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나눔 릴레이] (24) 성대림 서귀포의료원장

참가와 동시에 참가비의 일부가 자동 기부되는 ‘아름다운제주국제마라톤대회’, 어려운 이웃들을 향한 ‘사랑의 연탄나눔’을 통해 지역사회에 기부와 나눔의 홀씨를 퍼뜨려온 [제주의소리]가 한국의 대표 사회적기업 ‘아름다운 가게’ 신제주점(매니저 김정민)과 새로운 프로젝트를 펼치고 있다. 제주지역 명사(名士)는 물론 나눔행렬에 동참한 일반 시민들이 각자 사연이 깃든 소중한 물건을 기증하는 ‘아름다운 나눔릴레이’이다. 이 소중하고 특별한 물건의 판매 수익금은 제주여성장애인상담소를 통해 출산·육아 비용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장애인 산모들에게 전달된다. [제주의소리]는 기증품에 얽힌 사연을 통해 나눔과 공유의 가치를 확산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IMG_1224.JPG
▲ 성대림 서귀포의료원장. ⓒ 제주의소리

성대림 외과 전문의는 서귀포에서 자신의 이름을 단 병원을 내고 묵묵히 지역주민과 만나왔다. 그게 26년이나 됐다. 한 번 그의 병원 문 앞을 지나쳐보지 않은 서귀포시민이 없을 터다.

그런 그에게 2014년은 잊지 못할 해다. 올 봄에는 그의 첫 시집 ‘폐동이왓’이 발간됐고, 여름에는 서귀포 지역거점공공병원인 서귀포의료원의 원장으로 임명됐다. 두 가지 다 그의 삶에서 놓치기 힘든 중요한 의미들이다.

사실 ‘의사’와 ‘시’는 퍽 어울리지는 않는 조합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누군가에 대한 ‘치유’라는 데는 방향이 일치한다. 그래서 하얀 가운 그리고 펜과 종이는 통하는 구석이 있는 모양이다.

이번 아름다운 나눔 릴레이 기증품으로 내놓은 자신의 첫 시집 ‘폐동이왓’은 일상 속에서의 자기고백과 성찰, 자연 속에 녹아든 따뜻한 마음을 품고 있다. 시집 이름 자체가 그의 고향인 제주 이호의 지명에서 유래됐다.

최광림 문학평론가는 “시의 테마나 모티프는 내 먼 곳이 아니라 바로 가까운 곳에 널려 있다”며 “성 시인의 시를 ‘일상과 자연의 합일, 그 정한의 미덕으로 규정한 것은 성 시인 작품들이 시의 성립요소나 기본기에 충실했다는 반증”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평일 오전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다소 멋쩍은 듯 하면서도 차분하게 자신이 시를 쓰게 된 계기와 그로 생긴 변화를 털어놓았다. 자신이 원장으로 있는 서귀포의료원에 대해서 이야기를 꺼낼 때는 자신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시 쓰니 돌아보고 반성하게 돼...서귀포의료원 점점 발전하고 있어”

“글을 쓴다고 하는 것은, 세상을 향한 자신만의 몸짓이면서 지난날에 갇혀 있던 내 분신들을 하나씩 깨워 내게로 데려오는 작업이었다.” - 시집 ‘폐동이왓’ 작가의 말 중

IMG_1208.JPG
▲ 성대림 서귀포의료원장. ⓒ 제주의소리

- 시를 쓰게 된 건 비교적 최근의 일인 것 같다. 의사가 시를 쓴다니 다소 신기하기도 하다. 시를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원래 시를 쓴 건 아니었다. 2004년 방송통신대 국문학과를 다녔는데 학과에서 시화전을 하는데 작품을 제출해야했다. 자꾸 독촉을 받아서 할 수 없이 끄적끄적해서 낸 것이 시를 쓰게 된 계기다. 그 이후 틈틈이 글을 썼다. 그 때 즈음 현대문예제주의 조옥순 회장님이 자꾸만 등단하라고 말을 하는 것이었다. 안 할거라고 버텼는데 결국 졌다. 2009년 10월 현대문예제주로 등단했고, 금년 4월에 나온 첫 시집이 바로 이 ‘폐동이왓’이다.”

- 첫 시집인 만큼 의미가 각별할 것 같다. ‘폐동이왓’에는 어떻게 구성돼 있다.

“일상적인 이야기, 주로 생활하면서 느꼈던 글로 표현한 것들부터 계절에 관련된 것들, 개인적인 추억과 느낌, 옛 회상, 가족사, 내가 방황할 때 느꼈던 마음을 담았다.”

- 시를 쓰고 난 뒤 그 전과 다른 변화도 생겼을 법 하다.

“아무래도 시를 쓰려고 하다보면 생각도 하고, 집중도 해야한다. 어쩌면 시를 쓰기 전까지 자신이 대해서 돌아볼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시를 쓰면서 사는 것에 대해, 또 우리 인생에 대해, 내와 내 주변 사람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있게 생각하고 반성하게 됐다. 또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서 고민도 하게 됐다. 그 전보다도 생각하는 시간과 깊이가 달라졌다.”

- 요새도 시를 계속 쓰나?

“지금도 하고 있다. 요 며칠 전에는 가파도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글로 써서 어제 직원들한테 읽어주기도 했다. 주말에 나와서 수고한다는 의미로 낭송을 해줬다.(웃음)”

- 주제를 조금 바꿔보자. 올 8월 서귀포의료원장으로 임명됐다. 응모 계기는 무엇이었나.

“원래 서귀포의료원 이사를 맡고 있었다. 처음에는 원장에 응모할 생각이 없었는데 공모 시기 때 주위에서 권유를 많이 받았다. 좀 고민을 했다. ‘내가 그냥 대림의원 원장으로 남으면 내 인생이 편하게 이어질 순 있겠지만 더 나이가 들기 전에 지역주민들을 위해서 봉사를 해보자’는 마음이 들었다. 힘은 들겠지만 한 번 해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 이제 취임 한 달 째다. 서귀포의료원의 선결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나.

“전임 원장께서 추진하던 심혈관 센터, 24시간 산부인과 분만센터, 보호자 없는 병동과 같은 사업을 계속 추진해나갈 생각이다. 또 건강검진센터에 대한 홍보가 미미한 것 같아 그 부분을 강화할 생각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친절서비스를 강화해나가는 일이다. 이 부분은 정말 확실히 하고 임기를 마쳐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IMG_1204.JPG
▲ 성대림 서귀포의료원장. ⓒ 제주의소리

- 당장 ‘산남북 의료 격차’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보인다.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사람들이 서귀포의료원 시설이나 장비, 의료진 등이 많이 취약하다고 말했는데 사실 그 동안 많이 좋아졌다. 이젠 장비도 어디 내놓아도 뒤지지 않고, 의료진도 많이 보강됐다. 그런데 환자들이 인식은 속도가 좀 늦은 거 같다. 옛날에는 ‘서귀포의료원은 수준이 너무 낮다’면서 일부러 비용을 더 들여가면서 제주시로 가서 치료를 받는 경우가 많았는데, 앞으로는 그런 부분을 조금씩 줄여서 서귀포 지역 유일 종합병원인 서귀포의료원의 진면목을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의 편견이나 부정적 인식이 전에 비해서는 좋아지긴 했지만 더 바뀔 수 있도록 알리겠다. 주민들의 신뢰를 얻어서 가급적이면 산남에서 일어나는 모든 의료는 서귀포의료원에서 담당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 지역 주민들이 잊지 않고 찾아주는 것. 의료원으로서는 가장 기본이면서, 동시에 가장 기쁜 일일 것 같다.

“의료원이 비교적 많이 발전됐음에도 구서귀포 지역은 어느 정도 홍보가 됐다고 하지만, 주변 읍면지역에는 홍보가 잘 안돼서 아직도 제주시 쪽으로 멀리 다니는 주민들이 있는 거 같다. 그 분들한테도 홍보활동을 열심히 하고 신뢰를 얻어서 가급적으로 서귀포 의료원을 많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 그렇게 많이 이용하고, 의료원이 더 발전하면, 우리 주민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갈 수 있기 때문에 서로에게 좋은 부분이다.”

- 26년째 이 지역에 병원을 운영했고, 지역거점 공공의료시설의 원장까지 됐다. 앞으로 이 지역사회에 어떤 식으로 도움이 되고싶은 마음이 있을 듯 하다.

“이 지역에서도 각자 맡은 바가 있을 거다. 저 같은 경우는 의료를 담당하기 때문에 제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겠다. 우리 지역주민도 그렇고 관광차 오시는 내국인들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해 서귀포에 대한 좋은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 최근 상황을 보면 서귀포의료원은 앞으로 희망도 있고, 여기 부임해서도 직원들도 열심히 하는 모습을 봤기 때문에 앞으로 서귀포의료원이 지역 의료기관으로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편집자 주] 성 원장의 친필서명이 담긴 시집 '폐동이왓' 10권은 아름다운가게 신제주점(064-749-0038)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각별한 사연이 깃든 소중한 물건, 남다른 의미를 가진 귀한 소장품을 이웃과 나누고 싶은 분들은 아름다운가게 신제주점이나 제주의소리(064-711-7021)로 연락바랍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