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천국, 코스타 리카를 다녀와서

뉴욕의 올 겨울은 유난히도 따스했습니다. 고국에서는 폭설로 인해서 숱한 농가가 피해를 당하기도 했다는 가슴아픈 소식들의 연속이었습니다만.

지난 2월8일부터 12일까지 3박 4일 일정으로 '뉴욕의 겨울'을 탈출하기 위하여 나를 포함한 동포들 18명이 코스타 리카 행 항공기(Lacos)를 타고 새벽을 깨워 떠났습니다.

산 호세(San Jose)공항에 도착하고 보니 여행사 안내원이 버스를 가지고 나와서 우리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공항에서 빠져 나온 버스는 강원도 산길같은 고속도로를 두 시간 남짓 달려 서북쪽 방향에 있는 휴양지인 픈타리나(Puntarena)로 우리를 데려다 주었습니다.

숙소인 호텔에서는 체크 인하는 표시로 각자의 손목에다 플라스틱 벤드를 하나씩 체워주었습니다. 그 호텔에 체류하는 동안은 팔목만 보여주면 숙식은 물론이고 모든 시설 이용 비용이 모두 포함되어 있어서 '공짜'인것 처럼 느껴졌습니다.

하루 나절을 쉬고 이틑날은 버스로 한 시간 남짓 달려서 열대우림 보호구역을 다녀왔습니다. 자연림을 그대로 보여주기 위해서 케이블 카가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동식물이 함께 잘 보존되어 있더군요.

▲ 선녀들(?)이 온천에서...
제3일 째는 라 아레나(La Arena)라는 활화산 밑에 있는 온천을 버스로 약 3시간 남짓 달려서 갔습니다. 지금까지 내가 북미주 및 유럽 등지를 다니면서 본 온천 중에 가장 인상적인 것이었습니다. 마치 안덕계곡처럼 생긴 골에서 온천수가 펑펑 흘러내리고 있었고 폭포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가장 뜨거운 곳이 섭씨로 약 40도 정도는 되는 것 같았습니다. '열대 우림(tropical rain-forest)이 잘 발달되어 있고 보존되어 있는 것이 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가끔 가다가 라 아레나 산이 포효하듯 함성을 지르고 버섯구름을 토해내어 상당히 스릴을 더해 주곤 했습니다. 오른 쪽 산 기슭으로 용암을 토해내기도 하고...

▲ 활화산인 라 아레나 마운튼이 가끔씩 버섯구름을 내품고 용암을 분출하고 있습니다.
온천을 향해 가는 도중에는 '열대 구름 수림(tropical cloud-forest)'이 자연적으로 조성이 되어 자연란(orchid)과 같은 기생식물들이 무성했습니다. 400여종이 넘는 난과 식물들이 오래된 수목에 기생해서 자라고 있었습니다. 한라산에서도 귀하게 볼 수 있는 풍란들이 지천으로 많이 목격되었습니다.

저녁 5시 반경 숙소로 돌아 오는 길에 버스내 레디오를 켜니 마침 코스타 리카 대 한국 축구경기가 실황중계되고 있었습니다. 5분도 채 안되어 아나운서가 '고올린'을 숨이 넘어갈 지경까지 길게 내 뿜더군요. 스페인어로 중계를 하는데 무슨 소린지는 알아 듣지 못했지만, 가이드가 영어로 해설을 해 주어서 알았지요. 페널틱 킥으로 한국이 1점을 잃었다고...우리 일행 중 한 '애국자'가 있어서 선창하면 "필승 코리아, 짝짝짝 짝짝..."을 외치기도 하고...우리 코리아 팀은 지금 주전 멤버들이 모두 유럽에 나가 있다고 변명도 하고...

숙소에 돌아와서 TV 체널을 이곳저곳 검색하다 보니 체널 33에서 낯익은 배우들 모습이 보였습니다. '겨울연가'가 이곳 중남미까지 진출해 있더군요. 모두 스페인어로 그럴싸하게 연출되고 있었고, 뜨거운 '한류'를 절감했습니다.

▲ 발음이 '두견'새처럼 들렸습니다. Toucan
코스타 리카는 약 4백만 인구, 농업과 관광 서비스 산업이 잘 발달되어 있다고 가이드가 설명하면서, 군대가 없고 그 군비를 모두 공교육에 투자한다고...너무나도 부러웠습니다. '천국이 따로 없지, 맞다 이게 바로 천국이다'...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수력발전으로 90% 이상으로 전력을 충당하고 나머지 5% 정도가 풍력으로...전기가 남아 돌아간다고 하니 더욱 부러워졌습니다. 공해라면 산길을 달리는 승용차와 버스 그리고 트럭들이 내품는 연기정도였습니다.

3박 4일의 '천국'생활(?)을 접고 '속세 중 속세'인 뉴욕으로 돌아 오는 길은 험난한 길이었습니다. 산 호세 국제공항에 와서 안내판 모니터를 보니 우리가 타고 갈 바로 앞 항공기는 '결항'이라고 표시되어 있었고 우리가 타고 갈 항공기는 1시간 정도 연발된다고 안내하고 있더군요.

케네디 국제공항의 활주로에 안착하고 터미널까지 가는데 1시간 남짓 걸렸습니다. 입국수속은 비교적 간단하게 빨리 끝났는데, 승객들이 가지고 온 가방들을 하역할 인부들이 폭설로 출근하지 못해서 5시간 넘게 기다려야 했답니다. 뉴욕시내 및 인근 공항들과 대중교통 수단들이 일시 마비되는 현상을 빚어습니다.

▲ 흰 눈을 이불 삼고 잠든 내 차.

나의 거처에 돌아와서 보니 집에 두고 간 차는 흰눈을 이불삼아 깊숙히 잠들어 있더군요. 뉴스에 의하면, 멘해튼 센트럭 팍(중앙 공원)에 약 27인치(1인치=2.54센티미터, 68,58센티미터), 케네디 공항에 15인치...1869년 처음으로 폭설기록을 시작한 이래 신기록이라고. 마침 폭설은 토요일 오후 늦게부터 일요일 오전까지 쏟아졌는데, '제설 작전'이 마치 커다란 '전쟁'을 방불케 했더군요. 내가 돌아 오는 길들은 거의 말끔하게 치워져 있었습니다. 폭설이 내리면 블름버그 뉴욕시장은 집에도 못가고 잠도 못자고 진두지휘를 해야 한답니다. 시장이 임재를 확실하게 시민들에게 보여주는 날이기도 하지요. 청소국의 모든 청소차량들이 블도저로 변신해서 마치 탱크처럼 움직이지요. 뉴욕시내에 내린 눈 1인치 높이를 치우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자그만치 1백만 달러가 소요된답니다. 다행이도 올 겨울은 지금까지 그렇게 많은 눈이 자주 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 1869년 이래 폭설 신기록.
오늘(월요일) 아침 출근길은 '이상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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