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개발의 미래를 말하다> 협치는 도깨비방망이 아니, 보완적 안전장치 있어야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협치(協治)를 으뜸공약으로 내세웠던 원희룡 후보가 제주도지사로 당선되었다. 이후 새로운 도정은 종전과 전혀 다른 시각에서의 새도정인수원회의 구성, 야당과의 협치 시도, 행정시장 인선, 도(道)직제 변경 등을 단행하고 있다. 이에 지역 언론들은 연일 협치 관련 기사나 사설·칼럼 등을 쏟아내고 있다. 문제는 도정이 협치 개념, 취지 등을 구구절절하게 발설하고 있으나 듣기에는 공조직은 물론 도민 상당수가 협치에 대하여 “아하!”하고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 협치 개념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 아니다.

최근 시사저널(2006.6.5. 제868호)에 따르면, 신조어이자 정치학용어라는 점에서 “협치(goverance)”를 개념정의하기가 전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를 굳이 개념 정의하자면, “한 나라나 특정지역을 도맡아 다스린다”는 의미로서의 통치(government)와 대비(對比)되고, “통치로서보다는 권력이 분산된 형태의 정치”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 달리는 “협력형 통치”로 요약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민주적이고 참여적인 의사결정과정”으로 인식되고 있다.

연세대 김판석 교수는 영어표기의 “거버넌스(goverance)”를 입장에 따라서 “협치, 공치 또는 국정관리”로 번역하여 사용하는 경우가 있으나, 그 자체가 정치행정적인 의역(意譯)이라는 점에서 적절치 않아서 그냥 거버넌스라고 표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그렇다면 협치가 언제부터 우리 정치·행정영역에서 의미를 부여하여 사용되기 시작했는가? 위 시사저널에 따르면, 근래에 협치가 자주 쓰이게 된 데는 노무현 정부의 언어 선택 취향이 작용한 듯 하다고 했다. 당시 정부는 권력 분산을 주요 치적 가운데 하나로 꼽았고, 그래서 정부홍보물이나 정책 용어로 협치 또는 거버넌스를 곧잘 종종 사용하곤 했다는 것이다.

현 정부도 2013년 11월 “정부3.0”로 투명한 정부, 유능한 정부, 서비스정부를 제시하면서 이  협치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그 중 투명한 정부의 과제로 “공공정보의 적극적 공개로 국민의 알권리 충족, 공공자료(data)의 민간 활용의 활성화, 민·관 협치 강화”를 제시하면서 협치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물론 제주자치도 이외에 여타 지방정부에서도 이 협치를 민·관간의 관계를 원만하게 설정하는 전제하에서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음이 사례들을 통하여 확인되고 있다.

# 이론적으로도 협치에 대한 유용성 논의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1990년 이래로 협치문제가 학문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하였고, 이에 협치 논의 또한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여기서는 유민봉 교수(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 한국 행정학 참조)의 소위 거버넌스에 대한 이론적 설명을 요약한다(이하에서는“협치”를 “거버넌스”라고 통칭한다).

우선 거버넌스는 앞에 어떤 단어를 합성하느냐에 따라 예컨대 한 나라 차원에서는 국가 협치, 국가 내 지방의 문제를 다루는 경우에는 지방 협치 등과 같이 그 분석기준에 따라 다양한 유형이 만들어지고 이들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거버넌스라고 했을 때 특별히 달라지는 의미는 무엇인가?

유 교수는 거버넌스(governance)의 사전적 의미에서 순수 권력적 의미를 거기서 배제한 후에 개념을 나름 설정하여 이를 “집단 활동을 조정하고 규율하고 해결하는 방식”으로 이해하고자 하였다.

이어서 그는 이런 방식의 유형으로 공권력을 통한 법의 획일적 집행에 의존하는 정부 또는 행정(지방정부 포함), 가격을 매개로 개인 간의 흥정과 계약에 의존하는 시장(市場), 상호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한 자율에 의존하는 시민사회를 설정한 후에, 이들 모두를 거버넌스 체제의 구성원으로 하여 설명하고 있다. 즉 거버넌스 체제는 관료조직 구성원과 시장구성원 및 시민사회 구성원으로 구성된다고 하고 있다.

이 체제의 유용성에 대하여 그는 예컨대 제주개발 과정에서 복잡하고 불확실한 제주공동체 문제 해결에 행정조직 일방적으로 대응하거나 민영화나 민간위탁을 통해서 이런 문제를 행정조직이 간섭하지 않고 내버려두기보다는 행정조직·시장·시민사회가 공동으로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이 특정의 현안문제 해결에 더 효과적일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문제를 행정이 일방적으로 밀어 붙여서 해결하기 보다는 상호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거버넌스 체제를 작동하여 해결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고 보았다.

즉, 관료조직의 대응력 부족이나 시장의 무책임성을 보완적으로 타개해 나가기 위해서는 행정조직·시장·시민사회가 상호의존적이고 자율적으로 연결된 협력체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시각에서 본다면 예컨대 제주자치도가 미래의 개발행정추진과정에서 濟州島의 특성이나 장점을 온전하게 보존하는 개발을 유도하기 위해서나 지역경제 활성화나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서 민간기업이나 시민 또는 주민 단체와 다양한 형태의 정책네트워크를 구성하여 기능케 하는 경우 등은 이런 형태의 거버넌스 체제로 볼 수 있을 것이다.

# 협치 체제의 문제 내지 한계상황 그 유용성을 압도한다.

새로운 도정이나 도민 모두가 기대하는 것처럼 거버넌스 체제의 유용성 못지않게 그 한계 또한 우려할만한 수준이다. 특히 우리나라 실정에서 거버넌스 개념 자체가 모호함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다 보니 이 체제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이론적으로 제기되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첫째로 거버넌스 개념이 모호함에도 국가 또는 지방정부가 행정 실무적으로 이상적인 거버넌스 체제유형을 설정하여 이를 과감하게 제시하고 이를 실천에 옮기게 되면 이어서 이 체제의 유용성이 부각되어 지역 언론들이 지역공동체에 연일 보도하여 알리거나 일반 행정조직 또한 이를 새로운 변화를 상징하는 것으로 감을 잡아 보통명사처럼 받아들여 사용하게 되는 경우 등에 있어서는 거버넌스 체제가 마치 개혁의 구호 내지는 미사어구의 수사(修辭)로 흐를 가능성을 높일 우려가 있다.

즉, 지역공동체구성원 대다수가 현실적으로 행정에 의하여 제시된 거버넌스 체제가 우리 지역 공동체를 위하여 적합한지 여부에 대하여 충분한 이해를 하지 않은 채로 순수하게 받아들일 경우 이것이 변화의 수사로 오인하여 무엇인가 기대 가능한 것이 있을 것 같은 환상에 빠져들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더욱이 합의가 도출될 경우에도 결과가 성공을 거두지 못하는 경우 마찬가지로 책임소재 문제로 시끌버끌하는 상황을 불가피하게 맞을 개연성 또한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셋째로 상호협력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거버넌스 체제의 운영은 구성원 간의 상호신뢰를 기본 바탕으로 하는 바, 특정 현안을 해결하기 위함 회의 등에서 상호신뢰가 구축되지 않을 경우 대등한 관계의 체제는 일시에 커뮤니케이션(소통)의 혼란에 빠질 우려가 있다.

설령 구성원들간에 신뢰관계가 조성되었다고 하더라도 투명성과 윤리성이 확인되지 않은 경우 또한 거버넌스 체제는 행정조직과 이익집단간의 유착관계로 전락되거나 아니면 규제기관인 행정이 오히려 규제대상인 민간기업에 포획되어 민간기업의 이익을 대변하게 되는 우를 범하게 될 수도 있다.

넷째로 일반적으로 거버넌스 체제운영이 국가별, 지역별, 시대상황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거버넌스 체제의 장점이 모양새 없이 유연한 구조와 운영으로 전락할 수 있다.

만약 예컨대 제주자치도에 고정된 틀의 거버넌스 체제가 지속적으로 운영·유지되면서 기능하고 있는 상황에서 특정시점에서 개발을 둘러싼 환경의 급변에 걸맞게 체제가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못하는 경우 등에서는 이 체제의 유용성은 단지 탁상공론의 허상에 머무를 수도 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 현장에서 관찰된 거버넌스 체제운영 사례를 중심으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경우에 따라서는 그 사례연구가 가지고 있는 적용상의 한계상황을 극복할 수 없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외국의 성공사례일지라도 제주도가 처한 상황에서 그 성공을 담보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 협치 체제 못지않게 지방분권 강화를 위한 대안모색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이번 6.4 지방선거는 제주지방자치역사에 비추어 남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더욱이 중앙정치권에서 역량을 발휘했던 인사가 도정으로 당선되었다는 점이 주목되고 있다.

도민 대다수가 지난 2002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되어 왔으나 역대 권한 있는 제주개발주체들이 단기 치적 쌓기에 함몰되어 왔던 제주개발이 어쩌면 이번 새로운 도정에 의하여 정상화될 것이라는 기대를 잔득하고 있다. 특히 으뜸공약으로 협치 공약을 제시하고 이를 과감하게 실천에 옮기길 것이라는 점에서 이런 기대가 어쩌면 현실이 될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재외도민으로서 필자 또한 새로운 도정이 공약으로 제시한 협치 체제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기능할 경우에는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제주관료체제의 역동적인 대응력 부족이나 민간기업 등 시장의 무책임성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이라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더욱이 지난 개발연대의 제주개발이 주로 제주도의 장점과 특징을 확연하게 표출하는 토지자산의 매각을 통한 관광시설물 개발이나 불가피하게 자연환경훼손을 야기하는 제반개발사업들이었다는 점에서 미래의 제주개발에 있어서는 그 폐해를 보다 최소화 시켜나가면서 점진적 제주개발을 지향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유용성을 높이 사고 싶다.

그렇지만 협치 체제의 한계상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한다면 이 체제가 제주개발의 정상적 목표, 즉 제주개발을 통한 지속적인 도민복지의 향상이나 제주자치도의 경쟁력 확장을 정상적으로 견인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도깨비 방망이가 될 수 없음을 지적하고 싶다. 이런 점을 유념하여 보완적 안전장치를 마련했으면 하는 바램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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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승주(행정·지방자치·지역개발·환경·협동조합이론 전문가) C&C국토개발행정연구소 소장.
아울러 제주개발에 관한한, 이 체제운영이 오직 개발자본 유치를 통한 개발과정에서의 현안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으로 그 유용성이 크다는 점에서 여타 인적자본 개발이나 제도 또는 인프라자본 개발위한 새로운 대안도 제시했으면 한다. 또한 제주자치도의 법적 지위의 특수성에 비추어 제주개발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제도적 지방분권 강화에도 심혈을 기울여 나갔으면 한다.

도민 여러분 또한 이 점 곰곰이 되새겨봤으면 한다. / 백승주(행정·지방자치·지역개발·환경·협동조합이론 전문가) C&C국토개발행정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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