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훈의 제주담론] (31) 세상의 모든 일보다 급한 일, 제주어 살리기 ④
- 언어권, 인간이 지닌 태생적이고 보편적인 권리

제주어 보전에 대한 논리를 펴면, “이미 표준어 생활을 통해 사회생활에 아무런 불편이 없는데, 왜 굳이 꼭 제주어를 살려야 할까?”라는 질문이 있을 수 있다. 아니, 실제로 그런 생각을 지닌 제주도주민들이 상당수 존재한다. 그런 인식을 지닌 그룹들로 인해 한때 제주도를 ‘영어공용화지역’으로 만들려는 시도가 있었다.

원래 영어공용화의 불씨를 당긴 것은 소위 우리나라 보수우파의 핵심브레인으로 불리는 소설가이자 경제평론가인 복거일이었다. 1998년 《국제어 시대의 민족어》라는 책을 펴낸 그는 이 책에서 “몇 세기 안에 하나의 국제어가 등장하고 다른 민족어들은 소멸의 길을 걸을 것이다. 국제어를 능숙하게 쓸 수 없는 사람들은 결과적으로 사회에서 도태될 것이며, 1차 언어와 2차 언어를 배우는 능력은 사람마다 각기 다르므로, 국제어를 별도로 배워 능숙해지는 것은 쉽지 않다.

한 사람의 모국어는, 그가 태어날 때 본인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결정된다. 최선의 대책은 모국어를 버리고 국제어를 우리말로 삼는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이 주장은 당시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몰고 왔다. 하지만 복씨의 영어공용화론의 문제점은 언어를 단순히 경제적 생존경쟁의 수단으로만 단순화한 오류를 전제로 하는 것이어서, 파장은 컸지만 전문가들이나 국민들의 동의를 얻지는 못했다.

이러한 복씨의 영어공용화론은 엉뚱하게 제주도에서 부활한다. 2007년 정부의 <한·미 FTA 대응 산업경쟁력 강화 보고서(안)>에 따르면, 제주도는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에 제주지역을 영어공용화 지역으로 공식 지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정부에 ▲제주지역 외국어 방송국 설치·운영 ▲방송 영어자막방송 의무화 ▲직장인 영어교육 의무화를 위한 국비 지원 등을 건의한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또 영어공용화에 따른 특수시책으로 외국인 출입국 절차 간소화, 간판 영어 병행표기 의무화 등의 추진 방안도 아울러 제시했다. 제주도청 수뇌부의 여전한 경제우선주의의 결과이다.

또한 당시 제주상공회의소(회장 문홍익)는 대선주자들에 바라는 정책과제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성장동력 교육산업인 영어공용화에 소요되는 비용을 정부에서 지원해 달라.”라며, “영어공용화가 정착되면 원활한 의사소통으로 많은 외국인의 왕래가 있게 돼, 제주도를 세계적인 국제관광도시로 만드는 데 초석이 될 것이며, 또한 제주도에 영어를 배우려는 유학생들이 몰려 경제적인 효과가 제주의 전 사업에 파급될 것”이라고 말했다. 복씨-제주도 수뇌부-제주상공회의소는 경제우선주의의 골빈 행색을 그대로 노정했다.

결국 제주도의 영어공용화는 추진되지 못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오히려 이 영어공용화 논란은 제주어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증폭시켜, 제주어를 보전하고 더 나아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추진하는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계기가 된다.

지금 생각하면 웃기는 해프닝이 되어 버린 듯하지만, 아마도 그때 그 생각을 가졌던 분들은 지금도 그런 생각을 버리지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런 생각을 가진 부류들은 언제나 시류에 빨리 편승하고, 원칙과 전통보다는 시류의 영달과 편의주의로 점철된 자기 이익에 충실한 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러한 가치관으로 삶의 연륜을 적층시킨 사람들에게 ‘니컬러스 에반스’의 외침이야 들리겠으며, “아무도 모르게 죽을지도 몰라.”라는 한 인류학박물관에 해당하는 생의 지혜를 상상이나 하겠는가?

원시종족에서부터 전수받은 문화 담지자의 언어에 대한 인식과 자본주의의 기회주의와 약육강식의 승자독식논리에 단련된 사람과의 격차는 지구와 태양만큼이나 멀 것이다. 언어를 단순히 수단으로만 보는 사람들에게 문화로서의 언어나, 생의 기억을 담은 모어(母語)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모한 일이리라. 하지만 방언, 즉 제주어를 포함한 모든 모어들은 다른 언어로 대치할 수 없는 의사전달 도구 이상의 의미와 기능이 있다.

방언이 사라지면 우리는 고통을 당하게 된다. 그것은 어떤 사물이나 대상을 표현할 때 어려서부터 써오던 말이 없어져서 정확한 의미를 가진 어휘로 표현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최용기, 2007)

모어로서 방언이 지니는 이 독특한 지위는 다른 어떤 언어로도 대치할 수 없는 기능이기도 하다. “정확한 의미를 가진 어휘로 표현”할 수 있는 언어는 바로 유아기 어머니가 사용하던 언어, 어머니의 탯줄을 통해 들었던 최초의 언어, 그 자신이 말을 시작하면서 ‘생득된 언어’들이다. 그러므로 그 어떤 언어도 이 모태에서 기원한 생득어를 대체할 수는 없는 것이다.

《언어의 종말》의 저자 ‘앤드류 달비(Andrew Dalby)’는, 지역어를 포함한 모어의 종말은 인류에게 소중한 세 가지를 잃게 할 것이라고 했다. 그 첫 번째는 사라져간 언어들에 의해 보존되던 ‘민족식물학’을 비롯한 지역 고유의 지식, 두 번째는 그 언어들에 의해 체현되던 대안적 세계관 그리고 세 번째는  그 언어들과 상호작용함으로써 이룩되어온 언어적 혁신이라고 한다.

각 언어에는 그것을 사용하는 부족 또는 민족이 자연을 대하는 세계관과 오랜 기간에 걸쳐 축적된 고유한 지식 체계가 녹아 있다. 현재 우리가 당연시하는 의학적․과학적 지식들의 상당수는, 이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언어들을 사용하던 이들로부터 전수된 지식들을 융합하여 발전시켜온 것들이다. 그런데 이러한 다양한 언어생태계가 무너지면, 이제 이러한 일들은 일어나지 않는다. 한 언어의 죽음은 그 언어로 표현되던 모든 문화와 지식의 소멸을 의미한다.

결국 언어다양성의 붕괴는 문화다양성의 붕괴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소위 영어처럼 국제적인 대언어가 지배하는 사회의 도래는 인류가 문화적으로 획일화되고, 그러한 문화의 근친상간의 폐해가 장기적으로 인류문명의 퇴보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일본의 언어학자인 ‘미우라 노부타카’는 “대언어에 의한 소언어의 도태를 방치하는 것은 언어 말살(linguistic genocide)에 대한 방조죄에 해당한다. 언어 말살을 예방하기 위해 언어권(言語權)을 인권의 하나로 명시적으로 정의하고, 이것을 법률과 조약에 의해 보호하지 않으면 안 된다. 언어는 자연히 죽는 것도, 자살하는 것도 아닌 ‘말살’당하는 것이다.”라고 힘주어 말한다. 언어의 소멸은 ‘자연사’가 아닌 ‘인위적인 말살’이라는 그의 말을 우리는 주의 깊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2001년 11월 2일에 유네스코 총회에서 인준된 ‘유네스코 세계 문화 다양성 선언 Délaration universelle de UNESCO sur la diversité culturelle’에서 ‘문화 다양성’이라는 개념이 국제무대에서 인정받기에 이른다. 사실 이 문화다양성의 모태가 바로 언어다. 물론 유네스코에서 언어의 중요성을 본격적으로 인식하게 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다.

선언 제1조에서 “문화 다양성은 생태계에서 종의 다양성이 필요한 만큼 인류에게 필요한 것으로 명시하고, 그런 의미에서 그것은 인류의 공동 문화유산이고 현재와 미래의 세대를 위해 인정되고 부각되어야 한다.”라고 단언하고 있다. 또한 선언 제5조에서는 언어, 특히 모국어에 대한 권리를 천명하고 있다.

문화권은 인권을 구성하는 데 뺄 수 없으며, 보편적이고 개인적이며 상호 의존적인 요소이다. 창의적 다양성이 번성하려면 세계인권선언 제27조와 경제․사회․문화 권리에 대한 국제 협약 제13조 및 제15조에 명시된 문화권을 완전하게 실천해야 한다.

모든 이는 자신이 선택한 언어로, 특히 모국어로 자기 작품을 창조하고 배포할 자유를 누릴 수 있어야 하고, 문화 다양성을 전적으로 존중하게끔 질 좋은 교육과 훈련을 받아야 한다. 또 인권과 기본 자유를 존중하면서 그 바탕 위에 자신이 선택한 문화적 생활에 참여하고, 문화적 실천을 행할 수 있어야 한다.

선언에서 명시한 ‘자신이 선택한 언어’, ‘모국어’ 등은 궁극의 언어다. 한 개인의 인권에 포함된 것으로, 모국어를 자유롭게 사용하고 이를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는 것은 당연히 보장받아야 할 권리인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언어권을 인간이 지니는 태생적이고 보편적인 권리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언어를 단순히 수단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러므로 도구로서의 언어는 불편하면 버리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언어에 대한 경박하고 편협한 인식은 우리 사회에서는 이명박 정부에서 언어망국의 상종가를 때린 ‘어륀지 파동’으로 나타났으며, 모든 것을 신자유주의적 경제적 잣대로 평가하면서, 말문이 트여 자기 모어마저 익히기 전에 아예 영어로 모어를 대체하고자 하는 ‘영어 몰입식 교육’ 등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언어를 천부인권적 측면에서 바라볼 때 이는 명백히 반인권적인 행동들이다. 그런데도 이 땅의 부모들은 이런 반인권적 행위를 스스럼없이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어가 밥 먹여주냐?”라는 그 빤한 논리로 말이다.

제주도의 경우, 이는 삼중의 층위로 악화된다. 즉, 영어>표준어>제주어 순으로 소위 성공을 보장하는 입신출세의 도구로서의 가치척도가 반영되어, 제주어는 이중언어 사용에 있어서도 기회를 보장받기가 쉽지 않다. 유아기 영어교육열풍으로 인해, 이제 모어의 자리마저 내주어야 하는 아주 고약한 상황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이 험한 세상의 경쟁에서 살아남게 해주고픈 부모의 반인권적인 무한자식사랑이 아이들을 자신의 모어마저 생득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방언의 소멸은 어휘 차원에서 가장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반대로 음운, 특히 억양은 그리 쉽게 변하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지방에서 이런 현상을 보이고 있는데, 제주어의 경우는 특이하다. 어휘의 소멸이 급속히 이루어지고 있음은 물론, 억양을 비롯한 음운적 특징도 젊은 세대에서 별로 남아 있지 않다. 다른 지역에서는 억양은 대체로 유지하되 어휘만큼은 표준어 어휘를 쓰는 특징을 보이는 반면, 제주지역에서는 어휘는 물론, 음운적 특징까지 표준어를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김세중, 2011)

흔히 제주섬 주민들은 외국어나 다른 지방의 언어와 접촉했을 때, 언어수용능력이 뛰어나다고 한다. 이는 필자도 직접 겪고 아는 바이지만, 제주사람들은 다른 지방에서 몇 개월만 생활하면 정말 그 지방사람으로 오해할 정도의 언어에 대한 순치성을 가지고 있다. 진주 출신으로 서울생활만 30년 이상 한 필자의 친구는 아직도 ‘경훈’이란 발음을 ‘겡훈’으로 한다. 이와 비교할 때 제주인들의 언어적응력은 상상을 초월할 지경이다.

그런데 이런 제주인들의 장점일 수 있는 언어 적응력은 역으로 제주어의 소멸을 더욱 가속화시키는 효과를 지닌다는 점에서, 지역어 보존이란 측면에서는 오히려 큰 장애이기도 하다. 위의 김세중의 분석은 한국어 중에서도 제주어가 가장 빨리 소멸될 수 있는 특징을 지니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한국어 내의 방언들 중 제주어를 지켜내는 일이 그만큼 쉽지 않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는 제주어를 살리기 위해선 타지방의 방언보다 더 전폭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말도 된다.

절멸 위기를 넘긴 세계의 언어들

절멸 위기의 언어들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며, 사라진 언어들도 해당 민족이나 국가에 의해 다시 생명의 불씨를 살리기도 한다.

뉴질랜드의 마오리어는 마오리부족의 언어다. 1960년대 전통적인 언어와 문화에 대한 위기의식이 퍼지면서, 탁아 시설에서 마오리족 어린이들에게 마오리어를 가르치는 ‘언어 둥지(language Nests)’ 계획을 통해 꺼져가던 마오리어의 생명을 되살렸다.

마오리어는 근래 들어 뉴질랜드의 제2언어로서 그 비중이 강조되고 있다. 마오리어를 제1언어로 사용하는 원주민 수는 5만여 명이며, 제2언어로 사용하는 인구수도 15만 명에 이른다. 또한 모든 공문서에 영어와 마오리어를 병기토록 하고 있다.

일본의 아이누어의 경우, ‘아이누 문화 연구 및 장려 재단(FRPAC)’이 아이누어를 살리기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 재단은 다음의 5가지 기본방침에 따라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① 아이누에 대한 포괄적이고 실용적인 연구 장려 ② 아이누 언어의 장려 ③ 아이누 문화의 장려 ④ 아이누 전통에 대한 지식의 전파 ⑤ 아이누의 전통적인 생활 방식(iwor)의 부흥 등이다. 이에 따라 아이누어 교사양성사업, 고급과정 아이누어 학급 개설 운영, ‘부모와 아이들-아이누어 공부’ 프로젝트 등을 수행하고 있고, 아이누어를 일반 대중에게 전파하기 위하여 초급자를 위한 아이누어 강좌를 삿포로 TV에서 방송하고 있으며, 아이누어 말하기 경연대회 등을 개최하고 있다.

미국의 하와이어는 1960년대에 이르러 폴리네시아의 여러 언어와 문화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위기의식이 일반화되면서 이를 되살리려는 노력이 시작되었다. 훌라 춤, 신에게 드리는 찬송, 노래 등의 지역적 전통이 되살아났으며, 하와이어로 된 노래가 라디오 등 방송 매체에서 흘러나왔다.

학교에서는 하와이어를 가르치기 시작하였는데, 선생님들은 성인이 되어서 노인들에게 배운 사람들이다. ‘아하 푸나나 레오(Aha Punana Leo / 언어의 둥지)’라는 프로그램을 통하여 하와이어 몰입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그 결과 20년 전에는 40명의 어린이만 하와이어를 말할 수 있었는데 최근에는 2,000여 명이 말할 수 있게 되었다. 1978년에 공용어로 인정된다.

중국의 만주어 역시 완전히 사멸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중국 정부가 나서서 다시 불씨를 살리고 있다. 청나라 변경지역의 군사조직으로 생활하던 이들의 후손들인 중국 헤이룽장성 치치하얼시 푸위현 산자쯔촌과 헤이허시 쑨우현 스지촌과 그 부근 지역의 주민들 중 각 촌에 10여 명 내외의 만주어 발화자가 있으며, 모두 70대 이상의 노인들이었다.

2010년 8월 3일부터 3일간 푸위현 산자쯔촌에서 ‘중앙민족대학 중국 소수민족 언어 문학 연구소’, ‘헤이룽장대학 만주족 언어 문화 센터’, ‘푸위현 인민정부’가 공동 주관하여 “중국 산자쯔 만주족 언어문화 논단”이라는 행사를 열었다. 이 대회에서 인민정부와 두 대학의 연구기관은 “만주족 언어 문화 학습연구기지(滿族語言文化敎學科硏基地)”를 설립하기로 협정을 맺었으며, 아울러 16명의 만주어 발화자를 “만주족 언어문화 전승인”(무형문화재)으로 임명, 매월 200위안을 주기로 했다. 또한 후속조처로 280만 위안(한화 5억 원)을 들여 만주어학교를 세우고, 교재개발 및 역사민속자료집 등을 발간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리고 푸위현과 산자쯔촌이 합작하여 만주족 역사박물관, 만주족 ‘팔기풍정원(八旗風情圓)’ 등을 세우고 관광객을 유치하여, 이들의 언어와 문화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유도하기로 했다. 이로써 산자쯔촌의 만주어는 절멸의 속도를 조금이나마 늦출 수 있게 되었다.

히브리어는 이스라엘이 건국과 동시에 국어로서 부활시킨 독특한 예이다. 이는 전후 건국과 관련해 이루어진 경우이기 때문에 현재 사멸해가는 언어와의 사례에는 부합되지 않으나, 어쨌든 소멸했던 히브리어는 다시 언어로서의 부활에 성공한다. 물론 이 언어 역시 순종의 히브리어는 아니다.

그 밖에 언어 부활의 성공적인 사례들(물론, 성공적인 수위가 표준어와 동등한 경우는 존재하지 않는다. 적어도 유네스코 4단계를 벗어난 사례라고 하는 편이 사실에 가깝다.)은 영국의 웨일스어, 스페인의 카탈루냐어, 프랑스의 브르타뉴어 등이다.

웨일즈어의 사례

영국의 ‘웨일스어(Welsh language)’는 현재 영어와 함께 공용어의 지위를 얻고 있는데, 영국 웨일스에서 쓰이는 켈트어파의 언어다. 웨일스 이외의 지역 가운데 웨일스어를 많이 쓰는 곳은 웨일스 국경에 가까운 잉글랜드의 마을과 웨일스 이민이 많이 옮겨간 아르헨티나의 추붓 주 등이 있으며, 그 밖에 미국과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의 웨일즈 이민자들이 쓰고 있다.

2000년대에 약 58만 명이 웨일스어를 말하는 것으로 집계됐는데, 이것은 그 이전에 비해 다소 줄어든 수치이다. 영어 사용의 확산은 웨일스어 사용자가 줄어드는 가장 큰 원인이다. 1993년에 제정된 웨일스 언어법의 도입에 따라 법률적으로는 웨일스어가 웨일스에서 영어와 같은 지위를 얻게 되었으나 그 과정은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 웨일스에서 통용되는 웨일스어 요소가 섞인 영어를 웽글리시(Wenglish)라고 부른다.

카탈루냐어의 사례

스페인의 지역어에 대한 정책은 관대하다. 1978년 공포된 헌법은 스페인의 다중언어, 다문화, 다민족적 특성을 인정한다. 조직적인 면이나 법적인 관점에서 스페인은 17개의 자치주를 바탕으로 하고 있고, 자치주에 입법권이 있다는 점에서는 합중국과 비슷하지만, 중앙정부 역시 군사외교의 대표권과 다양한 중앙권한을 행사하기 때문에 복합적인 특성이 있다. 이 중 6개의 자치주는 헌법에 의거해 표준어인 스페인어, 즉 카스티야어와 더불어 공용어로서의 지역어 사용에 대한 권리를 보장받고 있다.

현재 카탈루냐어도 공용어다. 카탈루냐어(Català)는 카탈루냐 지방, 발렌시아 지방, 발레아레스 제도에서 쓰이는 로망스어군에 속하는 언어이다. 전 세계에서 900만 명 정도가 사용하며, 그 대부분은 스페인의 카탈루냐 지방, 발렌시아 지방, 발레아레스 제도, 안도라, 프란하데아라곤, 이탈리아사르데냐의 알게로, 프랑스의 카탈루냐델노르트, 그리고 무르시아의 일부인 카르체에서 사용된다. 카탈루냐어 역시 15세기 새로 탄생한 카스티야-아라곤 왕국의 통합에 따른 에스파니아 왕국의 표준어로 카스티야어가 선정되면서 쇠퇴의 길을 걷는다.

특히 프랑코 독재정권(1939~1975) 당시는 카탈루냐어의 공식사용을 금지당하는 처지에 놓이기도 한다. 그러나 1978년 카탈루냐어를 포함한 지역어를 인정하는 신헌법이 발효된다. 법에는 각 지역어와 스페인어(카스티야어) 모두 16세까지 의무교육을 받도록 되어 있다. 카탈루냐를 비롯한 공용어지방에서는 자신들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하여 이중 언어 교육을 실시한다.

지역공식어를 보다 효율적으로 교육하기 위해 약세언어를 보강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카탈루냐는 1983년 6월 ‘카탈루냐 언어 상용화법’, 1998년 1월 ‘언어 정책법’을 제정하여 지역어의 정식 명칭과 공용어로서의 위상을 명시하고, 헌법에서와 마찬가지로 모든 주민이 지역어를 알고 사용할 권리를 밝혔다. 지역어가 인정되고 통용되는 지리적 한계를 성문화한 것이다. 그 결과 오늘날 비록 국가적인 차원에서는 아직 공동 공용어들을 카스티야어와 함께 사용하고 있지는 않지만, 대표적으로 공식 관보의 경우는 공용어인 카탈루냐어로 발간된다.

또한 카탈루냐가 ‘민족’임을 인정한 과거 자치주법에서 더 나아가, 2008년 8월 전 스페인을 시끄럽게 만들며 투표를 통해 개정한 지치주법은 카탈루냐를 ‘국가’라고 천명했고, 이로써 카탈루냐의 자치권을 한층 강화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였다. 이제 이주민과 토착민 모두에게 카탈루냐어 학습은 피할 수 없는 ‘의무’가 된 것이다. 자치주법에 명시되어 있듯이, 카탈루냐어가 어떤 수준, 어떤 학교에서도 통용될 수 있도록 교수자나 행정적인 문제에 지원을 아끼지 않아 온 주정부로 인해 사실상 이 목표는 거의 달성된 것으로 판단하는 시각이 많다.

브르타뉴어의 사례

프랑스의 ‘브르타뉴어(Britannic language)’는 언어 살리기의 인상적인 사례로 많이 언급된다. 이는 프랑스의 독특한 환경과 정책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며, 또한 각국의 지역어정책에서 고려할 사항들이 많이 시도되었다는 데서 그러하다.

프랑스는 본토에만 20개의 언어가 사용되는 다언어국가다. 그중 7개의 언어는 지역어로서, 그 지역들은 프랑스어와 지역어의 이중언어생활을 하고 있다. 이들 지역은 프랑스대혁명 이래 공화정 체제를 정당화하는 국가언어주의로 인해 공적 영역에서는 프랑스어를, 사적 영역에서는 지역어를 사용하는 이중언어 사용이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

7개의 지역어 중 ‘브르타뉴어’는 독특한 지위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이 언어가 프랑스어의 변이형이 아닌 영국의 켈트어에 속하는 독자적인 언어로서 프랑스어와는 체계가 다른 언어이기 때문이다. 프랑스어 발음으로 ‘브르타뉴(Bretagne)’를 ‘브르통’이라 하므로 ‘브르통어’라고도 부른다. 유럽 대륙에 있는 켈트어이나, 대륙 켈트어가 아니고 섬 켈트어이다.

콘월어나 웨일스 및 브리튼 제도의 브리소닉어계 언어가 5세기부터 6세기 동안에 걸쳐서 브르타뉴로 들어와 현지의 라틴어 및 프랑스어의 영향을 받아 변한 것이다.(위키백과) 이런 점에서 같은 언어 내부의 지역어인 제주어와는 위상의 차이가 있다.

20세기 초에 약 1,000,000명에 달하던 브르타뉴어 화자수가 오늘날 약 250,000명에 불과하고, UNESCO는 브르타뉴어를 ‘심각한 위험에 처한 언어’(0단계(사멸된 언어)에서 5단계(모든 세대가 말하고 전승이 보장된 언어)단계로 분류된 가운데 브르타뉴어는 2단계에 있는 언어로 판정 받았는데,

이것은 조부모들과 나이든 세대들만 말하고 부모들은 이 언어를 이해하나 자녀들과 사용하지 않는 언어임을 의미한다)로로 분류하고 있다. 더구나 대부분 화자들의 나이가 70대 이상이며, 매년 10,000명 정도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향후 10년 안에 브르타뉴어 화자수가 70,000명 수준으로 감소될 것으로 예상되어 언어상황이 매우 심각하다.

독일점령기인 1941년, 브르타뉴 민족주의 관점에서 시도된 브르타뉴어 교육요구는 전후에도 국가통합적 언어정책에 반기를 들고, 지방분권운동과 지역문화운동의 진전으로 지역어에 대한 새로운 자각과 독자적 위상 확보에 자극이 된다. 1951년 프랑스 정부는 데익손(Deixonne)법을 제정하여 바스크어, 카탈로뉴어, 브르타뉴어, 오크어 등 프랑스 내의 몇 개의 대표적인 지역어를 공용어로 인정하기에 이른다.

1977년 브르타뉴 서북쪽 ‘피니스테르 데파르트망(Finistère département)’(‘데파르트망(département)’은 우리의 ‘도’에 해당하는 프랑스의 행정구역이다.) 랑폴 플루달메조(Lampaul-Ploudalmézeau)에, 사립협회 형식의 학교인 브르타뉴어 몰입교육학교 ‘디왕(Diwan)’을 설립하게 된다.

디왕은 1969년에 바스크인들이 설립한 사립협회 형식의 학교 ‘아카스톨락 바스크’를 모방해서 만들어진 것으로, 디왕에서는 유치원과 초등학교 저학년에서는 브르타뉴어로만 모든 수업을 진행하고 점차 고학년으로 갈수록 프랑스어의 수업시간을 늘려가며 병용수업을 진행해 나가는데, 아이들은 모어로서의 브르타뉴어의 습득에 안정적인 기회를 부여 받는다.

디왕에서의 언어별 수업시간은, 유치원과 초등 1학년에서는 주당 26시간을 브르타뉴어로만 가르친 후 2학년부터는 주당 2시간은 프랑스어로 가르친다. 초등학교 5학년부터는 브르타뉴어로 17시간과 프랑스어로 6시간, 중학교 1학년부터는 브르타뉴어로 22.5시간, 프랑스어로 6.6시간, 영어로 6시간, 중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는 브르타뉴어로 18.5시간, 프랑스어로 8시간, 영어로 6.5시간 교육한다.

1981년과 1982년, 렌느대학과 브르스트대학에 브르타뉴어 학사과정, 1985년 브르타뉴어중등교원자격증(CAPES), 1985년에는 ‘지방언어와 문화 국가위원회 (Conseilnationales des langues et cultures régionales)’가 설립되었다. 1989년 7월 10일자 법은 초중등 및 고등교육기관 교육은 모든 학년에서 로컬어-지방 문화연계교육을 포함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고 로컬어를 가르치는 중등교사자격증 시험을 점차 확대하고 개방하였다. 1989년에는 브르타뉴어 대학교양과정이 신설되었다.

1998년 7월 1일 브르타뉴의 켕페르(Quimper) 시장 베르나르 푸와냥(Bernard Poignant)은 중앙정부에 나중에 프랑스의 공식적인 지역어의 10원칙이 되는 10개 조항의 원칙화를 요구한다.

그것은 ①어린이와 학생의 권리가 최우선이다. ②프랑스어는 공식 언어다. ③프랑스 공화국은 자국 영토 내의 지방어, 지방 문화의 존재를 인정한다. ④지방어-지방 문화에 관한 정책은 더욱더 지방 분권의 범주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⑤공립학교는 통합 학교이다. ⑥지방어를 배우는 것은 자발적 행위이며, 이 기능은 모두에게 개방되어야 한다. ⑦여러 언어를 아는 것은 하나의 재산이다. ⑧모든 어린이는 같은 수준의 프랑스어 실력을 갖추어야 한다. ⑨정부는 지방어 교육의 연속성을 보장해야 한다. ⑩정부는 교수법의 다원성을 인정해야 한다.

이는 프랑스의 지방어와 공식어의 관계에 대한 원칙이 된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2세들에 대한 교육을 통해 지방어의 습득과 전수를 우선적으로 전략화한다. 이러한 원칙에 따라 지방어를 육성하는데, 중요한 것은 공립학교에서의 이중언어사용교육, 사립학교에서의 몰입교육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또한 자녀들에 대한 교육 이외에 다음과 같은 지방어 문화정책을 펼친다. ①지방어 연극-영화 제작 지원 ②지방어 축제 육성 ③지방어 출판 저술 번역 보급 지원 ④연구 기관 및 협회 활동 지원 ⑤지방어 간의 대화 장려 및 지원 ⑥지방어 인터넷 사이트 제작 지원 ⑦지방어 방송시간 편성 등이다.

프랑스 정부의 육성지원정책에 힘입어 브르타뉴어는 이제 브르타뉴지방에서는 프랑스어와 함께 공식언어로서의 위상을 확보하고 있다. 이러한 언어정책이 가능해진 결정적인 이유는 몰입교육학교 디왕(Diwan) 설립을 통한 체계적인 지역어교육, 이와 함께 브르타뉴인들의 전통적인 언어권리를 찾기 위한 문화운동이 주효했고, 외적으로는 국제언어 역할에서 영어의 상승과 프랑스어의 쇠락 국면이라는 언어정치의 변수, EU의 ‘소수언어보호 정책’이라는 복합국면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러한 정책의 배경에 ‘문화다양성과 언어다원주의’ 개념이 자리 잡은 것이 중요한 동인이 된다.(차윤정, 장세룡, 2012)

사실 현재의 브르타뉴어가 처한 현실은 브르타뉴어 공인이라는 성공에도 불구하고 보존과 교육 상황이 순조롭지만은 않다. 젊은이들의 도시 이주로 말미암은 지역어 사용자의 절대 감소, 학교교육에서의 소홀한 취급, 학부모들의 무관심, 거기에 과격한 옹호가 낭만적 자연주의, 무정부적 자치주의 혹은 분리주의로 취급받고, 도리어 견제를 심화시키는 현실과 직면한 때문이다. 그럼에도 브르타뉴어 공인은 새로운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비록 시골주민들이 지역어를 더 잘 보존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지식인층이나 부르주아 계층에서 지역인으로 주체성을 자각하고 지역어를 보호하고 공용화하고자 단체를 결성하고 활동하는 경우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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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경훈 제주민예총 이사장.

특히 이들은 대부분 이중언어 교육 정책의 수혜자들로서 문화적 정체성을 찾아 나선 젊은이들과 지식인들이다. 브르타뉴어의 지역어교육정책은 교육이 언어의 세대 전승과 문화정체성 구현에 얼마나 근본적인 제도가 되는지를 확인하게 한다. / 박경훈 제주민예총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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