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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사전검증-관리 소홀 ‘화’ 자초...‘제3자 화법’ 문제  

원희룡 제주지사의 ‘제일 기치’인 협치가 위기에 직면했다.  

시민사회와 야당, 나아가 도민사회와 권력을 나누겠다는 이른바 수평적 협치가 잇따른 ‘인사 실패’로 흔들리고 있다.

결국 원 지사에게로 쏠린 책임론은 이제 사전검증 소홀을 넘어, 검증은 자기 몫이 아니라는 듯한 일종의 ‘유체이탈’(遺體離脫) 태도를 문제삼는 상황으로 번지고 있다.   

민선6기 출범과 함께 전면에 등장한 협치는 소통부재, 권력독점의 역대 도정과 비교되면서 큰 기대를 모았으나 시행착오로만 보기엔 너무 큰 구멍이 뚫렸다.  

협치가 이처럼 위기를 맞게된 데는 철저한 사전검증 부재와 함께, 왜 그들이 시장이 되어야 하는지 도민에게 이해를 구하는 노력이 부족했다는게 중론이다. 누구 탓도 아닌, 원 도정 스스로 화를 자초했다는 얘기다.

이기승 내정자에게 마지막 치명타를 가한 ‘중상자 1명’의 존재를 원 지사도 몰랐을 것이라는 얘기는 과연 사전검증은 있었는지 의심케한다.      

한 인사청문위원이 미국의 ‘워터게이트’를 거론하며 정작 대통령을 궁지에 몰아넣은 것은 사건 자체가 아니라 그 이후의 거짓말이라고 한 발언도 곱씹어볼 대목이다. 

일부 위원이 지적했듯이, 사실 25년 전 음주교통사고는 처음부터 명백히 털고 가고자 했다면 쟁점으로까지 비화될 사안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 내정자는 해명 과정에서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고, 결국 이게 그의 발목을 잡고 말았다. 인사청문특위는 이를 최고위 공직자로서 그냥 넘길 수 없는 흠결로 판단했다.

이 대목에서도 아쉬움은 남는다. 원 도정이 장기화될지 모를 시정공백을 우려했다면, 자신의 선택에 확신을 가졌다면 이 내정자에게 공직자로서의 태도를 일깨우는 훈수(?)라도 뒀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아쉽게도 45만 제주시민의 수장을 가리는 청문회는 개인 신상 문제에서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정책이나 소신, 능력은 뒷전으로 밀렸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사전에 개인의 신상, 이력 등을 완벽하게 스크린하는 것은 불가능하더라도 최소한 따질 것은 따져봐야 한다”며 “특히 ‘낙점 후에는 네가 알아서 하라’는 식의 대처는 멀쩡한 사람을 사회적으로 매장시키는 우를 범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 내정자가 자진사퇴를 발표한 7일 도청 청사는 온종일 무거운 분위기가 지배했다. 하나같이 말을 아꼈다.  

원 지사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원 지사는 인사청문특위의 부적격 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했다. 아울러 “도의회의 엄격한 잣대를 넘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공직후보를 지명하는 입장에서는 장점을 보고 내정하지만, 검증하는 입장에서는 단점을 추궁하게 된다”고 했다.

자신은 이 내정자의 장점을 보고 선택했는데, 인사청문특위는 단점을 추궁한 끝에 부적격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둘 다 할 일을 했다는 식으로 들린다.   

거기까지였다. 사전검증에는 문제가 없었는지, ‘예비 시장’에 대한 관리(?)에 모자람은 없었는지 자기반성은 빠졌다. 유체이탈이란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이지훈 전 시장 낙마 때도 상황은 비슷했다.

당시 휴가중인 원 지사는 총무과장을 통해 “도민들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는 했으나, “대단히 안타까운 일”이라고 예의 ‘제3자 화법’을 동원했다. 

휴가에서 돌아온 뒤에는 직접 “저와 아무런 친소관계도 없는 사람을 시장으로 임명했지만, 지역사회에서 받아들이지 못했고, 그분이 공인으로서 자기관리가 부족했다”며 낙마 책임을 당사자에게 돌렸다.

그리고는 추후 ‘시장 후보 엄선’을 약속했으나 결과적으로 공염불이 됐다.

이 내정자의 사퇴에도 원 지사는 공모 방침을 굽히지 않았다. 막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검증된 관료 출신 등용설’에 쐐기를 박은 셈이다.

제주시장 인선을 둘러싼 ‘원희룡표 협치’가 사실상 마지막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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