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없음-1.jpg

[단독] 제주도, 1955년 신축 옛 방송대 건물 헐기로...시민단체들 "대책없이 못나가" 반발

옛 방송통신대학교 건물을 사용해온 제주지역 시민단체들이 소중한 둥지를 잃게됐다.

2일 제주도에 따르면 세정담당관실이 제주시 삼도2동 옛 방송통신대학 건물에 대한 안전진단을 실시한 결과 최근 'D등급'이라는 평가가 내려졌다.

1955년 지어진 이 건물은 제주4.3희생자유족회와 4.3연구소, 민주노총 제주본부, 제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농업기술자제주도연합회, 대한민국 월남전참전 제주지부, 도민정보센터, 제주통일연대, 자연보호중앙연맹 제주도협회, 제주도 연합청년회, 제주사정립협의회, 반부패 국민연대 제주본부 등 보수와 진보 성향 시민단체 뿐 아니라 연구, 자연 등 다양한 20여개의 시민단체가 입주해있다.

제주도는 지난해 12월26일부터 2014년 2월8일까지 민간에 위탁해 건물안전진단을 실시했다. 그 결과 D등급이 나오자 2015년 1월 철거에 나서기로 했다.

D등급은 긴급 보수, 보강이 필요한 등급을 말한다. 건물 보수에 나설 경우 신축에 버금가는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철거하기로 했다는게 제주도의 입장이다.

철거후 부지 사용은 민·관 협의를 통해 결정하기로 했다.

이에 제주도 관계자는 지난 6월18일 옛 방송대 건물을 직접 방문해 건물을 사용하고 있는 시민 단체에게 연말까지 다른 곳으로 이전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일부 시민단체는 “아무런 대안 없이 나가라고 통보하면 어떻게 하나”라고 한숨을 쉬었다.

모 시민단체 관계자는 “당장 이사 갈 형편이 안된다. 재정적으로 지원금을 달라는 것도 아니고 사무실로 쓸 수 있는 공간을 바라는 것”이라며 “몇몇 관변 단체는 사무실을 지원받을 수도 있겠지만, 일반 시민단체는 어디서 지원받을 수 있겠나”고 토로했다.

또 “우리는 시민단체다. 이곳은 우리만의 공간이 아니”라며 “일반 도민들도 상담이나 문의를 하기 위해 사무실을 많이 찾는다. 사무실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을 어떻게 확보할지 걱정”이라고 했다.

제주도는 절차적으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도 관계자는 “옛 방송대 건물은 지은지 60년이 지나 노후화가 심하다”며 “긴급 보수도 가능하지만 리모델링 비용이 건물 신축비용의 80%이상 차지해 철거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철거 관련 예산이 반영되지 않아 오는 2015년 1월에 건물 철거가 안 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예산이 반영된 뒤 통보하면 시민단체들에 더 큰 혼란을 줄 수 있어 미리 공지한 것”이라며 “철거 뒤 부지 사용계획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추후 주민들과 논의를 통해 결정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제주도는 옛 방송대 건물을 무상 임대해 준 것이 아니라고도 해명했다.

그는 “시민단체에 지속적으로 무상 임대해준다고 오해가 있는데, 법적으로 무상임대는 안 된다. 지난 2010년 방송통신대학교와 부지를 교환했고, 시민단체들은 부지 교환 전부터 이 건물을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갑자기 유상임대로 전환하면 시민단체들이 재정적으로 힘들 수 있어 유상임대로 전환하기 위한 유예기간으로 지원해 준 것”이라고 덧붙였다. 

협치를 강조하는 민선 6기 원희룡 도정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