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사람 레코드] (27)  Scars Into Stars / 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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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rallel Moons / 뎁 (2008)

객원이라는 말이 좋다. 객원(客員)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어떤 일에 직접적인 책임이나 상관이 없이 참여하는 사람.’이라고 나와 있다. 아무런 상관이 없으면서 참여할 수 있다니. 그 말은 유목, 제3세계, 여자 축구, 온두라스, 이슬람교를 닮았다. 무엇보다 객원이라는 말과 가장 동일시할 수 있는 말은 ‘히피’이다. 뎁은 ‘페퍼톤스’의 객원보컬이었다. 우정 출연한 배우 같아서 단맛을 낼 수 있었다. ‘21st Century Magic’을 지나 ‘Ready, Get, Set, Go!’를 외친다. 그런데 연진과 뎁은 목소리를 구별하기 어렵다. 그것을 의식했는지 모르겠지만 각자의 솔로 음반에서 그들의 목소리는 확연히 달라진다. 요조, 타루, 연진, 뎁. 연이어 듣다보면 새벽 다섯 시에 편의점에서 사발면을 먹는 기분이 든다. 월요일 낮에야 학교에 가는 고등학생 같은 기분이 든다. 넷은 골라먹기 좋은 아이스크림 같아서 때때로 냉동실을 열면 된다. 오늘은 블루베리를 토핑한 바닐라 아이스크림이다. ‘뎁(deb)’은‘거리를 배회하는 사춘기 불량소녀’라는 뜻이다. 그래, ‘배회’. 객원은 ‘배회’와 어울린다. 많이 배회하지 않고 어른이 된 어른처럼 불쌍한 어른도 없다. 요즘 올레길이 인기인 것도 뒤늦게 배회하려는 사람들의 욕구이리라. 미성년자 중에 올레길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찾기는 어렵다. 헤비메틀 밴드를 따라다니는 소녀팬들은 오럴은 할 수 있어도 삽입은 안 된다며 선을 긋는다고 한다. 그러한 단호함이 객원이라는 말에 있다. 여기까지, 그만, 이제. 안녕. 객원은, 보육원에 맡겨진, 루소의 아이들 같다. 한여름에 털모자를 쓴 소녀 같다. 마치 계피가 ‘브로콜리 너마저’에서 ‘가을방학’으로 명의 변경을 한 것이나 남상아가 ‘허클베리 핀’에서 ‘3호선 버터플라이’로 환승한 것이나. 그나저나 ‘롤러코스터’의 조원선은 요즘 뭘 하나. / 현택훈(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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