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병의 제주, 신화 2] (12) 삼승할망본풀이1-불도맞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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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레멸망악심꽃 꺾음.

1. 생불, 삼싱할망 

‘생불(新生兒)’은 아기를 말한다. 그리고 ‘생불할망’은 아기를 지켜주는 할망[女神]으로 하늘옥황상제의 딸, 명진국따님으로 삼승(産神)할망, 생불할망, 불도(佛道)할망이라 부르며, 할망을 보좌하는 신소미로 업개삼승, 걸레삼승, 구덕삼승이 있다. 아기가 죽으면, 아이를 저승으로 데려가는 할망이 있는데, 동해용왕의 따님으로 저승할망, 구삼승할망, 구천낭구불법할망이라 부른다.

불도땅에는 ‘삼승할망’이 있어 아직 성년이 되지 않은 아이들을 보살펴 준다. 아이들의 혼과 넋은 채 굳어지지 않아 세상일에 조금만 놀라도 “넋이 나고 혼이 난다.” 넋이 머리의 상 가마를 통하여 육신의 밖으로 나가 떠돌게 되면,  “오마, 넋들라!”하며 넋을 들여 넣는다. 이렇게 미완성의 혼과 넋을 굳히며, 아이가 어른이 되어가는, 세속으로 가는 길이다.

2. 불도맞이[産育儀禮]  

‘맞이’라 하는 굿은 신을 맞이하는 굿「迎神儀禮」이다. 맞이굿에서 신을 맞이하기 위하여 길을 닦는 굿을 특히 '질침굿' 또는 '질치기'라 한다. 이러한 길을 닦는 의례는 '신 길을 바로잡는' 것이며, '다리를 놓는' 것이다. 신 길을 바로잡는 것은 신이 오시는 길, 인간이 죽어서 저승으로 가는 길을 닦는다는 것이다. 이 길을 닦아 하얀 광목천을 깔았을 때, 길은 완성된다. 그 길은 신과 인간이 만나는 길이며, 망자가 이승의 미련을 버리고 저승으로 고이 갈 수 있는 길이다. <불도맞이>는 아이를 잘 낳게 하고, 아이를 열다섯 십오 세까지 잘 키워달라고 산육신(産育神) ‘삼싱할망’에게 비는 산육·기자의례(産育祈子儀禮)다.

<불도맞이>는 <초감제>에서 먼저 세상에 자연이 생겨나고 세상이 갈리는 <베포도업>, 굿하는 시간과 장소를 알리는 <날과 국 섬김>, 굿을 하는 사연을 고하는 <연유닦음>을 말한 뒤, 하늘 신궁의 문을 여는 <군문열림> 그리고 이어서 <새도림> → <오리정신청궤> → <주잔권잔> → <산받아  분부사룀> → <본향듦> → <본주절시킴>을 한다. 그 다음으로 <추물공연>, <수룩침(원불수륙)>, <할망다리추낌>, <구삼싱냄(수레멜망 악심꽃 꺾기)>, <꽃씨드림(서천꽃밭 물주기)>, <할망질침>, <꽃타래듦>, <역가올림>, <할망다리 나수움>, <석살림굿>으로 끝을 맺는다.

주요 제순을 보면, <군문열림>의 ‘군문’은 하늘 신궁의 문이고, 신들이 굿판에 들어오는 ‘굿문’이다. 심방이 도랑춤[回轉舞]를 추어 빙글빙글 돌며 신들과 감응하여 하늘 신궁의 문이 모두 열리면, 신들은 이 세상에 하강(下降)하여 내린다. <군문열림>은 하늘 신궁의 문을 여는 것이며, 열린 하늘 신궁의 문을 통해 신들이 하강[下降]하여 지상에 내려오게 하는 강신의식[降神儀式]이다.

<새도림>은 <군문열림>을 하여 신궁의 문을 연 뒤, 하늘의 은하 봉천수 맑은 물을 떠다가 제장의 부정을 씻고, 신이 하강하는 길의 모든 사(邪)를 쫓아, 굿판[祭場]의 부정을 씻어내는 동시에 아픈 환자의 몸을 아프게 하는 병(病), 마음의 부정까지 쫓아내어 새[邪]를 다리는 의례이다. 군문이 열리면, 신칼점을 쳐 군문이 열린 금을 알아본 뒤에 심방은 본주에게 신의 뜻을 전하는 <분부사룀>을 한다.

이렇게 하여 신에게 술을 권하는 <주잔권잔>을 하고 <추물공연>에 들어간다. <추물공연(出物供宴)>은 신들을 모시기 위하여 내어놓은 제물, 출물(出物)을 갖추어 대접하는 공연의례를 말한다. <추물공연>은 각 당클에 모신 신들 별로 안팎 공시상을 차려 앉아서 장고를 치면서 “조소주에 게알안주 상받읍서” 즉 술과 계란 안주를 잡숫고 가시라며 옥황상제부터 하위신까지 젯도리에 따라 신들을 불러 대접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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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점.

<수룩춤>은 제주도 큰굿의 불도맞이에서 아기 낳기를 간절히 비는 ‘원불수룩제’ 즉 ‘젯북제맞이굿’에서 추는 기원무(祈願舞)이다. 불도맞이 소제차(祭次)인 원불수룩제를 ‘수룩침’이라 하는데, ‘수룩’은 수륙재(水陸齋 ; 바다와 육지의 귀신을 위하여 지내는 제사)에서 따온 말이지만, 무속에서는 ‘법당에 가서 부처님에게 원불수룩(願佛水陸)을 드린다’는 의미로 쓰인다. 따라서 ‘수룩침’은 ‘수룩연물(巫樂)을 친다.’는 뜻이다. 심방은 이 연물에 맞춰 ‘수룩춤’을 추면서 삼승할망(産神)에게 아기(生佛) 낳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할망다리 추낌>은 할머니가 오실 다리를 추키는 것이다. 다리를 추켜야 신길이 된다. 그러므로 ‘할망다리추낌’은 이 신길을 추킬 때 추는 춤이다. 심방이 광목천(신다리)를 마구 흔들며(추켜서) 뱅글뱅글 돌려서 큰 나선형이 되게 하면, 광목천은 공중을 돌며 제장을 화려하고 생동감 넘치게 한다. 그 다음에는 광목천을 큰 나선형이 되게 돌리다가 다시 힘 있게 한 발 한 발 위로 끌어 올려 뒤로 넘기며 춤을 춘다. 이렇게 하여 광목천(신다리)을 추키면 ‘신령한 다리’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시각적 효과가 큰 굿춤이라 할 수 있다.

<수레멜망 악심꽃 꺾음>은 ‘꺾어맞자’하며 억새로 만든 악심꽃을 양손에 들고 달달달 떨며 “수레멜망 악심꽃은 모두 오독똑끼 꺾어 맞자”하며 계속 꺾어나간다. (집안에 돌아가신 영가들의 이름을 거느리며 “○○ 꺾어간 것도 오독도끼 꺾어맞자.”는 말을 반복한다.) 이어서 <꽃씨드림(서천꽃밭 물주기)>을 하는데, 서천꽃밭, 삼천전제석궁 당클에서 생명꽃(동백꽃)을 따서 손에 들고, 동백꽃 가지로 머리에 얹은 물동이의 물을 사방에 뿌리며 노래를 부르는 대목을 <거부춘심>이라 한다. 이어서 할망다리를 <메어들어 석살림>을 하는데, 할망다리를 당기면서 방안으로 개어 들이는 것을 <할망다리 나수움>이라 한다.

모든 맞이굿은 마당에 젯상을 따로 차려 진행하는데 특히 심방집 굿은 안팎 공싯상이 있으므로 굿의 진행도 마당과 마루를 오가며 진행하며 맞이굿의 끝에는 대상신의 다리를 당주방으로 모셔 들인다. 이를 “메어든다” 또는 “~다리 나수운다”고 한다. “마흔여덟 상청다리, 서른여덟 중청다리, 스물여덟 하청다리 나숩고 나수자” 하면서 심방은 할망다리를 밖으로 당기고 본주는 당주 방으로 당겨 결국은 방안으로 메어 들이게 된다.

할망다리를 메어들고 나면 <석살림굿>을 하는데, 이 굿은 궤궤잔잔하게 가라앉은 제장에 신명을 불어넣어 신나락하게 하고 신과 제장의 심방과 구경꾼 모두 춤을 추며 노는 뒷풀이굿이다. 이 굿의 순서는 <향촉권상>, <바랑탐>, <덕담>, <군웅덕담>, <조상본풀이>, <탐불>이나 <서우제소리>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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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망다리 추낌.

3. 생불신화(生佛神話) <삼승할망본풀이>

아이가 태어나서 열다섯 살이 될 때까지 키워주는 산육신(産育神)을 산신할머니(삼승할망)이라 한다. 이 여신은 어미의 태로부터 아이를 받는 신[産婆神]이란 뜻에서 ‘생불왕’ 또는 ‘생불할망’이라한다. 아이의 신 삼싱할망이 아기업저지 신들을 거느리고 살고 있는 곳을 ‘불도땅’이라 한다. 아이의 나간 넋을 들이는 할머니가 삼승할망이다.

불도땅에는 어미의 자궁으로부터 아이를 해복하는 방법을 몰랐기 때문에 하늘나라에서 온 명진국 따님과 꽃가꾸기 싸움에서 져서 ‘생불왕’이 되지 못하고 아이의 넋과 몸을 저승으로 데려가려는 불행한 미녀신[女神], 동해용왕의 따님을 저승할망, 또는 ‘구삼싱할망’ 또는 ‘구불법할망’이라 한다.

어느 날, 동해 용왕은 딸은 석함에 담겨 바닷물에 띄워졌다. 석함은 동해 ‘처녀물가’에서 올랐고 거기서 인간세상의 임 박사를 만났다. “나는 인간에 생불(아기)을 주기 위해 왔노라.” 동해용왕의 딸은 임 박사 부인에게 잉태는 주었으나 해산하는 방법을 몰랐기 때문에, 임박사의 부인은 12달이 넘어 사경에 이르렀고, 은가위로 산모의 겨드랑이를 끊고 아기를 꺼내려다 산모와 아기가 모두 죽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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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무병 제주신화연구소장·민속학자.
하늘 명진국의 딸은 옥황상제에게 물었다. “옥황상제님아, 어찌 생불(아이)을 주고 환생을 줍니까?” “아방 몸에 흰 피 석 달 열흘, 어멍 몸에 검은 피 석 달 열흘, 아홉 달 열 달 준삭 채워, 아기 어머니 늦은 뼈 빳빳하게 하고, 빳빳한 뼈는 늦추어 열 두 구에문[陰門]으로 해산[解腹]시켜라.”는 명을 받고 생불왕이 되어 사월 초파일 날 인간 세상에 내려왔다. / 문무병 제주신화연구소장·민속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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