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딩크레딧 가까이보기서 만난 사람] 무술감독 정두홍

한국을 대표하는 정두홍 무술감독이 20대만 해도 한 해 받은 돈이 150만원 정도였다고 한다.

물만 먹고 두 달을 버틴 공포스런(?) 기억도 갖고 있다.

▲ 무술감독 정두홍.
“물만 먹으며 두 달 버틸 수 없을 것 같죠. 가능해요. 실제로 물로 배를 채우며 운동했었으니까”

고통의 세월에 보답하듯 그는 지난달 28일 경기도 파주에 10여억원을 들여'서울액션스쿨'을 새로 열었다.
'서울액션스쿨'의 대표 정두홍은 후학들에게 자신의 삶과 땀을 열심히 이전하는 과정에 서 있다.

67년 충북 부여에서 태어나 불혹의 나이에 접어든 그이지만 여전히 할 일이 많고 열정이 가득한 평범한 ‘스턴트맨’으로 살아가고 있다.

# 죽기 아니면 죽는거다

그는 자주 ‘죽기아니면 죽는거다’라는 말을 오르내린다.

스스로가 맨몸으로 시작해 몸만 믿고 살아온 세월이라 자부한다. 시련도 몸으로 이겨냈고, 기쁨도 몸으로 받아들였다. 지금까지 그랬고 앞으로 그럴 것이란 계획은 변함없다.

그가 얻은 경험은 그에게 강한 의지를 선물했다. 무수한 세월의 기록을 새긴 몸과 ‘독기’는 그에게 죽음도 불사하게 한다.

정 감독은 “나는 20대 시절 당돌하고 버르장머리 없었다”고 서슴없이 말했다.

그가 스턴트맨으로 본격 입문하던 시절 한국 스턴트맨의 세계는 당돌하고 버르장머리가 없이는 버티기 힘든 환경이었다.

모순과 문제점, 현실적인 어려움이 그를 감쌌다. 싸워서 바꿔야할 것들 투성이었다.

“일을 해서 받은 돈은 선배들의 갈취나 착취로 못받기가 일쑤였죠. 그런 사람들과 많이 싸웠습니다”

아마 이런 경험이 그에게'서울액션스쿨'을 탄생케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전에는 선배들이 스턴트를 하면서 많이 죽었어요. 저는 선배들처럼 주먹구구식으로 하기가 싫었어요. 한국 스턴트도 시스템을 갖추고 싶었어요. 한국에서 유명 액션배우가 나오지말라는 법은 없어요. 아마 이런 생각이'액션스쿨'을 차리게 한 것 같아요”

한국영화의 액션발전 과정은 더뎠다. 60~70년대만 해도 출충한 액션배우들이 국내에 많았다. 하지만 그들이 안정적으로 활동할 공간이 없었다. 홍콩 등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그러는 동안 한국 액션영화는 고유한 액션영화가 없었고 소재로 허덕였다. 한국식을 창조하기 보다 홍콩무술을 따라하는게 전부였다.

90년대 들어 '장군의아들'과 '테러리스트' '비트' '인정사정볼것없다' 등이 나오면서 한국 액션영화 발전 기운이 꿈틀거렸다.

한단계씩 발전을 거듭한 한국 액션영화 흐름을 정두홍 감독이 주도했음은 부정할 수 없는 명제다.

그야말로 몸만 믿고 죽기를 각오하고 달려든 결과였다.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면서 직업에 귀천이 있는 것을 알았어요. 한국에선 불모지고 열악한 환경을 갖고 있는 ‘스턴트’ 세계를 변화시키겠다고 다짐했죠”

# 세계 속의 ‘한국 액션영화’를 꿈꾼다

정두홍 감독의 ‘꿈’은 헐리우드와 겨루는 것이다. 그것도 한국식 액션으로 무장하고.

“'와호장룡'으로 와이어 액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우리는 와이어액션도 홍콩식, 헐리우드식이 아닌 한국식으로 개발, 도전장을 내밀어야 합니다”

정 감독은 헐리웃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우리것을 바탕으로 세계에 나가는게 우선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 액션도 이미 세계화에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한국 액션영화는 질이 낮다고 생각하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실제로 장예모 감독의 ‘연인’(장쯔이 유덕화 주연)의 무술감독인 정소동 감독도 정 감독이 참여한 ‘아라한 장풍대작전’(류승완 감독, 류승범 정두홍 주연)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한국내 액션 시스템이 열악하다는 것을 아는 정소동 감독이지만 영화 속 액션이 홍콩에 절대 뒤지지 않음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아라한 장풍대작전’의 클라이맥스 격투장면은 무려 30일이 걸렸다. 한국에서는 1분 가량 액션장면을 찍기 위해 일주일이 걸린다”

정 감독은'액션스쿨'을 통해 무술감독과 스턴트맨을 배출하는데 매진한다. 6개월마다 희망자를 모집해 무료로 무술연기를 가르치고 있다.
'액션스쿨' 속엔 정 감독의 꿈과 미래가 투영됐다. 한국 액션이 세계속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과정이자 한국영화 액션의 질을 높이는 거름의 역할이다.

‘싸이렌’(신현준 정준호 주연)의 김민수, ‘이것이 법이다’(김민종 신은경 주연)의 양길영, 권승구, ‘정글쥬스’(장 혁 이범수 주연)의 이홍표, 심재원 등의 후배들이 무술감독으로 데뷔한 예다.

현재 ‘김효선’이라는 여성 배우를 키우는 정 감독은 앞으로'액션스쿨'이 스턴트맨 뿐만 아닌 액션을 겸비한 정통 연기자를 키우는 양성소가 될 것이라 강조했다.

이미 헐리웃과 대적할 자신감은 무한한 그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