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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람 레코드] (23) 수면아래에서바라보는밤하늘 / 모임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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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p3 / 모임 별 (2006)

오은 시인은 꿈이 고양이인 여자아이를 만난 적 있다고 한다. 고양이를 꿈꾸는 그 아이는 어린이집에 다니는 나이였다. 나는 꿈이 해녀인 여중생을 만난 적이 있다. 중학교에 진학할 나이 정도 되면 조금 현실적으로 바뀐다. 해녀는 현실에 있는 직업이지만 여학생이 꿈꾸는 직업으로는 아름답다. 물질이 생업인 해녀에겐 바다가 힘든 삶의 현장이다. 그래서 제주도에서는 바다를 밭이라 하고, 바다마다 이름이 다 있다. 해녀의 삶은 힘들지만 낭만적으로 생각하면 한없이 아름다운 직업이 해녀다. 물고기처럼 바다 속을 유영하는 해녀. 해녀를 꿈꾸는 그 소녀는 할머니처럼 해녀가 되겠다고 했다. 할머니가 바다 속 이야기를 들려줬을까. 그 이야기를 들으며 소녀는 물고기가 되어 바다 속을 헤엄쳐 다녔으리라. 그런데 그 얘에게 굳이 말해줄 필요는 없다. 나이가 들면서 저절로 물들기 마련이다. 해녀라는 직업이 녹록치 않은 일이 아니라는 것을. 열두 살, 열세 살부터 시작하여 평생 물질을 한 해녀들은 여러 가지 통증의 잠수병 때문에 약을 달고 살아야 한다. 박서영 시인은 시집 ‘좋은 구름’(실천문학사,2014)에서 유독 ‘물고기’라는 낱말을 자주 쓴다. ‘몸은 눈물의 배관이다 / 두 뺨은 배관의 끝이며 입구다 / 당신이 만지면 물에 젖은 꽃이 끌려나가고 / 작은 새 몇 마리 입술 없이 끌려나온다 / 고백은 서로 반대 방향으로 도망치며 소리 질렀지 / 피부가 눈물을 밀어 내는 건 / 이미 많은 물고기들이 다녀갔기 때문이다’(박서영의 시 ‘울음 주파수’ 중에서)라는 시는 이미 물고기이고, 음악이다. 예전에 지구의 생명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내레이션을 듣고 뜨악했다. 화면에는 물고기가 나타났고, ‘자, 이제 우리 인간의 조상 물고기가 등장했습니다.’라는 내레이션이 무슨 묵시록처럼 들렸단 말이다. 정말 전생이 있다면 우리는 모두 한때 물고기였다. 이제 초등학교 5학년인 조카는 피구를 잘 한다. 그래서 꿈이 피구선수란다. 나는 어린 조카에게 피구는 올림픽 종목도 아니며 리그도 없다는 것을 설명할 수 없었다. 요즘 초등학교에선 티볼이라는 스포츠를 많이 하던데 티볼 선수를 꿈꾸는 아이들이 많이 생길 것 같다. 그러고 보면, 과학자를 꿈꾸던 그 많은 아이들은 모두 다 어디로 갔을까. 내가 속한 ‘간차한’ 동인에서 냈던 동인지 ‘나는 자주 너의 동쪽 섬을 보고 가리어진 남극을 본다’의 처음 제목은 ‘잠자는 고양이는 이상한 도시를 떠돈다’였다. 허지웅 영화평론가는 ‘고양이면 다 돼’라며 고양이 현상을 비꼬긴 했지만 고양이는 정말 전지전능하다. 고양이를 꿈꾸는 아이도, 해녀를 꿈꾸는 소녀도, 피구 선수를 꿈꾸는 조카도 그 꿈을 오래오래 간직하기를 바란다. 현실과 타협하지 말기를 바란다. JTBC 방송 프로그램 ‘히든싱어’에는 모창 가수들이 나오는데 대개 가수를 꿈꾸거나 한때 가수를 꿈꿨던 사람들이다. 이선희 편에서, 한 일반인 출연자가 이렇게 말했다. ‘가수의 꿈은 포기했지만 노래의 꿈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아름다운 말이다. ‘언니네 이발관’의 이석원은 ‘가장 보통의 존재’를 노래하는 것도 부족하다 느꼈는지 산문집도 냈다. 가장 보통의 존재로 살아가야 하는 점을 모른 채 꿈을 좇다 좌절 모드에만 빠지는 범상한 어른들은 불행한 것일까. 후배 K가 이제 그만 공무원 시험을 포기하겠다고 한다. 나이도 들고, 결혼도 해야 하기 때문에 공무원이라는 꿈을 접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름부터 재미있는 김개미 시인은 동시 ‘나의 꿈’에서 ‘얼룩말 똥 정도는 맨손으로 집는’ 사육사가 되고 싶은 아이를 통해 동심을 붙잡고 있지만, 김세홍 시인은 행동하지 않는 꿈은 악몽이라며 술자리에서 일갈하더라.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의 삽입곡 중에서 ‘모임 별’의 ‘2’를 듣고, ‘언니네 이발관’의 ‘가장 보통의 존재’를 흥얼거린다. ‘모임 별’의 노래들이 꿈처럼 흐른다. 그러고 보니, 꿈은 자장가나 마찬가지다. ‘Penguin Cafe’처럼, ‘티미르호’처럼. / 현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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