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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람 레코드] (20) 헤어지는 날 바로 오늘 / 3호선 버터플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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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reamtalk / 3호선 버터플라이 (2012)

새벽 두 시 담배 연기 속에서 작은 병으로 맥주를 홀짝이며 뷔욕이나 'Beach House'의 빅토리아 리그랜드의 목소리에 빠져있는 사람도 김추자나 문주란의 노래를 들으면 술이 확 깰 것이다. 목소리가 주는 기운은 대단하다. 소리의 마성. 한영애를 일컫는 말이다. 목소리도 하나의 악기로 본다면, 참 좋은 악기인 셈이다. 임재범이나 전인권은 <시나위>와 <들국화>에서 각각 보컬이라는 악기를 다룬 것이다. 악기도 오래되면 소리가 변하듯 목소리도 변하기 마련이다. <들국화> 1집에서 전인권의 목소리는 청하 한 잔 마신 것처럼 청아했다. ‘김기덕의 2시의 데이트’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기억한다. 게스트로 김건모가 출연했는데, 고등학생 즈음 되는 남학생이 가수가 꿈이라면서 노래를 잘 부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자 김건모가 이렇게 대답했다. “세 가지가 필요해요. 술, 담배, 여자.” 순간 정적이 흘렀다. 김건모는 숙취 방송을 했거나 스스로 체득한 지혜를 설파한 것이리라. 황동규 시인은 ‘내 세상 뜰 때 / 가을의 어깨를 부축이고 / 때늦게 오는 저 밤비 소리에 / 기울이고 있는 귀는 두고 가리’(‘풍장’)라고 했다. 빅토리아 리그랜드의 목소리가 아름답다고 하지만, 나는 ‘MGMT’가 ‘Congratulations’를 부를 때의 목소리가 좋다. 평범하면서도 냉정한, 부드러우면서도 끊기는 악기. 'Kings of Convenience' 처럼. 비 오는 밤엔 'The Czars'의 ‘Little Pink House’를 부르는 악기에 귀 기울이면 귀가 흥건해진다. 가끔 귀가 너덜해진 채로 잠 들 때도 있다. 최근엔 본 적 없지만, ‘누가 누가 잘하나’에서 가끔 만날 수 있는 미성의 목소리도 좋지만 - 그러고 보니, <클래식>의 노래 ‘마법의 성’을 부르던 그 소년은 요즘 어디서 무얼 하나 - 나의 음흉한 사상엔 어울리지 않아 그린란드의 눈보라 몰아치는 밤에 혼자 치는 기타 같은 목소리를 찾아 귀지를 판다. 오늘밤은 남상아라는 관악기를 든다. 마른 헝겊으로 쓱쓱 닦는다. 습도마저 적당하니 플레이 버튼을 꾹 누른다. / 현택훈(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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