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사람 레코드] (14) 청춘 / 라이너스의 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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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티키몬스터랩 - THE LONER (2011)

안현미는 ‘고아는 아니었지만 고아 같았다’라고 청춘을 말했다. 이장혁은 ‘이해할 수 없었던 세상의 수상한 질서’라고 그 시절을 노래했다.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라며 기형도는 다 쓴 인주통처럼 말했다. 영화 <중경삼림>에서는 금성무가 ‘사랑에도 유통기한이 있다면 내 사랑은 만년으로 하고 싶다’고 말했지만, 홍콩도 중국에 반환되었고, 그 사랑은 기억의 유통기한이라 믿고 있다. 세탁소 아저씨는 ‘다림질 하지 않아도 되면 좋지만 그러면 그게 어디 옷이냐’라고 했다. (‘옷’을 청춘으로 바꿔 보라.) <라이너스의 담요>의 연진은 ‘지은 죄 말로는 다 못한다네’라고 했다. 청춘이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죄를 지었나. 주로 사람들에게 말이다. 그 사람에게. 만화 <찰리 브라운>의 등장인물 중 라이너스가 항상 질질 끌고 다니는 담요에서 유래한 밴드의 이름은 동화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평생 지니고 다녀야 하는 악연 같기도 하다. ‘I can take you around the world’라고 흥얼거리며 피크닉을 가서 공원벤치에서 유부초밥을 먹던 청춘은 ‘지은 죄 말로는 다 못한다네’라고 뇌까리며 집으로 돌아간다. 박정대는 ‘내 청춘의 격렬비열도엔 아직도 음악 같은 눈이 내리지’라고 청춘을 말했다. 심보선은 ‘너무너무 살고 싶어서 그냥 콱 죽어버리고 싶었을 때’라고 그 시절을 말했다. ‘내맘을 만져봐 가지진마 이토록 가벼웁잖아’라며 <원더버드>는 잠자리 날개처럼 노래했다. 기면증을 청춘의 전유물로 생각하게 만들어버린 영화 <아이다호>의 리버 피닉스처럼 아무데서나 나도 팍 쓰러지고 싶었던 청춘이었지만, 이젠 고혈압과 동맥경화를 두려워하는 나이가 되어간다. / 현택훈(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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