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제주도당국은 무자비한 개발의 칼날을 거둬라!
선흘곶 묘산봉관광지구와 교래곶자왈의 한라산리조트

골프장으로 제주의 온몸이 몸살을 앓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제주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비극적 결말을 맞을지도 모른다. 특히, 제주의 보물이라고 할 수 있는 곶자왈 지역에 들어서는 골프장은 치명적인 문제를 안고있다. 최근 환경영향평가심의회를 통과한 한라산리조트가 들어설 교래곶자왈, 3월 9일에 통합영향평가심의회가 열리게 될 묘산봉관광지구의 선흘곶이 그 대표적인 예다. 이 두 곳이 결국 최종승인되어 개발이 진행된다면 제주에서 개발 못할 곳은 한라산국립공원을 제외하고는 단 한곳도 없다고 주장할 수 있을 정도로 이곳은 제주생태계의 마지막 보루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절박함을 배경으로 한라산리조트와 묘산봉관광지구를 논제로 하여 골프장으로 인한 제주의 개발문제를 짚어보고 바람직한 지역개발은 어떤것이야 하는지도 모색하고자 한다. 지난 첫회에서는 골프장 경제효과의 허구를 들추어보았고 한라산리조트가 들어설 교래곶자왈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 이번 2회는 개발업자의 편에서 개발편의를 최대한 주고있는 제주도당국의 브레이크 없는 개발정책을 엿보고 그 사례로 한라산리조트와 묘산봉관광지구를 다룬다.

▲ 묘산봉관광지구 전경 - 이곳에 130만평이 넘는 대규모 개발계획이 잡혀있다

# 개발을 위하여 법질서도 무시하는 제주도
최근 몇 개월동안 제주도당국의 도덕불감증이 위험수위에 다다르고 있다. 얼마전, 환경영향평가가 진행중인 묘산봉관광지구내에 드라마셋트장을 건설하기 위해서 편법 더 나아가 불법을 동원하여 허가를 주어 공사를 진행하는가 하면, 요 며칠전에는 환경영향평가심의위원회에서 조건부동의로 통과된 내용을 심의위원들의 현장실사때 버스안 회의를 통해 즉석에서 바꿔버리는 전무후무한 역사를 남기고 말았다. 제주도에서는 환경영향평가심의위원들이 결정한 일이라고 발뺌하지만 환경영향평가심의위원회의 간사역할을 맡고있는 제주도당국이 개발업자의 편의에 맞추어 회의를 진행시켰음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 묘산봉지구내의 드라마셋트장 공사현장

묘산봉지구내의 드라마셋트장의 경우, 환경영향평가가 진행중인 사업일 경우에 개별법에 근거하여 공사를 시행할 수 없다는 ‘사전공사시행금지의 원칙’이 분명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는 드라마셋트장이 급박하다는 이유만으로 허가를 해주고 말았다. 법을 지키는 행정당국이 스스로 나서서 법을 어긴 것이다. 더구나 제주도당국은 언론을 통해서도 편법을 했음을 시인하며 대승적인 이해를 부탁하는 뻔뻔함마저 보였다. 이런 논리라면 만약 개인이 법을 어기고 자연을 훼손했다더라도 단죄할 명분이 없을 것이다.
이것은 2005년의 경우에도 발생하였었다. 신화역사공원 예정부지인 서광곶자왈이 환경영향평가가 진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개별법에 의해 굴취허가를 내줘서 곶자왈의 수천그루의 나무가 훼손되는 사례가 있었다. 하지만 채 1년도 지나지않아 행정당국은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개발에 따른 환경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인 환경영향평가를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리는 일을 제주도당국이 앞장서서 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것은 제주도당국이 끊임없는 개발드라이브 정책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나오고 있는 현상이다.

# 곶자왈보전을 위한 최소한의 제어장치도 무력화하는 제주도
교래곶자왈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누구나 가보면 탄성을 내지르는 원시림인 교래곶자왈에 들어설 한라산리조트의 경우, 그동안 도민사회의 뜨거운 이슈가 되어왔다. 100만평이나 되는 사업부지에 들어서는 골프장과 리조트시설들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서가 부실하게 작성되었고 곶자왈훼손과 지하수문제에 대한 보전방안이 너무나 미흡했음에도 불구하고 통합영향평가심의회를 조건부동의로 통과했다.

이날 조건부동의는 이번계획에 대한 최소한의 제어장치였다. 곶자왈지역을 꾸불꾸불한 형태로 관통하게 설계된 골프장 진입로를 변경하는 것과 5만평의 곶자왈 훼손면적을 축소할 것 등을 조건부로 달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3월 3일, 현장답사에서 사업자가 '조건부 동의'에 따른 '곶자왈 훼손면적 축소'와 '진입로 변경'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자 예정에도 없던 회의를 버스에서 개최해 '조건부 동의'안을 철회해 버리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 책임은 ‘버스안 회의’를 인정하고 회의에 참여한 심의위원들이 져야 할 것이다. 심의회에서 최종결정한 공식내용을 불법적인 회의를 통해 바꾸어버린 것은 심의회의 권위를 스스로 무너뜨린 것이다. 하지만 더 큰 책임은 궁극적으로 제주도당국에 있다. 사실상, 심의회 회의 일정을 결정하고 진행하는 제주도당국이 법적절차를 무시하면서까지 회의를 강행했다는데에 원인이 있는 것이다.

제주도 당국이 28일 각 위원들에게 발송했다는 공문에도 '환경영향평가(환경분과) 심의시 보완조건 이행을 위한 현지확인 필요'에 따른 현지확인 계획임을 밝히고 있다. 특별법 시행조례는 심의회의와는 별도로 '위원장은 평가서의 내용을 검토·확인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위원 또는 전문가에게 현지확인을 실시하게 할 수 있다'라고 규정, 심의회의와 현장확인의 차이를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버스안회의는 특별법 시행조례가 규정하고 있는 명백히 회의절차를 어긴 것이다.

이처럼 제주도당국이 앞장서서 편법 또는 불법을 저지르며 개발업자를 비호하고 개발드라이브정책을 펴고 있는것에 대해 시민사회단체와 난개발을 우려하는 도민들은 심각한 위기감에 빠져있는 상태이다. 아직까지, 제주도에 골프장계획을 신청한 곳치고 승인이 안된 곳은 한곳도 없을뿐더러 지하수 함양지대인 중산간과 곶자왈에 집중적으로 들어서고 있는 골프장계획마저 통합영향평가심의를 무난하게 통과하여 승인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것은 결국 제주도의 강력한 개발의지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특히, 그동안 환경단체에서 제주도내에서도 상당히 중요한 지역으로 지목하고 있고 이미 여러 매체를 통하여 널리 알려진 선흘곶은 1994년 제주도당국이 지정한 3개 단지 20개관광지구중 하나인 묘산봉관광지구개발계획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여있다. 보전과 개발 논란의 상징적 장소였던 묘산봉관광지구가 개발된다면 앞으로 제주도의 개발정책은 더욱 탄력을 받아 가히 ‘브레이크없는 자동차’가 될 가능성이 크다.

▲ 선흘곶은 한반도 최대의 상록활엽수림이다

# 아! 생명의 숲, 선흘곶 - 1) 묘산봉지구는 선흘곶이 아니다?
선흘곶은 거문오름(서검은이)에서 분출한 용암류가 흐르면서 만들어진 곶자왈이다. 제주도지정 지방기념물로 지정된 동백동산과 현재의 묘산봉관광지구를 포함하여 예전부터 선흘곶이라 불러왔다. 하지만 개발업자와 제주도당국은 곶자왈 파괴문제를 건너뛰기위해 이곳을 곶자왈이 아니며 선흘곶도 아니라는 논리를 설파하고 있다.

곶자왈용암(아아용암)이 아닌 빌레용암(파호이호이용암)으로 이뤄져있기 때문에 동백동산과는 달리 묘산봉관광지구는 곶자왈도 아니며 선흘곶도 아니라는 것이다. 단지, 동백동산만을 선흘곶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아직까지 곶자왈에 대한 개념논란이 분분한 상황이므로 개념정리에 대한 좀더 깊은 분석과 학자간의 논의가 필요한 대목이다.

지금까지 제주도에서 곶자왈이라고 불러왔던 지역을 쉽게 정의한다면 ‘평지의 돌무더기 위에 숲과 덤불이 형성되어 있는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돌무더기라 함은 보통 곶자왈용암(아아용암)뿐만 아니라 빌레용암(파호이호이용암)까지 포함하는 것이다. 즉, 제주의 곶자왈은 곶자왈용암과 빌레용암이 혼재되어 있고 그 위에 식생이 자라 숲이 형성된 지역을 의미하는 것이다. 즉, 곶자왈용암이 있는곳만을 곶자왈이라 정의하는 것은 너무나 단편적인 해석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사업자가 주장하는 바와같이 동백동산과 묘산봉관광지구의 용암류가 똑같지는 않다하더라도 생태계는 결국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결국 동백동산과 묘산봉관광지구 전체를 선흘곶이라고 부르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사업자측에서 개발의 합리화를 위해서 마치 묘산봉관광지구는 선흘곶이 아닌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여론을 호도하고 있는것이다.

▲ 든지모를못 - 묘산봉지구내에는 많은 습지가 분포하고 있다
# 아! 생명의 숲, 선흘곶 - 2) 한반도 최대의 상록활엽수림은 최후의 숲이 될것인가?
어쨌든, 선흘곶은 그동안 한반도 최대의 상록활엽수림이라는 찬사를 받아왔다. 이미 1999년도 KBS환경스페셜(한반도 최대의 상록수림, 제주선흘곶)을 통해 선흘곶은 널리 알려졌다. 묘산봉지구의 경우에는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의 대상지로도 등록되어있다. 또한 도내외의 학자들과 수많은 시민들이 방문을 하고있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동백동산은 제주도지방기념물로 지정될만큼 우수한 생태계를 자랑하는 곳이다. 한라산을 제외하고 이처럼 평지위에 상록활엽수림이 풍부하게 있는 곳은 제주도내에 없을 정도로 이곳은 생태적, 학술적으로 중요한 지역이다. 약 70만평 규모의 동백동산은 우리나라 상록수 65종 중 31종이나 출현하는 곳이다. 가히 상록수의 천국이라 할 만하다. 또한 양치식물의 약 80%가 제주도에 분포하고 있는데 그중 상당수가 이 동백동산에 자리잡고 있다고 할 수 있을정도로 양치식물의 천국이기도 하다.

그리고 동백동산 옆으로 묘산봉관광지구가 자리잡고 있다. 묘산봉관광지구는 동백동산과 연결된 생태계로 볼 수 있다. 그러므로 만약 묘산봉관광지구 개발계획이 진행된다면, 한반도 최대의 상록활엽수림이라는 수식어는 사라질 수 밖에 없고 선흘곶의 가치도 상당히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동백동산에서 묘산봉관광지구로 이어지는 상록활엽수림군락은 ‘숲의 바다’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광대하다. 구좌읍 동김녕리에서 불리워지던 ‘해녀 노 젓는 소리’에 보면 “노가 부러지면 선흘곶에 곧은 나무가 없을소냐”라는 구절로 보아 과거부터 선흘곶지역에서 큰 나무들이 많이 생산되었음을 알 수 있다.

▲ 환경부 멸종위기종 -묘산봉지구내의 순채
# 아, 생명의 숲! 선흘곶 - 3) 희귀동식물의 보고
동백동산과 묘산봉지구의 공통점은 상록활엽수림과 함께 수많은 희귀동식물을 갖고있다는 것이다. 다만, 두곳 모두 선흘곶이라 칭하지만 다른점이 있다. 묘산봉관광지구의 경우, 숲뿐만 아니라 초지대, 습지가 함께 어우려져 있는곳이라 생태계의 다양함을 볼 수 있는 곳이다. 특히, 희귀동식물이 더욱 풍부하게 자리잡고 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제주도에만 자생하고 있는 제주고사리삼(환경부멸종위기동식물 Ⅱ급)의 최대군락지가 바로 선흘곶에 있으며 선흘곶 지역에서도 묘산봉관광지구내에 집중적으로 분포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업자가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 본안에도 사업지구내에 제주고사리삼 군락지는 60곳을 넘고 있다. 하지만 140만평을 육박하는 사업지구내에 제주고사리삼 군락지는 여러곳이 추가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것은 제주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의 최근 조사에서도 환경영향평가서상에 표기되지않은 제주고사리삼 군락지를 추가로 발견했을뿐만 아니라 드라마 태왕사신기 셋트장 공사과정에서 추가로 제주고사리삼 군락지가 발견되어 논란이 일기도 한 상황을 보면 쉽게 예측할 수 있는 것이다.

▲ 묘산봉지구는 제주고사리삼의 세계최대군락지이다
이처럼 선흘곶은 제주고사리삼의 세계 최대군락지면서도 환경부멸종위기식물인 순채, 개가시나무, 물부추가 분포하고 있고 환경부 멸종위기동물인 맹꽁이, 물장군, 비바리뱀이 서식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더욱이, 사업지구내의 습지와 상록활엽수림에는 천연기념물인 원앙이 집단적으로 도래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즉, 묘산봉관광지구는 제주도내의 어떤 지역보다도 풍부한 희귀동식물을 갖고 있는 곳이라 할 수 있다.

# 아! 생명의 숲, 선흘곶 - 4) 세계자연유산 등록후보지는 파괴되는가? - 동굴
최근 제주도에서 유네스코세계자연유산 등록 후보지로 신청한 3곳이 한라산천연보호구역, 성산일출봉 그리고 거문오름용암동굴계이다. 천연기념물 거문오름(서검은이)에서 시작한 용암류가 흐르면서 만장굴, 용천굴을 포함하여 선흘곶 주변에 수많은 동굴들을 만들어냈는데 이것이 거문오름용암동굴계이다. 거문오름용암동굴계안에는 만장굴을 포함하여 대림굴, 도틀굴, 대섭이굴, 김녕사굴, 당처물굴, 용천동굴 등 18개 동굴에 이른다. 이 때문에 거문오름은 2005년에 천연기념물로 지정이 된 것이다.

▲ 사업지구내의 묘산봉굴-거문오름용암동굴계에 포함된다

바로 묘산봉관광지구는 거문오름용암동굴계의 중심부에 자리잡고 있는 지역이다. 사업지구 내에 묘산봉굴이 위치해 있고, 만장굴과 사업지구는 불과 500M도 채 안된다. 제주도가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하려고 하는 지역은 거문오름용암동굴계의 전부가 아닌 만장굴 등 일부동굴지역에 국한하여 신청을 하였고 묘산봉굴은 포함이 안된 상태이지만 이 지역에 대규모 개발계획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 자체가 큰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제주도당국 스스로가 세계자연유산으로 신청한 후보지에 대해서 훼손을 하고 있는 모순된 행동을 하는꼴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중요한 생태계가 얼마안가 사라질 위기에 놓여있다. 제주도는 한라산리조트를 일사천리로 진행한 것처럼 묘산봉관광지구 계획또한 그렇게 몰아갈 가능성이 높다. 통합영향평가심의회를 3월 9일로 당겨놓았다. 3월 9일은 제주개발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기점이 될 것이다. 제주지역의 가장 중요한 보물중의 하나인 교래곶자왈과 선흘곶이 개발의 칼날앞에 무너질 수 있는 계기가 되는 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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