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사람 레코드] (11) 당분인간 / 전자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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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숲 / 전자양 (2007).

전자양을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아스피린 소년’이었다. ‘창백한 약국 아주머니 / 풀린 두 눈을 보며 / 아스피린 두 알 주세요’라며 두통을 리듬으로 구현했다. 그동안 군대에 다녀왔고, 예상컨대 음악세계로 원대복귀하여 방구석 사운드 속에서 새부랑거리며 시간을 보냈으리라. 앨범 ‘숲’이 나온 지도 벌써 몇 년이 지났는데 이쯤이면 다시 수면 위로 목을 뺄 때가 된 것 같다. 전자양을 처음 흠모할 무렵에 이규호도 사랑스러웠는데 둘 다 음반을 내는 주기가 비슷하다. 가뭄에 콩 나듯 낸다. 흘러가는 시간의 빛들에 비하면 터무니없게 과작이다. 마치 4년마다 열리는 월드컵을 기다리는 마음 같다. (전자양이나 이규호는 그 주기가 월드컵보다 더 더디니 이거야 원.) 이규호 팬카페에서 갔던 캠프에서 만난 사루비아, 볼빨간아이, 규호천사 등에 대해서는 다음에 말하기로 하고, 전자양 너는 깎은서방님은 아니어도 20세기 소년으로 음악은 여전히 꽃미남이 분명하다. ‘당분간 인간일지도 몰라 / 하지만 조만간 당분인간’이라고 노래하는 전자양. 그래, 당분간 인간으로 지내는 동안 전자양이 있어서 다행이다.생몰년도 표시를 보면 무슨 유물을 보는 것 같다. 전자양과 나는 같은 21세기에 당분이 다 빠질 것이다. 내가 앞으로 볼 가능성이 있는 월드컵 횟수를 세어보았다. 그 수만큼의 전자양 앨범을 만나고 싶다. 월드컵이 시작되었고, 장마도 시작되었다. 하루종일 비가 내린다. 집은 낡아서 군데군데 물이 역류하는 곳이 있다. 그래도 견딜 수 있다. 당분간의 삶에 대해서 생각했다. 당분간 축구와 음악에 빠져 지내는 삶이 될 것이다. 전자양의 슈게이징 사운드가 생경하다면 롤리팝처럼 달콤한 메리클라이브 버전을 권한다. / 현택훈(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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