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여부 밝히지 않아…경우 수 염두 둔 '포석'
'3파전' 부담…우리당 정치상황따라 '가능성' 배제 못해

김태환 지사가 도민들의 예상대로 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하면서 5.31 정국이 급격하게 요동치게 됐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2파전으로 예고됐던 5.31 정국이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이 가세로 안개정국을 보이더니 이제 김 지사의 한나라당 탈당에 이어 "당당하고 떳떳하게 도민의 심판을 받게 됐다"며 5.31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함으로써 3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도지사 선거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예측불허의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당장 김태환 지사사 무소속으로 출마할지, 아니면 다른 당을 선택할지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김 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무소속 또는 정당 입당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 정당선택 언급 않아 일단은 우리당-한나라-무소속 '4파전'

무소속으로 출마할 수도 있지만 지방선거가 3개월 남겨둔 상황에서 앞으로 예측할 수 없는 정국을 미리 재단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예상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모두 염두에 둔 다목적 포석인 셈이다.

김 지사가 아직까지는 도민들의 높은 지지도를 받고 있다고 하나 이게 선거정국에 들어갈 경우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지도부들이 총출동해 제주에 대한 각종 공약을 쏟아내면서 물량 공세로 나설 경우 무소속의 한계가 노출될 수도 있다.

김 지사가 이날 특정 정당에 대한 입당여부를 밝히지 않음에 따라 일단은 무소속으로 '분류'된다.

이에 따라 당장 5.31 선거는 열린우리당(송재호-양영식-진철훈), 한나라당(강상주-현명관), 그리고 무소속의 김태환 김호성이 각축을 벌이게 된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경선을 거쳐 3월 중 당 후보가 선출될 경우 4파전으로 압축된다.

문제는 김 지사가 그 이전에 어떤 행보를 보이느냐에 따라 선거정국은 전혀 예측 못할 상황으로 급변할 수 있다.

# 민주당, 김 지사 한나라당 탈당 이후 성명·논평으로 '러브콜'

현재 예상할 수 있는 카드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카드다. 물론 민주노동당도 있지만 이는 서로 택하지 않는 '무경우의 수'다.

민주당은 김 지사가 한나라당을 탈당한 이후 두 차례 성명과 논평을 통해 한나라당을 '구태정치'로 몰아부치면서 김 지사 구하기에 나선 바 있다. 김 지사에 대한 사실상의 '러브콜'인 셈이다.

김 지사는 전주고 출신으로 유권자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호남표와 가깝다. 지난 2004년 6.5 재선거 당시에도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했으면서도 열린우리당 후보보다 호남표를 많이 차지했다는 게 정설이다. 열린우리당이 최근 들어 전국적으로 지지도가 떨어지고 호남권에서 상대적으로 민주당 지지도가 오르면서 이를 염두에 둔 '김태환-민주당' 결합 가능성을 내다보는 이도 있다.

그러나 제주도당이 거의 사고지구당인 상태에서 김 지사가 민주당을 선택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아 보인다.

다음으로 유럭하게 거론되는 게 열린우리당 카드다. 이 역시 현 상황에 볼 때 가능성은 희박하다.

# 열린우리당, 당 후보 상존…가능성은 희박하나 정동영 의장이 '변수'

무엇보다 이미 열린우리당에서는 송재호-양영식-진철훈 세 예비주자가 경선을 치를 준비를 하고 있다. 다만 송재호 교수는 이번 주 중으로 경선참여 포기를 선언할 가능성이 높다. 송재호 교수는 유권자들을 만나면서 자신의 한계(?)를 느꼈다면서 '아름다운 패배자'오 남겠다는 뜻을 비쳐왔다. 또 일각에서는 송 교수가 국책연구기관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있다.

하지만 양영식 전 통일부 차관과 진철훈 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이사장은 당내 경선을 통해 5.31 선거에 나설 뜻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이 때문에 김 지사가 열린우리당에 입당한다면 이들과 경선을 치러야 하나 당내에 아무런 기반도 없는 김 지사가 경선을 치를 리는 만무하다.

극히 낮기는 하지만 예측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열린우리당 후보로 영입되는 것이다. 그 고리는 정동영 당 의장이다. 김 지사와 전주고 선후배 사이다. 정 의장은 지난 2004년 제주지사 재선거를 앞두고 당시 제주시장이던 김 지사를 영입하려 했었다.

정 의장이 김 지사를 영입하려 한다면 문제는 조금 달라질 수 있다. 여기에도 전제는 있다. 양영식 전 차관과 진철훈 이사장의 '흔쾌한 동의'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정 의장의 영입으로 당 후보가 되려한다면 김 지사가 한나라당을 탈당한 명분이 완전히 사라지고 결국 '경선이 무서워 탈당한 게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해야 한다.

지금 상황에서 눈여겨 봐야 할 인사는 물론 김 지사가 일차적이지만 그 다음은 강창일 도당위원장과 김우남 국회의원이다. 강창일 위원장은 이미 알려진대로 정 의장과 선후대 역사학과 선후배 사이로 강 위원장은 정 의장 계열이다. 진철훈 이사장도 정 의장 계열이다. 김우남 의원은 김 지사와 동향으로 선후배 사이다.

'김태환-정동영' 또는 '김태환-김우남-강창일-정동영'라인이 작동할 수 있는 소지를 배제하지 못한다.

# 정 의장, 5.31지방선거 발등에 불…상황에 따라서 이합집산 배제 못해

정동영 의장은 지난 18일 전당대회에서 당의장에 선출된 직후 5.31지방선거 필승은 위해 모든 힘을 받치겠다고 밝혀왔다. 열린우리당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믿는 구석은 전북과 대전 등을 제외하고는 없다. 정 의장 입장에서도 이번 지방선거에서 패배한다면 '당의장'은 물론 차기 대선구도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번 지방선거에 올인하지 않을 수 밖에 없다.

제주출신 열린우리당 국회의원들도 마찬가지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도지사를 한나라당에 내주게 된다면 대선은 물론 총선 정국에서도 좌불안석이될 수 밖에 없다. 서로의 이해 관계에 따라 합종연횡이 될 수도 있다.

김 지사와 열린우리당 카드가 전혀 무관한 것은 아니다. 김 지사는 특별자치도 추진을 통해 참여정부의 핵심과제인 '분권과 자치'에 앞장서 왔고 김 지사 입장에서는 참여정부가 있기에 특별자치도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특별자치도 성공이라는 '공동의 목표'가 있는 셈이다.

김 지사는 이날 출마 기자회견에서 "이 자리를 빌어 특별법 제정에 각별한 관심을 보여주신 노무현대통령님과 이해찬 총리님, 여야 국회의원, 특히 제주출신 국회의원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말을 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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