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나눔 릴레이] (15) 강성균 교육의원이 꿈꾸는 학교는?

참가와 동시에 참가비의 일부가 자동 기부되는 ‘아름다운제주국제마라톤대회’, 어려운 이웃들을 향한 ‘사랑의 연탄나눔’을 통해 지역사회에 기부와 나눔의 홀씨를 퍼뜨려온 [제주의소리]가 한국의 대표 사회적기업 ‘아름다운 가게’ 신제주점(매니저 김정민)과 새로운 프로젝트를 펼치고 있다. 제주지역 명사(名士)는 물론 나눔행렬에 동참한 일반 시민들이 각자 사연이 깃든 소중한 물건을 기증하는 ‘아름다운 나눔릴레이’이다. 이 소중하고 특별한 물건의 판매 수익금은 제주여성장애인상담소를 통해 출산·육아 비용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장애인 산모들에게 전달된다. [제주의소리]는 기증품에 얽힌 사연을 통해 나눔과 공유의 가치를 확산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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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성균 교육의원. ⓒ제주의소리

강성균 교육의원은 지난 6.4지방선거에서 처음으로 도의회에 입성한 초선 중 한 명이다. 학교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강 의원은 평소 교실에 또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을 ‘다른 방식’으로 지원해주고 싶다는 고민 끝에 선출직에 도전하기로 맘을 정했다. 막상 당선되고 나니 할 일이 정말 많이 눈 앞에 보였다.

그래서인지 첫 번째 회기가 끝나는 17일 오후 만난 그는 제주교육에 대해 할 말이 정말 많았다. '내가 꿈꾸는 아름다운 세상'을 묻자 다분히 교육자로서의 소망이 묻어나오는 답을 내놓았다.

강 의원은 학교현장에 있던 시절부터 아름다운가게와 인연이 깊다. 축제 때 마다 함께 나눔바자회를 열었고, 스승의 날 때 선물을 받는 것 대신 학교에서 ‘나눔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가 이번 기증 릴레이에 동참하기로 한 것도 그를 보고 ‘작은 나눔이라도 함께 하고싶다는 사람들이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에서였다고 한다.

강 의원이 내놓은 것은 당선 후 쏟아진 축하화분들. 그는 ‘큰 것이 아닌 작은 것 하나라도 다른 이들과 나누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일조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좋다며 선뜻 인터뷰를 수락했다.

“작은 학교에 힘 주고, 선생님들에 여유 주고 싶다”

- 아름다운가게의 기증 릴레이에 함께한 이유는 무엇인가?

“남들이 봐서 ‘아 나도 하고 싶다’ 생각이 들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보통 좋은 일을 ‘알리지 말라’고 하는데 저는 생각이 좀 다르다. 사람들이 찻잔 하나, 화분 하나라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배려하고 이런 분위기가 가장 멋진 거다. 이를 통해서 다른 사람도 ‘나도 한 번 작은 거지만 나눠봐야겠다’라는 생각이 들게끔 하는 것이다. 그러면 작은 것이 점점 커지지 않겠냐. 그러면 사회는 정말 더 아름다워지고, 웃으면서 살아가는 세상이 될 거라고 본다.”

- 교육현장에 있을 때에도 아름다운가게와 계속 인연을 유지해왔다.

“어른들이 현 시점에서 기부하고 나누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이 어렸을 때 마인드 형성이 정말 중요하다. 어렸을 때 소위 ‘빡 꽂힌 것’은 평생 간다. 직접 경험해보면 그 느낌은 어른이 돼서도 갖고 있을 거다. 또 선생님들이 그런 일을 참여함으로 자연스럽게 아이들에게 전달될 거라고 믿는다.”

- 학교현장에서 오랜 시간 교육자로 있다 교육위원에 도전했고, 당선됐다. 교육자에서 선출직으로 삶의 궤적을 바꾸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학교에서 직접 아이들을 가르쳤을 때 ‘교육청이 또 사회에서 이 부분을 이렇게 도와줬으면 좋겠다’, ‘(밖에서) 교육에 이렇게 참여했으면 좋겠다’하는 생각, 또 ‘학교가 어떤 부분에 어떻게 도움이 필요하다’, ‘학교폭력을 이런 방법으로 치유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들을 많이 갖고 정리하고 있었는데, 그런 것들을 다른 방식으로 지원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돕는 것이, 또 학교교육에 무엇을 지원하는 것이 아이들의 미래를 준비하는데 도움이 될 것인가 생각했고 직접 그걸 하고 싶었다.”

- 교육의원으로 당선돼 도의회에 입성해보니 어떤가.

“의회에서 자기 일을 충실히 한다면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의미있다. 법안마련도 그렇다. 또 하나는 교육청과의 정책협의를 통해서 정책적인 협의, 견제, 비판, 바람직한 대안 제시 이런 것들을 할 수 있는 점도 있다. 또 민간과의 교류를 통해서, 민간 분야가 학교 교육을 도울 수 있는 걸 찾아서 요청할 수 있으면 좋은 일이다. 이제 학교가 지역사회, 학부모, 그리고 전문직 종사자 이런 분들과의 교류 없이는 제대로 된 교육을 하기가 어렵다. 그런 가교역할을 의원들이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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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성균 교육의원. ⓒ제주의소리

- 당선 후 첫 회기가 막 끝났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을 것 같다. 가장 관심을 갖는 교육현안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새로운 교육감님께서 제학년 제학력 갖추기 평가와 관련해 가려는 방향을 보면 그건 아이들을 위한 건 아니다. 보통 지금까지 교육계가 해온 것을 보면 어른중심으로 생각하고, 어른 중심으로 판단하고 교육하는데 이젠 그래선 안된다. 제학력갖추기만을 얘기하는 게 아니라 평가 전반 손질해서 없애겠다는 건 어른들의 논리다. 학교 다닐 때 시험 보는 것만큼 싫은 게 없다. 부담을 주기 때문에 그걸 풀어주면 인기가 있다. 그러나 가만 생각해보면 그런 것 없이 학생의 학력수준을 어떻게 파악하나. 지나치게 시험만 보는 것은 곤란하지만 학생 개개인이 학력수준을 파악하는 기회, 그것을 따라서 다시 학습계획 세우게 하는 평가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거다.

우리 아이들을 매일 놀게 하면 좋다. 아이들한테 노는 것만큼 중요한 게 없다. 그러나 중요한 건 성인이 되면 어쩔 수 없는 경쟁에 직면하게 돼 있고, 그 경쟁 통과하면서 살아야 한다. 지금 시켜야 하는 것은 아이들 학력에 맞게, 계획에 따라 공부하게 해주는 거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가가 필요하다. 자기 학력을 가늠해볼 수 있는 계기, 다른 사람들과 비교가 필요하다.

또 하나는 고등학교 연합고사를 비롯한 고등학교 고교구조의 재편성이다. 이것은 상당히 신중해야 한다고 본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대안은 학교를 키워줘야 한다는 것이다. 제주시 동지역 평준화 지역에 있는 고등학교들은 이미 잘 돼 있다. 이젠 주변 지역의 일반계 학교를 특성 있게 키워줘야 한다. 대학 잘 들어갈 수 있게, 프로그램과 인력,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는 거다.

의도적으로 지역의 학교를 키워줘야 한다. ‘아, 내가 저기에 가면 연합고사 봐서 가는 거 보다 대학진학을 훨씬 잘 할 수 있다’, ‘내가 저기에 가면 내가 원하는 직업을 가질 수 있겠다’ 이렇게 매력 있게 만들어줘야 한다는 거다. 그렇게 해서 지금 연합고사 문제를 해결해야지, 지극히 물리적인 방법으로 치료해서는 안된다. 진단을 잘못하고 있다.

그 다음 또 하나는 진로다. 아이들의 진로교육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계속 해서 진로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개별 진로만을 중심으로 기록하는 카드를 만들어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누적 기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걸 통해서 아이들의 진로를 의논할 수 있도록, 또 아이들의 취미라던가 관심을 보이는 학습분야나 아이들이 가진 소질, 특기들을 종합적으로 관찰해서 기록하는 것이다. 그렇게 가야 나는 학교폭력이든 아이들에게 생기고 있는 부적응 문제가 사라진다고 본다. 내 진로가 보이고, 하고 싶은 게 있으니 얼마나 즐겁겠나.”

- 정말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것 같다.

“하나 더 있다. 우리 학생문화원이 이미 포화상태를 넘어섰다. 서귀포에도 하나 있고 제주시에도 하나 있는데, 이제는 동부와 서부지역에도 하나씩 있어야 한다. 꼭 그 규모까지는 아니더라도. 왜냐하면 지금 교육문화적 혜택은 도서 지역 아이들은 거의 못 받고 있다. 우리 새 교육감이 한 아이도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기가 막히게 감동적인 말이다. 나도 너무 좋아하는 말인데 그렇게 가야한다.”

- 좀 더 거시적으로 봐서, 더 좋은 제주교육을 위해서는 어떤 게 필요한가. 

“결국은 선생님들이다. 선생님들이 마음 편히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우선시 돼야한다. 그래서 가장 먼저 해야 될 일이 선생님들 업무 경감시키는 일이다. 지금까지 나온 업무경감 방안들은 정말... 역설적으로 업무경감 방안을 내놓을 때마다 업무가 늘어났다. 이런 식은 필요 없고, ‘사람’이 있어야 한다. 인력이 가서 일을 해줘야 업무부담이 줄어든다. 선생님들이 마음 편하게 시간을 확보해서 아이들과 함께 하기 위해서는 선생님들의 업무를 담당해줄 사람이 필요하다. 그게 가장, 꼭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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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성균 교육의원. ⓒ제주의소리

-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을 것 같다. 그렇다면 좀 더 멀리 내다봐서, 강 의원이 바라는 아름다운 제주, 내가 바라는 아름다운 세상은 어떤 모습인가.

“교육적으로 볼 때 우선. 아이들, 그리고 선생님 그리고 학부모 3자가 모두 마음이 시원하게 해 줘야한다. 우선 우리 교육이 학부모를 설득할 줄 알아야 한다. 어떤 정책이 만들어지면 그 정책이 왜 아이들에게 좋은 것인가를 부모들을 설득해서 얘기만 들어도 기분 좋게 해줘야 한다. ‘이것은 이렇게 해야 하고 어떤 결과가 나오고 때문에 필요하다’는 식의 설득이 필요하다.

그 다음 선생님들이 시간적인 여유를 충분히 갖고, 맘 놓고 이런저런 걱정 안하면서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불필요한 감사니 뭐니 해서 선생님 짜증나게 하고, 자존심 상하게 하지 말고 기를 좀 살려줘야 한다. 불필요한 규제, 불필요한 지도, 불필요한 감독과 감사 줄여야 한다.

그 다음 아이들의 정말 마음을 시원하게 해줘야 한다. 학교에 가고 싶다는 맘을 갖게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은 제가 볼 때 선생님하고 사이가 좋아야 한다. 그 선생님하고 사이가 좋게 하기 위해서는 선생님들이 가지고 있는 학생지도의 자율권을 최대한 보장해줘야 한다.

그 방안의 하나로 이 생각을 한다. 바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선생님을 담임선생님으로 모시고 1년 동안 학교 다니기다. 실제로 서귀포에서 시행해봤다. 처음엔 교사들이 어떻게 아이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냐며 격렬하게 반대한다. 하지만 나중에 달라진다. 좋아하는 선생님이 담임이면 말썽을 피우겠나, 무단조퇴를 하겠나.  내가 좋아하는 선생님이니 학급에서는 매일 웃음이 나왔다.

이를 위해서는 또 학년 중심의 운영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 학년에 가면 학년부장이 있다. 이 학년부장을 없애고 학급 중심체제로 가야한다. 가령 한 선생님이 학급을 멋지게 즐겁게 운영하고 싶다. 하지만 옆 반 눈치를 봐야하고, 학년부장 눈치를 봐야한다. 그런데 이것을 완전히 해체시키고 교육활동 시스템의 중심을 학급으로 가야 한다. 담임의 권한을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 담임에게 교육활동의 자율권의 최대한 확보해주라는 것이다. 모든 윗선의 지시에 의해서, 학년부장에 의해서 일제히 이뤄진다는 건 시대의 요구에 뒤떨어진 거다. 이게 ‘큰 교육’이다.

물론 교육활동 결과에 대해서는 담임으로서 교사로서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교육의 모든 권한을 선생님들에게 다 넘겨줘야 한다. 그래야 책임도 생기는 것도 아닌가.”

[편집자 주] 강 의원이 기증한 화분은 아름다운가게 신제주점(064-749-0038)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각별한 사연이 깃든 소중한 물건, 남다른 의미를 가진 귀한 소장품을 이웃과 나누고 싶은 분들은 아름다운가게 신제주점이나 제주의소리(064-711-7021)로 연락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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