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대한승마협회(KEF) 홈페이지



[초점] 전국체전 승마대회 논란 들여다보니...제주대 경기장 규격 미달 아니 

'말(馬)의 고장' 제주가 요즘 전국체전 때문에 시끄럽다.  

오는 28일 제주에서 개막하는 제95회 전국체전 승마대회 개최장소와 관련해 말(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한체육회가 지난 21일 제95회 전국체육대회 승마대회를 인천 드림파크 승마장에서 열기로 결정하자 제주도는 이튿날 법적 대응 방침을 천명했다. 

제주도 전국체전기획단은 승마대회 '제주 개최 불가' 통보를 받은 21일 오후 제주도체육회, 제주도승마협회, 법률전문가 등이 참석한 가운데 대책회의를 열고 대한체육회가 사전 협의 없이 경기장을 배정했다는 점을 들어 철저한 진상 규명과 함께 대응에 나설 예정이라고 22일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이날 브리핑에서 방기성 제주도 행정부지사는 "손해배상 청구 등 이미 법률 전문가들과 검토를 끝냈다"며 "전국체전이 끝난 뒤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예고했다.

전국체전 규정에 따르면 경기장 배정에 있어 부득이한 사정으로 타 시도에서 개최될 경우 대회 개최 3개월 전까지 해당 시도(제주도) 체육시설 관리 주체와 협의하게 됐다.

당초 승마대회는 오는 29일부터 2일간 제주대학교 승마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이에 제주도는 지난 2012년 12월12일부터 60억25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제주대학교에 실외 주경기장(110X60m)과 실내 마장(80X40m), 마방(마굿간) 2동 58칸을 신축했다.

대한승마협회가 제주에서 열리는 승마대회 불참을 선언한 이유는 승마경기장 시설 미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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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대 승마경기장에 설치된 마방 58칸. 바닥에는 톱밥을 깔 예정이다.
대한승마협회는 21일 [제주의소리]와 전화통화에서 “말 먹이통은 시멘트고, 말 물통은 쇠로 됐다. 이로 인해 말들이 크게 다칠 수 있다. 4차례에 걸친 실사(實査)에서 나무 재질로 교체해달라고 요구했지만, 결국 교체되지 않았다”며 말 안전상의 문제를 제기했다.

또 마방(마굿간) 시설이 부족하다고 했다. 대한승마협회는 승마경기장 신축 당시 마방 300칸 이상을 지어야 한다고 제주도에 요구했다.

지난 2010년 완공된 상주국제승마장은 마방 234칸을 보유하고 있으며, 인천 아시안게임 승마대회가 열렸던 드림파크 승마장은 264칸이다.

제주대 승마경기장은 58칸 외에 나머지를 가마사(假馬舍, 천막으로 이뤄진 임시 마방)로 채웠다. 승마장 공식 규격에는 어긋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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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가 신축한 제주대학교 승마경기장 실외 주경기장.
대한승마협회는 “예비 말을 포함해 150여마리의 말이 제주로 내려가게 되는데 58마리는 안정된 마방에서 쉬고, 나머지 말은 임시 천막을 쓴다면 경기력의 차이가 클 것”이라며 “만약 승마대회에서 사고가 나면 우리(대한승마협회)가 책임져야 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처음부터 후폭풍이 클 것이라는 예상을 했다. 그럼에도 불참할 수 밖에 없었다”며 “이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불가피한 사정을 설명했다. 

승마대회 '내륙 개최' 결정이 늦어진 이유에 대해서는 “제주에서 열리는 전국체전에 우리도 참가하고 싶었다. 계속 실사를 하면서 우리가 지적한 부분이 수정되면 제주로 가려 했지만, (제주도는)그러지 않았다. 다른 의도는 없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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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 물통. 대한승마협회가 재질이 쇠로 돼 있어 말들이 다칠 수 있다고 지적하자 제주도 전국체전기획단은 물통 주변을 고무판으로 둘렀다.
제주도 전국체전기획단과 제주도승마협회는 시설상의 문제는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제주의소리]와 전화를 통해 “대한승마협회가 지적한 부분은 모두 보완했고, 경기장 자체는 공식 규격에 어긋난 부분이 없다”며 “경기장 배수가 잘안된다는 비판을 제기하는데, 승마협회가 제주 실사(2014년8월25일)를 오기 전날 제주에 비가 많이 왔다. 그 정도로 비가 오면 인천 드림파크 승마장이라도 경기를 못했을 것”이라고 항변했다.

실제 지난 8월 24일 제주시 일일 강수량은 107mm, 한라산 윗세오름 143.5mm, 표선 144.5mm를 기록했다. 제주대 승마경기장이 중산간에 위치한 점을 감안했을 때 100mm 이상의 많은 비가 내렸다고 추정할 수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이어 “승마의 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 영국에서도 많은 세계대회가 열린다. 영국 공식 경기장도 제주대 승마장보다 시설이 나쁘다. 그런데도 제주에서 경기를 못 한다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대한승마협회 결정을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이번 뿐 아니라 다른 지방에서 전국체전이 열렸을 때 승마경기장이 제주대 보다 좋지 못하면 그때도 불참할 것인가”라고 반문한 뒤 “(대한승마협회는)실사를 올 때마다 이것저것 트집을 잡았다. 처음부터 제주로 올 생각이 없던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 정도”라고 주장했다. 

제주도 "전국체전 뒤 손배소송" 후폭풍 예고...인천서도 못 열 수도

제주대 승마경기장이 공식 규격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사실은 대한승마협회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22일 제주대 승마경기장 현장에서 만난 승마전문가 A씨는 "제주대 승마장에서 경기를 열 수 없다면 앞으로 전국체전 때마다 승마는 인천 드림파크에서 열어야 한다"며 대한승마협회 결정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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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승마협회가 지적한 가마사(천막으로 만들어진 임시 마방).

과거 대한승마협회에서 일을 했었다는 A씨는 "(제주대가)전국체전 경기를 열 수 없는 수준의 경기장은 아니다. 이제까지 제주대 승마장보다 훨씬 시설이 미흡한 경기장에서 대회가 치러졌다"며 "이 정도 시설에서 경기를 열 수 없다면 다음 전국체전을 준비하는 시.도는 승마경기장을 신축할 엄두도 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대한승마협회는 지난 18일 홈페이지를 통해 제주대 경기장 시설 미흡과 마필 운송 등의 문제로 전국체전 승마 대회 내륙개최가 확정됐다고 공지했다.

이에 제주도와 제주도승마협회는 19일 보도자료를 내고 “승마경기를 위해 제주대학교 승마경기장 신축을 완료했으며, 경기용 기구를 도입하는 등 승마경기를 위한 준비를 마친 상태”라며 대한승마협회의 뒤늦은 결정에 강력 반발했다. 

문제는 제주가 아니더라도 인천에서도 승마경기를 열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국체육대회 규정에 따르면 조직위원회는 경기장 배정에 있어 부득이 개최 시도 이외의 타시도 시설을 사용하고자 할 때는 대회 개최 3개월 전까지 해당 시도 체육시설관리 주체와 협의 후 시설 이용에 관한 사항을 체육회로 제출, 승인받도록 돼 있다.

하지만 대한승마협회는 사전협의도 없이 경기장 배정을 일방적으로 처리했다는 것이 제주도 입장이다.

현재 대한승마협회와 대한체육회는 승마경기를 인천아시안게임 승마대회가 열렸던 드림파크승마장에 사용승인을 요청했지만 수도권매립지공사는 제주도를 의식해선지 사용승인을 내주지 않고 있다.

제주도는 이미 '전국체전 뒤 소송'을 예고한 상황. 승마대회 논란의 후폭풍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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