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백훈, 사기(史記)로부터 배우는 인생> 애병필승(哀兵必勝)

대국의 군사력만을 믿는 교만한 병사는 반드시 패한다는 것이 교병필패(驕兵必敗)요, 비록 약세이지만 슬픔을 공유하고 분발하는 병사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애병필승(哀兵必勝)이란 말이 있습니다.

사기(史記) 전단(田單)열전에서 제나라의 장군 전단은 애병필승의 전략을 잘 구사하여 최고 평가를 받았습니다. 전단은 연나라와의 전쟁에서 최후로 남은 성이 연나라에 포위당한 풍전등화의 위기에서 성안에 있는 사람들의 추대를 받아 장군이 되어 위기의 리더십을 발휘하였습니다. 적군에 잡힌 포로들의 코를 베이는 모습을 보면서 비통함과 조상들의 무덤을 파헤쳐지는 데에 원통함을 성안의 군과 민의 일심단결로 승화 시켜 대승을 거두었습니다.

계백의 슬픈병사 5천 결사대의 승리

신라 삼국통일 시기에 신라와 당나라 즉, 나당 연합군의 5만 병력이 백제를 치기 시작하였고, 백제의 의자왕은 사태가 위급하자 계백을 장군으로 삼아 적을 막도록 하였습니다. 계백은 죽기를 각오한 군사 5000명을 이끌고 출전하면서, 이미 나라를 보전하기 어렵다는 것을 직감하고 ‘살아서 적의 노비(奴婢)가 됨은 차라리 죽음만 같지 못하다’하여 자기의 처자를 모두 죽여 비장한 결의를 보였고, 황산(黃山)벌에서 신라의 김유신(金庾信)이 이끄는 5만의 군사를 맞아 네 차례나 그들을 격파하였습니다. 승리의 원인은 5천결사대의 슬픔이었습니다. 최고지휘관인 장군이 가족들마저 죽이고 나선 비통함을 함께 슬퍼하였기 때문입니다.

왜 화랑 관창의 목을 잘라 보냈는가?

열배나 많은 나당 연합군이 사기를 잃고 있을 즈음, 신라의 장군 품일(品日)은 17세의 어린 아들 관창(官昌)으로 하여금 나가 싸우게 하니, 관창은 백제군과 싸우다가 생포됩니다. 계백은 어린 나이 관창을 가상히 여겨 살려 보냈으나, 관창은 재차 나와 싸우다가 또 붙잡혔습니다.

계백은 신라에 이같이 용감한 소년이 있으니 싸움의 승패를 예감하였습니다. 아니 계백은 신라가 ‘슬픈병사’의 전략을 쓰려는 것을 간파하였던 것이라 봅니다. 왜? 계백은 안보내도 될 관창의 목을 잘라 그의 말안장에 묶어 신라군 진영으로 돌려보냈기 때문입니다.

예상했던 대로 신라군은 관창의 죽음으로써 슬픈 병사들로 변하여 총공격을 감행하였고 계백은 전사하였습니다. 뛰어난 장군 계백은 4차례나 열배나 많은 대군을 ‘슬픈병사’의 전략으로 막아내었지만 상대도 10대의 어린 화랑을 제물로 바치고자 하는 것을 보고는 최후가 왔음을 알아차리고 옥쇄(玉碎)의 표시로 관창의 목을 보낸 것이라 짐작됩니다.

죽음을 헛되게 하지 말아 달라!

세월호 유가족이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자식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말아 달라” 한 것을 보고 눈물이 절로 나왔습니다. 하염없이 나왔습니다. 대통령도 울었고 온 국민이 울었습니다. 이렇게 한 가지 일로 온 국민이 슬퍼함이 있었던가요? 하늘이시여! 이런 슬픔을 왜 주시는가요? 안줘도 되는데! 우리나라가 선진국 되는데 화랑 관창 같은 꽃다운 목숨이 300명씩이나 제물로 필요하신건가요? 꼭 그러하신다면 그냥 선진국 안 되어도 좋은데 ~, 우리나라가 뭘 그리 잘못하였나요? 압축성장으로 교만했다고요? 한류바람으로 우쭐했다고요? 아무리 그래도 300명이나 깨끗한 우리 아이들을 제물로 삼으셔야 했나요? 너무 합니다! 전범국가 일본이 바로 이웃에 있어 수시로 피해를 보아온 우리나라지만 전쟁도 안 일으키는 착한 백성들인데 이런 가혹한 일을 겪어야 하다니요? 투정을 하늘을 향해 던져봅니다.

온 국민이 슬퍼하기에 승리 기회

이 시대의 석학 K박사의 칼럼에 공감합니다.
“1990년대에 우리가 겪어야 했던 이른바 IMF의 한파 때문에 한국 경제가 홍역을 치렀지만 그로 인하여 불가피했던 ‘구조조정’같은 약방문이 크게 주효하여 나라의 살림은 오히려 용트림을 하고 한국이 G20에 끼어드는 경제 강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이 아닙니까. 자극이나 충격이, 그것으로 무너지지만 않는다면, 반전 내지는 역전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나는 4.16의 역사적 의미를 찾았습니다. 젊고 순결한 생명의 희생으로 이제야 말로 대한민국은 해묵은 고질적 비리들을 모조리 척결하고, 부정과 부패가 발붙일 수 없는 새 나라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온 국민이 슬퍼하는 마음을 정치싸움으로, 남 탓으로 하여 또 다시 이기심으로, 무너지게 된다면 희생당한 분들과 유가족에게 거듭 씻지 못할 죄를 짓게 됩니다.

아! 화랑 관창! 300명인데 !  

대통령도 의사자들의 이름을 부르며 눈물로 다짐했습니다. 비정상의 적폐에서 반드시 승리할 것에 명운(命運)을 건다고 했습니다. 나라 전체가 일심단결로 같이 실천할 기회입니다.

화랑 관창 한명이 교만하던 신라군을 슬프게 만들어 통일을 이루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온 국민이 보는 가운데 침몰하는 배와 함께 순결한 300여명이나 관창같은 꽃다운 생명의 희생을 보았습니다. 거기에다가 ‘유병언일가족’의 행태는 온 국민의 공분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슬픔과 분노를 같이 하게 하는 이유는 우리에게 역경을 이겨 내여 반드시 승리 한다는 희망을 주는 것이라 확실하게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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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백훈 농협대학교 교수, 한국강사협회제주지회장.
인근 구청에 희생자 합동 분향소를 찾았습니다. 노란 리본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애병필승(哀兵必勝),선진조국건설로 보답 하겠습니다 영면하소서!” 분향소를 나오면서 흐르는 눈물로 맹세했습니다. 우선 나부터 비정상의 관행을 고쳐내겠다고! 그리고 인성교육을 하는 사람으로서 위인(爲人)지학(보여주기 학문)이 아닌 위기(爲己)지학(자기수양 학문)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겠다고! / 신백훈 농협대학교 교수, 한국강사협회제주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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