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김태환 도지사, 5.31 도지사 선거 출마 기자회견

존경하는 1백만 내외도민 여러분.

고뇌로 밤을 지새워야 했습니다. 제주사회가 어떻게 하면 경쟁력을 갖춘 도시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인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 도지사인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도지사에 출마를 하는 것만이 정말 제주도를 위한 길인가. 인간 김태환에게 주어진 소명은 무엇인가. 도지사선거에 출마하지 않는 것이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아닌가. 번민은 번민을 불렀습니다.

존경하는 1백만 내외도민 여러분.

제주는 지금 중요한 시점을 맞고 있습니다. 지난 9일 통과된 제주도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은 제주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새로운 전기가 될 것입니다. 이제 제주도는 대한민국의 후미 그룹에서 선두그룹으로 당당하게 앞서나갈 틀을 갖추게 된 것입니다.

향후 몇 년은 제주도 역사상 가장 역동적인 전환기가 될 것으로 저는 확신합니다. 이 자리를 빌어 특별법 제정에 각별한 관심을 보여주신 노무현대통령님과 이해찬 총리님, 여야 국회의원님, 특히 제주출신 국회의원님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또 제주도의회의원님 여러분과 불철주야 노력을 해주신 공직자 여러분께도 머리 숙여 감사를 드립니다. 

존경하는 1백만 내외도민 여러분.

저는 지난 2004년 6월 5일 재선거에서 제주도지사로 당선됐습니다. 이후 1년 8개월여 동안 비록 짧은 재임기간이었지만 도민여러분의 성원에 힘입어 많은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저의 임기도 서서히 끝나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3개월 후면 향후 4년간 제주의 미래를 이끌어갈 일꾼들을 선택해야 합니다.

존경하는 1백만 내외도민 여러분.

저는 몇 번의 선거를 치렀습니다. 선거를 치를 때마다 저는 인간적인 아픔을 느껴야 했습니다. 선거가 인간의 영혼을 황폐하게 만드는 제도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깨끗하고 당당한 선거제도는 없을까 하는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흔한 선거조직조차 만들지 않고 선거를 치러왔습니다. 이번 지방선거를 앞둬서는 선거가 과열되지 않도록 할 것을 주변 사람들에게 누누이 당부해왔습니다.

존경하는 1백만 내외도민 여러분.

사실 지난달 말 한나라당에서 제주도지사 후보를 영입했다는 얘기를 지상을 통해 알고 무척 자존심이 상했습니다. 제주지역은 한나라당 지지도가 높은 지역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3차례의 선거에서 무소속과 여당후보만이 당선됐습니다. 한나라당 후보는 지난 재선거에서 제가 처음 당선된 것입니다. 유독 한나라당 도지사가 있는 광역단체 중 제주도에만 도지사후보를 영입했다는 소식을 듣고 저는 그 당시 이미 마음의 결심을 했습니다.

저는 재임기간 대부분을 특별자치도 출범을 위해 동분서주 했습니다. 제가 소속해 있던 한나라당만이 아니라 열린우리당, 민주노동당, 민주당 국회의원들을 찾아다니면서 특별법 통과를 이뤄냈습니다. 제주출신 의원님들을 특히 자주 만나 특별법을 논의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사학법 투쟁에 사활을 건 한나라당 지도부가 저에게 섭섭한 감정을 가졌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 당시 당장 탈당을 결행할 수 없었던 것은 특별법이 국회에 계류된 상태였기 때문이었습니다. 만에 하나 저의 탈당으로 인해 국회에서 특별법이 통과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할 경우 제주사회는 큰 혼란에 빠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와 함께 제가 평소에 생각해온 차기 선거 불출마도 심각하게 고려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특별자치도를 추진하면서 어려움에 봉착할 때마다 도민 여러분에게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는 말을 자주 해왔습니다.

매 순간 순간마다 생과 사를 넘는 심정으로 최선을 다해왔다고 자부합니다. 이렇게 어렵게 탄생시킨 특별자치도를 반석 위에 올려놓기 위해 도지사인 내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착실하게 준비를 해서 후임자에게 넘겨주는 것이 당당하고 떳떳한 길인가.
아니면 책임을 지고 도민의 심판을 받는 것이 당당하고 떳떳한 길인가.

존경하는 1백만 내외도민 여러분.

저는 이런 생각을 정리해서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이 통과되는 시점에서 발표하겠다는 생각을 굳혀왔습니다. 9일 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됐습니다. 이에 따라 14일 청와대, 총리실, 여야 정당을 방문해 고마움을 전했습니다. 마음이 홀가분했습니다.

15일 오전 탈당·불출마 기자회견을 하려고 했었습니다. 그러나 이를 안 지지자들이 몰려들어 기자회견을 할 수 없는 상황까지 가고 말았던 것입니다. 도지사라는 자리가 혼자만의 위치가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껴야 했습니다. 이후 많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다양한 의견을 들었습니다. 물론 나름대로 지지자들을 설득도 했습니다. 이 기간동안 제가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당하게 도민의 뜻을 따를 것을 강력하게 권했습니다. 특별자치도를 출범시킨 도지사로서 이를 반석에 올려놓을 책임이 있다는 것입니다. 출마를 하지 않는 것은 책임회피라는 질책도 많았습니다.

존경하는 1백만 내외도민 여러분.

저는 이제 저에게 주어진 소명을 회피하지 않겠습니다. 당당하고 떳떳하게 도민여러분의 심판을 받겠습니다. 도민여러분의 뜻을 받들어 특별자치도를 반석위에 올려놓겠습니다. 제주발전 1백년대계의 기틀을 튼튼하게 쌓겠습니다.

또한 지방자치가 중앙정치의 부속품이 아니라는 것을 실증해보이겠습니다. 제주도민의 자존이 살아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겠습니다.
이와함께 특별자치도를 출범시키는 선거가 축제와 화합의 마당이 될 수 있도록 다른 후보들과도 협의해나가겠습니다.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선거조직을 하지 않고 지난 2년간 이뤄놓은 일에 대한 평가로만 심판을 받겠습니다.  당당하고 깨끗하게 선거를 치를 것을 도민 여러분께 약속드립니다.

존경하는 1백만 내외 제주도민 여러분.

제주도민은 위대합니다.  지난 46년 1%의 한계를 딛고 도제실시를 얻어냈습니다. 이후 제주도는 눈부신 발전을 했습니다.
동북아 제1의 휴양 관광도시로 발돋움했습니다. 연간 내도 관광객이 5백만을 넘어섰습니다. 이 모두가 제주도민들이 합심 노력에 얻어낸 값진 결과입니다. 누가 뭐래도 제주도민은 지난 반세기 동안 훌륭한 일을 해냈다고 자부합니다. 특별자치도도 충분하게 우리의 것으로 만들어 새로운 도약의 원동력으로 만들어낼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1백만 제주도민 여러분.

앞으로 몇 년은 저와 제주도민 여러분께 가장 소중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 제주도의 미래를 위해서, 또한 저 자신의 보람을 위해서도 일분 일초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저의 정열을 다 바치겠습니다. 저의 고뇌가 담긴 결단에 박수를 보내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아쉬워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비난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 모두를 저에 대한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며칠 도민 여러분께서 저에게 보여준 격려와 사랑을 영원히 잊지 않을 것입니다. 그동안 저를 사랑해준 한나라당 당원여러분께도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06년 2월 23일                  제 주 도 지 사  김 태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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