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나눔 릴레이] (12) 김경호 제주대 교수...미국산 '산삼 잎'

참가와 동시에 자동 기부되는 ‘아름다운제주국제마라톤대회’, 어려운 이웃들을 향한 ‘사랑의 연탄나눔’을 통해 지역사회에 기부와 나눔의 홀씨를 퍼뜨려온 [제주의소리]가 한국의 대표 사회적기업 ‘아름다운 가게’ 신제주점(매니저 김정민)과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제주지역 명사(名士)는 물론 나눔행렬에 동참한 일반 시민들이 각자 사연이 깃든 소중한 물건을 기증하는 ‘아름다운 나눔릴레이’이다. 이 소중하고 특별한 물건의 판매 수익금은 제주여성장애인상담소를 통해 출산·육아 비용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장애인 산모들에게 전달된다. [제주의소리]는 기증품에 얽힌 사연을 통해 나눔과 공유의 가치를 확산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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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호 제주대 교수. ⓒ제주의소리

여수에서 나고 자란 김경호 제주대 언론홍보학과 교수에게 제주는 제2의 고향이다. 토론 프로그램 ‘시사진단’의 사회자를 맡아 지역의 다양한 의제들을 생생히 느끼면서 누구보다 제주사회를 잘 이해하는 사람 중 한 명이 됐다.

그에게 잊을 수 없는 공간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언론학 박사과정을 밟았던 미국 남일리노이대학교. 미국 중서부의 이 도시에서는 학문적 깊이를 단련하기도 했지만 또 다른 특별한 기억도 있다. 한 교민을 따라 들어간 근처 숲에서 놀랍게도 산삼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 이후에도 이 도시를 방문할 때면 어김없이 숲 속에서 산삼을 찾곤했다.

그 산삼의 잎을 잘 말려 보관해뒀다가 소중한 손님이 오면 가끔 차로 우려내 대접하곤 했다. 이번에 내놓은 기증품이 바로 이 귀한 ‘산삼 잎’이다. 함께 내어놓은 그의 전문분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도 깊이 있고 풍성했다. ‘바쁘다’라는 말로 부족한 만큼 치열하게 고민하고 활동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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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호 제주대 교수의 기증품. ⓒ제주의소리
“아름다운 세상? '참여'할 수 있는 사회”      

- 학생들과 함께 한 학기를 헌혈로 시작하고 헌혈로 마무리한다고 들었다.

“무엇보다 헌혈이 중요한 기부라고 생각한다. 한 달에 한 번씩 모이는 모임이 있는데 거기서 분기별로 헌혈을 한다. 이번 학기부터는 학생들도 함께 하고 있다. 학교에 헌혈버스가 두 달에 한 번 정도는 온다.

수업 끝날 무렵에 아이들과 함께 헌혈을 하러 갔다. 즐겁게 헌혈을 한 번 했고, 학기 시작할 때 한 번 하니까 끝날 때 한 번 하자고 얘기를 했다. 그리고 영화티켓을 기부하기로 했다. 기부가 두 번 되는 거다. 모은 티켓을 우리 과 학생 한 명이 봉사하는 재활원에 줬다.

놀란 점은 학생들이 너무 좋아했다는 거다.”

- 알고 보니 ‘자연환경국민신탁’ 이사에도 이름이 올라있다. 뭔가 의미있는 단체인 것 같은데 자세한 내용은 모르겠다. 설명을 해준다면.

“영국의 네셔널 트러스트를 벤치마킹해서 만든 특수법인이다. 기증받은 것들을 국가의 재원이 되도록 운영 관리하고 있는 특수 법인이다. 영국에서 이게 왜 생겼냐하면 상속을 해줄 경우 30% 세금을 내야한다. 아들한테 해주면 30%가 떨어지는 거다, 손자한테 주면 또 30%가. 그러니 차라리 그걸 기증을 하면 그 가족들 가문이 대대로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소유권만 기탁을 해버리면 소유권만 국가가 갖는 것이지 운영권은 자손 대대로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신탁에서 하고 있는 게 지리산반달곰서식지 복원이다. 숲 가꾸기도 있다. 제주에서는 저지리 환상숲곶자왈공원이 이에 해당된다. 사람들이 투어할 수 있도록 해놓고 스토리텔링을 해준다. 사람이 제법 있다. 소유권은 그 분들이 갖는 대신, 우리가 관리하는 부분은 여기 지속적으로 개발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 최근에 또 무슨 일을 하고 지내나 들여다봤더니, 고향 여수에서 갯가길을 만들었다.

“제주와 비교하면 여수는 날씨가 제주보다 좋다. 제주는 해 보는 날이 1년에 60일 밖에 안된다. 높은 한라산이 있는데다 해양성 아열대 기후가 맞부딪쳐있어서 지속적으로 안정적인 날을 기대하기 힘들다. 반면 여수는 날씨가 참 좋다. 또 섬들도 365개가 있다. 엑스포를 치르면서 인프라도 많이 좋아졌다. 서울에서 세 시간 반이면 차로 온다. 게다가 KTX 종점이다. 그런데 볼게 없다. 콘텐츠가 없는 거다. 제주도는 즐길 수 있는 곳이 워낙 많다. 너무 많아서 짝퉁도 생길 정도다. 여수는 그런 게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제주에 직장이 있긴 하지만 고향에도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 뭘까 고민하다가 여수에 올레길을 한 번 해보자고 했다. 재작년말부터 본격적으로 의기투합하실만한 분들을 만났다. 현재 1코스, 2코스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제주올레가 340km 21개 코스인데 계획은 여수에는 400km 좀 넘게 생각하고 있다. 섬 365개가 있고, 리아시스식으로 해안선이 돼 있다. 이걸 활용해서 지역의 재산으로 만들어야 한 건데. 제일 중요하게 벤치마킹하고 경험이다. 시사진단을 통해서 제주를 많이 본 게 덕이 된 거다.”

- 마침 시사진단 얘기가 나왔으니 물어본다. 제주MBC에서 ‘시사진단’의 사회자로 꽤 오랜시간 활동하기도 했다. 제주의 구조적 문제, 다양한 현안들을 한 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을 것 같다.

“그게 아니었으면 제주를 알지 못했을거다. 지역이라고 하는 게 어디든 마찬가지다. 의견이 다르고 입장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긴 한데 어떻게 잘 조율해내느냐. 이게 토론의 과정을 거쳐서 합리적인 결론에 도달하고 그 결론에 수긍할 줄 알아야 하는데 우리 지역사회가 이 점이 어려웠다. 입장만 팽팽하게 유지하려고 하고 있고, 그러면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이기는 게임이 되면, 예를 들어 강정 같은 경우가 되면 나머지 사람들은 패배자처럼 되버리는 그런 사회다.

또 다른 부분은 조금 제주 배타성이 강하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우리 사회가 많은 사람들을 더 포용하면 더 잘 갈 수가 있는데, 그 사람이 오면서 내 것이 뺏길 수 있다는 생각이 있다. 하지만 오히려 그 사람이 오면서 전체적으로 파이가 더 커질 수 있다. 그럼 내 것도 커지는 거다. 그런 생각도 폭넓게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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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호 제주대 교수. ⓒ제주의소리


- 요새는 어떤 연구를 하고 있나?

“이번 지방선거 선거 토론회를 분석해서 발제를 해달라고 해서 작업하고 있다. 토론에서 사회적 쟁점에 대해서 공약이나 정책도 받아들일 줄도 알아야한다. 상대방 정책이 좋다 그러면 ‘그걸 이렇게 발전시켜봤으면 좋겠다’하는 논의들을 통해 토론의 장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게 만들었으면 한다. 그런데 선거 때 토론이 그 중요한 기능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토론회 전국 시청률이 2% 대다. 공중파 세 개 채널을 합쳐도 7%대다. 반면 같은 시간대 옆 채널에서 한 예능프로그램은 10%대가 나온다. 영국은 지난 2012년 선거 수상 간 토론에서는 시청률이 50%가 넘는다. 독일의 경우도 그렇다. 2012년 오바마하고 롬니의 1차 토론을 7000만명이 넘게 시청했다. 공공장소, 인터넷 제외하고 이 숫자다. 이 얘기는 토론을 통해서 공론이 정해지고, 흥미도 있고, 관심사들이 만들어진다는거다. 우리 토론은 그게 안된다.

젊은 대학생들에게 설문조사를 했는데 언론 관련 학과임에도 시청하는 숫자가 1/3이 채 안된다. 이유는 재미없어서, 시간이 없어서 이런 거다. 나와 관련돼 있다는 생각을 안한다는 거다. 재미가 없다는 거다. 답답해도 나의 삶과 직결된 얘기를 하고 있다하면 토론회를 본다.

그런 문제로 보고 있는데, 그래서 많은 분들이 사회참여를 폭넓게 해줄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 본다. 우리사회는 사회참여를 사회는 안경을 끼고 본다. 각각의 영역에 있는 사람들이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방식들 굉장히 많다. 아까 말한대로 헌혈을 누구나 할 수 있다. 다양한 것들로 자기가 갖고 있는 걸 봉사할 수 있는데 하는 아쉬움이 적지 않다.”

- 평소 고민을 많이 안고 산다는 게 느껴진다. 그럼 이런 질문도 드리겠다. 더 좋은 사회, 더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그 질문은 받는 사람에게 그대로 뜻이 전달이 됐으면 좋겠다고 보는데, 이 질문이 ‘우리사회를 위해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성찰해달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게 맞겠다고 본다. 편하잖나. 가족들, 내 집, 내 일만 하고 신경쓰지 않고 편하게 살 수 있는 곳이 제주다. 그냥 그렇게 살아가면 다른 사람한테 피해를 안주고 살아갈 수 있겠지만 우리 사회가 좀 더 발전하고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서로를 케어해줄 수 있는 사회가 되기엔 부족하다.

조금 더 쉽게 얘기해보겠다. 나는 운전을 잘 하고 다닌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데 도로에 빨간불인데 다 지나가고 나만 서 있다. 내가 잘못된 건가 생각이 들게 된다. 다른 사람도 똑같은 느낌을 받았을 거다. 단체로 씽씽 지나가면 내가 잘못된건가 그렇게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그런 사회를 우리가 막아야 하는 거다. 차 한 대가 서 있으면 그냥 슉 하고 지나고, 두 대가 서 있으면 머뭇머뭇 거린다. 그러다 세 네 대가 있으면 다 서게 된다.

그냥 지나가면 아무도 보지 않고, 카메라도 없기 때문에 전혀 상관이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신호를 지킴으로서 자기도 그 대열에 있고, 그 때 '자기가 이상한가' 생각이 안 들수 있게 하는 사회. 그 사회가 필요하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해서 크게 피해를 주지 않지만 결국은 '룰'을 어기는 거다. 최소한 그렇게 참여할 수 있으면 사회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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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호 제주대 교수. ⓒ제주의소리

[편집자 주] 김 교수의 기증품은 아름다운가게 신제주점(064-749-0038)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각별한 사연이 깃든 소중한 물건, 남다른 의미를 가진 귀한 소장품을 이웃과 나누고 싶은 분들은 아름다운가게 신제주점이나 제주의소리(064-711-7021)로 연락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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