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릴레이 詩(5)] 오승국 시인

 

복수초

                                                                                                                         오승국
바람 소리가 스쳐 지난다
황량한 기운이 감싸 도는
한라 들판의 잡목 사이에서
노란 꽃 무리가 바람에 실려
여기저기 널려 있다
무자 기축년 환장한 그 시절
무도한 칼바람에
한아름 들꽃으로 사라져간
섬의 사람들
그 날 쓰러져간 혼백의 소리들
여기저기 사방 팔방에서
울부짖는 아우성으로 들려온다
한라산 들오름에
봄 햇살이 들기까지는
아직도 멀기만 한데
북풍한설 차가운 눈더미 위로
솟구쳐 피어난 노란 눈물꽃은
처절한 복수를 꿈꾸는 것이냐
대명천지에 밝은 부활을 소망하는 것이냐

오승국/1987년 '제주청년문학회'로 작품활동 시작. 공동시집 '바람처럼 까마귀처럼'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