져, 세게 ‘제1의 무엇’이 되기 위한 엄청난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들의 이런 건축의 초고층화와 대형화라는 것은, 기실 그들 도시가 아무런 천혜의 랜드마크를 지니지 못한 데서 오는 도시구성원들의 욕망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대표적인 평원도시이자 중국의 수도인 북경의 역사에서 유일한 봉우리는 자금성의 해자를 파낸 흙으로 조성했다는 ‘경산(景山)’뿐이다. 그것을 제외하면 가도 가도 끝이 없는 평원지대였던 것이다. 그러므로 지난 2008년 북경올림픽 당시, 중국인들은 대형스포츠시설 이외에도 각종 다양한 형태의 고층빌딩들로 세계의 이목을 끈 바 있는데, 이는 평원지대도시의 랜드마크에 대한 오래된 욕망에서 나온 것이다.

이들 도시들 중 우리처럼 지척에 한라산이나 오름들을 지닌 도시가 몇이나 될까? 그들 도시 주변에 세계자연유산에 빛나는 한라산이 있었다면, 그 유산의 경관과 자연적인 스카이라인을 범하면서 그들이 굳이 랜드마크니 뭐니 하며 초고층빌딩을 허가해 주었을까?

아래 사진을 보라. 산남과 산북의 풍경이다. 한라산의 넉넉한 능선과 최고봉인 백록담을 주경으로 하는 제주섬 중심부의 환상적인 스카이라인과 병풍같은 전경이 펼쳐진다. 사실 이러한 풍경은 제주섬이 동서부에서는 장축으로 발달한 지형적 영향으로 거리감이 있기는 하지만, 온 섬을 빙 돌아가면서 만날 수 있는 가장 낯익은 섬의 전경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는 외방의 객들이 제주섬을 찾았을 때, 만나는 경이로운 섬의 원풍경이면서 가장 인상 깊은 풍경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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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아름다운 풍경을 보라. 산북(위)과 산남(아래)에서 바라본 제주섬의 랜드마크인 한라산과 산의 스카이라인.

일조권 침해

김태일 교수는 또한 지난해 12월 25일, 하루 동안 노형로터리 부근의 태양 이동 방향을 계산한 뒤, 218m 높이의 드림타워가 준공됐을 것을 가정해 빌딩의 그림자 이동을 시뮬레이션으로 시험해 봤다. 그 결과, 겨울철에는 최고 900∼500여m까지 그림자가 노형로터리 북동쪽 일대를 지나간다. 여기에는 학교와 상가, 병원들이 밀집해 있고, 다른 고층 건물들이 즐비하다. 시뮬레이션 결과, 김 교수는 “드림타워와 멀리 떨어진 건물들은 그나마 잠시만 그림자가 드리워지겠지만, 인근 1천 가구 이상의 주택과 수많은 상가는 낮 시간대 대부분을 빌딩의 그림자 때문에 일조권을 침해당할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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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 노형동 노형로터리 부근에 건설 예정된 높이 218m의 제주 최고층 ‘드림타워’가 완공됐을 때를 가정한 ‘일조권’ 시뮬레이션. 12월 25일 해의 이동을 조사해, 왼쪽 위부터 오전 9시 9분, 오전 10시 19분, 낮 12시 29분, 오후 1시 52분 상황. 오전 시간대 노형로터리 북동쪽 900여m까지 뻗은 그림자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시계방향으로 돌아 남녕고등학교와 한라병원 위를 지나는 것으로 나타났다.<제주대 김태일 교수 제공>

위의 일조권 시뮬레이션을 근거로 했을 때, 아래 그림처럼 드림타워, 한라병원, 세기4차아파트를 꼭짓점으로 하는 델타존은 항상적으로 일조권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정남향의 일조권을 차폐당하는 구역 내의 인근 주택과 건물들은 4철 어둑한 일조상황에 놓이게 된다. 제동프린스빌, 대림아파트, 삼환1차아파트, 세기2차․4차아파트, 연동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중소빌라들, 또한 남녕고등학교 등도 영향권에 들어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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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림타워 일조권 집중 피해지역 예상도 <자료=제주참여환경연대>.

도심 돌풍 ‘먼로風’, 드디어 제주 상륙

바람의 섬 제주. 마포름, 하늬보름 등 제주섬을 휘젓는 수많은 바람 중 유사 이래 전혀 불지 않았던 바람 하나가 상륙하게 되었다.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전혀 종류가 다른 바람 하나가 제주바람의 명부에 이름을 추가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 바람은 이름의 주인공처럼 예쁘기는커녕 도시의 불청객이요, 주민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도시공해의 주범이기도 하다. 일명 ‘먼로風(Monroe wind)’이 그것이다.

먼로풍의 제주 상륙이 결코 반갑지 않은 것은, 제주섬에 도래한 또 하나의 불청객이기 때문이다. 1989년, 생태계 교란에 대한 별 고민 없이 몰지각한 자들의 이벤트에 의해서, 제주도에 없던 까치가 이 섬에 발을 들여 놓은 후, 자생종이던 까마귀나 텃새들을 제치고 우생종으로 대량 번식하면서 지역농가에 새로운 유해조류로 낙인찍힐 정도의 피해를 입히고 있다. 제주도의 독특한 지형이나 물길 등을 고려하지 않은 도로가 새로 들어서면서, 역사적으로 홍수라고는 제주시 남수각의 홍수를 빼고는 겪어보지도 않은 제주도 전역에 전에 없던 홍수가 발생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먼로風’은 학계에선 ‘빌딩풍(building wind)’이라고 부르는데, 영화 <7년 만의 외출>에서 ‘마릴린 먼로(Monroe)’의 치마를 들친 지하철 환기구 바람처럼, 예기치 못한 바람이 순간적으로 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미국, 유럽, 일본 등은 수십 년 전부터 엄격한 풍해 환경영향 평가를 통해, 먼로풍의 영향이 크다고 판단될 경우, 제도적으로 건물 높이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건축물의 높이가 100m 이상이면 먼로풍의 영향이 시작되는 것으로 보고, 모든 건물을 대상으로 빌딩풍 평가를 의무화하고 있다.

지상 150m 이상의 빌딩이 건립되면, 상공에는 일정한 방향의 바람이 불고 있어도, 빌딩의 아래쪽에서는 불어오던 바람이 빌딩과 부딪치면서 건물 주위에 급격한 바람의 변화를 일으킨다. 이때 바람의 ‘소용돌이현상’이 생기거나, 빌딩벽을 타고 아래로 바람이 ‘급강하하는 현상’, 풍속이 2배 이상으로 빨라지는 ‘강풍현상’, 때로는 전혀 바람이 없는 ‘무풍현상’ 등이 예기치 않게 발생한다.

즉, 정상적인 바람이 빌딩을 만나면서 ‘와류풍(渦流風)’과 ‘난류풍(亂流風)’으로 급격히 바뀌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으로 인해, 빌딩 주변에서 배출되는 연기나 배기가스가 소용돌이 현상 때문에 정상적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지상에 흩뿌려져 국지적인 대기오염을 발생시키기도 하고, 주변 식생의 생장에 영향을 끼치며, 인근 상가의 간판이나 각종 사인물들, 건물 유리창 파손 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먼로풍은 도심지에 초고층빌딩이 들어서면서 등장한 새로운 도시공해다. 이런 국지적인 기상현상을 연구하는 분야를 ‘미기상학(微氣象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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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로풍의 풍동실험 결과와 빌딩풍의 개념도.

빌딩풍으로 인한 피해가 우려되는 것은, 강한 바람이 부는 날에 그 바람을 더 거세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심할 경우, 이렇게 강해진 바람에 의해 인명피해가 생길 수도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노인들이 갑자기 발생한 돌풍 때문에 사고를 당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자, 고층빌딩 건설에 대한 규제를 실시하기도 했다.(서울시립대신문) 성균관대 조경학과 이규석 교수는 “고층빌딩 근처에서 더욱 센 바람이 불게 된다. 초고층건물을 짓기 전에 반드시 철저한 환경평가를 통해 먼로풍의 피해를 예방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세계적인 마천루들은 위로 갈수록 좁게 하여 바람의 흐름이 자연스럽도록 설계하는 경우가 많은데, 바로 이 먼로풍 때문이다. 그런데 드림타워의 조감도를 보면, 상층부로 갈수록 좁게 하여 바람의 영향을 극소화하려는 배려는 보이지 않는다. 이렇듯 강한 바람을 더욱 거세게 하는 초고층빌딩의 먼로풍이 제주에 상륙한다는 것이다. 전국 최고의 풍다지역인 제주에서는 타 지역에서 초고층빌딩이 건축되었을 때보다 훨씬 많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음을 예고하고 있다.

제주는 예나 지금이나 전국에서 연중 가장 바람이 많이 불고 거세게 부는 ‘다풍․강풍지역’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풍력발전의 최적지로도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바람이 건축물에 끼치는 영향을 실험하는 풍동실험의 경우에도 제주는 태풍이 유독 잦은 섬이라는 점, 전국 최고의 풍다지역이라는 점 등이 특수적 고려사항으로 면밀히 반영되어야 한다. 하지만 ‘드림타워’라는 초고층건축물로 인한 바람의 변화와 그 변화가 주변 지역에 끼치는 영향은 철저히 고려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빌딩풍’의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통상 건축물 높이의 10배 정도의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그러니까 218m의 드림타워의 경우, 그 빌딩 뒤에서 난기류화하는 먼로풍은 그 10배인 2.18km까지 영향을 끼친다는 말이고, 이는 빌딩의 전․후방 2km 구역의 골목과 주택 등이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제주지역 특유의 다풍, 강풍이라는 특성을 고려한 예방대책이 철저하게 검토되지 못한 채 건물이 들어선다면, 이 지역 주민들의 피해와 빌딩으로 인한 도시공해는 향후 내내 골칫거리로 남을 것이다. 

2013년 필리핀에 불어닥친 슈퍼태풍 ‘하이옌’. 반경 600km에 이르는, 한반도를 완전히 덮을 정도의 초대형 태풍이었다. 그런데 이 태풍이 주목받은 이유는 규모 때문만은 아니었다. 바로 순간 풍속이 시속 379km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초속으로 따지면 1초당 105m의 엄청난 속도였다. 초속 67m 이상을 슈퍼태풍이라 하니, 슈퍼태풍 중의 슈퍼급이었던 것이다. 하이옌은 국내에서 최대 피해를 낸 2003년 태풍 매미 때의 풍속보다 1.75배, 2005년 미국을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보다는 1.5배나 강력한 풍속으로, 사이클론, 윌리윌리, 허리케인을 포함한 모든 기록을 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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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구에 대피한 철선마저 육지부로 옮겨 버린 강력한 태풍 하이옌의 피해 현장. 사망자 약 1만2000여 명.

2003년 9월 12일 불어닥친 제14호 태풍 ‘매미’는 국내 태풍관측기록 역사상 각종 최고 기록을 경신했던 국내 최대의 태풍이었다. 최저기압은 950h㎩로, 당시까지 국내 최고였던 ‘사라’의 모든 기록을 제쳤다. 1904년 우리나라의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센 바람으로 종전의 최대 풍속기록을 경신해버린 것이다.

매미는 최대 순간 풍속도 종전의 최고 기록을 경신했는데, 12일 오후 4시 10분 제주시 한경면 고산 수월봉 기상대와 같은 날 오후 6시 11분 제주 기상대의 풍속계에 초속 60m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역시 강력한 슈퍼태풍의 예외지역이 아님을 매미의 기록들은 예고하고 있다. 이는 앞으로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점차 강력해지고 빈번해지는 태풍의 발달경향 속에서, 향후 제주지역에 하이옌과 같은 슈퍼태풍이 불어올 확률이 점차 증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국제사회가 CO2 배출량의 조절에 실패한 현재, 세계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에 속수무책이다. 설령 지금 당장 CO2 배출량을 제로로 한다 해도, 향후 100년간 진행될 지구온난화의 피해를 피해갈 수는 없다는 것이 미래학자나 기후학자들의 예견이다. 특히 제주섬은 대한민국에서도 기후변화가 가장 빠른 지역이다. 또한 환경적으로도 대해 상에 놓인 높은 산을 가진 섬으로, 한․중․일로 가는 태풍의 길목이자, 예로부터 ‘풍해(風害)의 섬’이기도 하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기후변화가 점차 심해진다는 것은, 이러한 풍해, 특히 태풍이 더욱 강력해지고 더욱 빈번하게 발생할 것을 의미한다.

2008년 발표한 미국 국립기상자료센터(NCDC) 연구결과에서는, ‘하이옌’이 발생한 태평양 북서지역에서 가장 강력한 태풍 상위 1% 경우, 지난 30년간 매년 평균 풍속이 시속 1마일(1.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그 원인으로 지구 온난화가 지목됐다. 이 연구결과를 발표한 제임스 코신 연구원은 “강력한 태풍이 더욱 강력해지고 있다.”라며 “하이옌은 우리가 연구한 내용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예”라고 말했다. 이는 필리핀뿐만 아니라 제주도 마찬가지다. 

먼로풍과 슈퍼태풍이 만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닥치기 전까지는 모를 일이지만, 그 결과가 참담한 대형 재난이 될 것이라는 점은 쉽게 예측할 수 있다. 2013년 12월, 제주발전연구원은 도의회 ‘기후변화대응녹색성장발전연구회’와 공동으로 ‘제주지역 슈퍼태풍의 접근 가능성과 대응방안 모색을 위한 제주미래포럼’을 개최했다.

‘초강력 태풍에 대한 국가태풍센터의 전망과 대응’(이종호 국가태풍센터장)을 주제로, 점차 증가하는 태풍의 강도, 슈퍼태풍의 발생 특성과 제주에 상륙할 가능성 등을 발표하고, 대응방안을 토론했다. 이 자리에서 제주발전연구원 공영민 원장은 “제주특별자치도가 슈퍼태풍의 발생을 막을 수는 없지만 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 대안을 마련하는 데 중요한 초석을 다지는 장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슈퍼태풍에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주섬에 없던 바람인 먼로풍의 존재를 막는 것, 애초에 초고층빌딩의 건설 자체를 불허하는 것 등이 다가올 재난의 피해를 막는 길이기도 하다.

기상청은 올해 태풍은 평년과 비슷한 1~2개 정도가 올 것으로 보이며, 때 이른 더위가 기승을 부리지만, 7~8월의 폭염은 오히려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동태평양 온도가 평년보다 높은 엘니뇨가 지속되면서, 폭염보다는 국지성 호우가 자주 쏟아질 것이며, 엘니뇨 특성상 태풍이 뜨거운 저위도에서 발생하고, 보다 강력한 슈퍼태풍이 한반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예보하고 있다.

제주판 관피아와 제도적 검증장치의 작동 불량

우리나라는 높이 200m 이상의 초고층빌딩이 전국적으로 50여 개에 이르는 데다, 500m 이상 초고층 빌딩 5곳이 2015년까지 완공될 상황이다. 하지만 제도적으로는 이들 빌딩의 건설로 인한 영향들에 대해 무방비로 일관해왔다. 지난 2013년 3월 23일에야 <초고층 및 지하연계 복합건축물 재난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공포되면서 초고층빌딩에 대한 재난 및 환경영향에 관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었다. 하지만 이 법 역시 초고층빌딩의 재난에 관련한 부분만 주요하게 다루어질 뿐, 먼로풍의 피해까지 아우르는 제반 문제를 담지하는 법적 장치는 아직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고 있다. 

특히, 최근 세월호 참사는 우리나라의 안전과 재난 관련 국가시스템에 안전불감증이 얼마나 만연해 있는지를, 재난대처 제도운영능력이 얼마나 부실한지를, 재난 발생 시에 그 구성원들은 얼마나 무능하고 무책임한지를, 벌건 대낮에 두 눈으로 똑똑히 보게 해주었다. 굳이 재난을 대비한 제도적 장치의 튼실함을 묻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제주도라고 다를까? 제주도 역시 이에 둘째가라면 서럽지 않을 것이다. 부패지수 1위의 불명예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잊을 만하면 터진 공무원들의 부패와 비리는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런 부패가 만연한 상태에서 민주적 언로가 차단되고 제왕적 도지사가 운영해 온 도정시스템이니, 철저한 안전관리와 재난대비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수밖에 없다. 특히 이번에 그 폐해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한국사회의 관피아 시스템이 제주도라고 예외는 아닐 것이다. 

한 예로, 이번 드림타워 건설허가와 관련한 중요한 심의기구인 <제주특별자치도 도시계획위원회>의 ‘조여진 위원장’은 전직 제주도의 환경도시국장으로, 당시 제주공직사회 기술직들 사이에서 정신적 지주로 평가받았던 고위관료였다. 그런 그는 2006년,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준다면서 명예퇴직하나, 곧바로 그 이듬해에 부영(주) 사장으로 영입되었다.

그는 당시 골프장과 호텔, 콘도 건설사업 등 부영의 제주개발사업을 총괄했다. 도내 개발사업에 관한 모든 정보와 노하우를 가지고 있었으며, 또한 기술직 공무원들의 정신적 지주였으니, 그의 활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을 것이란 건 불 보듯 뻔하다. 사실 부영은 이후 추진하는 사업마다 투지진흥지구로 지정받는 등, 제주섬에서 엄청난 사업 확장을 하면서 굵직한 사업들을 꿰찬다. 물론 이는 전적으로 그의 공적만은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부영(주)에는 그의 뒤를 이은 관련 업무 은퇴 공무원들이 줄을 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그는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제주도 감사위원에 선임되어 활동했다. 당시 세계적인 건축가 리카르도 레고레타의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 철거 문제가 문화계 최대의 핫이슈로 등장하면서, 전국적으로 비난여론에 휩싸였던 부영 측은, 당시 추진하는 사업마다 투자진흥지구로 지정받은 일이 알려지면서 특혜의혹에 휘말렸다.

특히 “제주컨벤션센터 앵커호텔을 인수한 부영호텔의 임의 설계변경 등 적정성 여부에 대한 조사를 감사위원회가 벌였으나, 솜방망이 처분을 내놔 부영의 손을 들어 준 것으로 빈축을 샀는데, 당시 공직 안팎에서는 부영의 녹을 먹었던 모 감사위원의 역할이 컸다는 얘기가 파다했다.”(제주의 소리)라는 기사가 언론에 도배됐다.

부영그룹이 제주의 고위공직자 출신을 잇따라 영입하는 데는 이해관계가 작용하고 있다. 행정의존도가 높은 지역경제사정에 맞춰 제주도 고위공직자 출신이 일종의 ‘해결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행정의 로비 창구나 방패막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제이누리)

그런 그가 감사위원이 끝난 직후인 2013년 3월부터 다시 제주특별자치도의 개발과 도시계획에 대한 총괄적인 심의권을 거머쥔 ‘제주특별자치도 도시계획위원장’이 된 것이다. 그의 행보를 보면 참 기가 막힌다. 제주도에 이렇게 인물이 없는가? 도청 고위관료를 지낸 후 전관의 영향력이 미치는 소관업무 기업인 사기업의 임원으로 활동하다가, 도정의 업무와 행정절차의 공정성을 감시․견제하는 감사위원이 되었다가, 도시개발과 관련한 가장 중요한 심의기구인 도시계획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은, 이런 사람에게 공정성을 기대할 수 있을까? 물론 이는 조 전 국장에 한한 예이며, 다수의 도시계획, 건축심의 등의 굵직한 위원 자리에는 전직 공무원들이 포진하고 있다.

이번 드림타워의 제도적 검증과정 역시 이런 상황들을 고려하면 제대로 적절히 이루어졌다고 믿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특히 도지사가 자기 사람 꽂아 놓고 언제든 자기가 원하는 대로 심의결과를 좌지우지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 아닌가? 이번 ‘사전재난영향평가’ 역시 철저하게 검증하고 심의되었다고 믿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기에 지역의 시민단체들은 이번 ‘사전재난영향평가’의 결과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제주참여환경연대는 25일 성명을 내고 “물건 값 흥정하는 듯한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에 한탄스러움과 실망을 감출 수 없고, 전직 제주도 국장급 공무원이었고 퇴직 후 건설사 측과도 관계하고 있는 사람이 위원장직을 맡고 있으니, 결국 도시계획위원회는 어떠한 합리적 판단도 내릴 수 없는 거수기가 될 수밖에 없었다.”라고 진단했다.(시사제주)

드림타워와 관련해 제주특별자치도의 법적․제도적 절차는 ‘제주특별자치도 경관위원회’, ‘제주특별자치도 도시계획위원회’, ‘제주특별자치도 건축심의위원회’, ‘제주특별자치도 건설기술심의위원회’ 등의 조례로 보장된 심의과정을 거치게 되어 있다. 하지만 제도가 갖추어졌다 해도 그 제도를 운용하는 것은 전적으로 사람의 문제이다. 그러기에 바로 심의과정에서 권력의 복심이 작용하면 왜곡과 의도가 반영된다. 그리고 그 결과는 졸속으로 처리되며, 이렇게 처리된 사업은 먼 후일, 부실과 재난으로 다가온다.

제주특별자치도 도시계획심의위원회가 비전공자들로 구성되어 있어 부실한 도시계획심의가 이루어진다고 언론의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제주자치도 도시계획심의위원회 위원 28명 중 도시계획 관련 전공자가 3명에 그치고 있다고 한다. 나머지 25명은 도시계획과 무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3명 중 2명은 타지방 거주자로서 매번 심의에 참석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서울시는 26명 중 8명을 도시계획 전공자로, 충청남도는 25명 중 8명을 전공자로 위촉하는 등 자른 지자체들은 도시계획심의위원회에 도시계획 관련 전공자를 7명에서 12명까지 확보하고 있다. …(중략) 도내 한 전문가는 “기본적으로 도시계획분야, 관련분야 위원들의 비율이 50% 정도는 확보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한라일보)

이런 상황에서 이들이 활동하고 있는 개발과 건축심의 관련 각종 기구의 심의결과가 공정하고 객관적이며, 그 심의의 결과가 도민들의 입장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고 볼 수 있을까? 그럼에도 이들의 결정은 합법적인 면죄부가 되고 있다. 합법적으로 제도적 절차를 따랐다는 입장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을 것인가? 도지사가 소신껏 일하라고 공무원들을 격려하는 것은 바로 이런 ‘눈 가리고 아웅’하는 합법적 절차를 걱정 말고 수행하라는 것이다.

카지노 도박시설 문제

지난 10여 년간 제주사회를 뒤흔들었던 개발사업 가운데 몇 가지가 아직까지도 도민의 뇌리에 남아 있다. 그것은 바로 한라산 케이블카 문제, 영리병원 문제, 카지노 문제였다. 이 중 한라산 케이블카 문제는 오랜 논란 끝에, 특히 한라산이 세계자연유산으로 확고히 등재되면서 완전히 종식되었다고 볼 수 있으나, 영리병원 문제와 카지노 허가 문제는 아직까지도 이어지는, 개발과 관련한 뜨거운 감자다.

특히 영리병원 문제는 이번 선거에서도 거론이 되고 있을 정도이며, 명칭만 바꾸어 헬스케어타운이라는 변형된 형태로 시도되고 있다. 이 사업은 공공의료를 붕괴시키는 문제 때문에 국민들의 강력한 반대로 쉽게 추진하지 못하고 있지만, 박근혜 정부가 나서서 추진하는 사업이다. 카지노 허가 문제는 대표적인 도박산업이란 측면에서 논란을 안고 있지만, 여전히 대자본들이 틈만 나면 시도하는 단골메뉴이기도 하다. JDC는 중국자본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카지노는 없다고 단언하고 있지만, 때가 되면 적당히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운운하면서 말 바꾸는 것이 어디 한두 번 있던 일인가? 

이번에 사업자가 제출한 건축허가 변경계획에 의하면, 카지노와 부대시설이 포함된 시설규모는 4만 1572㎡(약 1만2590평)이다. 실제 카지노에 사용될 면적은 1만8031㎡(5460평)이며, 나머지 공간은 카지노 직원을 위한 시설과 고객을 위한 부대시설 및 전용 주차장을 포함하고 있다. 현재 제주도에서 운영 중인 8곳의 외국인 카지노를 다 합친 것보다도 큰 카지노가 노형로터리에 들어서는 것이다. 이미 앞의 환경영향에 대해 고찰하면서 교육환경 문제를 다룬 바 있다. 교육적 측면에서의 문제는 기본적인 문제이지만, 더 나아가 제주도가 본격적으로 도박의 섬으로 이름을 떨치게 될지도 모르겠다.

2013년 3월 18일, 문광부는 중국-미국계 합작회사인 ‘리포&시저스 컨소시엄(LOCZ코리아)’에 외국인 자본에 의한 카지노업을 최초로 허가해주었다. 바야흐로 국내에도 외국인이 직접 투자하는 카지노산업이 시작된 것이다. 이에 따라 외국자본의 국내 카지노업 진출이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문체부는 국민의 눈을 의식한 듯, 외국인 전용 카지노로 한정했고, 허가 유효기간을 3년으로 한하였으며, 사업권의 인수, 양도에 대해 문체부 장관의 허가를 거치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했다고 한다. 하지만 동화 속에서 네덜란드의 강둑이 한번 뚫리기 시작하면 되돌릴 수 없듯이, 국민을 도박산업의 한가운데로 몰아넣는, 도박산업 장려국가의 시대로 진입했다는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그나마 영종도의 ‘인천경제자유구역’은 인천시와는 동떨어진 섬으로, 인천시민들의 일상적인 생활권과는 분리되어 있는 폐쇄적 공간이다. 적어도 영종도 내에서만 외국인들이 카지노사업장을 들락거릴 수 있게 허용한 것이다. 그러나 제주도의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 드림타워가 들어서는 노형로터리 인근은 도민들의 생활주거공간이며, 12개의 청소년교육기관이 밀집되어 있는 도심의 중앙부이기 때문이다.

특히 도내 8개의 카지노들이 도심과 동떨어진 관광단지나 호텔 내부에만 시설되어 있는 폐쇄공간인 것에 비교하면, 이 국내 최대의 카지노는 그 규모와 사업장의 주목성, 교통노선의 접근성과 개방성에 입각해 볼 때, 제주시민의 일상적인 생활권의 가시권 내에서 도드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거기에 218m의 초고층빌딩이 들어서면, 그야말로 도박의 섬 제주의 상징적인 랜드마크로 손색이 없을 것이다. 그동안 애써 구축해 온 세계자연유산의 섬, 청정제주의 섬, 평화의 섬 등의 이미지가 직격탄을 맞는 것이다. 제주가 한껏 투자해 온 청정 브랜드가 드림타워 하나로 일거에 아시아판 라스베이거스가 되는 것이다.

또한 이번 드림타워 카지노가 허가된다면, 이는 드림타워 하나에 관한 문제가 아니다. 이후 현재 카지노 진출을 노리는 중국자본을 포함한 다국적 자본의 제주에서의 카지노사업의 길을 터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최근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이하 JDC)가 추진 중인 신화역사공원사업에 참여하기로 한 ‘겐팅 싱가포르(Genting Singapore PLC)’가 제주에서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카지노 사업을 벌여 나간다고 외신들에게 전하면서, JDC는 아주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해 있다. 그동안 JDC는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제주지역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생색을 냈지만, ‘대규모 차이나 머니’가 실은 카지노 프로젝트란 사실이 들통 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JDC는 “일부 외신에서 이들 기업이 제주신화역사공원에 카지노 리조트를 만든다고 보도한 것은 사실과 다르다.”라며 “JDC는 카지노 허가에 대한 결정권이 없고 이에 관해 협의한 적도 없다.”라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경제 전문 통신사인 ‘불룸버그’도 ‘겐팅 싱가포르’와 홍콩 ‘란딩 국제발전 유한회사’(홍콩 란딩)가 제주에 대규모 카지노 리조트를 짓는다고 밝혔다.(뉴스 제주) 또한 ‘겐팅 싱가포르’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제주도 리조트의 카지노 사업을 명시하고 있었다.

‘겐팅 싱가포르’는 주식 상장회사로서 투자 활동 등 중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홈페이지를 통해 공시하고 있기 때문에, 이는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JDC가 앞에서는 협의한 바 없다고 하지만, 뒤로는 은밀하게 이를 추진하게 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도지사의 허가가 공론화될 때까지는 도민사회에 끝까지 이를 숨기려 했던 것이다.

더욱이 큰 문제는 현재 ‘겐팅 싱가포르’와 홍콩 ‘란딩 국제발전 유한회사’의 공시 내용을 보면, “제주지역에 투자되는 카지노 사업은 외국인 전용으로 사업성이 그리 크지 않음에 따라, 오픈 카지노(내국인 출입허용)로 가야만 큰 사업적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는 점이다. 이 말은 결국, 제주를 찾는 중국인을 포함해 한국인 모두를 겨냥한 카지노사업을 상정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즉, 제주에 투자하는 중국자본의 카지노 리조트 영업이익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제주도를 비롯해 대한민국 정부에 ‘오픈 카지노’ 허용을 집요하게 요구할 것이며, 특히 중국정부가 나서서 압박하게 되면 결국엔 허락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될 것이다.(뉴스 제주)

그러면 현재 강원랜드에만 허용하고 있는 내국인 카지노의 방어선도 머지않아 뚫릴 수밖에 없다. 특히 중국자본이 미국회사와 결합해 투자할 경우, FTA의 독소조항인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의 대상이 될 수 있어, 사실상 이번에 카지노가 허용된다면 그 이후의 전개방향은 현재의 공무원들과 도지사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파국적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카지노는 지역경제와 관광산업에 대한 기여도가 미미하다. 그 이유는 도내 관광지와 지역 상권에 분산되어야 할 여행경비가 카지노에서만 소비되고 지출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카지노 도박은 현금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세액을 잡기가 어려워, 음성적 지하경제가 조성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포지티브한 세금환수 역시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다.

또한 지하경제가 있는 곳에 반드시 등장하는 것이 조직폭력배이며, 이들이 개입되기 시작하면 제주는 그야말로 홍콩이나 마카오 또는 라스베이거스 꼴이 나는 것이다. 그리고 지역주민들과 지역경제는 침체일로에 놓일 수밖에 없다. 그야말로 도박의 섬이 되는 것이다.

제주도의 카지노 허가권은 원래 문화관광부 장관의 소관 권한이었으나,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에 의해 자치도 출범 이후 제주도지사에게 위임되어 있다. 그러므로 도내의 카지노에 대한 허가는 도지사가 마음만 먹으면 좌지우지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현재 이양된 권한을 가지고 카지노 허가를 준 사례는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 어떤 도지사가 되느냐에 따라 제주도는 카지노 도박의 섬이 될 수도 있는 기로에 놓이게 될 것이다. 또한 드림타워는 그 최초의 시험대이다.

자원 과다사용의 문제

21세기는 ‘성장의 한계의 시대’라고 한다. 이미 무한증식의 성장이 불가능한 ‘자원고갈의 시대’라는 말이다. 그런데 제주는 섬이다. 아무리 교통이 발달한 시대라고 하더라도 제주는 여러 면에서 한정된 곳이다. 자원을 과다 남용하면, 자원부족 문제뿐만 아니라 쓰레기 처리 또한 문제시된다. 물 자원 역시 과거 ‘물 허벅의 시대’를 벗어난 지 이제 겨우 한 세대다.

그런데 물을 뽑아 물장사를 하면서 제주는 물이 남아도는, 그것도 청정수인 화산암반수의 섬이 되었다. 그래서 물의 천국처럼 느끼겠지만, 지하수 남용은 이미 전문가들이 경고하고 나섰고, 삼다수를 증산하려 해도 지하수의 철저한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지하수 고갈 위기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에 제주도에 들어서는 대규모 개발사업장들은 모두 ‘물 먹는 하마’들이다. 그런데 여기에 초고층빌딩인 드림타워의 건설은 이러한 상황을 극단적으로 악화시키는 과중한 부담을 안기는 ‘슈퍼하마’가 될 것이다. 지난 4월 14일,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기자회견을 가졌는데, 바로 이 물 문제에 관해 경고하고 나섰다.

물 문제 역시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제주도민의 하루 물 사용량은 260리터이다. 통계에 의하면 온대지역의 관광숙박시설인 경우, 1객실당 하루 물 사용량은 620리터이다. 여름인 경우는 이보다 더 늘어난 820리터 정도가 소비된다. 4325실을 기준으로 했을 때, 최저 2681톤에서 최고 3546톤의 물이 소비될 것으로 보인다. 드림타워 한 곳만 하루 최대 1033톤이라는 엄청난 물소비가 이루어진다.

늘어난 관광숙박시설로 인한 물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상수원 개발이 필요할 것이고 이 또한 도민혈세가 들어가게 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롯데시티호텔인 경우 월 1만2000톤의 지하수 이용을 승인받았고 지하수자원특별관리구역인 드림타워 사업부지도 20년 전에 5공의 지하수 이용을 승인받은 상태이다. 이 외에도 지하수를 이용하는 시설들의 이용량을 합칠 경우 공공재인 지하수자원 관리에 대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초고층빌딩인 드림타워는 객실 수 1260실로, 실로 매머드급이다. 드림타워에서만 1일 최대 1033톤이라는 물소비가 이루어진다. 제주의 모든 상수도용 물은 지하수다. 이를 삼다수와 직결시켜서 생각해보자. 한진은 일일 증산요구량을 100톤에서 120톤으로 수정하어 도의회에 상정했는데, 이것도 부결시키느라 도민사회가 전쟁을 치렀다. 그런데 사기업의 이윤창출을 위해 그의 10배가 넘는 지하수를 뽑아내, 도박관광객들의 목욕물로 쓰이게 될 판이다. 작은 도둑 막다 보니, 진짜 큰 도둑을 들이는 셈이다.

또한 에너지 문제는 어떨까? 1일 발생하는 엄청난 쓰레기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윤은 중국 자본과 롯데가 쏙쏙 뽑아 가고, 이 좁은 섬 땅에서는 모자란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 엄청난 전력을 준비해야 한다. 삼다수를 팔아 도민사회로 돌아올 공공재가 사기업의 이윤추구 수단으로 전락하고, 그들이 이윤을 챙기는 사이 섬 땅에는 엄청난 쓰레기만 남을 것이다. 그러면 제주도민들이 쓰레기장 때문에 서로 싸우는 현실만 남을 것인가?

먹튀대통령의 남은 것, 국민들이...

MB는 대한민국 대기업 토건족들의 신이다. 그는 임기 동안 기업프렌들리 어쩌고 하면서 대기업들의 사업을 원활히 해줄 수 있는 규제 완화에 앞장섰다. 결국 그 규제 완화에는 세월호 참사의 근원적 배경이 되는 선령제한 완화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압권은 22조가 투입된 4대강 사업이었다. 멀쩡한 4대강을 친환경적으로 조성한다면서 강바닥에 22조를 퍼부어 나라 살림을 거덜 낸 것이다.

그런데 이 와중에 돈을 번 족속들은 이 나라의 토건족들이다. 포클레인과 덤프트럭으로 강바닥을 긁어댄 값, 보를 쌓느라고 들이부은 레미콘트럭 굴린 값, 이런저런 공사비. 그들은 돈을 긁어모았다. 환경이 파괴되거나 말거나, 멸종 위기의 철새들이 죽어가거나 말거나, 수면 위에 물고기들이 허옇게 뜨거나 말거나, 멀쩡한 강이 ‘녹조라떼’로 뒤덮이거나 말거나.

낙찰률 98%를 자랑하는 배경에는 담합과 비리가 있었을 거라는 여론의 시선이 따갑지만, 이 나라의 토건족들이 언제 국민의 눈치를 보았나. 결국 온 국가기관을 동원하면서까지 대선을 도운 결과, MB는 적어도 아직까지는 안전하게 퇴임 후를 즐기고 있다. 물론 세월호 참사가 터지면서 그의 SNS는 침묵모드로 넘어갔지만 말이다.

최근에 4대강에 대한 여러 대안 중, 국민적 합의만 가능하다면 보를 해체하고 4대강을 원래대로 원상회복시키는 것이 답이라는 전문가들의 해법이 나오고 있다. 22조를 쏟아 부은 4대강을 원상회복시키는 것이 답이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결국 MB는 대한민국 대기업 토건족들에게 22조를 몰아주기 위해 광분했던 셈이다. 아마 앞으로도 이 문제는 그냥 넘어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MB는 반드시 심판대에 서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그 자신이 뱉은 말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평소에 탈세가 범죄이듯 공직자가 예산을 낭비하는 것도 범죄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가장 어려운 사람에게 가야 할 돈을 횡령하는 것은 용서받지 못할 범죄입니다.” 이 말이 언젠가는 MB를 심판대로 불러올 것이다. 

그렇다면 제주도의 경우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이번에 드림타워 과정에 참여한 전문가들, 공무원들, 그리고 현직 도지사 역시 언젠가는 반드시 이 일로 인해 심판대에 설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대로 밀어붙인다면 말이다.

앞에서 살핀 바와 같이, 엄청난 문제를 가지고 있으며, 향후에는 더 많은 사회적 문제를 대대손손 남길 사업을 진행한다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당사자들이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재 카지노사업이 아니라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JDC 역시 이대로 가다가 후일 카지노사업으로 밝혀지게 된다면, 현재 그 자리에 있는 관련자들은 모두 심판을 받아야 할 것이다. 그들은 모두 도민들에게 도민들을 위한다고 하면서 도민들을 속였기 때문이다.

이제 초고층빌딩이 건설되면서 생기는 문제를 일일이 열거하고 살피는 일도 버겁다. 앞에서 살폈듯이, 초고층빌딩의 건설은 건물 하나가 들어서는 문제가 아니다. 지면관계상 몇 가지만 추려도 앞에 열거한 문제들이 줄을 선다. 이렇게 문제 많은 초고층빌딩을 전 도민적으로 반대하는데도 불구하고, 우근민 지사는 왜 그렇게 “내 임기 내에 해내야만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인 양 밀어붙이는 것일까?

우 지사님 제발 폭주를 멈춰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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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그의 속내를 알 수 없으므로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 항간에는 선거불출마에 대한 빚갚음이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우 지사가 이렇게 임기 끝물에 드림타워 건축허가에 목매는 사정을 그 자신이나 다른 어떤 누구도 말해주지 않기 때문에 억측이 억측을 낳는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그런 의혹을 믿고 싶지 않다. 적어도 관선까지 포함해 5번이나 제주도지사를 역임했고, 그가 나고 자란 고향이기 때문이다. 해녀의 아들이라는 우근민 지사가 사적인 이유로 그렇게 까지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제주의 미래를 고민하는 길은 각자 다를 수 있다. 그러므로 외자유치를 통해서만 지역개발과 경제활성화가 가능하다는 입장도 있을 수 있고(필자는 동의하지 않지만), 도민 자본과 자원만으로 가능하다는 입장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반대한다면, 이는 반드시 그 이유가 있는 것이다. 도민들의 위기의식에는 예상되는 지식정보와 집단지성, 위기에 직면한 생명체의 직관 등이 작용한다.

한 두 사람도 아니고 차기 도지사 후보를 포함한 지역의 전 정치권이, 도민과 시민단체들이 이렇게 이구동성이었던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우 지사는 심사숙고해야 한다. 제주섬은 결국 그도 이후 여생을 다 보내면 뼈를 묻을 태손땅이기 때문이다. 대대손손 바다와 산에 의지해 척박한 삶을 개척해 온 섬사람들의 간고한 삶을 그는 누구보다도 잘 이해할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필자가 헤아린 드림타워의 문제만으로도 지사는 결코 그른 결단을 하지 않으리라는 기대를 아직도 필자는 포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안에서 가장 큰 문제는 우근민 도지사가 이 사업이 제도의 맹점을 이용한 것이라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바로 ‘지구단위계획’의 허점 그것이다. “현재 고도제한 규정에는 상업지역은 50m, 중산간은 20m로 돼 있으나, 지구단위 계획에는 예외규정을 두고 있어 연동지역 고층빌딩 문제처럼 갈등 요인이 되고 있다면서 지구단위에 의한 예외규정 없이 제주도에 공통되는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서귀포신문)라는 대목에서, 그는 이 제도가 현실의 제도적 장벽을 어떻게 우회해 나가는지를 정확히 인지하고 있다. 드림타워라는 초고층빌딩의 탄생은 바로 그가 인지하고 있는 ‘지구단위계획의 예외규정’에 의해서 이루어진 비정상적인 일이란 것도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임기 말인 요즘, “법적 절차에 따라 처리하면 허가를 내어줄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라고 강변하고 있다.

하지만 다시 한 번 숙고해주길 간곡히 바란다. 결단코 열어서는 안 될 판도라의 상자를 건드린 도지사라는 불명예를 평생 안고가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아무리 정치가라도 정치를 떠나면, 자연인으로 돌아온다. 그 자연인으로 돌아왔을 때 우 지사 역시 도민의 한 사람이고 동네 아저씨이고 할아버지이기도 할 것이다. 손자손녀의 손을 잡고 명절을 지내기도 해야 한다.

공과 과가 있지만 은퇴한 공직자에 대한 고향사람들의 반가운 인사와 따뜻한 악수는 삶을 풍요롭게 하는 인간사의 풍경이다. 그러나 이 드림타워의 문제만큼은 결단코 그가 자연인으로 돌아오는 길이 평탄치 않게 하는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기에 다시한번 이 지면을 빌어 그의 심사숙고와 도민을 위한 결단을 촉구하는 바이다.

마치며

어찌 보면 지역개발과 관련한 비극은 모두 위정자의 세 치 혀에서 시작된다. 도민들은 원하지도 않는데, 저 혼자 사명감을 지닌 도지사나 기업인들에 의해서 말이다. 탑동이 그랬다. 해군기지가 그랬다. 도민사회 일반은 누구도 먼저 나서서 원하지 않았다. 다만 몇몇이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어 걸었다. 군부독재시대의 막차를 탄 범양그룹이 당시 지역의 행정관료들과 지역유지들을 회유하고, 소위 그들을 전위부대로 내세워 지역경제를 걱정하는 체하면서 그 대안이 탑동매립이라고 선전해댔다.

뒤로는 공유수면의 해녀들을 돈으로 매수하거나 반대주민들을 각개 격파해 나갔다. 온 재야단체들과 시민들 그리고 학생들이 들고 일어났다. 하지만 끝내 탑동은 무참하게 유린되었다. 인간의 돈으로는 아무리 천문학적인 예산을 들여도 불가능한 천혜의 워터프론트가, 하늘이 내린 먹돌바당이 사라졌다. 지금은 조잡한 매립지 위에 천박한 자본의 잡상들만 잔뜩 들어차 있다. 그리고 지금 그 탑동은 몇 배의 공공자금을 들여서 지속적으로 유지․보수해야 하는 애물단지가 되고 말았다. 한번 엎질러진 물은 혹독하게 그 댓가를 요구하는 게 자연계의 법칙이다.

그때에도 그랬다. 지역경제 활성화한다고. 늘 세 치 혀들은 지역경제를 걱정한다. 도민을 걱정하는 체 한다. 이제는 좀 바뀌었다. 제주가 사는 길은 투자유치, 외자유치라고 한다. 그래서 일자리를 창출해야 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표현만 좀 바뀌었을 뿐이다. 이제 제발 그만들 했으면 좋겠다. 도민들의 삶이 갈수록 피곤하다, 지구상의 한 점, 자그마한 섬에서 태어나 섬에 묻히는 일이 어찌 이리도 신산스럽고 힘겨운 것이라야 하는가?

이 글을 마무리하는 사이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제주도당과 소속 도의원들이 ‘주민투표’라는 비장의 카드를 꺼내들었다고 한다. 제주도의회 박희수 의장은 “여야 할 것이 없이 드림타워 해결을 위해 차기 도정으로 넘길 것을 주문하고 있고, 심지어 새누리당 도지사 후보와 드림타워 입지 지역구 새누리당 후보들조차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임기말 우근민 도정이 강행 추진 일변도로 나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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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의장은 “드림타워 문제 해결은 도민 합의에 의한 방식으로 결정돼야 한다”며 “요건상 주민투표 대상에 부합되는 사안으로 판단, 도의회의 청구에 의한 주민투표 청구절차에 착수하려 한다”고 밝혔다. 박 의장은 “드림타워 현안 해결을 위한 주민투표 청구의 건으로 도의회 원포인트 임시회 소집을 요구했다”며 “13명의 동의를 얻어 소집이 가능한 상황이고, 새누리당 의원과 교육의원이 참여해 임시회가 성립되면 안건으로 처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제주를 지키는 데는 여야가 없다. 아마도 새정치연합이나 새누리당이나 이 문제는 이구동성으로 도지사 후보까지 반대하고 나섰으니 주민투표 청구는 적법하게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도 도지사가 거부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우 지사는 영원히 제주에서 살 수가 없을 것이다. 도민사회의 공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민투표 청구 이전인 지금이라도 우 지사가 결단을 내려 이 문제를 차기 도정으로 넘기는 것이 백번 나은 판단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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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경훈 제주민예총 이사장.
그나마 도의회라도 아직은 살아있어 마지막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게 한다. 만에 하나, 우도정이 끝내 드림타워를 허가한다면 반드시 그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도민들은 똑똑히 기억해야 한다. 누가 제주도를 팔아먹고 먹튀하는 지, 누가 제주도민의 삶을 참담한 미래로 끌고 가는지를. / 박경훈 제주민예총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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