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사람 레코드] (6) 인생은 금물 / 언니네 이발관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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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보통의 존재 / 언니네 이발관(2008)

춤추는 이석원. 이석원은 춤을 춘다. 리듬에 맞춰 발을 동동거리는 수준이지만 춤은 춤이다. 슬픈 노래를 부르면서도 춤을 출 사람이다. 춤은 기쁠 때만 추라는 법은 없다. 슬픈 때 추는 춤이라고 해서 느리게 추지 않는다. 슬픈 땐 도리어 흥겹게 노래 부르며 춘다. 가만히 노랫말을 들여다보면 극에 달한 것들이 많은데도. ‘동경’을 부를 때는 한쪽 발만 움직였다. ‘푸훗’하고 지나칠 수 있는 나이였다. 이제 전설이 된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 ‘전영혁의 음악세계’에서 했던 말들이 모두 거짓말이었던 나이였다. 거짓말도 푸른 청춘이었던 나날이었다. ‘꿈의 팝송’과의 행복했던 날도 거짓말이어서 난처하긴 했지만. ‘당신을 애처로이 떠나보내고 내가 온 별에선 연락이 온지 너무 오래되어’ ‘가장 보통의 존재’로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허리를 흔들 줄 알게 되었다. ‘언니네 이발관’을 마음에 둔 게 큰일이었다. 비 내리는 명도암. 항공잠바를 입은 이석원은 방사능 의심 비를 맞으며 춤을 췄다. 거의 탭댄스에 가까웠다. 비옷을 입고 장화를 신은 채 물웅덩이에서 물장구를 치는 일곱 살 여자아이 같았다. 장단 맞추기도 잠시. 청춘에 대한 송가는 아닌데 자꾸만 슬픈 춤으로 변색되어 갔다. 비는 내리고, 음향 장비는 말을 잘 듣지 않고, 이석원의 귀는 예민했다. 귀만 백년 정도 더 진화해 있었다. 자꾸만 음악을 멈췄다. 객석 주위를 둘러보니 어떤 사람들이 자기만의 철학으로 자기만의 춤을 추고 있었다. 이석원은 조명과 스피커 상태를 점검하고 있는데, 사람들은 그것들도 음악의 일부인양 몸을 흔들고 있었다. 우산도 없이 산성 의심 비를 맞으며 청춘을 흔들고 있었다. 다시 노래는 이어지고, 이석원은 엉덩이를 흔들었다. ‘언젠가 우리, 별이 되어 사라지겠죠 모두의 맘이 아파올 걸 나는 알아요…… 인생은 금물 함부로 태어나지는 마 먼저 나온 사람의 말이 사랑 없는 재미없는 생을 살거나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네’ 조근조근 설파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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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택훈 시인.
[편집자 주] 현 시인은 1974년 제주에서 태어났고 2007년 <시와정신>으로 등단했습니다. 시집 <지구레코드>와 <남방큰돌고래>를 펴냈습니다. 2005년 '대작'으로 지용신인문학상을 수상했고, 2013년 '곤을동'으로 제1회 4.3평화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연재 제목이 '눈사람 레코드'인 이유는 눈사람과 음악의 화학적 연관성도 있지만 현 시인의 체형이 눈사람과 비슷하다는 점에서 가장 밀접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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