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폰의 오후와 리코더의 아침
실로폰의 오후와 리코더의 아침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눈사람 레코드] (7) 졸업영화제 / 이랑 (2012)

2428421 (1).jpg
▲ 욘욘슨 / 이랑 (2012)

이상은 이상은 이상은 같은 가수가 나오지 않을 줄 알았다. 웬 유상무상상 같은 소리냐고 하겠지만 너랑나랑 김밥집에서 김밥 두 줄 포장하다가 노랑 단무지 빠진 소리만은 아니다. 고랑과 이랑의 구별이 아직도 헷갈리는 나는 이랑이 남궁옥분 목소리로 이랑의 리듬을 표현하는 것을 안다. 이랑은 영상원 출신의 영화감독이다. 청년 실업이 심각한 시대에 영화감독으로 취직한 사람이다. 영화가 여의치 않자 가수로 취직하기도 한다. 이상은이 십 년 넘게 노래를 하고서 터득한 지혜를 데뷔 앨범으로 이룩해버린 이랑.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하는 말일 수도 있겠지만. 이제 이상은만한 여자 가수가 <아마도이자람밴드>의 이자람도 있고, <가을방학>의 계피도 있고, <3호선 버터플라이>의 남상아도 있고, 빠지면 섭섭할 타루도 있다. 낮엔 계피의 목소리, 밤엔 남상아의 목소리가 제격인데, 이랑의 음성은 조조할인으로 영화를 보고 화장실에서 참았던 오줌을 눌 때 듣기 좋다. 티백 녹차 재탕을 마시며 로구차 구다사이라고 발음할 때 듣기 좋다. 도장 한 개만 더 모으면 커피 한 잔이 공짜인 쿠폰을 잃어버렸을 때 듣기 좋다. 아이유나 듣지 왜 이랑을 듣고 있는지 정말 의문이긴 하지만. 아이고 모르겠다. 영화나 한 편 때리고 ‘B동 301호’에 가서 맥주나 한 잔 해야겠다. 왕가위, 이명세, 마틴 스콜세지,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올리버 스톤, 이창동, 홍상수, 기타노 다케시, 김기덕, 미키 사토시, 장준환, 팀 버튼, 노진수, 장률, 오멸, 도마뱀 도마뱀 무슨 일이든 척척 해내지…….


▲ 현택훈 시인.
[편집자 주] 현 시인은 1974년 제주에서 태어났고 2007년 <시와정신>으로 등단했습니다. 시집 <지구레코드>와 <남방큰돌고래>를 펴냈습니다. 2005년 '대작'으로 지용신인문학상을 수상했고, 2013년 '곤을동'으로 제1회 4.3평화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연재 제목이 '눈사람 레코드'인 이유는 눈사람과 음악의 화학적 연관성도 있지만 현 시인의 체형이 눈사람과 비슷하다는 점에서 가장 밀접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0 / 400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순 추천순 이 기사에 달린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