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1편] 골프장 경제효과의 허구
교래곶자왈 한라산리조트와 선흘곶 묘산봉관광지구

 골프장으로 제주의 온몸이 몸살을 앓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제주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비극적 결말을 맞을지도 모른다. 특히, 제주의 보물이라고 할 수 있는 곶자왈 지역에 들어서는 골프장은 치명적인 문제를 안고있다. 최근 환경영향평가심의회를 통과한 한라산리조트가 들어설 교래곶자왈, 조만간에 환경영향평가심의회가 열리게 될 묘산봉관광지구의 선흘곶이 그 대표적인 예다. 이 두 곳이 결국 최종승인되어 개발이 진행된다면 제주에서 개발 못할 곳은 한라산국립공원을 제외하고는 한곳도 없을 정도로 이곳은 제주생태계의 마지막 보루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절박함을 배경으로 앞으로 수회에 걸쳐 한라산리조트와 묘산봉관광지구를 논제로 하여 골프장으로 인한 제주의 개발문제를 짚어보고 바람직한 지역개발은 어떤것이야 하는지도 모색하고자 한다.

 

지난 2월 24일, 몇 년간 논란이 끊이지않던 교래곶자왈내의 한라산리조트 개발계획이 환경영향평가심의위원회에서 조건부동의로 통과되어 도지사의 승인과 도의회의 동의만을 남겨두고 있는 상태여서 결국 개발이 현실화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교래곶자왈은 원시림을 방불케하는 매우 우수한 자연생태계를 갖고있는 곳이다.

마찬가지로 제주에서도 가장 많은 희귀동식물들이 분포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매우 우수한 상록활엽수림을 갖고있는 선흘곶의 묘산봉관광지구도 최근 통합영향평가서 최종안이 제출되었고 3월안에 통합영향평가심의위원회 회의를 앞두고 있어 한라산리조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 이곳에 60만평의 골프장과 850실이상의 숙박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만약 이 두 곳이 최종 승인되어 개발이 진행된다면 제주에서 개발 못할 곳은 한라산국립공원을 제외하고는 한곳도 없다고 이야기 할 수 있을 정도로 한라산리조트와 묘산봉관광지구의 사업예정지는 제주의 보물이라고 할만한 우수한 생태계를 갖고 있다. 그렇기에 이 두가지 사업의 개발여부는 제주의 개발역사에서 중요한 분기점이라고 할 수 있다. 환경운동진영에서 그만큼 이곳을 중요시하고 있는 이유도 만약 이곳이 개발된다면 제주가 헤어날 수 없는 난개발의 늪으로 빠져들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 문제가 되는것은 이러한 개발로 인해 환경단체와 주민간, 주민과 주민간에 갈등이 고조되면서 지역사회의 공동체와해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원인이 일어나고 있는 큰이유 중 하나는 행정당국이 지역에 내놓는 청사진이 대규모 관광개발밖에 없었고 아직까지 농촌지역의 농업과 자연·문화를 살리면서 발전할 수 있는 바람직한 ‘친환경발전모델’이 없었기 때문이다.

# 농촌의 몰락으로 생긴 빈공간을 채우는 개발욕구

농촌의 경제가 무너지면서 지역주민들에게 농업을 통한 수익창출보다 지역에 대규모 자본이 유입되기를 바라는 욕구가 점점 강해지고 있다. 지금까지 정부는 극단적으로 얘기한다면 ‘농업포기정책’을 펴왔고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농촌에 대한 비젼을 세워주지 못하고 선심성 예산으로만 농촌정책을 시행하여왔다.

특히, 1995년 지방자치제 시행이후 지자체들은 세수확보를 위해 지역에 대규모 자본을 유치하는 것을 중요한 목표로 삼았기 때문에 전국은 그야말로 난개발의 광풍에 휩싸여 있다. 특히, 제주도는 1994년 제1차 제주도종합개발계획에 의해 3개단지 20개 관광지구를 지정하면서 외부거대자본을 끌어들이는데 도력을 집중해왔다. 이것은 제주도에서 관광지구를 미리 설정해주고 사업자에게 개벌 허가를 주어 그곳을 개발하도록 하는 형태인데 지금까지 제주 관광개발의 틀이 되었다. 결국 그동안 지자체의 개발드라이브 정책으로 인해 지역주민들에게 미래의 비젼을 대규모 관광개발이 아니면 안된다는 인식이 팽배하게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것이다.

하지만 제주 골프장의 미래가 밝지않다는 경제학자들의 경고가 적지않게 들리고 있음에도 지금 제주는 머지않아 골프공화국이 될 처지에 놓여있다. 제주도당국에서 골프장 확대정책을 집요하게 추진하고 있고 지역주민들도 별무리없이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제주도당국이나 사업자는 이러한 개발로 인한 갈등을 환경단체와 지역주민 또는 개발찬성 주민과 개발반대 주민의 대립구도로 만드는 교묘함을 보이고 있다.

과연 제주가 가는 이 길이 지속가능한 미래로 갈 수 있는 길일까? 개발반대를 외치는 환경단체의 목소리는 한쪽만을 생각하는 외곬수의 목소리며 과연 제주발전을 위한 부수적인 외침에 불과한 것인가?

▲ 이 원시림에 한라산리조트가 건설된다
# 제주지역 난개발의 주범 - 골프장

제주도에는 현재 운영중인 골프장과 함께 공사중, 계획중, 절차승인중인 골프장을 합하면 무려 40개에 이를 전망이다. 제주지역 경제의 양대축 중 하나가 농어업인데 수입개방과 농어촌 정책의 부재로 인해 몰락하고 있어 또 다른 축인 관광산업에 제주도당국은 ‘올인’하고 있는 형국이다.

관광산업의 경우에는 골프장을 핵심으로한 대규모 개발계획이 주를 이루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골프장들이 대부분 지하수 함양 지대인 중산간지대와 곶자왈지역에 난립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서부지역 중산간의 경우 제주신안c.c, 캐슬렉스c.c, 로드랜드c.c, 나인브릿지c.c,, 엘리시안c.c 등이 서로 거리를 가까이 한 채 집중되어 있을 정도이다.

골프장은 지하수의 고갈과 오염뿐만 아니라 하천과 바다의 오염, 생태계 파괴, 토양오염 이외에도 여러 가지 심각한 문제점을 낳고 있는 명백한 오염원이며 제주 고유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시설이다.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당국은 경제적 효과를 운운하며 골프장을 한곳이라도 더 허용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 골프장의 경제효과는 과장되었다

제주도당국과 사업자들이 주장하는 골프장의 경제효과에 대해서도 되짚어 보아야 한다. 현재, 골프왕국 일본의 골프장도 위기에 처해있다. 많은 골프장들이 도산하고 있는 형편이다. 우리나라에도 수많은 골프장이 세워져있고 공사중이고 계획중이다. 하지만 항공료가 비싼 제주도의 경우, 앞으로 제주도에 들어서게 될 40개의 골프장이 모두 세워진 이후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과연 육지부와의 경쟁력이 있을 것인가하는 점이다.

▲ 보통, 골프장의 취수량은 삼다수 공장을 능가한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도 최근 몇년간 전국적인 골프장 건설붐이 일면서 향후 4∼5년 후에는 공급과잉상태에 접어들 것이라는 분석을 하였다. 이 연구소는 골프인구를 감안해 2010년의 적정 골프장수를 347개소로 추정했는데, 골프장 건설붐으로 80~130개소가 초과공급되면서 경쟁력없는 골프장의 도산이 속출할 것으로 우려했다.

2004년 11월 18일, 여야 의원 30명이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정부의 무분별한 골프장 증설에 반대하는 노(No) 골프 선언'을 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현재 전국에 골프장 262개가 운영 또는 건설 중인데 여기에 최근 정부의 방침대로 230여 개를 추가 허가한다면 골프장이 전 국토의 0.5% 이상을 잠식할 것"이며 "골프장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지, 환경 파괴와 주민 피해 규모는 얼마인지에 대한 엄밀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앙대 체육학과 교수 출신인 안민석 열린우리당 의원은 "박사학위논문 주제가 ‘골프의 정치경제학’이다"고 운을 뗀 뒤 "생활체육 참여자 750만 중 300만 명이 골프 인구라는 정부 발표를 믿기 어려우며, 정부는 골프 관련 기초통계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80년대에 무분별하게 골프장을 증설했던 일본에서도 몇 년 후 골프장들이 줄도산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제주도당국이 내놓는 골프장 경제효과의 허구

2004년 11월말, 제주도가 개장되거나 예정 중인 골프장 5개소에 대한 경제효과를 내놓았었다. 제주도에 따르면, 총 5개소 골프장으로 인한 경제적 파급효과는 1조 5천여억원이 창출되었고, 그간 고용된 인원만도 3만 2천여명으로 고용된 것으로 발표하였다.

골프장 입장료 인하 및 신규골프장 건설과 관련 그간 잇달아 발표되어 온 경제효과론은 정부당국과 상공회의소 등 일부 경제학자들의 논리가 일방적으로 홍보되었었다. 제주도는 이 통계가 한국레저산업연구소의 발표자료상에서 제시된 산업연관표상의 ‘레저산업승수’를 그대로 적용 산출하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최근의 골프장 건설추세와 동떨어진 기대효과만을 근거로한 셈이다. 도가 보도자료를 통해 인용한 레저산업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골프장 건설로 인한 ‘간접효과’를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지역골퍼들의 타지역 유출을 억제하는 동시에, 외지 골퍼의 유입 등으로 지역내의 숙박시설, 주유소, 식당, 특산물 판매 등으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 또한 경제성이 떨어지는 유휴임지, 야산 등지에 회원제 골프장이 건설되면, 주변환경이 개선되는 동시에 수목, 잔디 식재 등으로 자연보호의 기능이 더 강화될 수 있다.”

위의 서술 자체도 내용적인 문제를 포함하고 있지만, 이를 그대로 적용하더라도 발표대상이 된 골프장들은 대부분 골프장내 골프텔, 콘도와 같은 숙박시설과 식당, 특산물 판매장 등을 갖추고 있어, 위의 내용과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오히려 이러한 골프장내 숙박시설 등의 문제가 도내 ‘관광업계의 위축 원인’이라고 지적되고 있는 실정이다.

▲ 골프장은 기존의 모든 생태계를 파괴하고 들어선다
뿐만 아니라, ‘자연보호 기능’ 과 관련해서는 발표대상이 된 일부 골프장이 우수한 ‘곶자왈’ 지대와 산림대를 개간 조성되었다는 점에서 오히려 이는 간접효과가 아닌 ‘비용’의 측면에서 다뤄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골프장은 ‘경제성이 떨어지는 유휴임지, 야산 등지’에 건설되는 것이 아니라 가치를 헤아릴 수 없는 생명의 숲인 ‘곶자왈’같은 곳에 집중적으로 들어서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제주도의 발표는 위와같은 내용을 경제효과의 ‘승수’로서 그대로 인정한 산업연관표를 고스란히 적용시켜 산출된 결과라는 점이다. 이는 그 자체로 부풀려진 허구적 통계라고 밖에 할 수 없다.

고용인원과 관련해서도 3만 2천여명으로 밝히고 있으나, 이는 ‘연인원’에 해당하는 수치임에도 이를 정확히 명시하지 않아 사실상 여론을 호도하고 있을 뿐 아니라, 골프장별 고용현황도 골프장업체의 사업승인서류상의 내용을 고스란히 반영해 실제 고용현황과 차이를 보이고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고용유형에 관한 것이다. 도 당국은 골프장 “운영에 필요한 인원 1,193명 중 약 78%의 인원(930명)을 제주지역주민으로 기채용 또는 채용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하고 있는데, 78%에 해당하는 지역주민 고용의 고용유형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없기 때문이다. 골프장 지역주민 고용형태가 극히 일부의 정규직을 제외하고 일용직, 계약직 등 비정규직으로 사실상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사실인데도 정확한 실체를 제시하기는커녕, 고용효과로 내세우는 것은 이 또한 여론호도에 불과하다.

제주도가 이번 발표의 근거를 제공받았던 한국레저산업연구소의 2004년 6월 발표에 따르면, 제주도 골프장의 비중은 전국 대비 2004년의 8.3%에서 12. 5%로 상승하게 될 것이며, 이에 따라 2010년이 되면 공급과잉에 따른 ‘골프장 도산’이 속출할 것이라는 전망을 제출하고 있다. 이는 특히 2004년 발표한 정부의 골프장 230개 추가건설정책으로 더욱 가속화 될 전망이다. 때문에 지금은 무리한 골프장 증설보다는 골프장 건설로 인한 비용/효과를 객관적이고 엄밀하게 따지고 정책의 방향을 정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기이다. 이를 위해 ‘비용’측면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채 ‘편익’위주의 부풀리기식 일방적 경제효과론을 내세우는 제주도는 단기간의 수익만을 바라보는 우매함을 보이고 있고 결국 이것은 골프장 확대정책으로 이어지고 있는것이다. 최근, 한라산리조트의 환경영향평가심의회의 조건부동의 통과가 이뤄진 사실은 이것을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 교래곶자왈에는 이처럼 희귀식물이 군락으로 분포하고 있다
# 누가 이곳을 감히 개발할 수 있다고 말하는가? - 교래곶자왈

교랠함덕 곶자왈은 돔배오름의 북측 해발 486미터 부근에서 시작되어 함덕해수욕장까지 평균 2-3킬로미터의 폭으로 연장 12킬로미터에 걸쳐 분포하는 곶자왈이다.
특히, 팽나무, 단풍나무, 때죽나무 등 낙엽활엽수가 우점하는 2차림지역으로 곶자왈 특유의 지형․지질의 영향으로 다른 2차림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생태학적인 특성을 갖고 있다. 또한 돔형태의 지형이 발달하면서 붉가시나무 등 상록활엽수가 점상태로 분포해 좁은 공간에 다양한 식생형태가 공존하는 특이한 식생구조를 포함하고 있다.

교래리 곶자왈 지대는 지역 주민들에게는 ‘뒷곶’(고지)이라고 불리어왔다. 마을 뒤에 있는 숲이라는 뜻이다. 교래리는 조천읍 마을 가운데 가장 한라산과 가까이 있어 예로부터 사냥과 목축이 많이 이뤄졌다. 조선시대에는 교래리 녹산장(제동목장 일대)에서 군마를 길러 진상했으며 사슴과 멧돼지, 노루, 꿩 등을 사냥했던 기록이 있다. 마을 주민들의 증언에 의하면 뒷곶은 예로부터 노루를 비롯해 동물들이 많이 살아 사냥터로 유명했고 멧돼지는 30년대 초, 사슴은 44년도까지 잡혔을 정도로 풍부한 숲을 자랑하고 있다.(제민일보 곶자왈 특별취재반)

한라산리조트 사업예정 부지만 하더라도 녹지자연도 7등급인 낙엽활엽수림이 전체의 50%를 차지하고 있다. 더구나 환경부 멸종위기종 Ⅱ급인 으름난초가 자생하고 있고, 희귀식물인 골고사리, 말나리, 백량금, 사철난, 새우난초, 금새우란, 한라돌쩌귀 등이 분포하고 있다.

특히, 환경영향평가서상에 나오지않은 환경부 멸종위기종 Ⅱ급인 애기뿔소똥구리가 집단적으로 서식하고 있음이 발견되었고 세계적으로 제주지역에만 자생한다는 가시딸기군락지도 발견되어 희귀동식물의 보고임을 말해주고 있다.
도내 곶자왈 가운데서도 남방계와 북방계의 식생이 공존하는 곶자왈의 특징을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곳일 뿐만 아니라, 어느 곳보다도 양치식물의 분포가 다양한 ‘양치식물의 보고’임이 전문가들에 의해 입증되었다.

이에 더하여, ‘애기뿔 소똥구리’의 집단서식실태는 교래곶자왈 개발예정지가 다양한 식생만큼이나 곤충의 다양성 또한 얼마나 뛰어난 곳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전문가의 자문에 따르면, 이 지역은 곤충의 종 다양성 면에서는 오히려 한라산 국립공원이나 다른 곶자왈 지역보다 그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을 정도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지난 2월 24일, 교래 곶자왈에 들어설 예정인 한라산리조트 개발사업이 제주도 통합영향평가심의위원회에서 '재심의'결정이 난지 20여 일만에 '조건부동의'됐다. 결국, 그동안 뜨거운 논란이 되어왔던 한라산리조트 개발사업은 이제 도의회의 동의절차만을 남게 됨으로써 개발이 현실화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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