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북제주 갑 선거구 합동토론회는 처음부터 각 후보가 상대방을 향해 날카로운 대립각을 치켜들었다.

대체로 여당 주자인 강창일 후보에게 공세가 집중됐지만, 이 못지않게 강 후보와 현경대 후보간에도 맹공이 오갔다. 김효상 후보는 때론 중재자의 역할을 하기도 했으나 한편으론 두 후보 모두를 통렬히 비판했다. 김창업 후보는 주로 강 후보를 물고 늘어졌다.

이 때문에 토론이 불을 뿜었으나 뜨거운 논쟁 만큼 인신공격성 발언도 쏟아져 아쉬움을 남겼다.

먼저 현경대 후보와 강창일 후보가 감귤 문제를 놓고 일전을 벌였다.

현경대 "과수진흥특별법 내용이 뭐냐…유통명령조례로도 충분히 해결 가능"

김창업 "더러운 물에서 퍼온 물은 똑같은 물…눈가리고 아웅하지 말라"

현 후보가 강 후보의 과수진흥특별법 제정 공약을 문제삼았다. 특별법 내용이 뭔지, 유통구조 개선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따져물었다. 그러면서 그 내용은 자신들이 입안한 농안법 10조 의해 시행된 유통명령조례로도 충분히 해결할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에 강 후보가 "그러면 유통명령조례로 모든 걸 해결할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고 둘은 이후에도 한참동안이나 신경전을 폈다.

김창업 후보는 강창일 후보의 정치개혁 발언을 문제삼아 "두달전에 정치에 입문하신 분이 정치개혁이 뭔지나 알고 나서느냐"면서 "정강정책도 모두 민주당에서 뺐어왔다. 정강정책에 대해 아는게 있나"라고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김 후보는 계속해 민주당 분당 및 열린우리당 창당을 염두에 둔 듯 "더러운 물에서 퍼온 물은 똑같은 물"이라며 "눈가리고 아웅하지 말라"고 더욱 열을 올렸다. 강창일 후보는 "젊은 분이 말을 함부로 한다"면서 "김 후보는 한나라당에 경선을 신청하지 않았는가"라고 받아쳤다.

강창일 "23년동안 주변만 맴돈 분이 제주에 오면 똑똑하다고 말한다"

김효상 "왜 만나기만 하면 싸우나…최소한 인간적 도리는 지켜야지"

이번에는 강창일 후보가 현경대 후보에게 반격을 시도했다.

강 후보는 "의정활동 평가에서 250명중 227위를 차지한 분이 어떻게 각 당 대표격인 홍사덕·김근태 의원과 빗댈수 있느냐"면서 "23년동안 제대로 중진도 못한 분이 제주에 와선 똑똑하고 깨끗하다고 말하고 다닌다"고 공격했다.

이에대해 현 후보가 "국회의원은 지역의 심부름꾼이지 내가 만약 장관을 꿈꿨다면 왜 여기있겠느냐"고 반문하고 "나는 법사위원장을 비롯 집권 여당의 첫 원내총무를 했고 지금은 전당대회 의장, 상임운영위 당연직 위원으로서 할수 있는 역할을 완벽하게 하고있다"고 대응했다. 또 국회의장 공약이 실현안된 것에 대해 "국회에 들어가면 최다선인데, 전국 1%도 안되는 제주에서 입법부 수장이 나온다면 제주도의 영광 아니냐"고 되물었다.

그러나 강 후보는 "도저히 안될 것을 같고 도민들을 현혹하지 말라"며 "227위가 어떻게 나왔나. 현 후보는 23년동안 주변만 맴돌았다"고 폄하했다.

김효상 후보는 "왜 현 후보와 강 후보는 만나기만 하면 싸우냐"고 중재에 나선 뒤 "아무리 선거판이라지만 2년 가까이 같이 생활한 분끼리 최소한 인간적 도리는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모두를 비판했다. 2년은 두 후보가 과거 의원과 보좌관으로 만났던 기간을 말한다.

김 후보는 그러면서 현 후보에게 "박관용 의장처럼 탄핵에 방망이나 두드릴 거면 국회의장이 안됐으면 좋겠다"고 충고했다. 김 후보는 또 현 후보가 노사분규 사업장에 대한 중재 역할을 소홀히 했다고 지적했고, 강창일 후보에겐 한·칠레 FTA와 이라크파병에 대한 최근 발언을 문제삼았다.

이어 특별자치도와 국제자유도시를 놓고 강창일 후보와 현경대 후보간에 '2라운드' 공방이 벌어졌다.

특별자치도 놓고 강-현 '2라운드'…"두분 위해 '사각의 링' 만들어 주자"

강 후보가 "현 후보는 뭔가 착각하고 있다"며 "특별자치도와 국제자유도시의 정확한 뜻을 알고있느냐"고 묻자 현 후보는 "이 자리는 누가 의원 후보로 적합한지 따지는 정책 토론의 장"이라고 강 후보 태도를 문제삼고 "행정계층구조 개편이든 특별자치도든 목표는 국제자유도시의 효율적 추진"이라고 정의를 내렸다. 그러자 강 후보는 "아직도 특별자치도를 이해못하는 것 같다"면서 "지방분권과 지방자치의 완성 차원에서 국제자유도시 보다 한단계 높은 개념이 특별자치도이지, 특별자치도가 국제자유도시에 종속된 개념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김효상 후보는 세 후보로부터 쇼핑아울렛에 반대한다는 대답을 들은 뒤 현 후보에게 지난 대선때 한나라당 제주시지구당에 문제의 대선자금이 얼마나 들어왔는지 캐물었다.

이에 현경대 후보가 "정확한 액수는 모르지만 통장으로 내려와서 그대로 집행했고 또 그대로 중앙당에 보고했다. 하지만 집행은 사무국에서 했다"고 밝히자 김 후보는 "현 후보는 FTA나 국가보안법 등에 대해 전체적으로 당의 입장과 맞지 않은 것 같다"고 상황에 따라 의견표명을 달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경대 후보는 "지방분권특별법이나 정부의 지방분권 로드맵을 보면 구체적 내용이 전혀 없고 실체가 없어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면서 "지방자치와 교육자치를 일원화하겠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각 후보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러나 강창일 후보는 "특별자치도 얘기만 하자"고 논점에서 벗어났고 김효상 후보는 반대의사를 표명했으며 김창업 후보는 "도민의견을 수렴해 봐야겠다"고 또다시 '의견수렴론'을 꺼내들었다.

김창업 후보는 현경대 후보를 향해 "5선의선으로서 나름대로 제주도발전에 기여했지만 후배양성은 안한 것으로 알고있다"며 "지금이라도 깨끗하게 물러날 용의는 없느냐"고 용퇴를 촉구했고, 강창일 후보에겐 "국사학자로서 4·3외에는 한 일이 없다"고 쏘아부쳤다.

이어 강창일 후보는 우근민 지사의 입당과 관련한 한나라당의 '우지사 협박' 주장을 흑색 선전이라고 비난한데 이어, 지구당에 돈이 얼마나 들어온지 모르겠다는 현 후보의 발언을 문제삼아 "직무유기"라고 몰아부쳤으나 현경대 후보는 대응을 자제한채 "강 후보가 너무 자기 얘기만 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김효상 후보는 다시 "두분은 다음부터 토론에 초청하지 말고 두분을 위해 '사각의 링'을 하나 만들어주라"고 교통정리를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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