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가수 최상돈, 노래와 함께 하는 4·3 역사 순례길
26일 첫 발…"2008년 60주년까지 60회 순례 나설 것"

▲ 제주4.3 60주기를 맞아 긴 순례를 떠나는 제주의 민중가수 최상돈씨
"글쎄요. 그렇지 않으면 4.3원혼들께 뭔가 진빚을 갚지 않은 느낌이랄까요"

민중가수 최상돈씨가 결국 노래를 벗삼아 긴 여정을 떠난다. 그렇다고 멀리 가는 것은 아니다. 준비가 돼서 떠나는 것도 아니다.

가까우면서도 먼 곳. 쉽게 다가 갈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쉽지 않은 곳. 바로 4.3 흔적지들이다. 일컬어 '노래와 함께하는 최상돈의 4.3 역사순례'다.

60주기 맞는 2008년까지...2년 넘는 대장정 '4.3 순례'

26일 첫 순례를 노래와 함께 하는 그는 매달 한번 꼴로 도내 곳곳의 4.3 유적지를 따라 나설 예정이다. 무려 그 일정이 2년을 넘는다. 대장정이다.

"오는 2008년이 4.3 60주년이니까, 60회는 넘길 생각입니다. 그러니 한번 나서면 한마을 이상은 돌아보고 오겠지요."

그렇다면 만만의 준비가 됐을까? 아니다.

어쩌면 2년이 넘는 기나긴 일정 동안 순례를 하는데 있어 잘 짜여진 일정과 계획은 오히려 부담스럽다. 순례를 형식적으로 만들고 도움을 주는 이들과 참가자에게도 모종의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갖추고 준비하려니 한도 끝도 없었어요. 일단 무작정 시작을 한겁니다. 벗이 있으면 즐겁고, 누군가 함께 참여하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요."

"어느 누구가 흐드러진 노래자락 불러도 좋겠지요"

▲ 한 해전 그는 뜻있는 이들을 모아 질펀한 '난장음악회'를 벌였다.
사실 이번 4.3 순례는 긴 일정에도 아랑곳 없이 일정한 형식의 틀을 갖추지 않았다. 제법 예인(藝人)다운 기품이 묻어난다.

어느 누군가가 북소리 둥둥 울려주면 좋을씨구, 설쉐소리 한번 울려주면 더할 나위가 없다. 제멋에 겨워 노래 한자락 구설지게 불러도 좋고, 행여 흥에겨워 춤사위 한번 거나하게 흔들어도 좋단다.

- 최상돈이 제안한 나름대로의 몇 가지 원칙-

모든 경비는 자력갱생의 원칙을 따릅니다.
그리고, 몇군데를 정확히 정해서 떠나는 순례가 아니라서 미리 일정은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나 2008년 60주기 까지는 매달 한번꼴로 순례길을 나설 예정입니다. 60주기니까 60회는 넘길 생각입니다.
붓을 가진 사람은 그림을 그려도 되고 펜을 가진 사람은 시를 적어도 좋습니다. 사진기, 카메라는 그림을 담구요, 시한편 낭송은 어떠며, 그저 마음 담긴 술한잔은 어떻습니까.
그저 마음 하나 내어 놓아 그것 그대로 드러내어 섬의 진정을 만나 오면 되는 일 아닙니까.
굳이 대상도 없고 제가 관객이고 여러분이 관객입니다.
어쩌면 저도 저를 관객으로 생각하며 노래할 것입니다.
다만 순례길에 나 혼자가 아니길 바랄 뿐.
각자 대화를 하다 보면 서로의 존엄도 느껴 보고 섬의 진정을 가슴에 담을 수 있겠지요. 길에서 만나길 소원합니다. 참가 문의=016-699-4353

"형식이 없습니다. 무형식의 형식이랄까요. 그간의 '순례'라는 틀에 묶여 형식만 갖춘 그런 나들이가 아닙니다. 마음이 하나 하나 모이면 되는 것 아닐까요. 진정으로 4.3원혼들을 만나고 그 한(恨)이 서린 섬땅 제주를 몸으로 만나고 느끼면 되지 않을까요."

순례 일정은 하루 6시간 정도. 순례지마다 한 곡씩 노래를 부르되 그날 테마로 정한 중심 유적지에서 30분간 질펀한 공연을 벌인다. 굳이 시간제약은 두지 않지만 매회마다 오전 11시에 제주시 신산공원의 해원 방사탑에서 예를 갖춘 후 떠난다.
물론 모든 경비는 '자력갱생'할 것.

"제주-육지-일본-대만...북녘땅도 좋다" 

시작은 제주 섬 구석구석에서 시작하지만 타지방에서 잠든 원혼들을 위해 육지 형무소 순례와 일본도 계획하고 있다. 여건만 허락한다면 대만, 남경, 그리고 북녘땅에도 가보고 싶다.

노래와 결혼한 그는 아직 노총각이다. 그렇다고 외롭지는 않아 보인다. 그 만큼 자유(?)로울 수 있겠지만 그의 삶의 내력을 들여다보면 녹녹치 않은 무게가 느껴진다.

▲ 그는 늘 대중과 함께 하려했고, 또 그길을 가고 있다.
이번 역사순례의 제목을 '死를 넘는 삶의 기억'이라고 한 것도 그만의 충만한 내면 세계를 들춰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역사에 대한 위무, 보답의 성격을 띤 '보은(報恩)의 순례'라고나 할까.

노래로 '참세상'을 맞이하겠노라고 늘 주변인에게 되뇌이곤 했던 그는 어쩌면 거리의 악사다. 항상 자리에 머물러 있는 악사가 아니라 투쟁의 현장을 쉼없이 뛰어다니는 진정한 제주의 악사다.

26일 오전 11시 해원방사탑에서 마음을 추스르고 4.3평화공원을 거쳐 무장대 이덕구 산전으로 알려진 '북받힌 밭'에서 첫 공연을 펼치게 될 순례는 어떤 모습일지 자못 궁금해진다.

"그 곳에 마당을 내어 북치고 장구치고 노래하며 풀다 오렵니다."

'미리 가보는 순례 안(案).'

1) 제주시신산공원 4?3해원방사탑-평화공원-북받힌밭(이덕구산전 공연)
2) 대정감저창고-섯알오름(공연)-백조일손지지-만뱅듸공동장지(공연)
3) 연동도령마루일대(7호광장)-다호마을-정뜨르비행장-돔박웃홈-도두봉(공연)
4) 화북 큰터왓-분계석-모살불-곤을동(공연)-별도봉-사라봉-주정공장(공연)
5) 가오리오름-물장오리-태역장오리-관음사-박성내-남수각(공연)

<기타 순례예정지>

동광리(무등이왓, 삼밧구석, 헛묘 1, 2, 큰넓궤) - 선흘리(불칸낭-낙선동 성터-밴뱅듸굴-반못굴-목시물굴(공연) - 다랑쉬 오름-마을-다랑쉬굴(공연) - 표선면 가시리-버들못-한모살(공연) - 서귀포시(정방폭포-소남머리, 천제연 등) - 대나오름-거친오름-평화공원(공연) - 북촌리(너분숭이 애기무덤, 당팟, 초등학교, 옴팡밭, 성터) - 하귀리(영모원, 개수동 비학동산) - 자운당-하가리 육시우영 - 성산리 일대(서청중대본부-우뭇개 동산-터진목) - 의귀리 일대(현의합장묘-속냉이골) - 시오름주둔소, 수악주둔소, - 노형동(함박이굴, 방일리, 개진이, 드르구릉. 바게밭, 배염나리, 리생이), - 원동마을, 영남마을, 천서동, 장기동 - 어승생, 오림반, 새별오름, 안덕면 돌오름 - 대정(사만질앞밭, 구억초등학교 터) - 봉성리(머흘왓성, 자리왓, 솔도마을, 발이오름)-빌레못굴 - 저지리(하늬골, 수동성, 명리동) - 청수리(한수기 곶, 수룡동) - 월령리 故 진아영할머니 집 - 육지 형무소(목포-대전-대구-마포-서대문 등) - 대전:골령골-대구 경산-가창댐 - 일본 오사까-대마도 - 기타 잊어버린 곳, 추천을 받는 곳( 예를 든 것으로 첨삭이 가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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