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G_1576.JPG
▲ 안민찬 한라동물병원장이 덫에 걸려 구조된 노루 영상을 보여 주며, 노루보호와 동시에 농작물 피해 해결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전문인들이 기부와 나눔 정신을 갖고 사회 활동에 나서야 할 때다” 

안민찬(63) 한라동물병원장이 오는 10월 5일 오전 9시 제주시 구좌읍 김녕해수욕장 앞 구좌생활체육공원에서 출발하는 제7회 아름다운 국제마라톤에 천연기념물 진돗개를 기부하며 한 말이다.  

안 원장은 고교시절, 학교 옆 ‘가축병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수의사의 꿈을 키웠다. 그러다 지난 1992년 제주도에서 처음으로 동물병원을 개원했다. 당시 가축병원만 있던 제주에 안 원장은 반려동물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동물병원 간판을 내걸었다.

오래전부터 제주 야생동물 치료를 도맡아왔고, 지난 2010년에 ‘제주야생동물구조센터’ 설립에 앞장서기도 했다.

안 원장은 특히 노루보호 운동에 힘쓰고 있다.

안 원장은 “충남 태안에 천수만이 있다. 많은 철새들이 찾는 철새 도래지다. 철새들로 인해 벼 피해를 받지만, 오히려 쌀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며 “철새들이 찾는 지역이라는 말은 곧 청정 환경이란 말이다. 오히려 청정 이미지로 고소득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주의 노루도 마찬가지다.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제주 고유의 생물”이라며 “중산간 난개발로 노루의 서식처가 망가졌기 때문에 점점 민가로 내려오는 것이다. 중산간에 개발된 골프장 3~4곳 정도만 노루를 위한 생태공원으로 조성한다면 많은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아름다운 마라톤에 함께하는 이유는 ‘기부와 나눔’ 슬로건 때문이라고 했다.
 
안 원장은 “이제는 전문인들이 기부와 나눔 정신에 입각해 사회활동에 나서야 할 때다. 아름다운 마라톤도 그날 행사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참가자들의 참가비 일부가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이는 점이 작지만 큰 캠페인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또 안 원장은 “나눔의 정신이 제주도 사회 곳곳에서 전개돼야 한다. 이번 마라톤을 통해 제주도의 아름다운 자연을 참가자들에게 선보이는 것도 나눔의 일부라고 생각한다”며 “참가자 모두가 멋진 추억을 남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IMG_1590.JPG
▲ 안민찬 원장.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 

-아름다운 마라톤에 진돗개를 기부한다고 들었다. 그 이유는.

"아름다운 마라톤의 슬로건이 ‘기부와 나눔’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정신이 맘에 와 닿았다. 자기만 잘살면 된다는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사회와 더불어 잘 살아야 하고, 그 속에 동물도 포함돼야 한다. 그런 의미로 진돗개를 기부하기로 했다"

-20여년 넘게 야생동물 보호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최근 노루가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됐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노루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동물이다. 노루와 유전자와 일치하는 동물은 없다. 세계적으로 보호해야할 동물인데 유해동물로 지정한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물론 노루로 인한 농작물 피해도 크다. 이는 무분별한 중산간 개발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중산간 난개발로 노루의 서식처가 사라졌고, 노루는 먹이를 찾아 점점 민가로 내려온 것이다. 우리가 스스로 자초한 일이다.

다른 나라처럼 생태공원을 조성해 농작물에 피해주는 야생동물을 포획한 뒤 생태공원에서 키우면 된다. 체험장을 만들고, 사람들이 관람할 수 있게 만들면 새로운 생태 관광지가 형성되면서 동물들의 서식지도 생기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농작물 피해도 줄어든다"

-반려동물(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동물) 매개활동을 준비한다고 들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인가.

"나눔의 일부라고 보면 된다. 훈련된 반려동물을 통해 독거노인, 양로원, 장기 환자, 어린이 등과 교감을 나눠 정서적 안정을 주는 것이다. 해외나 다른 지역에서는 진행중이지만, 제주도는 아직 부족하다. 자원봉사자를 모집해 내년부터 봉사에 나설 예정이다"

-다양한 곳에서 기부와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동물이 살기 좋은 자연이 인간이 살기 좋은 곳이라고 생각한다. 난개발은 언젠간 인간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중산간 개발로 야생동물이 민가에 내려와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것처럼 말이다. 제주도민 모두가 제주라는 섬 자체에 주인의식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러면서 아름다운 마라톤의 ‘기부와 나눔’ 정신이 다양한 곳에서 이뤄져 인간, 자연, 동물 모두 잘 사는 제주가 됐으면 한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