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나눔 릴레이] (20) 홍철희 신제주새마을금고 이사장의 분청사기

참가와 동시에 참가비의 일부가 자동 기부되는 ‘아름다운제주국제마라톤대회’, 어려운 이웃들을 향한 ‘사랑의 연탄나눔’을 통해 지역사회에 기부와 나눔의 홀씨를 퍼뜨려온 [제주의소리]가 한국의 대표 사회적기업 ‘아름다운 가게’ 신제주점(매니저 김정민)과 새로운 프로젝트를 펼치고 있다. 제주지역 명사(名士)는 물론 나눔행렬에 동참한 일반 시민들이 각자 사연이 깃든 소중한 물건을 기증하는 ‘아름다운 나눔릴레이’이다. 이 소중하고 특별한 물건의 판매 수익금은 제주여성장애인상담소를 통해 출산·육아 비용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장애인 산모들에게 전달된다. [제주의소리]는 기증품에 얽힌 사연을 통해 나눔과 공유의 가치를 확산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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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철희 신제주새마을금고 이사장. ⓒ제주의소리

금융기관하면 차갑고 바쁜 모습을 떠올리기 쉽지만 마을 구석에 촘촘히 박혀 사람들을 반기는 곳도 있다. 제주시 연동 골목길에 위치한 신제주 새마을금고는 34년째 이 부근을 지켰다. 고층 건물과 상가들로 가득 들어차기 전부터 이곳의 주민들과 만나왔다.

아담해 보였지만 구성원들의 자긍심은 대단했다. ‘오래전부터 마을 주민들과 함께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생각이다. 단순히 은행원과 고객 사이를 넘어 옆집 삼촌처럼, 혹은 동네 아주머니처럼, 혹은 조카처럼 서로를 여기며 웃으며 담소를 나누는 모습도 목격할 수 있다. 누가 보면 신도시 번화가 옆에 아닌 조그마한 시골 은행의 모습을 떠올린 만도 하다.

좋은 분위기를 밖으로 나누려는 노력도 있다.

신제주 새마을금고는 작년 10월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진행하는 ‘착한가게 캠페인’에 동참하기로 결정했다. 도내에서 700번째 착한가게였다. 신제주새마을금고 부녀회는 저소득, 다문화 가정에 김장을 담궈 전달하는 사랑의 김장 나눔 행사를 벌여오고 있으며 지역 경로당이나 어르신들을 위해 잔치도 매년 열고 있다. 여직원 모임인 새싹봉사회도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홍철희 이사장(53)은 아름다운가게와 제주의소리의 ‘아름다운 나눔 릴레이’ 소식을 전하자 선뜻 동참 의사를 밝혔다. 홍 이사장은 자신이 10년 넘게 보관해오던 한기옥 도예가의 분청사기를 내놓았다. 한 도예가는 5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사기장으로 한국과 일본을 넘나들며 수 차례 전시를 열고, 세계도자기 엑스포에 참가하는 등 이름을 알린 인물이다.

함께 한 이순애 상무(38)의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이 상무는 20년째 이 지점에서 일을 하고 있다. 이 곳을 이용하는 주민들 얼굴을 모조리 외운 건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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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철희 이사장이 기증한 분청사기. ⓒ제주의소리

“수십년 간 주민들과 함께 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

- 기증품이 범상치 않아 보인다.

홍철희 이사장(이하 홍)=“나에게는 아주 귀중한 거다. 2002년 집들이 할 때 친구로부터 선물을 받았다. 10년 넘게 갖고 있던 거다. 아름다운가게에서 좋은 취지로 열심히 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하고 기증하기로 했다. 사실 어제야 아내에게 허락을 받았다.(웃음)”

- 다른 금융기관이나 다른 은행 지점과 다른 점, 특이한 점도 있나.

홍=“특이한 부분이라면 원래 연동 주민들이 꾸준히, 많이 이용해주고 있다. 그런 부분에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다. 이 어르신들은 신제주가 개발되기 전에 살았던 분들이다. 이 분들이 저희 금고에 도움을 주시고 있고, 그 만큼 도움을 주려 노력하고 있다.”

- 이순애 상무는 벌써 여기서만 20년을 보냈다고 들었다. 꽤 긴 시간이다.

이순애 상무(이하 이)=“제가 처음 입사하면서 봤던 분을 계속적으로 본다는 게 너무 기분좋은 일이다. 사실 보통 금융기관은 지점마다 이동하다 보니까 회원하고 밀착할 수 있는 관계가 적다. 반면 새마을금고는 개별법인이다. 직원 이동이 없다. 회원들, 주민들의 대소사나 정신적인 밀착이 강하다는 장점이 있다. 같이 주민들과 웃고 웃을 수 있다는 것이다. 처음 입사할 때 오시던 분이 자녀와 손주를 데리고 오기도 한다. 

또 이런 부분도 있다. 새마을금고는 예금자 보호가 각각 된다. (일반은행과 달리 자체 예금자보호기금을 마련해 예금의 원리금을 1인당 5000만원까지 보호받을 수 있다는 설명) 다른 금융기관 보다 회원 별로 안전하게 보장돼 있다. 예금보호에 대한 확신은 더 있다는 것. IMF 터질 때 공적자금 안 받은 게 수협과 새마을금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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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제주새마을금고 홍철희 이사장(왼쪽)과 이순애 상무. ⓒ제주의소리

- 한 자리에서 수 십년을 있었으니 주변 주민들, 상인들의 애환도 누구보다 잘 알 것 같다.

이=“몇 년 전 신제주(신제주 새마을금고가 위치한 바로 옆)에 바오젠 거리라는 게 생겨서 웃는 상인도 있고 우는 상인도 있다. 그런데 너무 좋은 면만 부각되는 부분이 있다고 본다. 이 부근이 차 없는 거리가 될 때 주변 상인들이 많이 항의를 했다. 그런데 지자체에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금방 추진을 했다. 그로 인해 타격 주변의 소규모 상인들의 타격이 컸다. 차가 오지 않는 안쪽에 있는 상가 다 피해를 본 것이다. 작은 자영업자들, 상가들이 굉장히 많이 떨어져 나갔다. 소시민을 위한 정책은 아니지 않았나 생각한다. 우리 금고와 거래하는 상인 분들의 삶의 터전이 무너지는 것을 봤다.”

- ‘지역 밀착형 금융기관’이 지향점인 만큼 고민도 함께 나누는 것으로 보인다. 이 역할을 지키면서 앞으로 ‘이런 곳이 돼야지’하는 의지도 있을 것 같다.

홍=“올해로 창립한 지 34주년이다. 내년에는 건물도 신축하면서 옮기고, 지금까지의 시기보다는 더 나아지지는 않겠나 생각한다. 아마 내년부터는 건물 신축하면서 좋은 쪽으로 옮기고 있으니 아직까지 해온 이끌어온 시기보다는 더 나은 시기가 됐으면 한다. 또 지역 환원사업을 꼭 강화할 것이다. 독거노인, 장학금 지급 확충 등 실제 주민들에게, 인근 상인들에게, 회원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편집자 주] 홍 이사장이 기증한 작품은 아름다운가게 신제주점(064-749-0038)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각별한 사연이 깃든 소중한 물건, 남다른 의미를 가진 귀한 소장품을 이웃과 나누고 싶은 분들은 아름다운가게 신제주점이나 제주의소리(064-711-7021)로 연락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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