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선의 꽃과 함께] 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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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하. ⓒ고봉선

  추석이 다가오면 으레 ‘양하가 열렸겠구나.’ 하면서도 쉽게 들춰보진 않는다. 당연히 수확시기도 놓치고 만다. 녀석이 줄기는 무성하여도 겉으로는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6개월, 제대를 눈앞에 둔 막내가 추석 이튿날 휴가 나왔다. 녀석은 초등학교 때부터 아이답지 않게 양하를 좋아했다. 톡 쏘는 향이 좋다나 어쩐다나.
  녀석을 위해 겉절이라도 해볼까, 양하 앞에 섰다. 잎을 젖혔다. 모기떼가 우르르 몰려든다. 덤빌 테면 덤벼라, 물러서지 않았다.
  무릎을 꿇으란다. 바닥도 내려보란다. 그게 곧 세상 사는 순리란다. 한마디 대꾸 없이 무릎을 꿇었다.
  아, 혹시나 했을 뿐 차마 생각지도 못했었는데……. 거기 손바닥만 한 넓이에 올망졸망 양하꽃이 날 보며 웃고 있었다. 풍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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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하. ⓒ고봉선

양하

한 발짝 다가서고 줄기 살짝 들춰보렴
무릎도 꿇어보란다 때론 머리 숙이면서
바닥에 붙어 핀 양하, 혀를 차네 쯧쯧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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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하. ⓒ고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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