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나눔 릴레이] (17) 김재윤 국회의원이 꿈꾸는 세상은?

참가와 동시에 참가비의 일부가 자동 기부되는 ‘아름다운제주국제마라톤대회’, 어려운 이웃들을 향한 ‘사랑의 연탄나눔’을 통해 지역사회에 기부와 나눔의 홀씨를 퍼뜨려온 [제주의소리]가 한국의 대표 사회적기업 ‘아름다운 가게’ 신제주점(매니저 김정민)과 새로운 프로젝트를 펼치고 있다. 제주지역 명사(名士)는 물론 나눔행렬에 동참한 일반 시민들이 각자 사연이 깃든 소중한 물건을 기증하는 ‘아름다운 나눔릴레이’이다. 이 소중하고 특별한 물건의 판매 수익금은 제주여성장애인상담소를 통해 출산·육아 비용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장애인 산모들에게 전달된다. [제주의소리]는 기증품에 얽힌 사연을 통해 나눔과 공유의 가치를 확산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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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윤 국회의원. ⓒ제주의소리

3선인 김재윤 국회의원이 ‘책 벌레’인 것은 굳이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책을 주제로 한 예능프로그램으로 이름을 알린 것에서 시작해 국회도서관 이용 최우수 국회의원으로 선정되기도 했고, 학교 도서관 진흥법을 처음으로 대표 발의해 교내 도서관을 활성화시키는 데 한몫 했다. 

작년에는 제2회 대한민국나눔봉사활동을 받기도 했다. 국정감사 등의 자리에서 장애인들의 이동권 문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문제를 계속 지적해온 점을 인정받은 것. 이는 그가 추구하는 삶의 궤적과도 무관치 않다. 

그는 자신이 10년 전 정치에 입문하게 된 동기를 '책에서 배운대로 이뤄지는 세상을 꿈꿨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독서광답다. 그러면서 '더 아름다운 제주'를 위해서는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현장에서 직접 사람을 만나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 데 열중하겠다고 밝혔다.

한창 민생투어에 열을 올리고 있는 그를 새정치민주연합 제주도당사에서 만났다. 막 서귀포 현장방문을 마치고 한라산을 넘어오던 참이었다. 이 날은 24일. 마침 세월호 참사 100일이기도 했다.

“세월호 이후 대한민국은 달라져야...기본으로 돌아가자”

- 기증품이 범상치 않아 보인다. 어떤 작품인가.

“저희 지역에 조병식 선생님이라는 작가 분이 있다. 감귤농사를 지으면서 작품활동을 하는데 조예가 깊다. 이 분은 저를 생각해서 ”앞으로 제주바다처럼 사람을 품에 안아주고 한라산처럼 늘 사람들이 의지할 수 있는 정치인이 돼 달라“면서 선물을 해주셨다.

수평선 속에는 제주사람의 혼이 담겨있다. 제주도민들의 삶의 터전이 제주바다와 한라산 기슭이다. 제주사람들은 수평선을 넘어가지만 늘 수평선 안에 있다고 한다. 척박했던 제주도를 떠나고자 하지만 서울에 가 있어도, 미국에 있어도 가슴 안엔 늘 제주가 있는 거다. 저에게도 늘 수평선을 건너가지만 늘 수평선 안에 있는. 제주를 벗어나 있어도 제주의 영혼이 살아 있는 정치를 해달라는 정신이 이 작품에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작품을 볼 때 마다 저를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 그리고 제가 제주정신으로 정치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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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병식 작가로부터 선물 받은 작품을 들고 있는 김재윤 국회의원. ⓒ제주의소리

- 단순한 선물 이상으로 의미가 각별한 것처럼 들린다. 볼 때 마다 정치인으로서의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는 길잡이 같은 느낌도 준다.

“제가 정치를 하면서 늘 다음 선거를 준비하는 정치인이 아니라 다음 세대를 준비하는 정치인이 되겠다고 다짐한다. 저는 정치를 하면서 늘 기본과 원칙을 지키는 정치가 가장 우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가 MBC 느낌표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출연할 때도 책에서 배운 대로 이뤄지는 세상, 학교에서 배운 대로 실현되는 세상을 꿈꾼다고 했다. 정치도 그렇게 하고 싶은 거다.

세월호 참사도 기본과 원칙을 지키지 않아서 생긴거다. 돈을 벌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하고 편법, 탈법, 불법을 해야만 출세할 수 있다. 이런 것들을 암묵적으로 우리 아이들에게 강요했던 거다. 이게 아니라 기본과 원칙이 지켜지는 세상, 책에서 배운 대로 실현되는 세상, 학교에서 배운 대로 이뤄지는 세상을 꿈꾸고 있다. 세월호 침몰 사고 이전의 대한민국 그 이후의 대한민국은 달라야 한다고 본다. 이전의 한국이 돈과 권력이 중심이 되는 대한민국이었다면, 세월호 이후 대한민국은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는 대한민국이 돼야 한다. 정말 사람이 우선인 세상 사람이 먼저인 세상, 사람의 가치를, 인간의 존엄성을 소중하게 여기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세월호의 교훈이기도 하고 정치인들의 덕목으로 보고 있다.

진짜 이젠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정치인들도 기본으로 돌아가야 하고 대통령도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리고 우리 모두 말해야 한다. 기본과 원칙을 지키면 이런 비극이 벌어지지 않으리라고. 세상의 주인은 돈과 권력이 아니라 세상의 주인은 바로 사람이다. 그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는 대한민국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지난 20일부터 다음 달 8일까지 보름 간 민생투어 대장정에 나서고 있다. 벌써 11년째다.

“저는 현장에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우리 농민, 어민, 축산인 그리고 서귀포시민, 제주도민들이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또 무얼 원하는지 함께 일도 하고 함께 대화도 나눠봐야 그걸 느끼고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국회의원으로서 어떤 일을 해야 하고 어떻게 실천해야 하고, 또 어떤 지향점을 가지고 정치를 해야 하는지를 현장 속에서 느끼게 된다. 저의 비전은 현장에서 만들어진다.

제주의 미래를 같이 고민하기도 하고, 한중FTA 때문에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농민들 얘기를 듣고, 축산인 얘기 듣고, 수산인 얘기도 듣고 또 관광 분야 얘기도 듣고. 그러면서 현장 속에서 제주의 방향을 어떻게 설정하고 어떤 정책을 수립해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제주의 100년을 세울 수 있는지를 고민한다.

이번에 서귀포에 아시아CGI창조센터가 만들어진다. 여기서 애니메이션과 관광을 함께 담기 위해 애니메이션 거리를 만들려고 한다. 또 서귀포에 어르신 분들의 복지를 위해 어르신들 만나 노인 복지회관 신축 문제라던가, 서귀포시 문화복지복합센터를 건립하는 부분도 토론하면서 논의를 할 것 같다. 민생투어를 하면서 이런 점들을 하나 둘 찾아가려 하고 있다.”

- 일정이 몹시 빠듯하겠다. 김재윤 의원하면 필연적으로 책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데, 요새는 바빠서 책은 읽을 시간도 없겠다.

“저는 가급적 책을 손에서 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책이 저의 정치의 원천이다. 희망의 세상을 여는 문이라고 생각한다. 주변 사람들에게 늘 폼으로라도 책을 들고 다니라고 하는데, 요즘은 제가 ‘신호와 소음’을 읽고 있다. 신호에 귀기울어야 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음에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는 거다. 신호를 잘 분석하면 예측이 가능하다. 선거예측도 가능하고 미래에 대한 예측도 가능한데, 대부분 사람들은 소음에 대해서만 귀를 기울인다.

그 전에는 ‘소유냐 존재냐’를 읽었다. 학교 다닐 때 좋아했었는데 다시 한 번 손에 잡았다. 소유하는 삶이 아니라 존재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데, 나는 정치를 하면서 어떤 존재여야 하는가를 생각하고 있다.

그 다음에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를 읽었다. 중학교 때 좋아했던 책인데 옛날 생각이 나서 편안하게 읽었다. 여기 보면 사랑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데, 사랑은 소유하지도 소유당하지도 않는다고 한다. 여기엔 우리가 생각해야 될 것들, 희망에 대해 사유할 수 있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한 번 이 여름에 사유의 시간을 위해서 읽어봤으면 하고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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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윤 국회의원. ⓒ제주의소리

- 벌써 3선 국회의원이 되고도 임기가 절반 지났다. 처음으로 총선에 나섰을 때가 10년전이다. 그때 출마하면서 ‘대안을 찾고 싶다’고 말했던 게 기억난다. 지금와서 그 시기를 돌아보면 어떤가. 그 당시에 왜 문화전문가로 살다 정치인의 길을 결심했었나.

“방금 했던 얘기와 같다. 책에서 배운 대로 이뤄지는 세상, 학교에서 배운 대로 실현되는 세상을 꿈꾸면서 정치에 입문을 한 거다. 기본과 원칙이 지켜지는 대한민국, 책에서 배운 대로 실현되는 세상을 구현하기 위해서 정치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 거다. 많은 사람들이 정치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지만 정치는 매우 소중한 분야라고 생각했다.

저는 정치를 하는 걸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은 욕 먹는 자리에 왜 있냐고 하지만 정치에서 보람을 느낀다. 복잡하고 다양한 문제들을 풀어나가기도 하고 여러 가지 갈등의 구조를 조정하기도 하고 또 서로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역할도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정치는 오늘은 어렵고 힘들다 할지라도 내일은 잘 살고 행복할 수 있다는 비전과 희망을 심어줄 수 있다. 그래서 지금 어렵고 힘들고 고통스럽고 가난하고 소외받는 사람들에게 희망의 불씨를 안겨줄 수 있는 정치를 해야한다고 보고... 처음 그 때 그 마음 변하지 않으려고 한다.”

- 초심을 지키는 지 앞으로도 지켜봐야겠다. 그럼 마지막 질문을 드리겠다. 김재윤 국회의원이 생각하는 ‘더 아름다운 제주’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사람을 소중히 하는 데서 출발해야 된다. 두 번째는 기본과 원칙을 지켜야한다. 세 번째는 제주의 백년을 준비할 수 있는 비전과 희망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돈이 나 권력이 아닌 사람을 소중히 여기고 기본과 원칙을 지키는 일. 이런 뿌리를 내려서 비전과 희망, 제주의 백년 미래를 구현할 수 있는 비전을 세워서 함께 힘을 모아가면 우리 모두가 더불어 잘 사는 세상, 혼자만 잘 사는 게 아니라 더불어 잘 사는 정의로운 세상이 될 수 있을거라 본다.” 


고경철 대한물리치료사협회 명예회장의 그림

미처 긴 인터뷰는 하지 못했지만 지난 주 고경철 대한물리치료사협회 명예회장 역시 아름다운가게를 찾아 그림을 기증했다. 토요일마다 아름다운가게를 찾는다는 고 회장은 물건을 기증하고 구매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원봉사자들과 친분을 쌓으며 때로는 건강에 좋은 활력체조(?)를 가르쳐주기도 한다.

이번에는 아름다운나눔릴레이에 동참하고자 직접 그림을 기증했다.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릴레이에 동참하게 됐다고 말하는 그는 가게를 찾는 이주민들을 볼 때 마다 아름다운가게의 필요성을 느낀다며 이번 참여가 여성장애인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편집자 주] 김 의원과 고 회장이 기증한 작품은 아름다운가게 신제주점(064-749-0038)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각별한 사연이 깃든 소중한 물건, 남다른 의미를 가진 귀한 소장품을 이웃과 나누고 싶은 분들은 아름다운가게 신제주점이나 제주의소리(064-711-7021)로 연락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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