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나눔 릴레이] (13) 이석문 제주도 교육감...화분 기증 1호 당선자

참가와 동시에 자동 기부되는 ‘아름다운제주국제마라톤대회’, 어려운 이웃들을 향한 ‘사랑의 연탄나눔’을 통해 지역사회에 기부와 나눔의 홀씨를 퍼뜨려온 [제주의소리]가 한국의 대표 사회적기업 ‘아름다운 가게’ 신제주점(매니저 김정민)과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제주지역 명사(名士)는 물론 나눔행렬에 동참한 일반 시민들이 각자 사연이 깃든 소중한 물건을 기증하는 ‘아름다운 나눔릴레이’이다. 이 소중하고 특별한 물건의 판매 수익금은 제주여성장애인상담소를 통해 출산·육아 비용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장애인 산모들에게 전달된다. [제주의소리]는 기증품에 얽힌 사연을 통해 나눔과 공유의 가치를 확산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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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석문 제주도교육감. ⓒ제주의소리

선거가 끝나면 항상 처리가 난감한 것이 축하화분이다. 감사의 표시로 쏟아지는 선물이지만, 사무실에 늘상 쌓아둘 수도 없고 난처하다. 이를 위해 아름다운가게에서는 2008년 총선부터 선거가 끝난 후 당선자들을 대상으로 축하화분을 기증받아 소외이웃을 돕는 캠페인을 벌여왔다.

그리고 이번 6.4지방선거에서 제주 1호로 이 캠페인에 동참한 이가 이석문 제주도교육감.

취임식을 하루 앞둔 30일. 짐이 거의 다 정리된 교육의원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당선 확정 이후 계속 이어진 인터뷰와 빼곡히 채워진 일정 때문에 녹초가 되고 안구건조증까지 걸릴 정도였지만 표정은 밝았다. 한창 새로운 제주교육 밑그림을 구상 중인 그를 만나 그 동안의 소회를 물었다.

교육감이 된 지금, 평교사 시절을 되돌아보는 그는 자신은 아이들에게 ‘다른 방식도 많았을텐데 그때는 왜 그렇게 밖에 못했을까’라는 후회와 미안함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면서 경쟁과 서열만이 아닌 배려와 협력으로, 또 ‘교육이란 말이 떠올렸을 때 아이들이 따뜻함을 느낄 수 있도록’, 이 따뜻함이 아이들의 삶에서 위로가 될 수 있도록 제주교육이 변화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과거에 ‘부끄러운 교사였다’고 말하는 그가 아이들에게 뒤늦게 빚을 갚으려는 하나의 방법인 셈이다.

“행복해 본 아이들이 나눌 줄 안다”

- 평교사에서 교육위원으로, 다시 치열한 선거전을 거쳐 교육감으로 당선이 됐다. 이제 내일이 취임식이다. 지금 느껴지는 감정은 어떤가.

“저 같은 경우에는 부끄러운 선생이었는데 교사를 하다보니 내가 선생으로서 잘 하기 보다는 교사들이 잘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내게 주어진 역할이었다. 학교현장에서 여러 가지 문제들에 부딪치다 보니 어느 순간에 좋은 선생으로 아이들과 많이 만나는 그것보다는 좋은 선생님들이 아이들과 잘 만날 수 있도록 교육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는 것이 나에게 주어진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좋은 교사로서 아이들과 잘 만나는 역할보다는 상대적으로 이런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시대적 요구였다. 늘 부끄럽긴 하지만 덜 부끄럽기 위한 노력들로 이 과정까지 왔다.

저한테 모아진 아이들의 간절함, 제게 모아진 아이들의 뜻, 그 뜻들을 우리 부모들은 알고 있었고 그 부분에서 저를 신뢰할 수 있다고 여겼다. 적어도 지금까지 교육행정이 아이들을 중심에 놓고 가보진 않았다. 평교사 출신이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우리 선생님이 아이들과 잘 만날 수 있고 잘 행복해줄 수 있는지를 고민했고, 이것이 사람들에게 절실하게 가슴으로 다가오지 않았나 생각했다.

교육감 선거 1주일 전에 다급하게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우리 반 아이가 자살기도를 했는데 어떻게 해야합니까’하는 내용이었다. 얼마나 다급하면 선거운동 과정임에도 이 친구가 무거운 의논을 저에게 했을까 생각했다. 밖으로 드러나 있지 않은 아이들의 아픔이 안으로 들어가면 나온다. 이게 밖으로 나타나면 왕따, 학교폭력이 된다. 이 구조를 이번 기회에 저한테 깨고 바꿔 달라는 요구라고 본다. 과도한 경쟁. 그리고 철저하게 서열화된 이 부분을 깨달라는 것이다. 그래서 고입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고서는 제주교육의 문제가 한 걸음도 나갈 수 없다.

지난번, 지지난번 교육감선거와 이번 선거의 가장 큰 차이는 고입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될 의제로 내놓은 거다. 그 전에는 ‘방법이 없다’, ‘지금처럼 할 수 밖에 없다’고 한 문제를 지금은 제 1과제로 올려놨다. 제주도의 공교육의 질적인 전환을 위해서, 아이들 삶의 질 변화를 위해서 반드시 해야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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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석문 제주도교육감. ⓒ제주의소리

- 조금 시계추를 되돌려보자. 1985년 처음 교단에 서서 오랜시간을 평교사로 근무했다. 교육현장에 근무하면서 가장 가슴 아팠던 일을 꼽아보라면 무엇인가.

“늘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그 때 그것말고 다른 방식들도 많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면 오현고 근무 시절 아이들을 때리거나 아니면 직접적으로 아이들을 단점을 지적하거나 이런 일들이 이제와 돌이켜보면 ‘실질적으로 다른 방법들이 많았을텐데’하는 생각이다. 저 같은 경우는 해직돼서 전교조 선생들을 만나면서 교사로서 새롭게 태어났다. 그 전까지는 일반적으로 공부를 더 많이 시키고 아이들 자율학습 안한다고 욕하고, 심지어 때리기도 하고, 인서울만이 전부인 것처럼 강제아닌 강제를 했다. 그러다 해직되면서 열정적인 교사들을 보면서 ‘교사란 이래야 되는구나’ 느꼈고 새롭게 태어났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좀 자기 단련을 하고 다른 표현을 쓰려고 노력했다. 부끄러운 선생이었는데 덜 부끄럽기 위해서 노력해왔다.”

- 교육자로서 타협할 수 없는 이 교육감만의 원칙이나 신념은 무엇인가?

“아이들을 진짜 차별없이 바라볼 수 있는가, 온전하게 이 아이들을 그 자체에 존중하는 객체로 만날 수 있는가 저에게 던지는 과제다. 그런데 이게 잘 안 되더라.(웃음)

늘 이메일 끝에 붙이는 말이 ‘교육이란 말이 떠올렸을 때 우리 아이들이 따뜻함을 느꼈으면 좋겠다’다. 이 따뜻함이 우리아이들의 삶의 과정과정에 조금은 위로가 되고 그리고 한 발 더 내딛을 수 있는 힘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우리 사회의 과다한 경쟁을 어떻게 완화시킬 것인가, 이것 때문에 아이들이 피폐화돼 있으니까 ‘경쟁 대신 협력’ 그 다음에 ‘효율이나 서열대신 배려, 기다림’ 적어도 중학교 때 까지는 이런 교육의 문화가 이뤄져야 하지 않겠나.

그 과정속에 나왔던 게 혁신학교다. 국제학교의 교육과정을 도입해 제주의 공교육을 국제학교 수준으로 올리겠다는 것이다. 교사에게 수업하고 생활지도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 충분히 가능하리라 보고 이것을 통폐합 위기에 있는 읍면학교부터 받아들일 것이다. 그래서 ‘큰 학교로 가야 아이들이 자라고 경쟁을 잘할 것’이라는 생각을 ‘작은학교로 가야 행복하면서도 더 잘할 수 있다’는 흐름을 만들어내려 한다.

읍면학교가 왜 중심이 되냐하면 새로운 교육과정과 새로운 가치, 철학이 이 지역 주민, 학부모에게 말했을 때 적극적으로 수용할 맘의 준비가 돼 있다. ‘우리 학교 살려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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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석문 제주도교육감. ⓒ제주의소리

또 수업내용이 바뀌기 위해서는 평가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객관식만 맞추는 것이 아닌 책 읽고 토론하고 발표하고 정리한 걸 평가방법으로 하면 수업도 그렇게 된다. 고입문제가 해결되면 초등학교, 중학교까지 그렇게 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평가방식은 남과의 비교, 예를 들면 수직적인 것으로 이제까지 우리 사회를 경쟁과 서열로만 했다. 100등 중에 30등이라면 다음 목표는 25등, 이런 식이다.

그런데 이 아이가 과거의 나, 현재의 나, 미래의 나를 비교하면서 그 과정과정을 성취하고 진취적으로 나아가고 성취감을 얻을 수 있도록 해본 적이 없다. 이런 평가는 국제학교에서 다 한다. 점수는 있을 수 있으나 석차는 없다. 대학도 스코어는 있으나 랭킹은 없다. 우린 랭킹만 중요하다. 삶의 주인공은 자기 자신인데 늘 남과 비교해서 간다는 것, 비교 혹은 경쟁만 한다는 건 100년을 살아갈 아이들에게 너무 힘든 일이다. 자존감, 성취감 이런 게 있어야 행복도 나눠줄 줄 아는데. 행복해 본 적 없는 것 같다. 행복해 본 사람이 행복이 뭔지도 알고 그 행복감도 나눠줄 줄도 안다.”

- 지금까지 해 온 말들에 다 녹아들어가 있는 부분이겠지만 당장 ‘더 아름다운 제주를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나?

“아까 말했던 것처럼 경쟁과 효율이 아니라 협력과 배려, 기다림, 이런 것들이 필요하지 않는가. 또 제주도로만 한정시킨 다면 최소한 다음 것은 지켜줬으면 좋겠다. 다음 세대를 위해서. 적어도 제주도의 자연환경과 모든 것들이 미래세대에게 빌려왔다는 생각을 가졌으면 한다. 우리 세대에서 모든 걸 다 하려고 하는 건 우리 세대 욕심이다. 좀 지켜서 다음 세대에 넘어가면 좋겠다.”

- 주제가 ‘기부와 나눔’이니 이런 질문도 하겠다. 초등학생들에게 이런 나눔과 기부의 문화를 퍼트리기 위한 방안도 있어야 되지 않나.

“교육에 자연스런 삶의 가치, 인류 공존의 가치들이 모든 교육과정, 모든 학과목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으면 한다. 화해와 상생, 평화의 가치라는 게 사회전체를 포괄할 수 있는 개념이다. 평화라는 가치가 넘치면 부족한 걸 채워준다. 이게 나눔이다.”

[편집자 주] 당선자들이 보낸 화분들은 이번 달 중순부터 아름다운가게 신제주점(064-749-0038)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각별한 사연이 깃든 소중한 물건, 남다른 의미를 가진 귀한 소장품을 이웃과 나누고 싶은 분들은 아름다운가게 신제주점이나 제주의소리(064-711-7021)로 연락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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