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을 맞아 유럽으로 자유여행을 떠났다. 유럽에 있는 많은 나라 중 어느 나라를 갈까 행복한 고민 끝에 이탈리아 로마를 선택했다. 로마제국의 중심지인 로마에서 사진으로만 봤던 고대 유적을 직접 눈으로 살피고 만져보고 싶었다.
로마에는 광장이 많았다. 조금만 길을 걷다보면 커다란 탑이나 기둥이 있는 광장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광장의 규모는 각각 다르지만 로마 유적이 눈앞에 떡하니 나타나니 10분마다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로마는 고대부터 지금까지 수 천년동안 중심지였다. 그에 걸맞게 로마에는 수많은 고대 건축물이 쉽게 보였다.
유적들의 역사를 알고 싶어 이탈리아 로마에서 가이드 투어를 받았다. 담당 가이드가 로마 곳곳에 있는 광장, 유적에 대해 설명해줬다. 설명을 들으면서 로마를 걸어다니니 바닥에 있던 돌멩이 하나도 대단하게 느껴졌다.
가이드가 ‘로마 땅 아래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들도 많다’고 말했다. 한 나라의 수도임에도 불구하고 로마에는 메트로(지하철)가 2호선밖에 없는 이유도 메트로(지하철)를 늘리기 위해 땅을 파면 땅을 팔 때마다 유물이 나와 공사를 중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란다.
로마의 유적은 오랜 역사를 간직했고, 그 시간 만큼 사람들 손에 만져졌기 때문에 ‘보수 공사해야 하노라‘며 아쉬움을 달랬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로마에 왔을 때, 더 완벽한 모습으로 보길 기대하며 발길을 돌렸다.
보수 공사 중인 몇몇 유적은 이탈리아 기업이 후원하고 있었다. 콜로세움은 패션잡화브랜드 토즈가 약 2500만 유로(360억 원)의 비용을 들여 공사 중이었고, 트레비 분수는 패션잡화브랜드 펜디가 약 212만 유로(31억 원)를 지원하고 있었다.
후원 이유는 간단했다. 브랜드의 디자인이 이탈리아 문화유산으로부터 창출됐고, 이탈리아의 문화유산은 누구도 보유하지 못한 미적 가치를 담은 고유의 전통성을 대변하기 때문이란다. 또 이탈리아의 문화와 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행동이야 말로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아닌가 싶다.
평화박물관관장은 일본에 매각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로 국내에서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평화박물관은 제주도와 문화재청이 매각하기로 결정해 일본에 팔리지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의 반대가 없었다면 평화박물관은 일본에 매각돼 다른 박물관으로 변했을 것이다.
이탈리아는 자신들의 유산이 역사적으로 얼마나 소중한지 알리기 위해 그것을 보호하려고 한다. 이에 천문학적인 돈이 든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탈리아가 유적을 유지, 복원하려는 이유는 과거 로마 시대의 역사를 그대로 지키고 싶기 때문일 테다.
내가 로마의 역사를 보고 느낀 것처럼 제주도에 온 관광객도 제주도의 역사를 보고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평화박물관처럼 제주도의 역사를 돌아볼 수 있는 곳이 재정난으로 매각되거나 사라지기 않게 제주도만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이 필요할 때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