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기자단] 제주도의 블로그 / 유현정 대학생기자·서울대 사회학과

제주도에 살면 블로그를 만들고 싶어지나 보다. 좋은 블로그를 가꾸는 사람이 많기 때문일까. 산과 바다를 낀 제주에 살면 자연스레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하고 싶기 때문일까. 내가 보고 느낀 것을 기록해 두고두고 되돌아보고 싶기 때문일까. 블로거들은 시시각각 변하는 제주의 하늘과 바다를 사진 찍어 포스팅하고 제주에서 즐길 수 있는 먹거리를 포스팅하면서 제주도에서의 경험을 타인과 나눈다.
 
블로그는 개인의 성격을 보여준다. 블로그의 시작은 사적인 공간이었다. 포털사이트 한 계정 당 하나의 블로그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물론 한 포털에서 복수의 계정을 만들 수 있기도 하고, 여러 포털에서 블로그를 운영할 수도 있다) 블로그는 개인에게 주어지는 온라인상의 권리라고 볼 수도 있다. 일반 홈페이지와는 다르게 '블로거'에 주목하게 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리라.
 
개인적인 공간이라는 점이 블로그의 전부는 아니다. 검색창을 하나 켜 '제주 맛집'이라고 검색해보자. 수많은 글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맛이 좋은 집을 소개하고 가격과 메뉴, 위치 등을 알리는, 소위 '정보글'이라 불리는 소개글이다. 특히 관광지와 음식점에 대한 글이 많이 있다. 이런 글은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얻는 젊은 세대에게 무엇을 봐야하고 무엇을 먹어야할 지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개인 기록을 위해 남겼던 글이 다른 사람에게 정보를 줄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글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글은 블로그가 홍보 수단으로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진작부터 기업에서 지방자치단체에 이르는 많은 사람들이 블로그 기자단이라는 이름으로 사용자를 모집해 넓은 의미의 홍보성 글을 쓰게 해왔다. 대규모의 단체들뿐 아니라 영세한 업자들도 적극적으로 블로그의 홍보 효과를 누리고자 한다. 방문하는 손님에게 부탁하는 "블로그에 올려주세요"라는 애교 섞인 한마디일 수도 있고, 직접 블로그를 운영할 수도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방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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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 남성 관광객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블로그에서 관광정보를 얻고 있다. ⓒ유현정 대학생 기자.
블로그 포스팅과 관련된 거래가 이뤄지는 점은 비밀 아닌 비밀이다. 가게를 홍보하는 내용의 글을 올려주고 금전적 대가를 받기도 한다. 최고 사양의 카메라로 찍은 먹음직스러운 사진과 전화번호, 약도 첨부는 기본이다. 인기검색어를 조합해서 태그를 달고, 여러 계정을 동원한 공감 버튼 클릭이나 댓글 세례로 검색 시 첫 페이지에 올라오게 하는 것은 블로거의 역량에 달려있다. 적게는 몇 십만 원에서 많게는 몇 백만 원까지 받는다. 몇몇 '파워블로거'의 얘기다.
 
필요한 정보를 알맞게 편집하고 보기 좋게 정리하는 것도 개인의 능력이다. 알맞은 수입을 보장한다면 블로거를 전업으로 삼을 수도 있다. 하지만 대가를 받은 글이라면 그 내용을 표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블로그의 포스팅을 믿고 이를 따르는 이유는 그 정보가 개인의 경험에 입각한 것이고, 금전적 이해관계가 아니며, 자신과 같은 소비자이자 여행객의 글이라 생각해 더욱 신뢰하기 때문이다. 금전관계를 명시하지 않는 행동은 신뢰를 남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관련 사항에 대한 규정이 생겨나고 있기에 곧 시정되리라.
 
그럼에도 문제점은 존재한다. 제주에서 관광업이 차지하는 비중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 제주를 찾는 젊은 개인 관광객이 대부분 블로그를 통해 여행 정보를 얻기에 덩달아 블로그의 중요성도 높아진다. 블로그 글의 영향력은 블로거 개인의 영향력으로 귀결된다. 같은 장소에서 같은 장사를 하더라도 블로거가 포스팅을 해 준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은 매출이 크게 차이난다. 이에 업주들은 블로그 광고를 부탁하게 된다. 포스팅을 올려주거나 올려주지 않는 것은 블로거 개인의 선택이고, 그 선택에 따라 매출이 오르내린다. 블로그가 지역 사회 내에서 일종의 권력처럼 작동하는 것일까.
 
블로거에 광고를 맡기는 자영업자들은 대부분 블로그에 대해 잘 모르는 중장년층이다. 그들은 블로그의 영향력은 실감하지만, 만들고, 운영하는데 어려움을 느낀다. 이 때문에 돈을 내고 포스팅을 부탁할 수 밖에 없다. 젊은 층에서는 오히려 직접 블로그를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도 할 수 있는 일인데 굳이 비용을 지출해가며 서비스를 구입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론상으로는 온라인상의 평등한 권리인 블로그 운영권이 블로그를 신뢰성 있는 정보매체로 만드는 그 권리가 사실상 불평등하게 활용되고 있다.
 
기회의 균등한 분배만으로는 실질적 평등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노력이 필요하다. 작은 노력이라도 좋다. 동네 구멍가게 아저씨, 아주머니들에게 블로그 사용법을 알려드리는 건 어떨까. 지금도 사회적 소외 계층을 위한 컴퓨터 교육은 꽤 이루어지고 있지만, 경제 일선에서 활동하는 중장년층을 위한 프로그램은 찾아보기 힘들다. 온라인상에서는 소외 계층이다. 블로그를 만드는 법, 글 쓰는 법, 사진 첨부하는 법, 태그를 거는 법, 정말 어렵지 않게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부분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잘 정리된 정보가 아니더라도 날것이지만, 직접 듣는 이야기를 소중히 여기고 알아볼 수 있는 사용자의 능력이 필요하다. 사실 파워블로거와 정보성 글은 사용자의 수요에서 창출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정보를 찾고 거르는 수고로움이 필요하겠지만, 사용자들의 적극적인 지지가 없다면 이미 고착된 온라인상의 권력구조는 쉽게 깨어지지 않을 것이다.
 
블로그. 시작으로 돌아가자. 대단하지는 않아도 그저 자신의 삶의 하루하루를 녹여내는 공간임을 알자. 오늘은 어떤 재료를 들여왔는지, 새로운 메뉴로는 무엇이 나왔는지, 누가 가게에 왔는지를 솔직하고 담담하게 써 내려가자.

맛있어요~~*^^*
강력추천~~!!

이런 천편일률적인 소감. 사진의 화질과 화려한 구도. 이런 것 보다는 핸드폰으로 무심하게 포착한 우리네 삶의 글들을 나는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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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현정 [제주의소리] 대학생 기자.
발견의 연속입니다. 산 속에서, 바다 속에서, 길 위에서, 그리고 사람들 사이에서의 발견의 연속입니다. 혼자만 알고 친구한테만 속닥이고 싶은 것들을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혹시나 저의 이 찾아냄이 당신에게는 당연한 것이더라도, 제가 느끼는 새로움을 당연함 속에서 다시금 발견해 주시길. 유현정 대학생 기자. 서울대 사회학과 09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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